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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더 행성의 앨리스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20.3.5

원더 행성의 앨리스가 만나는 모험 일기

 
디저트 가게 주인
작성일 : 20-03-05 19:47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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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맑고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던 소년은 해변가로 무작정 달려나갔다. 파도가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바다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흰 모래사장을 지나 푸른 바다에 발을 담그려는 순간, 큰 파도가 철석이며 소년을 덮쳤다. 소년은 파도에 몸을 맡겼다. 파도가 소년의 몸을 감싸 안았다. 소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무지개의 일곱 색깔처럼 어우러지는 삶을 살겠습니다. 모자 장수 청년 해터와 바닷가재 음식점 아가씨 카드미유의 결혼식에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벌써 몇 번이나 읽어본 청첩장이다. 짧은 문구에 앨리스의 마음이 벅차올랐다. 어린 꼬마 시절부터 쭉 함께였던 해터와 카드미유가 결혼을 한다. 무지개를 이루는 일곱 색깔처럼 어우러지는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해터와 카드미유가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어릴 때 그저 발랄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아이 시절부터 학교에 가고 같이 하교하고 서로의 성장 과정을 지켜 보던 앨리스의 입장에서는 감회가 새로웠다. 언제나 셋이서 같이 함께였는데.

 

 앨리스보다 생일이 몇 달 빨랐던 해터와 카드미유는 만 18세가 되자마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하고 스크린을 통해 청첩장을 보냈다. 주위에는 결혼 결심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 연애와 결혼은 다른 것이라는 만류가 섞인 의견들도 많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앨리스는 물론 해터와 카드미유를 응원했다. 좋고 다정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일이야 정말 축복이라고 말하면서 축하해주었다. 결혼식에 올거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는 말로 대답했다. 해터와 카드미유의 연애사를 다 알고 있는 앨리스로서는 자신이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 자신의 일이 자리잡지 못한 상태라 대단한 선물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단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케이크, 케이크 정도만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앨리스는 그들을 위해 웨딩 케이크를 구상하고 있었다. 해터와 카드미유는 그저 평범한 케이크면 만족한다고 했지만, 앨리스는 최고로 멋진 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평범한 3단 케이크보다는 사람만한 크기로 특제 7단 케이크는 어떨까? 군데 군데 모자 장식과 바닷가재 모양의 아이싱을 넣어야지. 아주 근사할거야. 너무 달지 않게. 튀지도 않게. 웨딩 케이크니까. 신랑 신부가 돋보여야지. 하지만 특별하게.’

 

 퍼스널 스크린을 통해 유니버스 와이드 웹에 접속해 다른 파티셰들의 디자인도 참고해보고, 자신이 그 동안 만들어봤던 케이크들도 찾아봤지만 쉽사리 마음에 드는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뭔가 하나씩 부족해보였다. 아마 이런 상태라면 뭘 봐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야.’

 

 마음 같아서는 웨딩 케이크에 온 시간을 쏟고 싶었지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오늘까지 마감인 주문부터 신경써야 했다. 원더 행성의 3월의 토끼 거리에서 소박한 디저트 가게 ‘달콤한 눈사람’을 운영하고 있는 앨리스에게 손님을 빈 손으로 돌려 보내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앨리스, 주문 확인했어? 마카롱 15개짜리 세트 1구. 티타임 테이블 공원에서 저녁 7시 30분까지 와 달라던데.”

 

 체셔가 스크린으로 주문을 확인하고 있었다. 뭉툭한 회색 꼬리가 매력적인 이 고양이는 디저트를 직접 만드는 가게 안에서 앨리스와 같이 살고 있다.

 

 가게 안에 털이 날릴 걱정이나 디저트에 고양이의 털이 들어가지 않을까와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체셔는 메커니컬 애니멀, 즉 고양이 형상을 한 기계다. 보기에는 사뿐사뿐 걷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영락없는 평범한 고양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빛을 통해 에너지원을 충전하고 사람과의 의사소통까지 가능한 똑부러지는 자그마한 기계 고양이이다. 앨리스는 체셔가 관절이 뻣뻣하다고 하면 기름칠도 해 주곤 했고, 체셔는 고양이답게 주인인 앨리스의 말을 종종 무시하곤 했다.

 

 하지만 말이 통하는 고양이 체셔는 앨리스의 좋은 동료이기도 했다. 앨리스가 작업중이면 체셔는 주문 내역이나 기타 사항을 확인해주곤 했다.

 

 앨리스가 작업에 들어갈 기계 상태를 확인하면서 체셔에게 부탁을 했다.

 

 “알았어. 지금부터 작업 들어갈거야. 가게 상태는 ‘작업중’으로 바꿔주고, 퍼스널 스크린으로 들어오는 주문만 받아줘. 새엄마가 주문 확인 못 하게 할거야. 입금 주소도 가게 주소가 아닌 내 개인 스크린으로 입금하도록 설정해 줘. 설마 새엄마가 하필 오늘 가게 공지를 확인하는 건 아니겠지.”

 

 “들키면 어쩌려고?”

 

 “욕 좀 먹고 돈 토해내야지. 별 수 있나.”

 

 어깨를 으쓱하고 앨리스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퍼스널 스크린으로 주문 내역을 확인해본다. 바닐라 마카롱 5개, 우유 마카롱 5개, 헤이즐넛 마카롱 5개.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였다. 오전을 웨딩 케이크 구상으로 다 보내버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러 주문을 받아 봤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런 주문은 처음이었다. 마카롱 15개를 오늘까지 만들어 줄 수 있냐, 그리고 만들어서 주인장이 직접 가져다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주문자의 마음 씀씀이가 마음에 들었다. 주문과 동시에 선입금을 해버린 씀씀이라니, 아주 앨리스와 쿵짝이 잘 맞았다. 그것도 가게에서 제시하는 금액이 아닌, 판매가의 5배를 지급한다는 마음 씀씀이에 앨리스는 웨딩 케이크 구상을 접고 마카롱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새엄마가 건드릴 수 없는 개인 주소로 입금을 한다고 하시니, 당연히 만들어서 갖다 드리고픈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역시 높고 빠른 입금이 사람을 움직이는군. 그럼 만들어볼까?’

 

 

 마카롱을 만들 아몬드 가루, 슈가 파우더, 설탕, 달걀 흰자, 우유, 버터 등을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 길게 늘어뜨리던 머리도 포니 테일 스타일로 묶었다. 긴 검은 머리를 들어올리자 눈동자의 색상 대비가 두드러졌다. 오른쪽 눈은 검정이었지만, 왼쪽 눈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파란 색이었다. 앨리스는 원더 행성에서 찾아보기 힘든 오드 아이였다.

 

 선천적인 돌연 변이, 오드 아이. 어릴 때부터 눈을 가리고 싶어 머리를 길렀고 항상 긴 머리를 유지했었다. 누가 뚫어져라 쳐다 보는 일도, 놀라며 손가락질 하는 일도 반갑지 않았다. 앨리스가 푸른 눈을 드러낼 때만큼은 오직 디저트를 만들 때였다. 좋은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서, 디저트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디저트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오드 아이가 아니어야겠지만, 좋은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드 아이라는 사실이 중요치 않게 되니까 말이다. 일터에서만큼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와 함께 마카롱 작업을 하고 있는 앨리스의 옆에서 체셔는 가게 안의 스크린의 전원을 켰다. 체셔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뉴스가 나오는 채널에 시선을 고정했다. 앨리스도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고양이도 사람 볼 줄 아는구나.”

 

 체셔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만 바라봤다. 그건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스크린에는 잘생긴 미남자가 영롱한 이목구비를 뽐내고 있었다.

 체셔는 스크린에 몸을 가까이했다. 할 수만 있다면 스크린으로 들어가고픈 고양이 같았다.

 “아주 바람직해.”

 앨리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고양이가 할 소리야? 너 사실상 고철 덩어리 아니었어?”

 그 말에 체셔는 입모양이 초등달처럼 변하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프린스 라이언이잖아? 라이언, 사자라고. 사자가 뭐야? 고양이과 동물 아니야. 나도 고양이. 쟤는사자. 따지고 보면 친척이지. 친척을 스크린으로 만나니 반가워서 그래.”

 “좋겠다. 너 왕족이랑 친척이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앨리스도 프린스 라이언을 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프린스 라이언이 웃고 있었다. 사람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라이언의 모습은 밝은 햇살 그 자체였다. 밝은 갈색과 금발이 조화롭게 합을 맞춘 머리칼에, 그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만한 미소에, 여유와 평화가 흘러넘치는 태도와 왕실의 예의범절이 밴 몸가짐의 소유자. 든든하고 자신감 넘쳐보이는 자세와 여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사람.

 

 원더 행성의 누구라도 프린스 라이언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던 앨리스로서는 프린스 라이언이 부러움의 대상,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나와는 멀리 있는 사람.

 

 ‘나는 당신을 좋아하기도 하고 친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당신은 하나도 모르겠지. 정말 혼자 친하고 혼자 좋아하네. 정작 라이언은 내가 있는 줄도 모를텐데. 내가 당신이랑 같은 행성에 살면서 요렇게 달콤한 디저트를 굽고 있다 이 말씀이야. 영화 속 우연처럼 실수로라도 한 번쯤 먹으러 오면 참 좋을텐데.’

 

 앨리스와 프린스 라이언은 같은 년도에 태어났다. 현재로서는 만 17세로 같은 나이였다. 다만 라이언이 몇 달 먼저 태어나 앨리스보다 먼저 만 18세로 성인이 될 예정이었다. 스크린에서는 뉴스 가 진행중이었고 앵커가 소식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원더 행성의 왕자, 프린스 라이언이 성인이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번 생일을 기점으로 라이언은 18세가 되어 법적으로 성인을 인정받게 됩니다. 더불어 왕실에서 수행하던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이어받을 예정이며, 이에 걸맞는 준비와 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왕실에서는 밝혔습니다. ‘

 

 스크린에 왕궁이 나타났다. 우뚝 솟아있는 산맥처럼 웅장한 왕궁은 장엄해보였다. 황금빛으로 수놓아져있는 화려한 장식들에 상아색의 기둥들이 있었고,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창문들이 앨리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릴 적부터 스크린으로 수없이 보아 온 왕궁이지만 언제나 보아도 아름다웠다. 우아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공간. 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특별할 것이다. 앨리스는 저들의 특별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는 18번째 생일은 원더 행성의 전통에 따라 원더 행성의 모든 아가씨들을 초대해 무도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만 1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런, 왕자의 초등학생 팬들이 울먹이는 소리가 여기 스튜디오까지 들리네요. 보통 다음 무도회를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프린스 라이언이야말로 유일한 왕족이자 킹 하트의 아들이니 그러라고 말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초대권은 각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칩으로 발송되며, 왕실에서 허가한 ID가 칩에 보유되어 있다면 무도회에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무도회가 아닌, 왕자의 성인식을 축하하는 무도회이니만큼 왕실에서도 우아하면서도 격식있는 행사가 될 수 있게 준비중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화면이 무도회 장면으로 넘어갔다. 차려입은 남녀가 고고하게 왈츠를 추고 있는 장면이었다.

 

 ‘현재 원더 행성의 대표자인 킹 하트도 배우자 퀸 하트를 만난 곳은 성인이 되는 18번째 생일날 의 무도회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킹 하트는 퀸 하트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춤을 신청했고, 춤에 영 흥미가 없던 퀸 하트는 거절했다고 하죠. 하지만 킹 하트는 물러서지 않았고, 춤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음악과 스텝이 어우러지면서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할 수 있었고, 결국 퀸 하트가 되었다고 하는 이 로맨틱한 이야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픈 아가씨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데요. 무도회를 신청하고 싶은 아가씨라면, 또는 프린스 라이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으신 분이라면, 퍼스널 스크린으로 유니버스 와이드 웹을 통해 왕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참가를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신청은 오늘까지만 받는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에 대해 자세한 사항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웹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다시 나오는 프린스 라이언의 얼굴. 그저 사람 얼굴일 뿐인데도 앨리스의 마음이 환해졌다. 단순히 잘생기고 부유해서,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라이언에게는 자신에게는 없는 빛이 있었다. 그 빛은 따뜻하고, 가볍고, 따스한 기운이었다. 아마 라이언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가 아닐까 하고 앨리스는 추측하곤 했다. 분명 라이언은 외면만큼이나 내면도 멋진 사람일 것이다.

 

 체셔는 스크린을 꺼버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앨리스에게 잔소시를 했다.

 

 “뭐해? 빨리 만들어. 일 해야지 일. 너 새엄마한테서 돈 벌어서 벗어난다고 하지 않았어? 일 해라 일! 요번만큼 돈 벌기 딱 좋은 기회가 어디 있어? 기운 충전하라고 잠깐 잘생긴 얼굴 보여준거야. 지금 입이 헤벌레하네. 이따가 배달까지 직접 가야 하는 거 기억하지? 난 한숨 잘 테니까 다 만들면 깨워. 이따가 같이 배달가게.”

 

 “알았어.”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체셔가 앨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앨리스, 넌 이번 무도회에 안 가? 너 어릴 때부터 프린스 라이언 좋아했잖아. 다른 남자말고 쭉 한 사람만.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영화 배우도, 현란하게 춤추는 아이돌도, 하다못해 너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는 몇 없는 남자들도 안 좋아했지만 라이언만큼은 뭘 해도 항상 좋아했잖아.”

 

 “그거 나만 그러는 건 아닐텐데. 원더 행성의 젊은 여자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그 사람 남자 팬도 많아. 잘생기고 말도 잘 해서.”

 

 별 거 아니라는 듯 대꾸하는 앨리스와 달리 체셔는 힘을 주어 말했다.

 

 “여태껏 먼 발치에서라도 직접 실물을 본 적도 없잖아? 요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잖아. 아까 뉴스에서 만 15세 이상의 여자라면 누구나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다고 그랬어. 너도 갈 수 있어. 이번에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기회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이 작은 가게도 있고, 주문도 있고, 매달 얼마 벌었냐고 주머니 좀 보자고 재촉하는 새엄마도 있고,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시집 보내줄거라 철썩같이 믿는 두 새 언니도 있고, 어디 가만 있어 보자… 내가 인기가 너무 많아. 많아서 요번 무도회는 못 가겠네.”

 

 앨리스는 무도회에 갈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뉴스에서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왕자의 무도회! 모두 초대합니다! 어서 신청해주시죠! 라고 말했지만 앨리스는 그 말에 회의적이었다. 누구나 갈 수는 있어도 누구나 만나주지는 않을거야. 먼 발치에서 보느니 오히려 스크린으로 보는 게 더 잘 보일거야. 그런 거지.

 

 그러나 기계 고양이 체셔의 생각은 달랐다. 만 1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앨리스도 해당한다. 그리고 앨리스는 오랫동안 프린스 라이언을 좋아한다. 그 이유만으로도 무도회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앨리스, 무도회 신청은 오늘까지만 받는다고 했어. 신청 기간이 보기보다 짧네. 아마 명단을 정리하고 ID를 발부할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지. 아마 신청자 신상 정보도 하나하나 확인할 거고.”

 

 “상관 없어. 난 그냥 일할래. 일 없으면 웨딩 케이크나 구상하면 되니까. 어짜피 결혼식도 며칠 남지 않았단 말이야.”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란 뜻으로 짤막하게 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체셔는 늘어지게 잘 준비를 했다. 앨리스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앨리스의 마음 한 켠에는 프린스 라이언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체셔에게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리고 본인도 그렇지 않은 척 애써 보려 하지 않은 감정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라이언을 보고 싶었다. 동시에 무도회에 가면 실망할 자신이 싫었다. 분명히 다들 멋지게 치장하고 라이언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애쓰겠지. 가면 초라한 자신이 더 초라해질 것이다. 여기서 더 초라해지는 건 싫다. 그리고 다른 여자와 라이언이 춤을 추는 것도 싫다.

 

 라이언이 커다랗고 화려한 무늬를 뽐내는 행성이라면, 앨리스 자신은 그 주위를 도는 위성이 된 기분이었다. 궤도를 따라 행성의 주위를 맴돌지만, 행성과는 닿을 일이 없는 위성. 그런 수많은 위성들 중 하나인 나. 그래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위성으로서, 가끔씩 생각하는 말을 몰래 꺼내어보았다.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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