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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13.
작성일 : 20-01-30 14:22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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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황씨가 수연을 데려온 건 해가 질 무렵이었다. 황씨는 자신의 집인양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나타났고 수연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여. 반가워]

  황씨가 형균을 향해 피식 웃어 보이고는 위아래를 훑어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형균은 그런 황씨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으면서도 꿀림이 없었다. 호연은 내심 속으로 그런 형균의 모습에 놀랐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황씨의 정체를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좀 앉으세요]

  형균이 들어온 내내 줄곧 황씨의 뒤에 서 있는 수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수연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아랫입술을 달싹일뿐 다른 움직임도 대답도 없었다.

  그런 수연 대신 황씨가 수연의 팔을 잡아 채 소파에 앉혔다. 그런데 수연의 상태가 어딘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얼핏 보기에는 모를 수도 있지만 수연의 눈동자는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진 듯 초점이 전혀 없었다.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어차피 몸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네?]

  호연은 황씨의 말에 의미를 알 수 없어 되물었지만 황씨는 그저 능글맞게 웃을 뿐이었다.

  [어제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형균이 누구에게 할 거 없이 중얼거렸다. 호연이 황씨를 바라봤다. 황씨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 사이 형균이 수연의 옆에 앉아 수연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연은 그런 형균이 마치 보이지 않는 양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형균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호연은 황씨에게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양 황씨를 바라봤다.

  [내가 할 일은 해줬어. 아 그리고]

  황씨가 호연에게 손가락을 까딱까딱해 보였다. 호연이 다가가자, 황씨가 그 답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허락받고 데려온 거 아니니까. 지금 그 자식이 엄청 찾고 있을 거거든. 너가 작업을 시작하면 바로 알아챌테니 시작하면 되도록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거야. 그 자식 이 상황 알아채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까]

  [만약 하지 않는다면]

  [널 위해서라도 해야 하겠지만. 저 둘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야. 이건 정해진 운명이고 넌 그 운명의 집행자니까. 의사로써 난 그 자식을 빠른 시일에 사형 선고를 내려야해. 하지만 큐피트가 공석인 상태로 현역을 사형 시킬 수는없어. 내가 네 인생을 좀 들여다보니 넌 타고난 무성애자야. 내 의사인생을 통한 결과 큐피트로 그보다 제격이 없거든]

  호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성애자인지 어떤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깊게 누군가를 좋아하거단 열말해 본적은 없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최근들어 보기 시작한 환각 속 신생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물론 너도 어떤 쾌락을 갈망하고 추구하고자하는 욕구도 있겠지. 그걸 통해서 기쁨이 너한테 1차 각성을 시켰을 테니까. 미리 조언하자면, 전에도 말했지만 큐피트는 선천적으로 짝이 없는 자들만이 될 수 있어. 네 붉은 실은 끊어진 실. 저 여자와 기쁨이처럼 억지로 연결하려고 하면 정신이 망가지고 결국 내 소장품으로 수술용 바디로 전락하는 거야]

  [..]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의 인생이야. 그리고 그 한 쌍을 연결해주는 하늘의 뜻이기도 하지]

  호연은 황씨를 잘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 답지 않은 미사여구라도 생각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큐피트도 당신이 사형을 시키면 의료용 부품으로 사용되는 건가요?]

  [아!]

  황씨는 묘한 얼굴로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건... 아주 아주 흔하지 않은 ... 귀한 부품이긴 하지. 불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허락을 받을 수도 있긴 하지...]

  [당신이 원하는 건 그거군요. 내가 뭐가 됐든 당신은 큐피트 하나를 물 속으로 데려갈 수 있으니까]

  [흠흠. 지나친 궁금증은 정신 건강에 안 좋아. 내가 얻는 건 새로운 큐피트와의 찐한 우정이 아니겠어? 저 둘은 그저 앉혀 놓는다고 일이 진행되는 게 아닌 건 잘 알고 있지?]

  황씨가 호연의 어꺠를 툭치듯 밀었다. 호연은 반걸음 그 둘 앞으로 밀려났다. 형균은 어느새 수연의 팔을 잡고 있었다. 수연은 여전히 꿈 속에 있는 양 형균의 행동에 아무 반응도 없었다.

 

  호연은 그들 둘 앞으로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일단 해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 준비됐어]

  형균이 수연을 잡았던 손을 풀고 호연에게 내밀었다. 호연은 형균의 팔목을 잡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조금씩 부드럽게 손목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손목에 실금 같은 선이 생기고 그 틈으로 아지랑이 같은 기운과 함께 붉은 실이 밖으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아...]

  형균이 낮게 한숨을 내밑으며 눈이 반쯤 감겼다.

  [뭐야? 날아갈 거 같은 기분인데... 기분이 너무 좋아]

  [네 몸에서 나온 실은 보여?]

  [그런건 보이지 않는데. 기분이 장난 아닌데!]

  형균이 입이 헤벌레 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수연을 바라봤다. 수연은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형균이 갑자기 수연의 입술에 제 얼굴을 가져가더니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호연은 속으로 놀랐지만 침착히 수연의 팔목을 잡고 부르럽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처럼 실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호연은 반대편 팔로 반복했지만 그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형균은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호연은 당황해 황씨를 돌아봤다. 그런데 황씨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는 뒤였다. 호연은 순식간에 전신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형균의 붉은 실이 수연의 몸을 향해 흐느적 흐느적 움직이더니 수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호연은 숨을 깊게 내쉬고 형균의 실이 움직이는 것을 살폈다. 붉은 실은 수연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듯 움직이더니 조금 전 호연이 문질렀던 수연의 팔에 빨판처럼 붙어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양 찌르기 시작했다. 수연이 어깨를 움찍 떨더니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때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호연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기쁨이 서 있었다. 그런데 기쁨의 행동이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호연은 처음에는 당황해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곧이어 기쁨이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를 우적우적씹어 먹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대로 자신이 씹어먹고 있던 걸 뱉어냈다. 사람의 눈알이었다. 호연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호연은 고개를 숙인 채 기쁨이 내릴 처단을 기다렸다. 황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 볼보듯 훤했고 지금의 자신이 기쁨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

  [아!]

  그때 수연의 입에서 탄성 같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개를 들어 수연을 보니 수연의 팔에서 어느샌가 붉은 실이 흘러나와 형균의 실과 뱀이 꽈리를 틀듯 감고 감기며 솟구쳐 올라가고 있었다. 수연의 멍했던 시선 역시 생기가돌아와 두 팔로 형균의 몸을 감싸 안았다.

 

  기쁨이 호연의 팔을 붙잡은 건 그때였다. 도망갈 틈도 주지 않은 채 기쁨은 호연의 팔을 부러트릴 듯이 강하게 잡아당겨 비비기 시작했다. 호연은 어떻게든 피해보려 몸을 바둥거렸지만 그럴수록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도무지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기쁨은 나직히 중얼거렸지만 호연은 그 목소리가 섬뜩하리만큼 똑똑히 들렸다.

  [살려주세요... 아파. 아파. 그만!]

  기쁨은 호연의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붉은 실을 계속해서 뽑아냈다. 호연은 자신이 몸 안에 있는 실이 전부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것은 천정을 기어 다닐 정도로 흘러 나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머리에 현기증이 일어나고 목이 타들어 갈 듯한 갈증이 일어났다. 이제껏 봤던 환각하고는 전혀 다른 끔찍한 고통이었다.

  기쁨은 그것에 멈추지 않고 형균의 팔목을 물어 뜯었다. 그와 동시에 호연의 의식은 그대로 끊겨 버리고 말았다. 호연이 마지막에 봤던 장면은 자신의 붉은 실이 소낙비처럼 천정에서 흩뿌려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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