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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페르신라
작가 : 경화수월
작품등록일 : 2020.1.19

페르시아의 구전 서사 쿠쉬나메에 기록된
7세기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의 공주의 사랑이야기.

 
신과 국민
작성일 : 20-03-18 20:21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1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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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광장 페세나 스퀘어

 

 두둥 두...

 

 북이 울리기를 시작하자 현 황제 아우고레스 아비틴이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일어났다.

 

 모든 악기와 모든 사람들이 침묵했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었다.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아우고레스 아비틴

 

 아기 시절부터 울지 않았고, 말도 없었으며, 감정표현이 없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많은 궁녀들은 그를 나무왕자라 불렀다.

 

 7세에 왕위 상속 포기를 선언. 학문과 종교 연구에 심취하였고,

 

 15세에 페르세폴리스를 떠나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20년 후 페르세폴리스에 돌아와 당시 신의 여인이라 불리던 여인과 결혼하고 신의 뜻을 따라 황제가 되었다.

 

 당시 페르세폴리스는 피의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하여 ‘혈무사’라 기록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혈무사는

 

 평범한 여인이 피의 안개를 걷어내기 위해 신의 부름을 받고 신의 헝겊으로 페르세폴리스의 피를 닦아내었고, 이를 어여삐 여긴 신의 은총이 깊은 산 속 수행자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수행자는 3번. 신의 부름을 받고 거절하지 못하여 페르세폴리스로 돌아왔다.

 

 후에 신의 여인의 기지와 수행자의 노력으로 피 안개를 걷어내었다.

 

 라고 한다.

 

 그러한 성격의 황제였기에

 4왕자는 작은 행동이지만 없었던 황제의 행동에 긴장하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 그리고 눈으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압살 압둘 크세르 아비틴의 어머니이자 현 페르시아의 실세.

 파노테이야는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미소로 답했다.

 

 

 4왕자는 안심했다.

 

 ‘그래. 어느 누가 감히’

 

 그러나

 페르시아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고 생각하는 검은 구름과 검은 안개의

 짧은 대화를 놓치지 않고, 느꼈으며, 경계하였으나

 티를 내지 않은 불씨들이 몇 있었다.

 

 6왕자 모헨조 아비틴.

 아우라마 아라스파스

 메가조비크스 아스티바

 아슐 페니 탄바르

 그리고 아우고레스 아비틴

 

 이 불씨들은 각자의 음모와 소신과 계산과 원망과 뜻으로 자신을 태우며 꺼지지 않고 있었다.

 

 천년동안 어두웠던 동굴을 밝히기 위해서 천년의 불은 필요치 않다.

 불을 밝히는 순간 밝아지리라.

 

 

 

 

 황제는 말하였다.

 

 “나. 황제. 아우고레스 아비틴. 묻겠노라. 왕자들이여.

 신의 뜻을 알 수 있는가?”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같은 침묵의 무게가 아니었다.

 매우 무겁고 진중한 침묵이 이어졌다.

 

 

 

 

 보통은

 

 황제의 입이 말한다.

 

 “좋은 인재를 등용함은 무엇이고 좋은 인재를 사용함은 무엇인가?”

 

 후에 왕자가 일어나면 황제의 입이 왕자의 이름을 말한다.

 

 뒤이어 왕자들이 웅변으로 자신을 뽐내며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자리이다.

 

 왕자의 서열이 있고

 매번 해오던 행사이기에 무리 없이 진행이 된다.

 

 그러나 실은 각자의 정보원들에 의한 조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리라.

 

 허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의 계획은 전혀 아니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선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아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아득히 넘어 신을 건드리는 위험한 발자국을 내 딛는 행위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모두 긴장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또 하나의 모습이 있었다.

 

 파노테이야의 싸늘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매우 불편하고 피곤하게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만들뿐.

 원하는 것이 이루어 질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밝은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이게 바로 신의 뜻과 함께하는 것 이예요.”

 

 파노테이야는 언제나 그랬다.

 

 꾸며진 웃음이지만 인자하고 자애로운 웃음을 보이던 신의 여인.

 그러나 지금

 

 싸늘하고 매서운 미소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독을 가득 품고 주위의 냄새를 느끼는 무서운 눈빛이었다.

 

 그리고 더욱 무겁고 어두운 침묵이 이어졌다.

 

 황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게에 눌린 사람들.

 무게에 눌려 머리와 허리를 더욱 숙이는 신하들.

 무거운 침묵을 누군가 나타나 대신 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황제는 유감스러웠다.

 

 그러나 황제는 더욱 곧게 자신을 세웠다.

 

 목이 달아나도 옳은 말은 해야 하고, 그른 일은 막아야 한다던 신하들.

 죽을 때까지 제국과 황제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세를 했던 군인들.

 오직 황제의 은총에 감사를 드린다던 국민들.

 

 황제는 외로웠다.

 

 황제는 분위기에 가장 민감한 시녀들. 그리고 감정표현이 가장 솔직한 공주들을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굳게 서 있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을.

 어쩌면 해롭고 위험해도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 한다는 것을

 

 황제는 슬펐다.

 

 ‘때가 아님인가... 내가 아님인가...’

 

 4왕자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황제가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이제 앉아라.’

 

 황제는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도시. 그리고 도시를 가득 매운 수많은 사람들.

 제국이라 불리는 페르시아. 모든 존재들의 존경과 충성. 그리고 부러움과 믿음.

 

 이제, 이것들에 의해 갇혀있음을 느꼈다.

 

 황제는 고개를 돌려 의자에 앉으려 하였다.

 

 파노테이야는 황제를 보고 잔의 술을 입에 갖다 대었다.

 

 4왕자는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이제 내가...’

 

 “황제시여.!”

 

 “오. 그래.”

 

 8왕자 페르 아비틴이 말했다.

 

 4왕자는 어이가 없었다.

 

 

 “황제께서는 어떤 신의 뜻이 알고 싶으십니까?”

 

 4왕자의 입에서 썩은 미소와 함께 어이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차!”

 “허.”

 “훗!”

 “어?”

 하이...참“

 

 뒤이어 다른 왕자들의 입에서도 실소와 함께 계속해서 어이없다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보통은 황제의 입에서 나온 문제도 황제와 나라를 찬양하고 시작하는데 이놈은 진짜 문제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황제시여.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황제께서 너무 너그러이 대하시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뭐든 물으면 다 나오는 건지 궁금합니다. 어떤 신의 뜻이든 다 되는 겁니까?”

 

 “예를 갖추세요. 왜들 이러십니까. 황제시여. 8왕자께선 어린 시절부터 큰 사건과 사고를 겪고 아직 치유가 다 되지 않은 듯합니다.”

 

 “부끄럽지 않나? 사건 사고 겪으면 이리해도 되는 건가?”

 

 “8왕자는 평소에도 노력은 않고 그저 먼 하늘만 바라보고 시간을 보냅니다. 제국의 많은 선량한 국민들의 세금을 그도 쓸 것 아니겠습니까?”

 

 “논의를 계속 하려면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본래의 논의를 이어 갑시다.”

 

 “8왕자님. 나도 궁금해요. 왕자께선 신의 뜻을 다 알고 말하는 것이지요? 내 질문에 대답 좀 해보세요.”

 

 4왕자는 침묵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보았다.

 

 

 황제는 분위기를 틈타 자리에 앉았다.

 분명 황제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다. 황제는 신에 대하여 이치와 법도로 따져보기를 원했다. 정치를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 신의 뜻과 만나는 순간 무력화되고 소용없어지는 것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신의 뜻은 검증이 불가능하고 변화도 불가능하며 해결이나 치료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확산을 막을 수도 없다.

 그런데 신의 뜻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만든다.

 

 황제는 국민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지만...

 너무 어렵고 외로웠다.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하면 많이 편하고,

 아주 작고 간단한 일도 하려면 제약과 견제가 너무 많았다.

 

 관리들은 말한다.

 [법을 만들면 국민들은 자신들을 옥죄려 하기에 황제의 덕이 전해지지 않는다]라고.

 그리고 법이 없으니 조그만 힘이라도 있으면 사람을 마음대로 부리고 괴롭히고 못살게 굴다가 버려버린다.

 죽이면 안되는 법이 있으니 죽이지만 않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황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황제는 왕자들을 보았다.

 

 왕자들은 이런 황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터져버린 입을 주체하지 못하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사트라프들은 이걸 어떻게 하나 난감한 표정으로 뭔 소리를 내려다 말고 또 내려다 말고 조금 소리를 질렀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알아듣는 사람들은 조금씩 웃었다.

 

 “그니까 8왕자. 하나만 말해봅시다. 알아요? 신의 뜻을 알아요?”

 

 “알면 이러지 않겠지.”

 

 “예를 갖추세요. 지금 우린 국가 행사 중에...”

 

 “그만들 하시고 제대로...”

 

 “당신의 신은 누구입니까?”

 

 “하히고....참...”

 

 이때 4왕자가 말했다.

 

 “나는 압살 압둘 크세르 아비틴.”

 

 그리고 황제의 입을 보았다.

 

 황제의 입은 얼빵한 표정으로 잠시 멍하니 있다가 큰소리로 말했다.

 

 “압살~ 압둘~ 크~세~르` 아비~틴!!!.”

 

 모든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신의 여인 파노테이야는 입가에 미소를 되찾았으며,

 황제는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4왕자는 말했다.

 

 “제국과 황제폐하의 은혜가 영원하기를.

 아후라 마즈다님의 창조에 감사하며 질서를 인정합니다. 우리의 삶이 창조 되었고 우리의 삶을 존귀하게 여깁니다. 그분의 뜻과 계획을 따르겠나이다.”

 

 4왕자는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와 몸짓으로 4왕자와 뜻을 함께함을 나타내었다.

 

 4왕자는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드리는 듯 하였다.

 그러나 5개의 불씨들은 그가 아주 크게 웃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그대들에게 묻겠다. 죽음은 신의 뜻인가?”

 

 황제는 4왕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매우 아쉬웠다. 황제는 씁슬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들이라...4왕자여...’

 

 왕자들은 입을 닫았고, 각 사트라프들은 각각의 언어로 소리를 질렀다.

 

 “왕자들이여. 죽음은 신의 뜻인가?”

 

 그리고 4왕자는 왕자들을 보지 않았다.

 

 파노테이야와 아우라마 아라스파스를 보았고, 황제를 보았다.

 

 

 “죽음은 신의 뜻이 아닙니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였다.

 

 ‘뭣?!’

 

 4왕자는 황제와 기싸움을 하려 하는데 난데없이 또 8왕자 페르 아비틴이 끼여서는 찬물을 확 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진짜’

 “하..너는 방종이 너무 지나치다. 네놈이 신이라도 되냐?”

 

 “묻기에 답해드린 것입니다. 죽음은 신의 뜻이 아닙니다.”

 

 “뭣이 어째?”

 ‘이....등신이.....’

 

 “그러니까 네놈이 그걸 어찌 아냐? 신의 뜻을 어찌 네놈만 아느냐?”

 

 “신의 뜻을 모르십니까?”

 

 ‘아니 이 새끼가.....’

 

 잠시나마 황제와 기싸움을 했던 4왕자가 바닥에 내쳐지는 순간이었다.

 

 “너는 그니까 안다고?”

 ‘이 새끼는 진짜 죽인다. 너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

 

 “네. 압니다.”

 

 ‘허....나....이....안다고만 하고....이 등신 새끼가.....’

 “그러니까 어떻게.......”

 

 “아니 그걸 왜 모르십니까?”

 

 몇몇 군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본 해군 사령관이자 3군단장 아슐페니 탄바르. 그의 눈이 무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과 멈추지 않으면 어찌될지 모른다는 경고가 느껴졌다.

 이를 본 아우라마 아라스파스가 파노테이야와 아슐페니 탄바르를 번갈아 보았고, 이를 다시 타카바라 엠퍼와 메가조비크스 아스티바가 보았으며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황제가 보았다.

 

 4왕자는 황제에게 말하였다.

 

 “지금 저놈은 신성한 신과 제국과 황제를 모두 능멸하고 있습니다. 감히 제국의 피와 살을 갉아 먹고 있는 주제에 그 감사함과 신실함을 모르... ”

 

 황제는 4왕자가 가증스러웠지만 그래도 섣불리 뜻을 나타내지 않았다.

 

 “존엄하신 황제시여, 그리고 제국국민들이시여, 저는 신도 제국도 그 누구도 업신여기거나 깔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신의 뜻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의 뜻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외면할 뿐이다.“ 위대하신 선조이시며 지금은 신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시고 함께 해 주시는 아케메네스 키루스 황제께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8왕자는 4왕자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

 ‘이 죽일놈이 기어이.’

 

 아차 싶었다.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 모두 서로 할 말만 할 때, 오직 나만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지금 흥분하고, 화를 내고, 가벼운 언어를 사용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페르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신께 항상 뭔가를 바치고 희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떤 신도 그렇게 하라고 하신 적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만든 형식이고 우리가 만든 여러 행사의 순서일 뿐입니다. 어떤 신이 돈과 눈물과 피와 생명을 원하겠습니까?”

 

 4왕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가득 차올랐다.

 이제 다른 왕자들이 말을 더했다.

 4왕자와는 달리 페르는 만만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옳지 않소. 우리가 해가 길어지기 전에 양의 피로 제를 올리고, 해가 짧아지기 전에 소의 피로 제를 올려 많은 상해와 재해와 재난을 피함은 국가의 예이고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신을 향한 예이오. 이는 아케메네스 키루스 황제께서도 극진히 예를 다하셨으며, 그로인해 많은 해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왔던 사실이 있소.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헛짓이고 거짓이란 말이오?”

 

 “실로 그러합니다. 오래전부터 해왔던 일이라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인즉. 하던 것을 안 해서 피해를 입은 경우는 보았으나 하던 것을 해서 피해를 입은 경우는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농사에 부려먹을 소를 잡는 것보다, 불경하다고 여겨지는 돼지를 잡기보다, 충성심이 강한 개를 잡기보다, 이집트에 비싸게 팔 수 있는 고양이를 잡기보다 양이 잡기 좋았고,

 농사가 끝나갈 쯤. 늙은 소 한 마리 잡는 것도 괜찮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때에는 이리 반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페르는 단 한마디로 받아쳤다.

 “에이.”

 

 “예를 지키세요. 지금 무엇을 하십니까. 모든 것이 다 용인 될 거라 여기시오?”

 

 “예전부터 해오던 것 중에 나쁜 거 다 말씀 드려요?”

 

 “흠.흠”

 

 “그럼 신께서 하셨던 예를 그만하지는 것이요?”

 

 “신께서 하셨어요?”

 

 “뭐야?”

 

 “신께서 지금 말씀하신 그것들은 직접 하셨어요?”

 

 “아니.....익”

 

 8왕자 페르 아비틴은 눈썹을 올리고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약간 기울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표정만 지었지만 누구나 알아 들었다.

 <머 병시나> 라는 것을

 

 “잌...아니 조금 전에.......이.......”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왕자를 대신해 다른 왕자가 말을 이었다.

 

 “아케메네스 키루스 신께서 예를.......”

 ‘아....그때는....살아계셨었지....’

 

 왕자는 말을 하면서 아차! 했다.

 

 “...다 하셔서 그래서 아주 훌륭히 제국과 국민과 그리고 우리 음. 이 나라와 군대와 이게 갑자기 뭘 막 하고 그러면 안 됩니다. 이게.”

 

 조용해지며 뭐라고 구시렁 대면서 지 자리로 찾아 갔다.

 

 4왕자는 견딜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야만 했다.

 

 다른 왕자가 페르에게 말했다.

 

 “4왕자. 이 세상에 가장 현명한 한 문장이 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무엇입니까?”

 

 “이.....아니.....그것도 모르면서 어찌 신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사실 이건 스스로 말려든 것이다.

 정답은 모두 배워 알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인다. 모든 왕자들이 기본으로 배우는 문장이다.

 페르가 이 대답을 하면 ‘너는 어찌 가장 위대하고 존엄하신 신께 공짜로 바라기만 하고 드리는 것은 없을 수 있느냐? 우리는 먹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존재들인데 그렇다면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니 이것이 옳을 수 있겠느냐?’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페르는 진짜 몰랐다. 페르는 기본이 안 되어있는 놈이다.

 

 “음...신의 뜻은 달콤하지 않고,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다급하지도 않아요.”

 

 “그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그리 정함은 니가 스스로 신이 되어 신의 뜻을 정하는 것이 아니냐 어찌 이리도 교만할 수가 있느냐?”

 

 왕자들은 희한하게도 페르를 무시하고 깔보았다.

 그리고 페르에 대한 여러 험담을 하였다.

 그래서 페르와 대화만 하면 이상하게 이성을 잃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불은 자신의 눈에서 난 불이기 때문에 자신을 태우는 것이다.

 

 페르에게 반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지들끼리 있을 때에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 갔다.

 

 “왜냐하면 신의 뜻을 가리고 속이는 우리의 욕망이 어렵고, 달콤하고, 복잡하고, 다급해서 서두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말하려던 왕자들은 이내 침묵했다.

 

 큰 소리를 낼 수 없어 평소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6왕자 모헨조 아비틴이 말했다.

 작게 기침을 섞어가며 말하였기에 역설적이게도 더 집중하였고 더 영향력이 있었다.

 

 “어흠..콜록....으흠...콜록....아....신께서는 잘 베풀며, 속이지 않고, 모든 선한 것을 창조하셨습니다. 콜록....흠...그리고 선한 생각, 선한 말, 선한 행동이 우리를 신과 함께 하도록 합니다. 콜록.콜록. 제사와 율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사와 율법은 신을 향하는 것이라는 것을.....콜록....”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왕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오늘은 평소와 다른가.

 어째서 나의 생각과 같지 않은가.

 무엇 때문에 내가 준비한 것은 소용이 없는 것인가.

 

 ‘혹 나만 선택받지 못한 것이고 나머지는 그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닐까’

 

 왕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를.

 

 그리고 살기위해선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선택받지 못한다면 선택받은 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느끼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을 준비했던

 

 왕자들, 그리고 왕자들에 의해 선택된 자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해결책과 핑계와 활로를 찾아야 했다.

 

 “그렇습니다. 신께서 우리를 위해 우리에게 주신 것들. 불, 물, 땅, 바람은 선한 것들이며 우리를 위하여 선한 일들을 합니다. 그러니 신의 뜻 또한 선한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실로 그렇습니다. 제가 불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불은 모든 불결하고 정하지 않은 것들을 깨끗하게 해줍니다.”

 

 “스스로 오염되지 않으며 곧게 하늘을 향하며,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왕자들은 마이쮸를 받기 위해 집중하고 발광하는 아이들처럼 나대기 시작했다.

 

 “따뜻함과 이로움을 주며 음식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멀리 있지 않고 저와 가까이 있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마이쮸를 받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물과 땅과 바람과 신을 찬양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왕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웅변이 아니라 소리를 질렀다.

 황제의 입이 아니라, 사트라프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신의 따뜻함과 신의 선함을 왜곡하고 이용하는 거짓된 자를 구분하는 법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신께서는 돈을 달라고 하지 않으시고, 성을 밝히지 않으시며, 달콤하고 복잡한 말을 하지 않으신다.

 

 페르기 한 말이었지만 페르를 기억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왕자가 말하고 황제의 입이 말하고 사트라프들이 말하고 제국의 국민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었다.

 

 평소와 익숙하며 평소보다 즐거운 분위기였다.

 

 지역의 관리들보다 더 큰 힘을 지니게 된 종교지도자들을 견제하고 싶었던 사트라프들도,

 가족들이 너무 종교에 심취하여 희생하는 모습에 답답하던 가장들도,

 종교인들의 눈치를 보며 장사를 해야 했던 장사꾼들도,

 의학지식을 종교적 방술과 사술로 왜곡시키는 모습에 질렸던 지식인들도

 모두 좋아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다.

 

 

 시녀들과 공주들은 지들끼리 속닥속닥대며 종교관련 가십들을 이야기를 하였고,

 

 왕비는 거짓으로 웃음을 지었으며,

 황제는 진심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다급함과 서두름이 4왕자를 말하게 했다.

 

 “신의 뜻을 우리 편의로 해석하는 것은.....”

 

 이라고 말했지만 수근대는 사람들과 박수와 환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물론 황제의 입이 들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사트라프들 중 인접해 있던 몇몇은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이 있었던 왕자들은 모두 들었지만,

 

 일어나서 지 이야기 하며 분위기를 더욱 상승시며 국민들과 황제에게 각인되기 위해 목청을 높여 악을 쓰며 이야기 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신을 향하지 않고 신과 함께 합니다. 여러분의 아픔 신과 함께 하시면 저는 신과 함께 하기에 우리 같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제가 신과 함께하면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세금이 제국을 만들었고 여러분의 진심이 신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이제 저도 제 모든 것으로 황제와 제국을 위해 바치겠나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제가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선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선한 생각과 선한 말만으로는 소용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불이 되어 고기를 굽고 어둠을 밝히고 하늘을 향하겠습니다. ”

 

 압살 압둘 아비틴도 더욱 소리를 높여 말했다.

 

 “신의 시험과 심판을 구분할 수 있는가? 심판이 두렵지 않아!!!”

 

 이 시대의 종교에서는 신은 피조물을 영원히 심판하고 고통을 주는 개념인 지옥이 없다. 최후의 심판이 오면 선한 인류를 구원할 선한 영웅이 악과 전쟁을 벌이고 승리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 쓸데없는 개소리인 것이다.

 

 신은 선한 모든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제가 일어나 손을 들어 보였다.

 사람들은 천천히 집중했다.

 

 하지만 침묵하지 않았다. 작게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점점 조용해지고 있었지만

 

 황제는 기다리지 않았다.

 

 침묵을 우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헨조 아비틴.”

 

 황제의 입과 사트라프들이 소리쳤다.

 

 평소라면 6왕자라고 했을 것이다.

 

 “할 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자리에 앉아있던 2명이 왕자. 페르와 모헨조.

 모헨조가 일어나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와 몸을 숙여 황제에게 예를 갖추었다.

 

 4왕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황제역시 황제의 예로써 가슴에 주먹을 대고 모헨조를 바라보았다.

 

 “콜록. 콜록 콜록....흠......콜록.. 황제시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했다.

 하지만 무겁지 않았다.

 

 “여기서 보고 듣고 있노라.”

 

 “콜록. 신과....... 황제와 국민과 함께 하겠나이다.”

 

 바로 아우고레스 아비틴. 황제가 말했다.

 “신과 국민을 위하여.”

 

 [“우오와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짜짜자자자자자자자작!!!!!]

 

 대지를 가르고 하늘에 닿을 듯 한 엄청난 소리가 나왔다.

 

 황제의 입과 사트라프들은 이제야 소리를 질러댔다.

 

 “신과 국민을 위해!!!”

 “신과 국민을 위해!!!!!”

 

 사람들이 기쁨과 감동의 소리를 질렀다. 군단장들도, 군인들고, 관리들도 모두 소리를 질렀다.

 

 “신과 국민을 위해! 신과 국민을 위해!! 신과 국민을 위해!!!“

 

 무기를 부딪치는 소리와 함성소리와 북소리와 나팔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하늘의 신에게 들릴것만 같았다.

 

 페르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말했다.

 “신과.....국민.....신과 국민을 위해.....신.....신과 국민...”

 그리고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파노테이야의 눈에는 독이 맺혔고,

 압살 압둘 크세르 아비틴의 눈에는 분노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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