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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을 이장이 되라고?
작가 : 돌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0.4.1

집속탄이 비 처럼 내리는 곳에서 죽었다. 언제부턴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삶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저승이 아니고 숲속. 그리고...

"마을을 만들어서 이장이 되라고?"

쉬고 싶은데, 별 이상한걸 하라고 한다.

 
도망(1)
작성일 : 20-04-15 22:5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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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천천히 돌아가던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림의 신형이 붕 뜨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왜? 월도가 그대로 내려오면 죽는 건데.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넓은 등과 함께 림을 바닥에 처박은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윅."

 

  힘없이 중얼거려보는 한 글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 강렬한 느낌을 받은 이름의 주인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뭐라고 하는지 입 모양이 쉴 새 없이 변한다. 뭐가 그리 다급한지 얼굴에 핏대를 세우기까지 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이상하리만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답답했는지 가까이 다가와서 외친다.

  뭐라고?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그를 멍하니 보기만 했다. 그리고 큼지막하게 움직이는 그의 입 모양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정. 신. 차. 려.

  정신 차리라고? 그 순간. 세상과 단절되었던 멍한 정신이 돌아왔다.

 

  "정신 차려!"

  "윅."

  "산! 어서 규를 데리고 도망가. 어서!"

 

  그의 다급한 외침에 얼떨결에 일어나 그의 말을 따랐다.

  그래. 규가 있었다. 비록 원하지 않은 결혼이지만 그것을 충분히 잊도록 해준 사랑스러운 딸이!

 

  그녀는 한쪽이 무너진 움막을 향해 달리면서도 시선은 계속 윅을 향했다. 언제 다쳤는지 그의 어깨가 붉게 적셔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꺼번에 달려드는 포의 부하들에게 그의 모습이 감춰진다.

 

  '윅!'

 

  속으로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어째서... 어째서 인간인 너는 이렇게 필사적인 거야?

  왜 나 같은 수인 때문에 만신창이가 될때까지 싸우는 거야?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아가며 그녀는 자신의 딸을 데리러 움막으로 들어갔다.

 

  * * *

 

  윅은 바닥에 처박힌 림을 내려다 보았다. 산을 뒤로 밀어내고 빠르게 파고들어 업어 친 결과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판단이었다. 누가 내려치는 월도로 달려들어 상대를 업어 칠까.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제법 쓰라렸다. 한쪽 어깨가 축축하게 젖으면서 쓰라리고 끔찍한 통증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죽을 뻔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범함도 정도가 있지, 이건 거의 목숨을 내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몸이 느렸어도 머리가 둘로 쪼개질 뻔한 것이다.

 

  '이런 미친 짓은 한 번만 하자.'

 

 산을 살리기 위해 본능적으로 나간 거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조금 사려야겠다고 생각한 윅은 쓰라린 통증에 인상만 살짝 찡그렸다. 다행히 통증에 꽤 익숙한 그는 곧장 아무렇지도 않게 싸울 자세를 취했다.

 

  윅은 멀쩡한 어깨를 슥 돌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뻐근하던 것이 살 풀리는 느낌이 들자 그는 자신을 포위한 수인들 한명 한명 살피기 시작했다. 움막을 침입한 놈처럼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피할 곳 없이 둘러싼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허리춤에서 뽑아 드는 검만 봐도 벌써부터 살이 떨렸다.

 

  '시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솔직히 산이랑 규를 버린다는 선택이 있었다. 두 모녀를 버리고 도망쳐도 살아남을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정이 뭐라고.'

 

  벌써 규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움막 안에 혼자 있을 텐데. 침입자와 싸운 것 때문에 많이 놀랐을 텐데. 이것저것 걱정이 되었다.

 

  '지금쯤 산이 도착했겠지.'

 

  다시 태어난걸 알고 나서 마음대로 살자고, 전생에 뭐 빠지게 굴렀으니 이번엔 더 이상 힘들게 살지 말자고 마음먹었건만. 천성이 이런 건지, 아니면 인생의 절반을 군인으로 살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 유일하게 확실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산 그리고 규. 두 모녀를 살리고 싶다는 것. 지금 같은 불행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절대로 산이 예뻐서 그런 거 아니다.

 

  씩.

 

  생각해보니 자신이 이러고 있는 이유가 너무나 오글거렸다. 하지만 이미 선택한 길.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늘을 덮은 백린 속에서, 불똥이 몸을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 이미 한번 죽었던 몸.

  칼날이 난도질하던, 몽둥이로 두들겨 맞던, 꺼지지 않는 불보다 더 아플까?

  물론 둘 다 아픈 건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통증에 비하면 조금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후욱. 후우우."

 

  윅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내뱉었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주변을 느끼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온몸에 작은 소름이 돋아났다.

  눈앞에 있는 놈들의 숨소리, 미세하지만 떨리는 눈, 긴장을 해서 침을 꼴딱 삼키는 목울대. 이 모든 것들이 정보가 되어 뇌 속으로 전달이 되었다. 기이한 기분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

 

  "후우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수 대 다수로는 많이 싸워봤다. 작은 팀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소수 대 다수는 거의 필연이었다. 그런데 일 대 다수는 처음이다.

 

  '뭐, 상관없겠지.'

 

  일 대 다수건, 소수 대 다수건 목숨 걸고 싸우는 판이니 2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죽이느냐 죽느냐. 그걸 명심하는 순간 윅의 두 눈이 날카롭게 적들을 훑었다.

 

  "뭐하냐. 안 들어와?"

 

  서로 눈치만 보며 움찔거리던 놈들이 그의 대답이 시발점이 되어 일제히 달려들었다.

 

  '시발. 영화에서는 한 놈씩 달려들던데!'

 

  윅은 가장 먼저 검을 휘두른 녀석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자세를 숙여 상대 허벅지를 감싸 안아 들어 올려 뒤로 던졌다. 녀석이 바닥에 고꾸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그는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포위망을 뚫고 나간 것이다. 자신을 포위한 적의 수가 적어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등이 베였다.

 

  "시발!"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쓰라렸다. 아까의 싸움으로 생긴 땀이 흘러 더욱 따갑게 느껴졌다.

 

  "다 덤벼! 시발. 드루와, 드루와 이 개새끼들아!"

 

  등이 베였다는 분노에 그의 두 눈엔 광기가 차올라 미친 듯이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것 치고는 그는 이리저리 피하는 데 급급했다. 아무런 무기 없이 맨주먹으로 칼을 든, 그것도 검을 든 놈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윅이 피하기에 급급 하단 걸 알아차렸는지 녀석들의 얼굴에 점차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녀석들의 공격이 점점 과감해졌고 더욱 수세에 밀리기 시작한 윅이었다.

 

  휙, 휙.

 

  그리고 검도 길이가 생각보다 길어서 쉽게 파고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윅은 피하면서 계속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더욱 집중력이 올라갔다. 까딱 잘못 판단하다가는 신체 어느 한 부위가 뎅겅 잘린다는 스릴 속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고양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몇 번을 더 피하던 중에 기회가 찾아왔다. 한 놈이 검을 찔러 들어온 것이다.

 

  '지금이다!'

 

  윅은 몸을 90도로 틀어 검이 그의 얼굴 앞에 지나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검을 잡은 손목을 잡은 후 침입자를 제압했던 것처럼 팔오금을 치듯이 눌렀다. 자연스럽게 놈의 손목과 팔은 뒤로 꺾이다시피 되었고, 힘이 풀려 검을 놓치게 되었다. 윅은 이때를 노려 서둘러 놈과 함께 돌아 방패로 내세웠다. 그러자 검을 내지르던 녀석들이 주춤했다.

 

  두두둑!

 

  "크아악!"

 

  윅은 머뭇거림조차 없이 놈의 손목을 돌려버린 후, 허리를 밀어 차면서 앞으로 날려 보냈다.

 

  슥.

 

  "자. 이제 나도 무기가 생겼네."

 

  윅은 검을 빙빙 돌리며 대답했다.

  그에겐 검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칼이라고 다뤄 본 것은 식칼이랑 컴벳 나이프뿐이었다. 현대전에 검을 들고 싸우지 않으니 만져볼 일이 없으니 당연했다. 이렇게 긴 검은 죽도를 호기심에 들어본 것 말고는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나마 길이가 긴 무기를 사용해 본 적은 막대 싸움을 할 때였다. 한번 부대 차원으로 필리핀 전통무술인 칼리 아르니스를 견학하러 갔을 때 배운 건데 그때 사용하던 막대 싸움이 그에겐 가장 길이가 긴 무기였다.

 

  그래도 꼴에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무기라 그런지 맨주먹보다는 큰 위안감이 생겼다. 윅은 검을 꽉 쥔 후 덤벼들려고 했다. 녀석들의 뒤에 천천히 걸어오는 위압감을 보기 전까지는.

 

  '아... 큰일 났다.'

 

  산을 죽이려고 하던 녀석이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놈은 칼을 들고 있는 녀석들을 뒤로 물리면서 윅에게 다가왔다.

 

  "나는 림이다. 인간. 아까 나를 쓰러뜨릴 때 참으로 재미있는 기술을 쓰더군."

 

  두꺼운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림은 무심한 얼굴이었지만, 미묘하게 호기심이 가득했다. 윅은 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림이 의외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잘 들고 있던 월도를 바닥에 던지는 게 아닌가.

 

  "뭐하냐?"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런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그대의 기술이 정말 재미있더군. 나와 한번 격투를 해보겠나."

 

  '이거 순 또라이 아니야.'

 

  윅은 어처구니가 없는 그의 대답에 기운이 빠지는 듯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도장 깨긴가 뭔가 하는 건가?'

 

  지금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다. 아마 다른 상황이었으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죽이려는 상황인데 여유롭게 격투를 하자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일기토 뜨는 게 기회인가?'

 

  다르게 생각해보니 격투 싸움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지 않은 무기 싸움이 아닌,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격투가 시간도 더 벌 수 있고 잘만하면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다. 선택지는 결국 정해져 있었다.

 

  림은 대답을 기다리는지 조용히 윅을 노려보고 있었다. 윅 또한 녀석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다가 주변 녀석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 의미를 알아차린 림은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물러가라. 이 싸움은 나의 싸움이다."

 

  그의 명령에 밑에 놈들은 순순히 물러났다.

 

  "좋아."

 

  윅은 검을 옆으로 던지고 손목을 빙글 돌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양팔을 올려 가드를 잡았다. 그러자 림 또한 두 다리를 벌리며 중국 무술에서 볼법한 자세를 취했다.

 

  '어딜 공략해야 할까. 왼쪽 다리만 집중적으로 노려 기동성을 줄일까. 아니면 초반부터 그라운드로 몰고 갈까. 되도록이면 체력싸움을 피해야 하는데...'

 

  짧은 순간이지만 림을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하는 중에.

 

  "내가 먼저 가도록 할까?"

 

  진지하게 제안하는 림의 대답에 윅은 피식 웃었다.

 

  '뭐 싸우다 보면 그림이 그려지겠지.'

 

  생각을 그만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서로 다가갈 때 즘에 익숙한 소리가 윅의 귀를 두드렸다.

 

  "응끼이이이이잇!"

  "응기잇!"

  "끼이이이익!"

 

  먼저 로우킥을 차려던 윅이 오랜만에 듣는 기괴한 소리에 움찔하며 멈춰 섰다. 림 또한 싸우려던 자세를 풀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끼이잇!"

  "응낏!"

  "끼에에에엑!"

 

  무심하던 림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이런... 아무래도 귀찮은 놈이 난입할 거 같군."

 

  림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서둘러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서 포를 챙겨서 가문으로 돌아가라. 내가 뒤를 맡아 주겠다."

 

  윅은 격투를 포기하지 않을 거 같던 그의 태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

 

  숲속에 숨어있던 새들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큰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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