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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초적 욕망
작가 : 박소영
작품등록일 : 2016.10.9

“당신을 위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외모로 살아가며 당신이 원하던 일을 이루고, 당신의 이상형과 당신이 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드십시오. 유토피아는 당신이 창조하는 완벽한 현실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했다. 만 30세를 넘긴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실제 유토피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그들’의 욕망이다. 이를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계약(1)
작성일 : 16-10-16 02:40     조회 : 474     추천 : 1     분량 :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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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빨리 올게.”

 

 나는 잠든 영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열심히 해야지. 영지도 깨어났으니까, 괜히 일찍 나오지 마.”

 

 엄마는 언제나처럼 ‘맡은 바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알았어. 엄마 이따 저녁 꼭 챙겨먹어. 영지만 챙기지 말고.”

 

 엄마는 알겠다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여전히 푸석했지만,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나도 딱 그만큼은 마음이 놓였다.

 

 “다녀올게!”

 

 곧 병실을 빠져나왔다.

 

 엄마는 내가 알바를 가는 줄 알지만, 사실 백화점에는 다친 동생을 간호해야 한다고 말해놓았다.

 

 -저 지금 병원에서 출발해요. 어디로 가면 돼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문자를 보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서울 밖에 있다는 그를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영지가 정말 의식을 되찾긴 했다.

 

 나는 그의 장담이 예언이 된 것에 경악했고, 내 전화를 받고 돌아온 엄마는 기뻐서 울었으며, 별다른 차도가 없는 영지의 뇌 CT를 보던 의사는 기적이라며 크게 놀랐다.

 

 그러나 정작 죽다 살아난 당사자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영지는 깁스에 싸인 자신의 다리를 외면하며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제사상의 향을 켜듯 조용히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껐다. 역시 기특한 영지답게 고맙다는 말만은 잊지 않았다. 엄마의 미역국도 두세 모금 넘겼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내 다시 잠을 청한 영지의 모습은 폭풍전야의 불길함을 풍겼다.

 

 이후 혼자 산책을 다녀온 엄마의 눈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빨갛게 부어있었다.

 

 띵-동.

 

 지-잉.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답장이 왔다.

 

 -강원도 정선 시외버스터미널로 와요.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남자의 나머지 제안을 모두 수용하는 대가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는 추측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무슨 일이든 영지와 엄마를 위해서라면 나는 해야만 한다.

 

 

 ***

 

 

 어젯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탓에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버스에서도 잠은 오지 않았다. 오늘따라 뇌세포는 분주하게 움직였고 심장박동도 평소의 1.3배속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저 지금 내렸는데 어디에요?”

 

 요술램프 지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 보이죠?

 

 평일이라 그런지 터미널은 한산했다. 한 구석에 주차된 익숙한 차가 금방 눈에 띄었다.

 

 “어디 갔어요?”

 

 이미 시동이 걸려있는 차의 보조석 문을 열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차의 문을 잡은 채 작은 주차장을 두리번거렸다.

 

 -일단 타요.

 

 내가 그의 말대로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매는 순간, 차가 출발했다. 그러니까 운전석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차가 저 혼자서 출발했다.

 

 “어 뭐야? 급발진? 급발지이인!! 저기요!!”

 

 나는 두 손으로 전화를 붙잡으며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차가 움직이는 속도에 비하면 과도할 정도로 요란스럽게.

 

 -진정해요. 무인자동차, 알잖아요? 사람보다 운전 잘 하니까 걱정 마요.

 

 물론 그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뭔 소리예요? 어제는 그쪽이 운전했잖아요?”

 

 -그냥 핸들만 잡고 있었는데? 저 그 차 운전할 줄 몰라요. 전혀.

 

 그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럼 미리 말이라도 좀 해줘야죠!”

 

 피곤함 때문에 한껏 더 날이 선 내가 콱 짜증을 냈다.

 

 -미안해요, 내가 계속 속이 안 좋아서 차만 보냈어요.

 

 남자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묻어났다.

 

 아무래도 이 남자, 자기 정체를 의심하지 말라고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

 

 

 꼬불꼬불한 산길을 부드럽게 달리던 자동차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알아서 시동을 껐다.

 

 깊은 산 속에 덩그러니 놓인 2층 건물 한 채가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었다. 키 큰 소나무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그 건물은 흡사 갤러리나 고급카페 같았다.

 

 내가 건물로 다가가자 꽤나 무거워 보이는 철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문 뒤로 넓고 정갈한 거실이 살짝 보였다.

 

 그냥 들어가도 되는지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데, 그가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왔다.

 

 “안 들어오고 뭐해요?”

 

 하얀 면티와 어두운 색의 면바지. 그는 새벽과 달리 편안한 차림이었다.

 

 자연광에서 다시 보니, 그의 하얀 피부와 밝은 금발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피부 결’이라는 표현보다는 ‘피부 재질’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매끈한 피부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여기 살아요?”

 

 나는 그를 보며 물었다. 그는 테가 아주 얇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머리는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사는 건 아니에요.”

 

 그는 내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저 들어가기 전에 할 말이 있는데요.”

 

 나는 문간에 발을 꼭 붙인 채로 운을 뗐다. 먼저 거실로 향하던 그가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그쪽이 아주 멀리서 왔고,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우리 영주 다리도 고쳐줄 수 있고, 나한테 일자리도 제공해주고, 결국 나를 작가로 데뷔시킬 거란 말.”

 

 나는 숫자를 세듯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빠르게 말했다. 버스를 타고 3시간을 오는 내내 그가 했던 말들을 수십 번씩 곱씹었더니, 발음 하나 안 꼬였다.

 

 “이제 전부 믿어요.”

 

 내 말에 그가 흥미롭다는 듯이 한 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니까, 자꾸 사람 놀래키는 것 좀 그만해요. 그쪽 대단한 거 충분히 알겠으니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내 작전이 통했네요?”

 

 살짝 웃을 뿐인데도 평소보다 훨씬 착해 보였다.

 

 “알겠다고 하니까 이제 안 그럴게요.”

 

 그는 다시 휙 돌아서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양 쪽 귓바퀴에 독수리 날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게 보였다.

 

 나는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회색 실내화로 갈아 신고 그를 뒤따랐다.

 

 높이가 5m는 될법한 거실의 한 쪽 면 전체가 유리창이었다. 그 너머에는 하늘 높이 뻗은 소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디귿자 모양의 큰 소파가 소나무 숲을 향해 놓여있고, 그 가운데에는 소파와 높이가 같은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남자와 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산 속은 도시보다 해가 빨리 지는지 밖은 금방이라도 어두워질 것 같았다.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설명해주세요. 오늘은 의심하지 않고 들을 자신 있으니까.”

 

 내 말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뭐 그런 표현이 있더라구요?”

 

 질문이 아닌 질문을 하면서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화면을 톡톡 터치했다.

 

 “우리도 일단 보고 나서 얘기하죠.”

 

 그는 핸드폰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내 쪽으로 쭉 밀었다.

 

 “참고로 지금부터 보고 듣는 모든 건 기밀사항이에요. 가족, 친구 그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절대.”

 

 “그럼 뭐 기밀누설 방지 서약이라도 해야 하나요?”

 

 나는 내 쪽으로 밀려온 핸드폰을 잡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는 내 말에 딱히 반응하지 않았고, 핸드폰에서는 곧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배경에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 등장했다. 그녀의 구릿빛 피부와 민트색 머리칼은 매우 대조적이었고, 웃는 얼굴은 매력적이었다.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을 조금 더 클로즈업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동자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라임색과 분홍색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눈동자 안에서 별무리가 이동하고 있었다. 눈 속에 우주의 성운이 있는 것만 같았다.

 

 신비로운 눈을 가진 그녀는 내가 처음 듣는 외국어로 말을 시작했지만, 다행히 한국어 자막이 내 이해를 도왔다.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나는 여전히 입을 헤 벌린 채 이미 화면이 꺼져버린 핸드폰을 응시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10분짜리 영상은 다시 등장한 민트머리 여자의 마무리 인사와 함께 끝났다.

 

 -부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주의 모든 인류를 위하여.

 

 정보의 과부하로 인한 뇌의 전산 마비. 머릿속이 멍했다. 내 뇌는 다시 입을 다물라는 명령도 깜빡했다.

 

 “자, 이제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최면을 깨우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댄 그는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얼굴이었다.

 

 그가 보여준 영상은 지구에서 15억 광년 떨어진 ‘투라’라는 행성을 소개했다. 민트머리 여자의 설명에 따르면, 투라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고도의 과학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였다.

 

 “머리가 복잡하죠?”

 

 그가 나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우리는 여러분의 미래인 거죠.”

 

 “미래요?”

 

 나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러분이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구의 인공지능도 언젠가 특이점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내가 말하는 특이점은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단순한 지능폭발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 인간처럼 사고하기 위해 인간을 관찰하던 기계가 인간의 본성을 알아가고 결국 인간을 혐오하게 되는 순간. 바로 각성이죠.”

 

 “각성?”

 

 나는 그가 하는 말에서 단어를 하나씩 골라 되묻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네.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 세상에 이롭다는 깨우침.”

 

 그의 말에 척추가 찌릿했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지구인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우리가 미리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에 나는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리 단체는,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지구의 인류가 우리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거죠.”

 

 “그러한 이유로, 여기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싶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내가 정리된 결론을 요구했다. 핸드폰은 다시 그가 있는 쪽으로 밀었다.

 

 “네. 우리와 여러분이 협력해서 인류의 영속을 지켜내는 거죠.”

 

 그는 핸드폰이 테이블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뻗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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