의료진들이 응급처지 기구를 들고 들어섰다. 원길의 윗옷을 벗긴 후 가슴
에 박동기를 연결했다. 간호사가 심전도 전원을 켰지만 그래프가 보이지
않았다. 한쪽에서 산소 마스크를 씌우고 심장 마사지를 시작했다. 충격기
가 쿵. 쿵. 가슴을 눌렀다 떼었다. 미령이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남비서도 후회하는 듯 울먹거렸다. 의사는 식은땀을 흘리고 계속 힘주어
충격기를 눌렀다. 간호사들도 서로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워했다.
삐익- 삐익-
"선생님...!!"
간호사가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쓸어내리듯 소리쳤다.
심전도 그래프가 작게 떴다.
"ICU로 옮겨요!"
간호사들이 원길을 침대카에 옮겼다.
"의사 선생님... 어떻게 된 거죠?"
"모르겠습니다. 혹시 환자분한테 놀라실만한 말을 하신 건 아닙니까?"
의사가 나무라듯 말했다.
미령이 남비서를 향해 쏘아봤다.
의료진들은 원길을 데리고 중환자실로 내려갔다.
"남 실장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지금 아픈 사람 앞에서....."
"미령씨가 이런 말 할 처지가 됩니까?"
"뭐라구요?"
"제가 회장님 곁에 있겠습니다."
남비서가 거칠게 나가버렸다. 미령이 기막한 듯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이 새끼 벌써 냄새 맡고 튄 거 같은데요...."
잠복 근무를 하던 형사 두 명이 출출해 햄버거를 물고 있었다.
"기다려봐. 지가 별수 있겠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았으면 돌아올거
야."
"벌써 나간 건 아닐까요?"
"재수없는 소리 자꾸 할래!"
형사가 기죽은 듯 햄버거를 한입에 쏙 넣었다.
"근데 무슨 돈으로 삼정 주식을 가지고 논 거지..."
"글쎄요... 매수주문만 한 적도 있지만 산 적도 많았잖아요...."
"그러게... 보통 인물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죽은 회장의 숨겨논 아들쯤은 아닐까요?"
"새끼. 자꾸 헛소리하면 아가리 찢어놓는다!"
"으~~"
조수석에 앉은 형사는 치를 떨며 차 밖으로 나갔다.
"이 새끼 어디가?"
"물 버리러요..."
"소태났냐? 아까 갔잖아..."
"콜라 먹으면 삼십후면 어김없이 마려워요....."
"어우.. 저 새끼."
형사가 햄버거를 먹다가 집어던졌다.
담당의가 중환자실 복도에 선 미령과 남 비서를 번갈아쳐다봤다.
"부인만 계세요. 다른 분은 면회가 안됩니다."
"저.. 의사 선생님."
남 비서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봤다.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의사가 화난 얼굴로 따져물었다. 남비서는 더 이상 말 못하고 순순히 물
러났다.
미령은 담당의를 따라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손을 소독하고 초록 가운으
로 갈아입었다. 마비된 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구석 침대에 누워
있는 원길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원길씨......"
미령의 눈망울이 그렁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