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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을 이장이 되라고?
작가 : 돌돌고래
작품등록일 : 2020.4.1

집속탄이 비 처럼 내리는 곳에서 죽었다. 언제부턴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삶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눈 떠보니 저승이 아니고 숲속. 그리고...

"마을을 만들어서 이장이 되라고?"

쉬고 싶은데, 별 이상한걸 하라고 한다.

 
먹고 보니 고블린
작성일 : 20-04-01 18:54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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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뭐야.’

 

  분명 잡아가면 학계에서 아주 난리가 날 만한 생명체들이다.

  유사 인류! 새로운 유인원의 발견! 이라면서 아마도 한동안 뉴스거리로 떠들썩 할 게 보였다.

 

  ‘그런데 드럽게 못생겼네.’

 

  진짜 말 그대로 어떻게 저리 생겼나 싶을 정도로 못생겼다. 특히 매부리코와 피부에 벌레 파먹은 것 같은 구멍이 있는 놈도 있고, 티눈인지 알 수 없는 볼록한 피부병을 가진 놈도 있다.

 

  나무 몽둥이와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는 것만 봐서는 지능이 어느 정도 있는 녀석들이다. 그것만 해도 학계에서 난리가 날 이유가 충분하다. 한 마리 낚아채 갈까 하다가.

 

  꼬르륵.

 

  ‘지금은 내 점심! 단백질이죠!’

 

  그대로 뛰어내리면 찍어 누를 수 있을 위치에 놈들이 왔다. 윅은 소리 없이 뛰어내렸다.

 

  콰직!

 

  한 놈의 머리를 밟아 찍으면서 착지했다. 발에서 뼈 부러지는 촉감이 든 것으로 봐서는 분명 즉사였다.

 

  윅은 뒤돌아보는 녀석의 목에 나이프를 쑤셔 넣었다.

 

  “응기... 쿠르르륵.”

 

  녀석이 피거품을 물며 쓰러진다.

 

  “응깃! 기기깃! 으응깃!”

 

  순식간에 친구 두 놈이 당한 걸 보니 많이 놀란 모양인지, 바로 뒤돌아 허겁지겁 도망가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걸 놓칠 리 없는 윅은 빠르게 나리프를 던졌다.

 

  쉭. 퍽!

 

  날아간 나이프가 녀석의 등에 꽂혔다.

 

  “응기기깃! 끼이이잇!”

 

  아프지만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녀석을 윅은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한 마리만 있어도 충분하겠지만...”

 

  여유가 있다면 한 마리만 잡고 도망가게 놔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또 사냥이 된다는 보장이 없어 잡을 수 있을 때 다 잡았다. 남은 것들은 저장시키면 되니까.

 

  푹.

 

  뭐 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빨리 죽도록 척추와 이어지는 부분을 찔러 끊었다. 한 끼 식사가 되어준 것에 대한 자비였다.

 

  “후우.”

 

  지금 배에서 어서 먹을 걸 넘기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어떤 기생충이 있을 줄 알고... 이걸 그대로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윅은 물가에 돌을 좀 쌓았다. 그리고 그 돌 위에 목까지 물에 잠기도록 눕힌 후, 놈들의 동맥을 잘라 피를 뽑았다. 원래는 거꾸로 매달아 뽑아야 하는 거로 알고 있지만 당장 묶을 끈도 없고, 흘린 피 냄새를 맡고 올 짐승이 있을 거란 생각에 차선으로 생각한 방법이었다.

 

  “피가 빠질 동안...”

 

  윅은 태울만한 게 주변에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굴 안을 살폈다.

 

  “도끼?”

 

  부분적으로 녹이 슬어 있었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손도끼긴 한데... 생긴 게 좀 살벌하네.”

 

  꼭 바이킹이 쓸법하게 생긴 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손도끼는 아니었다.

 

  “도끼는 쓸 때가 많지.”

 

  도끼가 어떻게 생겼든 아주 유용한 물건이란 건 맞다. 윅은 도끼를 챙기고 안쪽을 더 뒤져보니 몇 개의 뼈를 발견했다.

 

  “사람 뼈?”

 

  정확한 건 아니지만 사람 팔뼈로 보였는데, 그 주위엔 웬 개털 같은 것들이 널려있다.

 

  “뭐야. 유인원인가?”

 

  팔만 있는 게 의문이었지만, 분명 아까 외계인 놈들이 잡아 먹었다는 게 확실했다.

 

  뼈를 지나치고 더 뒤져보았지만, 이상 건질 만한 건 없었다. 그래도 도끼 정도면 충분히 큰 수확이다.

 

  ‘불 때울 거나 좀 구하자.’

 

  윅은 굴 너머 숲에 들어가 태울 만한 것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먼저 마른 풀들을 제법 모은 다음에 마른 가지, 그다음 죽은 나무를 베어 주워왔다.

 

  다행히 불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컴뱃 나이프 칼집에 작은 파이어 스틱이 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문 제작할 때 혹시나 싶어 달아놓은 게 여기서 쓰일 줄이야.’

 

  칼날로 스틱을 긁는다. 카가각하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마른 풀 위로 떨어졌다. 네, 다섯 번을 시도하자 마른 풀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후우... 후우.”

 

  윅은 살살 바람을 불어 불씨를 키웠다. 따뜻한 열기가 얼굴을 덮었다.

 

  “됐다.”

 

  마른 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부셔서 불 위에 올리자.

 

  타닥, 타탁.

 

  특유의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 불이 잘 붙은 거 같다.

  이제 불도 붙었겠다 불씨를 관리하면서 잡은 놈들을 해체할 시간이었다.

 

  윅은 불 근처로 잡은 놈들을 끌고 왔다.

 

  퍽.

 

  일단 허기진 배부터 좀 진정시켜야 할 거 같아서 놈의 팔을 도끼로 단번에 잘라내었다.

 

  윅은 그대로 불 위에 팔을 올렸다. 놈의 팔은 미처 빠지지 못한 피가 부글부글 끓더니, 피부가 쪼그라들면서 벗겨지기 시작했다. 윅은 칼날로 피부를 벗기며 거의 타기 직전까지 바싹 구웠다. 혹시 모를 기생충 때문이었다. 뭐든 밖에서 잡은 거는 바싹 익혀 먹는 게 맞다.

 

  탄 부분이 조금 생기고 나서야 윅이 맛보기 시작했다.

 

  찌익.

 

  앞니로 살 부분을 조금 뜯었다.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누린내가 좀 나면서 질겼다.

  근육이 있는 부분이라 그런지 부드럽게 뜯기지 않았고, 제일 중요한 건 먹을게 별로 없다는 거다. 처음 죽이기 전에도 뼈밖에 없던걸 봤지만 이 정도로 먹을 게 없을 줄은 몰랐다.

 

  “대충 입가심 정도는 했으니 빨리 해체하자.”

 

  다 먹은 팔을 불에다 던져둔 윅은 놈들이 걸치고 있던 거적때기를 옆에 두었다. 그리고 나이프로 배 밑을 살짝 찌른 후 왼손을 V자로 만들어 가운데에 칼등이 오도록 걸쳤다.

 

  슥슥슥.

 

  천천히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내장이 터지지 않게 조심스레 움직였다. 전생엔 도축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한다는 걸 본적이 있어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윅은 목까지 가른 후 내장들을 조심히 들어내 거적때기 위에 올려두었다. 나중에 한 번에 버리기 위함이다.

 

  세 마리 모두 내장을 비웠다. 그리고 도끼로 머리를 자른 후 부위별로 토막 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토막 난 녀석을 불 주위에 대강 두고 나머지 녀석들도 빠르게 해체하기 시작했다. 작업을 마친 윅은 내장과 머리를 이곳에서 좀 먼 곳에다 버리고 온 후 완전한 식사를 시작했다.

 

  질겅질겅

 

  먹다가 턱이 먼저 나갈 거 같았지만 허기짐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만족하며 꾸역꾸역 먹었다.

 

  한 마리를 게 눈 감추듯이 해치웠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먹을 게 많이 없어 그런 거지만.

 

  적당히 배도 부르겠다. 남은 놈들을 훈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도대체 보상이 뭐지?”

 

  [퀘스트 완료 보상 : 작은 행운 (녹슨 전투용 철 도끼), 작은 경험 (고블린), 식량 (고블린)]

 

  “고블린? 내가 알고 있는 그 고블린?”

 

  소설이나 게임에서 주구장창 갈려 나가는 하급 몬스터. 순간 속이 니글해지는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잠시만. 지구에 고블린이 왜 있는 거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구엔 고블린이란 건 없다. 아니 있으면 안 된다.

 

  “설마.”

 

  윅은 지금 혼잡한 머리를 정리해보았다. 자신은 분명 백린 폭격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마지막으로 보고 눈을 감았다. 그 말은 분명히 죽었다는 말인데, 어째선지 멀쩡히 눈을 떴다. 그것도 공기 좋은 숲에. 그리고 책이 시키는 대로 하니 고블린이 나타났다. 이 말을 종합해보면.

 

  “허미 시펄. 설마... 에이 설마... 그런 게 어딨어.”

 

  윅의 동공이 쉼 없이 떨렸다. 수많은 임무를 진행하면서 지금 만큼 뒤통수를 꽝 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설마 다시 살아난 거야? 다른 세상에?”

 

  * * *

 

  타닥. 타닥.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방긋 웃는 밤. 달이 두 개인 걸 보니 일단 지구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윅의 얼굴에 그늘을 만들었다. 윅은 모닥불 ASMR을 들으며 멍하니 불 속을 바라보았다. 작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 자신이 투영되어 보이는 것만 같아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후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봤다.

 

  “어쩌면 이게 기회일 수도 있는 건가?”

 

  이제 자신은 대한민국의 소속이 아니다. 더 이상 국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그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작전을 뛰면서 적이지만 사람을 죽여봤고,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죽는 것도 제법 봐왔다. 아무리 경험 많은 선배건, 경험이 아예 없는 후배건, 죽음으로부터 자비가 없는 곳에 수년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버린 것이다.

 

  “그럼 이 세상에 녹아들어서 쉬면 되겠네.”

 

  맑은 공기와 물. 자연경관 또한 정신적인 힐링으로선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윅은 자신의 옆에 자리 잡은 책을 내려다보았다.

 

  “최종 목표가 마을을 만드는 거라고 했지.”

 

  혼란을 억제 시킬 수 있는 마을. 억제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핵이었다. 하지만 이쪽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도 모르고 만드는 법도 모르니 핵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어떤 세상이기에 혼란을 억제 시키란 말이지? 억제력을 가지려면 마을이 아니라 국가 단위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또 다른 의문이 들었지만, 이건 일단 이 숲을 나가고 생각해볼 문제 인 거 같았다.

 

  “어쨌든 최종 목표를 완수하면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말이지?”

 

  윅은 혹시나 다른 무언가가 있나 책을 펼쳤다.

 

  [첫 번째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명을 향한 발걸음에 축복이 깃들길 기원하겠습니다.

  [퀘스트 : 터를 잡은 당신. 이제 숲을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숲의 특징, 생태, 지리를 잘 알아야겠지요. 이 주변을 정찰하여 무엇이든 기록하세요. 지리면 지리, 생태면 생태.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0/5)

  [보상 : 새로운 인연, 숲을 나갈 수 있는 실마리.

 

  새로운 퀘스트가 어느새 적혀있었다. 그리고 나갈 수 있는 실마리에 윅의 눈이 번득였다.

 

  실마리라는 보상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기록을 하란 말이지.”

 

  무얼 기록을 해야 할까. 지리를 기록하라는 것은 지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생물이라...”

 

  윅은 훈제가 돼버린 고블린을 쳐다보았다.

 

  ‘저것도 기록으로 쳐주려나?’

 

  펜으로 책에다 고블린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았다.

 

  [고블린, 매부리코에 씹창난 피부. 조금만 힘쓰면 부러질 거 같은 팔, 다리에 체형은 어린 아이 정도. 겉모습처럼 상대하기도 쉬운 거 같다. 지능은 어느 정도 있는지 도구를 쓰는 거 같으며, 거적때기지만 가릴 곳은 가리고 다닌다.

  [먹기 전엔 고블린이라는 이름만으로 식욕을 뚝 떨군다.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먹을 게 별로 없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

 

  화아아.

 

  책이 작게 반짝인다.

 

  [이 주변을 정찰하여 무엇이든 기록하세요. 지리면 지리, 생태면 생태.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1/5)

 

  0이었던 숫자가 1로 바뀌었다. 윅은 대강 어떤 걸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좋아. 나머지는 일단 자고 나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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