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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신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6.10.6

사신이 인도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반전

 
사신 - 첫번째이야기(운명)
작성일 : 16-10-16 13:53     조회 : 469     추천 : 0     분량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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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통수가 아려왔다.

 

  만져보니 곪아 터진 상처가 여전히 덜 아물어 진득한 피와 부어오른 커다란 혹이 만져졌다.

 

  민호는 벽을 세차게 내려치며 소리 질렀다.

 

  그런다고 분이 삭혀지지 않았다.

 

  민호는 비틀대며 일어서서 걸었다.

 

  목적지를 잃은 오발탄 마냥 걸었다.

 

  지레 겁먹은 주위 사람들이 길을 터주며 수군대었다.

 

  그러나 민호의 귓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무언가에 홀리듯 이끌려 누군가 앞에 섰다.

 

  “홀홀홀 어제 오늘 이 늙은이를 찾는 이가 참 많구먼 홀홀홀”

 

  민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민호의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홀홀홀 글쎄 이 늙은이가 뭘 할 수 있겠나? 그저 운명에 맞춰 지나가는 거지. 홀홀홀”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홀홀홀 두 사람 중 누구를 말하는 건가?”

 

  “예?”

 

  민호는 놀라서 되물었다.

 

  “게임이 어려우니 난이도를 낮춰서 둘 중 하나만 택한다면 한사람은 구원해주지 홀홀홀”

 

  민호는 대단한 제안에도 눈만 끔뻑였다.

 

  “12시 까지 백두역 물건보관함 21번 앞으로 갈 수 있겠나? 서두르면 늦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만 홀홀홀”

 

  민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빠듯하게도 서두른다면 간신히 도착할 만큼 남아있었다.

 

  민호는 감사의 인사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홀홀홀 사냥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목표로 하지 않아 부디 합리적인 선택을 하여 나를 기쁘게 해주길 바라네. 홀홀홀”

 

  민호는 택시를 타고 간신히 백두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12시 30분을 넘어 있었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민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21번 칸 앞은 소란스러웠다.

 

  주위에 인적은 하나도 없었지만 단세사람이 눈에 보였다.

 

  먼저 미영이가 보였고 미영이의 등 뒤로 칼을 들이대고 있는 그 녀석과 한쪽 구석에서 마지막 생명을 버둥거리고 있는 하은이가 보였다.

 

  딱 맞춰 왔다고 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미영아!”

 

  민호가 소리치며 달려가다가 멈추었다.

 

  “닥쳐! 다가오지 마!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이년 목숨도 없을 줄 알아!”

 

  그 녀석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빛내며 독사 같은 눈빛으로 위협하였다.

 

  “민호씨! 침착해! 나는 신경쓰지 말고 어서 하은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지금이면 살릴 수 있어”

 

  미영의 말 그대로였다.

 

  하은이의 상태는 아주 심각해 보여서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아니 지금 바로 수술을 하더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중태였다.

 

  “그럼 너는... 대체 내게 왜!”

 

  민호는 소리를 빽 질렀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으며 온몸이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민호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내와 딸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라니...

 

  이성적으로든 합리적으로든 민호는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았고 그는 둘 다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의 다리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안돼!”

 

  미영이 울부짖음과 동시에 송곳니는 그녀의 뒷덜미를 꿰뚫었다.

 

  하은이를 그대로 지나친 민호는 그 녀석에게 달려들었고 넘어뜨리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민호는 사정없이 주먹으로 그 녀석을 내리쳤다.

 

  주먹에서 피가 나고 뼈가 드러날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주먹질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서야 주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피바다 속에서 들리는 작게 흐느끼는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어째서 나를 택한 거야... 도대체 왜!”

 

  미영의 우짖음이 울려 퍼졌고 민호는 기어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민호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아픔뿐인 날카로운 말이었다.

 

  “내가.. 내가 뭐 때문에 이 지랄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하은이를 버릴 수 있어? 도대체 어떻게!”

 

  민호는 무릎으로 기어서 이번에는 하은이에게 다가갔다.

 

  하은이는 피를 토하며 한마디를 내 뱉었다.

 

  “나 죽는거야? 아빠가 나... 버려서?”

 

  하은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하은이는 고개를 떨궜다.

 

  민호는 하은이를 꼭 부둥켜안고는 우짖었다.

 

  그러나 가늘게 이어지던 어린 숨은 더 이상 내쉬지 않았고 어린 몸은 차갑게 식어만 갈 뿐이었다.

 

  민호는 잠긴 목소리로 끅끅거리며 하은이를 내려놓았고 아직은 미약하게 숨이 붙어있는 또 한 사람을 옆에 이고 발을 옮겼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미영을 응급실로 옮겼다.

 

  미영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민호를 원망하고 저주했다.

 

  미영이 들어가고 홀로 남겨진 민호는 치료를 강요하는 간호사도 밀쳐버리고 수술실 앞을 지켰다.

 

  한 시간이 지나고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을 때 민호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크게 악 소리를 내었다.

 

  목이 쉬어 공기 소리가 더 크게 났지만 그는 고요한 절규를 끊임없이 내질렀다.

 

  그리고 14시 05분 03초에 병원 옥상에 올라 선 그는 운명을 따랐다.

 

 

 

 

 

 

 

 

 

 

 

 

 

 

 

 

 

 

 

 

 

 

 

 

 

 

 

 

 

 

 

  세실은 원형 탁자에 앉았고 어느 샌가 캐니스가 맞은편에 여전한 무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비루하고 초췌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 표정 너무 마음에 드는걸. 키히히히힛”

 

  세실이 쭉 찍어진 눈매로 간사하게 비웃었다.

 

  남자는 모든 걸 달관한 듯 듣고만 있었다.

 

  “아이와 여자 중 여자를 택했어. 키히히힛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야! 키히히히힛 물론 결과는 같게 되었지만 말이야!”

 

  세실은 끊임없이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선택대로 여자는 구원해주겠네”

 

  캐니스가 짧고 담담하게 말하였다.

 

  남자는 목례를 올린 뒤 여자가 벌을 받던 방으로 들어갔다.

 

  “키히힛 재미없게 이대로 엔딩 내는 거야? 넌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깐”

 

  “나는 착한 게 아냐. 그저 약속을 지켰을 뿐.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세실! 그 여자 엄마가 아직 살아있었어...”

 

  “키히히히히히히히히히힛 그래?”

 

  세실의 비웃음이 탑을 돌아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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