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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세외취세전
작가 : 정위
작품등록일 : 2016.10.10

현무문의 장자인 '손정'은 황제의 친필 편지를 세외 세력인 서방 국가의 왕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고, 우연히 서방의 한 무명 용병단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같은 방향, 다른 목적으로 수도 '알덱'으로 동행하게 되는데....

(작가 E-mail : 2ndvoice@naver.com)

 
4화 마녀의 예언
작성일 : 16-10-15 19:03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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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랑이는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게 마을 바깥으로 돌아 나왔다. 이 근방에서 천무문 문주의 딸을 몰라보는 이는 없었고, 또 그녀를 그냥 보내주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인사 나누고 수다떨다보면 몇 시진은 그냥 날려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마을 후미에서 빠른 움직임이 있자 천무문 순찰 인원들이 그녀에게 대고 소리쳤다.

 

  “거기 누구냐!”

  “나에요 나! 어디 좀 다녀올게요~”

 

  그녀의 목소리임도 분명했거니와 얼굴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빠르게 스쳐 지나간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그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순찰하던 남성들은 답례 인사도 못하고 가던 길을 걸었다.

 

  강랑은 손정의 무심한 듯 자상한 성격을 좋아했다. 흠모라고 하기엔 거창했지만 적어도 호감은 있었다. 둘이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현무문은 현무문대로, 천무문은 천무문대로 분명하게 맡은 역할이 있었고, 각 문파의 중심엔 문주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있었다.

 

  특히 현무문의 경우는 서역으로부터의 중원 침입을 막는 최전방의 관문이자 서역과의 교역 중심지였기 때문에, 외부로의 왕래가 잦은 편이었다. 그를 만난다는 건 현무문 문파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그분을 만나면 알아는 보려나...’

 

  그녀는 재빨리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이어진 숲속에 진입했다. 몇 걸음 안가서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지만 크게 심한 것은 아니었다. 여차하면 피할 생각으로 숲 입구 쪽에서 가만히 동태를 살폈다.

 

  랑은 기합과 함께 높은 나무 위로 타올랐다. 새들이 어수선하게 숲 위를 빙빙 돌고 있었지만 별 다른 큰 움직임은 없었다.

 

  ‘그냥 가벼운 지진이거나...내공이 상당한 자들이 겨룰 때 퍼지는 공진(功震) 수준의 떨림인데...적이 있을지도..’

 

  그녀는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와 가던 길을 다시 질주했다. 땅의 움직임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

 

  테이블 물잔이 잔잔히 떨렸다. 근방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지오는 여차하면 프레드릭을 들고 나갈 요량으로 문을 활짝 열고 침대 앞에 꼭 붙어 있었다.

 

  창문이 달달달 떨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멎었다. 지진이 커지지는 않은 듯 했다. 사라가 급히 뛰어들어와 그들을 살폈다.

 

  “지진인가봐...별 일 없지?”

  “응 여긴 문제 없어. 카렌은 좀 괜찮아?”

  “그게...”

 

  사라가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떨궜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깨어나긴 했는데...비틀거리면서 누굴 만나야 된다고 나가버려서...”

 

  지오가 인상을 구겼다.

 

  “누굴 만나? 혼자 갔어?”

  “기어코 혼자 다녀오겠다고 해서 말릴 수가...밤이 되기 전까지는 온댔어...”

 

  사라는 간병하던 사람으로서 눈치가 보였다. 나갈 때까지 카렌은 분명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걸음도 간신히 막대기를 짚어야 가능했을 정도였는데 그런 것까지 말하지는 못했다.

 

  “걱정은 되지만...괜찮겠지. 재주 있는 녀석이니까. 프레드릭의 옆구리는 분명 완전히 박살난 상태였는데...눈앞에서 봐도 믿기지가 않는군...

 

  프레드릭의 옆구리는 상처는커녕 새살처럼 돋아 깨끗했다. 남은 것은 회복에 소진해버린 전반적인 컨디션 회복뿐이었다. 그 때 막사 뒤에서 문이 열리고 키 작은 로렌이 목 뒤를 잡으며 들어왔다.

 

  “아이고...삭신이...나도 치료받아야 되게 생겼다. 지진 때문에 지나가던 말이 날뛰는 통에 괜히 주인 도와주다가 나자빠졌네...”

 

  지오가 일어서서 프레드릭을 닦아주던 물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목에 흙 묻었다...병사는 알아봤어?”

  “아직 지난번 그대로야. 아무래도 그 산적 놈들 때문에 이 지역에 외부로부터 왕래가 끊겨버린 것 같은데. 어디서 왔는지 기마병이라고 열 명 내외로 있긴 하더라. 야, 물 다시 새로 빨아서 줘! 닦던 걸 주냐.”

 

  지오는 옆에 물에 수건을 빨아 힘껏 짜내며 말했다.

 

  “산에서 기마병이 무슨 소용이야. 걔네들은 온전히 길 따라 왔을 텐데 거긴 그 놈들 주요 타겟일 거고. 답답하네.”

  “아...아녜요...말이 필요해요...지금 당장...”

 

  뒤에서 어느새 카렌이 문을 기대고 서서 외쳤다. 얼굴이 이미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로렌과 사라는 저절로 뛰어가 그녀를 부축했다. 지오는 짜던 걸레를 다시 물에 떨어뜨리고 물었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근데 너 괜찮아?”

  “빨리 말을 가지고 내려가야돼요...남쪽으로...”

 

  사라는 그녀를 방에 다시 눕히자고 했고, 로렌은 카렌의 왼쪽 팔을 어깨에 들춰 메었다. 카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말을 놓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요...빨리 내려가야 ‘그’를 만날 수 있어...예언이 왔어요...”

  “응? 누굴 말하는 거야?”

 

  모두가 그녀만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조력자...빨리...”

 

  그 말을 끝으로 카렌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로렌과 사라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다른 방으로 달렸다. 지오는 가만히 서서 카렌의 예언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 산속 기습도 그녀의 예언과 맞아 떨어진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눈 뜨자마자 저런 멍청한 말을 또 들어야 하는 건가.”

 

  프레드릭이 눈을 떴다. 표정이 한결 편안해보였다. 지오는 애써 몸을 일으키려는 프레드릭을 만류했다.

 

  “좀 괜찮아? 아직은 좀 쉬는 게 나을 거야. 누워있어.”

  “보다시피 괜찮다. 그런데 남쪽으로 갈 생각일랑 버려. 우리의 진로는 북쪽이다. 용병하나 얻자고 남쪽으로 간다는 건 시간낭비야. 그것도 고작 마녀의 말 따위로...”

 

  지오는 프레드릭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지난 기습도 카렌이 예언했던 거였잖아. 북으로 가면 재앙이 있다고. 세상은 남부 트레비 사람들을 마녀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너를 치료해준 것도 결국 그 아이고 또...”

  “너의 말대로 엄청난 선의로 똘똘 뭉친 순둥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예언이란 막연한 말 때문에 부대의 진로를 마구 수정하는 건 적어도 단장으로서 할 행동은 아니야.”

 

  프레드릭은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좌우로 틀고 팔을 이리저리 휘저어보던 그는 문으로 나와 바깥 공기를 쐬었다. 온 몸을 파고드는 햇빛이 새삼스레 버거웠다.

 

  그의 궁병들이 그를 보고 일어나 인사했다. 프레드릭은 옅은 웃음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의 인원수는 예전 같지 않았다.

 

  “사람이 좀 줄어든 것 같은데...”

 

  병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몇몇 사람들이 단장님 못 일어날 거라고 이탈해버려서...다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인데...임무 수행이라도 해야 수익이 더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괜찮아. 어차피 쓸 만한 사람들은 다 남은 것 같은데. 용병은 원래 숫자로 승부하는 집단은 아니니...”

 

  프레드릭은 한 명이 아쉬울 때 이탈한 병력들이 야속하긴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스무 명 남짓의 인원을 쓱 훑더니 외쳤다.

 

  “여기서 혹시 말 탈줄 아는 사람 있나? 3명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궁병들은 보통 걸어다니지만 그래도 두 명 정도는 손을 들었다. 카렌을 부축해 들어갔던 로렌이 밖으로 나오며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야 너 몸 괜찮은가보다? 근데 갑자기 웬 말 타령이야?”

  “...너 말 잘 타냐?”

 

  프레드릭은 키가 작은 그녀를 반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로렌은 버럭하며 소리질렀다.

 

  “야! 그 눈빛은 뭐야? 나 기병 출신이거든?! 완전 어이없네! 당연히 탈 수 있지!”

  “...말 위에 안 올려줘도 탈 수 있어?”

  “어이구 아주 자기 덩치 크다고 키 작으면 얕잡아보고 시작하는구만? 야 말 하나 가져와봐!”

 

  로렌 휘하의 보병이 뒤편에 묶여있던 흑마를 한 마리 끌어왔다. 그 사이 로렌은 잠깐 막사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큼지막한 투핸드소드를 가지고 왔다. 그녀는 그 소드를 땅에 찍더니 팔에 힘을 주어 반동으로 자신의 몸을 말 위로 날렸다. 그리고 뜨면서 소드를 뽑아 왼손에 쥐었다.

 

  “봤냐?! 봤어?! 짜샤 다 살아가는 법이 있는거야!”

 

  프레드릭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끌끌 웃었다.

 

  “제법인데? 너 나랑 같이 가자.”

  “어딜?”

  “어이 거기 말 탈줄 안다던 두 놈도 준비해. 한 시간 뒤 말을 타고 곧장 이동한다. 너희만 특별 임무 수행이니까 수당은 더 쳐주지.”

 

  프레드릭은 로렌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문에서 팔짱을 끼고 자길 쳐다보고 있는 지오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오에게 방으로 들어가자는 손짓을 하고 같이 들어와 문을 닫았다.

 

  “남쪽은...내가 다녀온다.”

  “뭐?”

  “남쪽에 우리 도와줄 놈이 있다면서...남쪽이라 봐야 구체적으로 어딜 말하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지만, 저 마녀 녀석의 말은 항상 모호하니...”

  “야 너 방금 일어났는데 괜찮겠어? 그리고 아까는 카렌의 말이라면 질색하듯 얘기하더니...”

 

  프레드릭은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뭐...빚을 졌으니 믿고 가보는 거라고 생각하도록. 그리고 단장이 부대를 놔두고 움직이는 것도 웃기잖아? 부대가 거길 다 가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고. 그래서 내가 가겠단 거야. 여기서 어디 길드에서 소일거리나 찾아보고 있으라고. 몸은 보다시피 아주 멀쩡하니까.”

 

  지오는 화색이 되어 주먹으로 프레드릭의 가슴팍을 툭 쳤다.

 

  “부탁한다...그런데 조력자 따위 없을 수도 있어. 카렌의 상태는 지금 매우 안 좋고...”

  “내가 예언 따위 온전히 믿을 놈이 아닌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려가는 거고, 간 김에 남쪽 평원에서 병력 충원도 가능한지 살피고 올 거야.”

 

  프레드릭은 침대 옆에 놓인 갑옷을 챙겨 주섬주섬 착용했다. 지오는 가만히 서서 머리를 굴리더니 얘기했다.

 

  “5일 내로 가능하겠어?”

 

  프레드릭은 일어나 다 입은 장비를 매만지며 말했다.

 

  “3일 내로 오지. 병력도 없는데 이동에 그렇게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야.”

  “좋아. 그래도 5일 내로 안 오면 무슨 일이 생긴 걸로 알고 사람을 보낼게.”

 

  프레드릭은 고개를 끄덕하고 문 밖으로 나왔다.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걸친 장비들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끝까지 내색하지 않았다. 두 명의 궁수들은 이미 장비를 챙기고 말까지 준비해놓았다. 로렌은 빠진 장비는 없는지 점검하다 그를 발견하고 행동을 멈췄다. 그는 로렌의 말에 있는 주머니 꾸러미를 두 개 풀렀다.

 

  “아아, 너무 거창하게는 필요 없어. 좀 빼자. 4일치 정도면 충분해.”

  “어디 가는 건데?”

 

  프레드릭은 활과 화살을 둘러매고 말 위에 올라탔다. 그는 바지 춤에서 시계를 꺼내보며 말했다.

 

  “우린 남쪽으로 간다. 아직 한 시간은 안 됐지만...바로 가는 게 좋겠지.”

 

  로렌은 그의 저의를 알아차리고 별꼴이라는 듯 이죽거렸다. 그녀는 급하게 막사로 뛰어가더니 수건 하나를 들고 와서 목과 얼굴 주변을 박박 닦았다.

 

  “오늘 일진 참...하루 종일 바쁘네.”

 

  그녀는 수건을 목에 두르고 아까처럼 말에 탑승했다. 다른 궁수들도 준비를 마쳤다. 지오가 그들을 향해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프레드릭은 가볍에 고개를 끄덕이고 로렌은 웃으며 양손은 흔들었다.

 

  “가자!”

 

  네 필의 말이 막사 밖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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