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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부모에게 버려진 나,공작가로 입양되다?
작가 : 소설사랑
작품등록일 : 2020.4.7

7살의 어린 나이에 버려진 날 산 곳은 유명한 공작가? 게다가 이게 무슨 말이야.날 자신들의 딸로 키우겠다고? 아니..이 오빠들은 나한테 뭘 하려고 하는거야?

 
1화
작성일 : 20-04-08 02:37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1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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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든게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나를 낳아주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라는 사람들이 태어난 날 보고 기절할정도로 울어도 상관없었다.

 

 3살이 된 내가 밥을 잘 먹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무막대기로 내 몸을 하염없이 때려도 상관없었다.

 

 4살이 된 내가 유치원에 갔다가 어떤 남자애의 발에 걸려 넘어져 선생님의 옷에 물을 쏟았다는 이유만으로 온몸이 찬물에 젖은 상태로 밖에 3시간 동안 내쳐져있었어도 상관없었다.

 

 6살이 된 내가 친해졌던 여자아이와 놀았다가 감기가 걸려 온통 어두운 방에 3일동안 갇혀있었어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날 사랑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들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니까.

 

 날 때리고 가두고 추운 겨울날 밖에 방치해놨어도 날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나에게 그 어떠한 짓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언젠가는 나를 사랑해주겠지..다른 아이들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칭찬하고..예쁜 옷을 입혀주고..그 포근한 품에 안겨 잠이 드는 날이 오겠지..하는 희망이 마음 한 구석에 존재했으니까.

 

 그리고..드디어 내가 바라던 희망의 날이 왔다.

 

 항상 다 찢어져가던 누더기를 입히고 어두운 방에 가두던 부모들이 나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포근한 품에 안기는..그런 날이 온것이다.

 

 나는 항상 바래왔던 날이 와서 너무나도 기뻤다.

 

 그런데..어느순간..날 안아주던 따뜻한 품은 어디가고 냉정한 손길만이 나를 이끌었다.

 

 '밖이 추워서 빨리 방 안으로 데려다주실려고 하시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 생각은 없어지고 말았다.

 

 이상한 아대를 끼고있는 두 성인 남자에게 날 던지는 부모를 보고 말이다.

 

 성인 남자에게 팔을 잡히고 끌려가는 바람에 점점 눈 앞에서 멀어져가는 부모를 보고 소리치며 저항했지만 곧 나의 약한 저항은 나를 잡고있던 남자의 손길에 의해 기절하고 말았다.

 

 얼마나 기절해있었을까..

 

 눈에 들어오는 밝은 빛에 내가 있는 곳이 내 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또다시 깨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입고있던건 예쁜 옷이 아닌 전에 입던 옷보다 더 찢어져있는 누더기였다..

 

 내 손목을 꽉 잡고있던건 부모가 아닌 검은 수갑이었다.

 

 내가 있던 곳은..부모가 있는 방이 아닌...무대 위였다.

 

 입고있던 누더기..검은 수갑..날 보고있던 수많은 남자들의 눈길..

 

 나에게 벌어진 일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있던 곳은..노예시장이었다..

 

 내 부모는 돈을 받고 날 노예로 판 것이다.

 

 내가 멍때리며 서있자 곧 귀를 때리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날마다 오는 평범한 노예시장과는 다릅니다!! 이번 상품은 아주 특별하다고요! 붉은 눈과 초록 눈의 오드아이! 하얗고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

 

 큰 목소리로 소리치던 남자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팔을 잡고 번쩍 들어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소리쳤다.

 

 "검은 줄기로 감겨져있는 이 새끼손가락!!"

 

 "우와아아아아ㅏㅇ아아아아!!"

 

 남자가 보여준 내 새끼손가락을 보자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전설에 등장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있는 그 존재가 드디어 이곳에 나타났습니다!! 붉은 눈과 초록 눈의 오드아이, 하얗고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그리고 검은 줄기로 감겨져있는 새끼손가락! 이 소녀는 바로 특상품 렐리오베드입니다!!"

 

 "드디어 등장한건가..렐리오베드..!"

 

 "저건 내거야! 내가 사겠어!"

 

 "무슨 헛소리냐! 내가 저걸 사기위해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자! 흥분하지 마시고 일단 진정해주세요! 이 특상품을 사는건 이곳에서 승리하는 자뿐! 곧 돈이 많은 자 뿐입니다! 이 소녀를 원하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돈을 불러주세요!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100!"

 

 "200!"

 

 "400!"

 

 "1000!"

 

 "겨우 그정도로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3000!"

 

 "5000!"

 

 "100000"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점점 높아지는 돈의 액수.

 

 내가 렐리오베드라는 존재라는걸 듣자마자 회장의 분위기는 뜨거워졌고..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울렁거림에 어지러워하고 있었다.

 

 시끄러..

 

 뜨거워..

 

 도와줘..

 

 나가고싶어..

 

 내 머릿속에서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용솟음친다..

 

 사라져..

 

 사라져..

 

 내 눈 앞에서..내 눈 앞에서...

 

 "9억 카리나."

 

 내가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며 식은 땀을 흘리고 있던 그때,모자를 쓰고있던 남자가 조용히 손을 들어 엄청난 액수를 말했다.

 

 그러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지더니 내 머리를 울리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 정적을 만든 장본인인 모자를 쓰고있던 남자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무대 위로 걸어오더니 손에서 머리를 때고 거친 숨을 쉬고있던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속삭이듯이 말했다.

 

 "괴로웠지? 걱정마.안심해도 되."

 

 "저..저기.."

 

 "이 여자애는 내가 데려가겠다."

 

 "아..아니..그럴수는 없지.내 경매는 선불제라 지금 돈을 내지 않으면 가져갈 수 없어."

 

 "선불제라..아까 내가 얘기한 금액이 얼마였지?"

 

 "정확히 9억 카리나였다."

 

 "9억 카리나...."

 

 '바보같으니라고..입고있는 옷은 좀 귀족스러워 보인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9억 카리나라는 거금을 선불로 낼 수는 없겠지?'

 

 "그만 포기하시지? 그 애는 너같은 어린애가 살 정도로 가치 없는 녀석이 아니야..정말 어렵게 구한 특상품이라고!"

 

 "여기.

 

 모자를 쓰고있던 남자는 지갑에서 지폐 수백장을 꺼내 큰 소리로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던 남자에게 던졌다.

 

 "...어?"

 

 "정확히 9억 카리나다.이걸 원하는거라면 언제든지 주지."

 

 자신의 얼굴에 맞아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지폐 수백장을 보던 남자는 화가 잔뜩 났는지 들고있던 마이크를 던지고 크게 소리쳤다.

 

 "이 시퍼렇게 어린 놈의 자식이..어른을 놀리면 안되지!! 감히 어른에게 돈을 던지다니..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그리고..고작 너같은 어린 놈에게 그 상등품을 넘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내가 그 어린 년의 부모를 7년간 구워삶은 끝에 겨우 구해낸 렐리오베드라고!!"

 

 "그러니까 원하는게 더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라고.돈이든 값비싼 보석이든 몇백개씩 줄테니까.."

 

 "닥쳐! 그 특상품은 내거야!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라고! 내가 노력한 7년의 세월을 고작 돈으로 줄 수 없으니까 빨리 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억겁의 불꽃}."

 

 이성이 나간 남자가 큰소리로 외치면서 내 팔을 향해 자신의 손을 뻗자 내 팔을 잡고있던 모자를 쓰고있던 남자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손을 뻗었다.

 

 화르륵!

 

 그러자 남자의 머리를 가리고있던 모자가 벗겨짐과 동시에 검붉은색의 이상한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실제 불이 나와 남자를 덮쳤다.

 

 "아아악!! 뜨거워..뜨거워!"

 

 "듣자듣자하니까..지식이 없는걸 티내는것도 정도가 있어야지..당사자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입에서 뱉을 수가 있는거지?"

 

 "으윽..따가워..이게 진짜.."

 

 "어이..저 머리색.."

 

 "..?"

 

 "저 머리색..설마.."

 

 "진짜냐..왜 저런 사람이 이런 곳에 있는거지?"

 

 모자가 벗겨져 내 손을 잡고있던 남자의 회색 머리칼이 드러나자 조용했던 장내는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뭐야..왜 저러는거야? 저 남자가 뭔데.."

 

 "진짜지..?"

 

 "저 짧은 회색 머리칼..가슴팍에 새겨져있는 문장에 있는 검붉은색의 심장과 칼..그리고..붉은색과 검정색의 오드아이..틀림없어..저 사람은..레타르 가문의 첫째인 피의 마검사...페리트 드 레타르야!"

 

 '페..페리트 드 레타르? 설마..완벽 그 자체인 검술실력과 엄청난 마력량이 장점인 레타르 가문의 첫째이자..가문 삼남매 중에 검술실력이 뛰어나 최연소의 나이로 공작 자리에 오른 그 페리트..? 잔혹한 성격과 계급 신경쓰지 않는 가벼운 말투로 인기까지 좋다는..'

 

 "그 표정을 보니..내 정체를 이제야 눈치챈 것 같은데..지금이라도 무릎이라도 꿇으면서 빌지 그래..? 아니면..미성년자 경매죄와 공작가 모욕죄로 왕가재판에 회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거든."

 

 털썩!

 

 페리트의 말에 겁먹은 남자는 아까 기세 넘치던 모습을 감추고 남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잘못했습니다! 제가 레타르 가문의 공작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만..중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런 거지같은 경매를 그냥 봐주고 계속 진행하게 해주는 은혜도 모르고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그리고..사과는 내가 아니라..이 여자애한테 해야지.."

 

 "..예?"

 

 "왜 물음표로 대답하는거지? 그런 말을 계속해서 듣고있던 이 여자애에 대한 사과는 1도 없는거냐?"

 

 "아..아니..그 년은..애초에 부모가 버린 년이고..돈도 받았으니 이제 제 소유물인데..사과를 하다니..그건 좀 제 지위가 딸려서.."

 

 "...잠깐..눈 좀 감아줄래?"

 

 "네? 눈이요?"

 

 "응.잠깐이면되.아주 잠깐만 감고있으면 편안해질거야."

 

 날 달래는듯한 낮은 목소리에 왠지 가슴이 진정되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잘했어..그대로 아주 잠깐만 있어줘.."

 

 타앙!

 

 "..어?"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뭔가 육중한것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곧 장내는 온갖 비명소리로 가득해졌다.

 

 그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페리트라는 남자의 충고를 잊어버리고 눈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불과 몇초전에 저 앞에 서있던 커다란 남자가 머리에 구멍이 난 상태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있던 광경이었다.

 

 "아..아..아.."

 

 "앗..너!"

 

 "아아아아악!!"

 

 그건 이제 막 7살인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내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자 내 앞에 서있던 페리트라는 남자가 나에게 달려와 자신의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진정시켰다.

 

 "미안..놀랐지..?"

 

 "아..아..사람이.."

 

 "미안해..놀라게 해서..너에게 보여줄만한 광경은 아니라서..눈을 감으라고 했던건데..내가 너무 부주의했어..미안해.."

 

 "아..윽.."

 

 나에게 계속해서 사과하는 그 낮은 목소리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은 그 커다란 손이..

 

 내 친부모에게서는 도저히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이었기에..

 

 난생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이었기에..

 

 긴장이 풀렸다.

 

 휘청-

 

 "엇!"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정한 사람의 손길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의 품속에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페리트 시점>

 

 심기가 뒤틀렸다.

 

 6~7살 정도 되보이는 이런 어린아이 앞에서 어떻게 저런 잔혹한 말을 내뱉을 수가 있는거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죽여버리기로 했다.

 

 단순했다.내 심기를 거슬리게 했으니 죽는게 당연했으니까.

 

 그래서 여자애에게 눈을 감고있으라고 단단히 일러둔 뒤 즐겨 갖고다니던 총을 꺼내 망설임 없이 쐈다.

 

 총알에 마력을 부여했으니 머리가 손쉽게 뚫리는건 당연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나에게 설설 기던 남자가 머리가 뚫린채로 죽어있는 모습을 보니 뒤틀렸던 심기가 그나마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그 여자애가 눈을 뜬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까보다 더 패닉에 빠진 표정을 한채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당황해버렸다.

 

 그래서 일단은 안아서 눈을 가리고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줬다.

 

 이렇게 어린 여자아이를 달래본 적이 없어서 내가 잘 달랬나하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말을 했다.

 

 그렇게 몇분 뒤...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아서 품에서 놓을려고 하는 순간..

 

 휘청-

 

 "엇!"

 

 내가 손을 놓자마자 여자애의 다리가 풀려버리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여자애의 허리를 잡고있던 팔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여자애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하아..놀랐네.."

 

 '기절한건가..? 표정이 편해보이는걸 보니 충격먹어서 기절한건 아닌 것 같고..긴장이 풀린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있었을때 문득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진 여자애의 얼굴색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아까보다 거칠어진 숨.

 

 붉어진 얼굴.

 

 풀린 다리.

 

 모든게 한가지 가능성을 유추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손에 끼고있던 장갑을 벗고 이마에 손을 대보니 아니나다를까 열이 나고있었다.

 

 그것도 가벼운 감기정도의 열이 아닌 거의 용광로 수준으로.

 

 '이런..방심했어..원래 이 정도 나이의 아이들은 면역력이 강하다고 알고있었는데..뭐..무리도 아니지..이렇게 가벼운 옷을 입은채로 몇시간동안 이런 추운 곳에 서있었으니까..피로도 많이 쌓였을거고..'

 

 "일단..저택으로 돌아갈까..이런 곳에 계속 있어봤자..좋을 것도 없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여자애의 허리를 감싸고있던 손에 힘을 줘 들어올린 뒤 나머지 한 팔로 받쳐 안전하게 안아들었다.

 

 '가벼워서 다행이네..'

 

 "{나는 신에게 사랑받는 가문} {신을 사랑하는 가문} {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가문} {신의 검과 방패가 된 가문}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레타르 가문의 목숨} {그 위대한 힘을 빌려 나의 안식처로 이동한다}"

 

 혹시나 떨어질까 걱정하면서 영창을 하자 바닥에서 빛이 솟아오르더니 곧 나에게 익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저택의 가장 안쪽 방..다행히 실패하지 않고 잘 도착했네.."

 

 스펠이 발동되고 나서 도착한 방의 구조를 보고 텔레포트가 성공한걸 확인한 나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가 내 방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여자애를 침대에 눕혔다.

 

 이마가 여전히 뜨겁고 숨이 거친걸 확인한 나는 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겹쳐 머리에 댄채 말했다.

 

 "{들어라} {나의 종자여}"

 

 영창을 하자 머릿속에서 이명 비슷한 소리가 길게 이어지더니 곧 지지직거림과 동시에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의 영원한 검과 방패.레타르 가문의 집사장인 저 유티다스가 레타르 가문의 장남이신 페리트 드 레타르님의 통신에 응합니다.무슨 일이시죠?"

 

 "유티다스,그 여자애를 데려왔어."

 

 "아..그런가요? 멀쩡하게 데려온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글쎄..무사하게 데려온 것 같지는 않아.."

 

 "그게 무슨소리시죠? 그 분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건가요?"

 

 "설명하기엔 조금 어려우니까 일단 내 옆방으로 와."

 

 "네."

 

 짧은 대화를 끝맞치고 내가 손가락을 머리에서 때 통신을 끊자마자 내 앞의 바닥에 빛으로 동그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곧 유티다스가 한쪽 무릎을 꿇은채로 소환됬다.

 

 "신의 영원한 검과 방패.레타르 가문의 집사장 유티다스가 페리트 님의 소환에 응합니다.무슨 일이시죠?"

 

 "그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유티다스는 여자애가 누워있던 침대로 다가가더니 여자애의 머리에 손을 대 열을 쟀다.

 

 "흠..이 여자애는 아무래도 다른 보통의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면역력이 남들보다 약하다고 해도 추운 곳에 몇분 있던걸로 열이 날 수 있다는거야?"

 

 "알아보니 이 여자애는 그동안 자신의 본가에 살면서 친부모에게 많은 학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손찌검을 해대고..밥을 굶기고..심지어는 작년 겨울날 지금 입고있던 누더기를 입고 몇시간동안 밖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그녀석들은..인간으로써의 자각은 있는건가? 어떻게 이런 어린 아이한테.."

 

 "세상에는 자기 자식들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럼..이 애는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는거지?"

 

 "약해진 면역력은 일단 이곳에서 지내게 하면서 천천히 키워야 되는거니까 지금 당장은 할 수 없고..일단은 높아진 열을 낮춰야겠죠."

 

 "그럼 그렇게 해라."

 

 "신의 영원한 검과 방패.레타르 가문의 집사장 유티다스가 페리트 드 레타르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내 명령을 받은 유티다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걸 확인한 나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 거친 숨을 쉬고있던 여자애의 새끼손가락을 살며시 잡아주며 말했다

 

 "신에게 반역한 자의 신체..렐리오베드..너는 이런 작은 몸으로 그 험한 운명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내 시점>

 

 '너는 내 딸이 아니야!'

 

 "으윽..."

 

 '어떻게 이런 괴물이 내 딸이라는거야!'

 

 "아악.."

 

 '이런 쉬운것도 틀리다니..역시 넌 괴물이야!'

 

 "후으.."

 

 '오늘은 유치원에서 실수를 했다지? 오늘 네 밥은 없다!'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넌..더이상..내 자식이 아니야.'

 

 "꺄악!"

 

 헉...헉..

 

 그동안 꿈이라는 내 유일한 안식처에서 봐왔던 평범한 가족의 모습..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던 아버지와..

 

 다정한 목소리로 내 실수를 다그치지 않으시던 어머니..

 

 그 모습은..이제..내 꿈속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 유일한 안식처인 꿈속도..이제는..내 편이 아니었다..

 

 그걸 깨닫고보니 문득 내가 있던 곳이 내가 알고있던 곳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차가운 바닥이 아닌 따스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추운 바람이 항상 새어들어오던 독방이 아닌..온갖 화려한 장신구들로 장식이 되어있는 아름다운 방이었다.

 

 "여..여기는..어디지?"

 

 벌컥!

 

 눈에 익숙하지않은 장소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있을때 누군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왼쪽 눈에 금색의 외안경을 끼고 하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머리를 갖고있던 키가 큰 남자였다.

 

 "아..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으셔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누..구시죠?"

 

 "아..저는.."

 

 내가 깨어난걸 보며 웃고있던 남자는 내 질문을 듣자마자 들고있던 무언가를 근처 탁자에 놔두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저는 신의 영원한 검과 방패..레타르 가문을 모시고있는 집사장 유타디스 드 레타르라고 합니다."

 

 "레타르 가문..? 여..여기는 대체 어디죠?"

 

 "아..혹시 기절하시기 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으시는겁니까?"

 

 "기절하기 전에..?"

 

 지끈!

 

 "아악!"

 

 자신을 집사장이라고 소개한 남자의 질문에 고민하던 그때 그제서야 내가 기절하기 전에 겪었던 일들이 폭포수처럼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쁜 옷을 입히고 다정한 손으로 나를 밖에 데리고갔던 부모의 버림.

 

 나를 위해 소리치던 남자들.

 

 그리고..

 

 타앙!!

 

 "으으..!"

 

 "이런..일단 진정하세요.."

 

 내가 괴로워하는걸 본 집사장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리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혼란의 소용돌이여} {잠재워져라}"

 

 그러자 폭포수처럼 흘러들어오던 기억들과 감정들이 점점 사그라들더니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이제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아..네.."

 

 "제가 좀 죄송한 질문을 드린 것 같아 조금 죄송하네요.."

 

 "아..아니예요! 그렇게 나쁜 기억도 아닌데 제가 너무 오버한 것 같아요.."

 

 "...그런식으로 말하시면 안됩니다."

 

 "네?"

 

 "자신의 부모에게 버림받고 그런 더러운 곳에 몇시간동안 있으셨다니..나쁜 기억이 아닐리가 없어요."

 

 "아..하지만..저는.."

 

 '아..아파..'

 

 '아파? 괴로워? 그게 무슨 말이야? 넌 괴물이잖아! 너같은 괴물이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다니..있을 수 없는 일이지!'

 

 "저는 괴물이니까..괴로워할 자격이 없어요.."

 

 "괴물이라니...왜 그런 생각을.."

 

 "제 모습을 보시면 아시잖아요..동화책에 나오는 마녀같은 휜 머리카락.귀족들이라면 무조건 갖고있어야할 반전색의 오드아이가 아닌 무관련색의 오드아이..그리고..이 새끼손가락까지..어느 하나 특이하지 않은 점이 없어요..그러니까..저는 괴물이 맞아요.."

 

 '이런 연약한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낮게 판단하고 있다니..이런 아이한테..신은 왜 그런 운명을..'

 

 "알겠습니다.그럼..언젠가 당신 스스로 괴물이 아니라는걸 깨달았을때..그때 저에게 얘기해주세요..이정도는 약속드릴 수 있죠?"

 

 "..네.."

 

 "그럼..슬슬 나가볼까요?"

 

 "네? 어디로요? 혹시...저를 독방에 가두실건가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건가요? 아니면.."

 

 "그런게 아닙니다.저는 당신을 독방에 가둘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어디로.."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하셨던 분께 가는겁니다."

 

 "저를..이곳으로..?"

 

 "네.아..하지만..그런 옷으로는 못 가겠네요..일단 어느정도 단정하게 가는게 좋을 듯 합니다."

 

 "아..하지만..저한테는 옷이...없는데.."

 

 "옷은 걱정하지 마세요.제가 알아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따악!

 

 남자는 빙긋 웃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그러자 커다란 문이 또다시 열리더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

 

 "이분들이 당신을 아주 예쁘게 꾸며드릴겁니다."

 

 "아..아.."

 

 "아가씨?"

 

 사람이 많다..

 

 그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목이 막혀온다..

 

 그리고..또다시 생각나는..그 기억..

 

 "아..아니야..나는..팔리고 싶지 않아..!"

 

 '팔리고 싶지 않아..?'

 

 "아..이런.."

 

 "저기..집사장님? 이게 무슨.."

 

 "...당주님께서 직접 선정하셨던 아가씨 담당 메이드가 누구죠?"

 

 "아..미스 유리아 메이드입니다."

 

 "그럼 유리아 메이드만 빼고 나머지 분들은 전부 이 방에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네?"

 

 "지금 아가씨는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탓에 경련을 일으키고 계신 것 같습니다.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경매장에 있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기신거겠죠.."

 

 "그럴수가.."

 

 "일단 저 상태로 계속 계시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일단은 나가있으세요.나머지는 저와 미스 유리아 메이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

 

 쾅!

 

 갑자기 많아진 사람때문에 거칠어진 숨을 겨우 진정시키고 눈을 뜨자 많았던 사람들이 나가고 집사장과 여자 한명만 남아있었다.

 

 "어..저기..그..사람들은.."

 

 "모두 나가라고 했습니다."

 

 "네? 왜요..?"

 

 "아가씨께서 사람이 많은걸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아..저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지 마세요.그들은 숙달된 메이드들입니다.일정 하나 늦춰졌다고 아가씨들을 욕할만한 분들이 아니예요."

 

 "하지만.."

 

 "일단 시간이 없으니 빨리빨리 진행하도록 하죠.미스 유리아?"

 

 "네."

 

 "아가씨의 몸단정을 도와주세요."

 

 "유타디스 집사장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집사장이 말하자 유리아라고 불린 여자가 내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따뜻한 물로 내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앗..따가워.."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이런 커다란 상처가 있는줄도 모르고.."

 

 "아..아니예요..사과하지마세요..참을 수 있어요.."

 

 "아니요! 참으시라는 말이 아니예요! 이런 상처에 거품이 묻었는데 어떻게 참을수가 있겠어요..제발 참지말고 아픈곳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네.."

 

 긍정의 대답을 하긴 했지만 비명을 지르면 항상 더 때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지를수가 없었다.

 

 결국 온몸에 있던 상처가 거품으로 욱씬거리는 상태로 목욕을 끝냈다.

 

 목욕이 끝나자 유리아는 다시 내 손을 끌고 이번에는 침대에 앉힌 뒤 수백벌의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저기..이 옷들은 대체.."

 

 "전부 아가씨의 옷이예요."

 

 "네? 저..저는 이렇게 많은 옷을 받을 수 없어요!"

 

 "그런 걱정 하지마시고 받아주세요.이건 레타르 가문의 당주님께서 아가씨께 드린거예요."

 

 "당..주?"

 

 "일단 그 설명은 나중에 하고 옷부터 입죠.아가씨,어떤 옷이 제일 마음에 드시죠?"

 

 "마음에..든다? 저기..무슨 뜻인지..모르겠어요.."

 

 "...? 그러니까..좋다..뭐..내가 좋아하는 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옷을 고르시면.."

 

 "저는..좋아하는 색이 없는데요..그냥..이 몸을 가릴 수 있는거라면 작은 천이라도 좋아요..."

 

 "아..."

 

 "그럼 일단 우리끼리 골라보도록 하죠."

 

 "아..네!"

 

 내 대답에 당황하던 유티다스와 유리아는 수백개의 옷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긴 대화를 나누더니 곧 하나의 옷을 골라 내 앞에 왔다.

 

 "저희가 고른 옷은 이겁니다.마음에 드세요?"

 

 "아..네.."

 

 '아직은..마음에 든다라는 말은..잘 이해가 되지 않아..그냥 옷이면 되는데..왜 이렇게 나한테 물어보는거지?'

 

 내가 대답을 하자 유리아와 유티다스는 나를 일으키더니 몸에 두르고있던 긴 수건을 벗기고 옷을 입혔다.

 

 초록색과 금색이 섞여있는 긴 드레스형식의 옷이었다.

 

 "아.."

 

 "그럼 옷도 다 입었고 목욕도 했으니 슬슬 가볼까요?"

 

 "네.."

 

 내가 옷을 다 입자 유티다스와 유리아가 문을 열고 날 기다렸다.

 

 그 두명을 기다리게하고싶지 않았던 나는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려고 다리를 뻗었지만..어째서인지..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급하게 다리를 뻗은탓에 스탭이 꼬여버렸고 결국 바닥에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괜찮으세요.아가씨?"

 

 "아..죄송합니다!"

 

 "?!"

 

 "넘어져서 죄송해요! 다리가 꼬여버리는 바람에..다..당장 일어설게요!"

 

 넘어지면 항상 혼내는 어머니의 표정이 그 둘의 얼굴에 비춰지는 것 같아서 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아까처럼 한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라..왜 이러지..?"

 

 "잠깐만 가만히 계세요.제가 보겠습니다."

 

 내가 계속해서 일어나지 못하자 유티다스는 내 다리쪽으로 와 유심하게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건..지독하네요..아무래도 아가씨의 다리에 {지옥의 족쇄} 스펠을 걸어둔 것 같습니다."

 

 "{지옥의 족쇄}..?"

 

 "속박 스펠 중 하납니다.상대방의 중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신체부분에 걸어 자유를 속박해버리는 일명 노예 스펠이라고 불리는 스펠이죠..이게 다리에 걸려있으니..힘이 들어가지 않는것도 당연합니다."

 

 "아..죄송합니다."

 

 "아가씨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하지만..이렇게되면 아가씨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거나 걷는건 일절 행해지지 않으니..안고가야할 것 같네요.유리아?"

 

 "네."

 

 "강화 스펠을 걸 수 있습니까?"

 

 "네.가능합니다."

 

 "그럼 팔에 {신의 가호} 강화 스펠을 걸어 아가씨를 들어주십시요."

 

 "알겠습니다.{신의 힘을 나에게}!"

 

 유티다스의 말에 유리아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고 유리아의 팔에서 파란빛이 돌기 시작했다.

 

 "저..절 든다니..저 되게 무거운데.."

 

 '어떻게 여자애가 이렇게 무거울 수가 있지? 아무래도 넌 오늘부터 살을 빼야할 것 같네.아침이랑 점심은 기본으로 굶어라.'

 

 "으윽..!"

 

 내 걱정과는 다르게 유리아는 나를 가볍게 들어 내 팔을 자신의 목에 두르게 했다.

 

 "어..어?"

 

 "보셨죠? 저 힘 세다니까요~떨어지지 않게 제 뒷목 꽉 잡으셔야되요.아셨죠?"

 

 "아..네.."

 

 '강화 스펠을 썼다지만..이렇게 가볍다니...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거야..'

 

 그렇게 유리아의 팔에 안겨 방 밖으로 나가 어느 방 문앞에 도착했다.

 

 "신의 영원한 검과 방패.레타르 가문의 당주님과 그 생명에 무한한 축복을 드립니다."

 

 "아...드디어 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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