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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독 1
작성일 : 20-01-01 15:1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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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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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봄의 끝자락이다. 봄이면서도 여름인, 그래서 봄이라고도 여름이라고도 이름붙일 수 없는 신원미상의 늦은 저녁. 경영과 치호는 1차로 닭갈비에 소주를 다섯 병 마시고 늘 그렇듯 2차로 포장마차에 앉았다. 1차로 선택한 닭갈비 집은 결국 포장마차로 진격하기 위한 전초지일 따름이다. 맨 정신으로 포장마차를 가는 것은 포장마차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것. 살짝 혀가 꼬이고 몸을 비틀어 스텝을 밟는 정도는 되어야 포장마차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그들은 포장마차에 들어갈 자격이 차고도 넘쳤다.

  투명한 소주를 입에 털어 넣을 때 들이마시는 숨으로 비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해서 소주를 마시는 것인지 빗물을 삼키는 것이지 아리아리한 가운데 그들의 음주는 멜랑콜리하기까지 했다.

  -봄비가 아주 제대로다.

  김 치호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잠시 도로에 시선을 던졌다. 검은 도로에 스타카토로 비가 떨어졌다.

  -우리 과장님 촉촉해지셨네. 지나간 첫사랑이라도 생각나시는 건가요?

  -첫사랑만 생각나게!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다, 하다못해 저쪽에 있던 여자도 생각나지.

  -오호, 과장님 그렇게 여자가 많지 않으셨을텐데요. 딱 봐도 비매인데요, 비매. 우리 사모님 아니었으면 아직도 솔...로...

  -비매? 비매가 뭔데?

  -왜 보면... 비매품이라고 있잖아요. 팔 수 없는 물건.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랄한다. 내가 저쪽에서는 그래도 꽤 날렸어.

  김 치호는 진심으로 빈정이 상했다는 듯 윤 경영을 향해 한마디만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긴다.

  -너같은 날라리가 순정을 알 리가 없지.

  -저요? 저 말이세요?

  경영이 두 눈을 까뒤집으며, 살면서 이렇게 억울한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구겼다.

  -과장님이 그렇게 말하시면 안되죠. 누구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 저를 잘 아시면서. 제가 어땠는지,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제가 어떻게 찌그러졌는지 누구보다 속속들이, 저보다도 더 저를 잘 아시잖아요!

  술 기운 탓에 윤 경영의 목소리가 조금 격양되었다. 빗소리에 섞여 철렁인다.

  -미친 놈, 그건 저쪽 일이지. 넌 윤 경영이야! 윤 경영, 저 좋다고 매달리는 여자 뒤도 안 돌아보고 쌩까는 윤 경영이라고!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차도남 윤 경영!

  경영은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스스로 내뱉은 말에 스스로 심각해지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다.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 김 치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전생을 비추는 거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 불과하다. 이쪽과 저쪽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등등. 경영이 잔에 소주를 따라 단숨에 털어 넣고 아무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데 풍경을 눈에 넣지는 않는다. 빗소리가 또르르 자전거 바퀴처럼 굴러간다. 낮고 음울하게 퍼지는 경영의 목소리.

  -과장님도 나도 강 차리도 그 <불의 고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죠. 과장님은 그 무리들 중에 누구셨어요? 과장님과 나는 좋은 관계였나요, 서로에게?

  김 치호도 경영 못지않게 목소리에 그림자가 깔린다.

  -언젠가는 다 알게 되어 있어.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고. 오버하지 마. 막상 눈 앞에 현 이홍의 현신이 나타나니까 어지럽긴 하겠지. 당분간 좀 쉬어. <월정사>에 한 번 다녀오는 건 어때?

  -언젠가는 강 차리 씨가 내가 누구였는지, 자기와 어떤 사이였는지 알게 될 날이 오겠죠?

  -걔 지금 아파. 며칠 째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어. 저쪽의 잔상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을테니 몸이 곤죽이 되버렸을 거야. 예전에 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치호는 술을 한잔 들이켜고 다시 따라서 또 한잔 들이삼킨다. 경영도 말없이 술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잔치국수를 그릇째 들고 후루루 삼켰다.

  -너는 1992년에 태어난 윤 경영이야. 그걸 잊지 마라. 정 한교가 아니라고.

  -과장님, 만약 그때 과장님이 저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은 어땠을까요?

  -후회하니?

  -무엇이 잘못되어서 전생의 구차한 기억을 무겁게 끌고 나와버린 걸까요?

  경영은 혼잣말처럼 웅얼거린다.

  나한테는 괄호가 있어요. 윤 경영 괄호치고 정 한교가 있다고요.

 

  온몸에 열이 끓는다. 눈을 뜰 수가 없다. 차리는 엄마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환절기에 찾아오는 독감이라며 그냥 푹 쉬란다. 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방을 뒹구는 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뒹굴어도 뒹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밤새 길을 헤맨 것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누군가와 머리채를 잡고 흔든 것 같기도 하다. 눈을 감기도 전에 꿈이 먼저 찾아온다. 아... 우라질 꿈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몸을 물어뜯으려 한다.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 없이 마구잡이로 필름이 돌아간다.

 

  왕비가 사라지고 난 후 궁은 주인 없는 동굴 속이다. 왕은 여전히 인자하나 어딘가 깊숙한 곳에 칼을 숨겨놓은 것처럼 눈빛이 쌔하다. 그는 무표정으로 그의 고뇌를 증거하고 있다. 탕과 국, 밥과 반찬마다 상아로 된 수저가 들락이며 기미를 본다. 기미로 인해 꽃밭 같은 왕의 수라가 흐트러진다. 왕은 오늘 이 밥상이 언제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수저를 든다. 독을 주면 기꺼이 그 독을 먹고 죽겠다는 작정이다.

  그는 모른다. 오늘 자신에게 이 한 끼의 밥상이 올라올 때까지 저 밑의 수라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구의 목이 날아갔고 누구의 손가락이 잘렸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누구의 목숨이 벼랑 끝에 매달려 간당거리는지. 그는 제 백성의 희생을 딛고서만 연명할 수 있는 조선의 왕인 것이다.

 

  나흘 전 달포는 성 법사와 인왕산 자락을 오르고 있었다. 법사가 왕에게 특별히 요청하여 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산 기도를 드리는데 달포를 데려가고 싶다는 법사의 말에 왕은 이유를 묻지도 않고 허락했다. 달포는 법사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의 경사는 가파르다. 기도를 드리는데 왜 자신을 데려가는지 알고 싶지만 묻지 않는다. 숨이 차고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다. 산을 오를수록 겨울의 한기는 맹렬하고 독기를 품은 듯 하다. 산에 간다, 하였으니 단단히 채비를 하고 옷을 싸입었는데도 추위는 살을 베고 할퀸다.

  (저 노인은 날라다니는구나. 산짐승들처럼. 그렇지, 도인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법사님은 하나도 안 힘드시나봐요?

  -힘든 모양이구나. 하긴 궁인이야 반 앉은뱅이지.

  -저는 그래도 궁이 좋아요.

  -좋기는... 답답해서 거기서 어찌 사냐. 이렇게 산이고 들이고 제 마음대로 나다녀야 사람이 사는 거지. 네 눈에는 왕이 사시는 게 좋아 보이느냐?

  -나쁠 것까지는 없지요.

  -나는 누더기를 입어도 왕하고는 팔자 안 바꾼다.

  달포는 대구없이 숨을 쉬는데 여지없는 깊은 한숨이다. 누구보다 왕의 처지를 잘 아는 까닭이다.

  -그나저나 법사님,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아직 멀었어요?

  -다 와 간다.

  그러고는 얼마를 더 걸어가서 성 법사가 바위 틈에서 삐죽이 모습을 드러낸 풀을 하나 뽑았다.

  -이것 봐라, 이 혹한에도 땅을 헤집고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것 봐라. 생명이란 게 참 신비로워, 신비로워. 너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달포는 고개를 저어, 내가 그것을 어찌 안단말입니까,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것이 겨울 혹한을 지나는 동안 잎이 빳빳해지는데 서리를 맞고 봄 햇살이 들면 서서히 독을 품는 풀이 돼.

  법사가 풀을 조금 뜯어 입에 물고 씹어 삼킨다. 달포는 놀라서 침을 삼킨다.

  -법사님......

  -지금은 입에 넣어도 몸에 아무렇지도 않지. 헌데 이 풀이 봄이 되면 이파리 가득 독이 차서 사람의 목숨을 단박에 끊는 칼이 된단다. 심장을 녹여버리거든.

  -이름이 뭔데요?

  -이름이 아직 없다. 사람을 죽이는 풀, 그냥 사초지.

  -사람 목숨 하나 없애기 간단한데요. 그거 하나 입에 넣어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달포는 자신이 뱉은 말에 스스로 놀라는데 법사의 두 눈이 포박을 하듯 달포의 눈을 붙잡는다. 잠시지만 무수한 의미를 던지는 순간이다.

  -그래, 바로 그거다.

  달포는 뭐가 바로 그거, 라는지 알 것만 같다.

  -법사님께서 왜 저를 산에 데려오셨는지 알 것 같네요. 저에게 독에 대해서 가르치시려는 거지요? 전하의 수라에 손을 대는 자들을 막아야 하니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달포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도인이란 양반들은 하나같이 아리송한 말들만 한다. 수수께기를 내고 답을 맞히라는 식이다.

  겨울 산 바위틈에서 돋아난, 이름하여 사초를 발견하고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그 바위를 지나니 길이 왼쪽으로 나있다. 헌데 성 법사는 길이 나있지 않은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법사님, 이쪽에는 길이 없는데요.

  법사는 답이 없다. 달포는 그래도 법사의 뒤를 좇아간다. 그렇게 몇 걸음 정도 걷자 눈앞에 웅덩이가 깊이 파여져 있는데 그 웅덩이에-어른 스무 명 정도가 누울 수 있을 정도다, 맙소사 조금 전 바위틈에서 보았던 그 풀이랑 비슷하게 생긴 풀들이 한 무더기 웅덩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혹한의 겨울 때아닌 녹색 향연이다. 풀들 사이에 드문드문 개나리꽃처럼 생긴 하얀 꽃이 보인다. 달포는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것처럼 놀라움에 탄성을 지른다.

  -법사님,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이렇게 이쁜 풀들이 모여서 피어있는 걸까요?

  -마음에 드느냐?

  -네, 너무 놀라워요.

  -모두 사초다.

  달포는 순간 이 도인이란 양반이 산골 깊은 곳에 사람을 죽이는 풀을 심어서 기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에만 이렇게 풀이 무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째서 이곳에만 이렇게 풀들이... 자라있는 거죠? 모두 사초로?

  -이 풀은 수백 년 묵은 원귀의 집터다. 겨울에는 이렇게 작은 풀들이 봄이 되면 민들레잎처럼 커졌다가 여름이면 시들고 가을에 낙엽처럼 바스러지다가 겨울이면 다시 색을 입고 이렇게 새순처럼 피어나지.

  -어떻게 그런 일이......

  -폭군이 조선을 다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왕은 이 산하를 피로 물들이며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삼아 악귀에게 팔아넘겼다. 그때 왕의 측근에 있던 신하가 사특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었는데 그가 왕을 꼬드겨 벌인 일이다. 그 왕은 사람을 산 채로 잡아다가 이 산에 버리고 가두었지. 그러면 산짐승들의 밥이 되어 물어뜯기고 독수리가 눈알을 파먹고 살쾡이가 뼈를 훔쳐 달아난다. 잡혀 온 사람들은 구더기가 들끓는 이곳에 사지가 묶인 채로 난도질당했어. 그 폭군은 사람이 물어뜯기는 것을 보며 술에 취해 광란을 벌였다.

  -그럼 그때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원귀가 저 풀이 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때가 시작이었다. 그 후에도 사람을 제물로 삼아 산신에게 바친다는 명목으로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있었지. 조선 내내 은밀하게 인신공희가 행해지던 곳이다. 정신 나간 왕들이 종묘사직을 보존한다는 이유로 듣도 보도 못한 밀교 의식을 벌인 것이다. 조선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죄 없는 백성들이 맹수의 아가리에 희생된 거지.

  -그럼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산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이 강화도령이 왕을 할 때 모두 죽었다.

  -그때 무슨 일이 생겼던 건가요?

  성 법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마치 지난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듯 마른 침을 삼키는데 그의 눈빛에서 횃불같은 불기둥이 피어오른다.

  -강화도령은 왕이 되어서도 힘이 없어서 자신의 백성이 사지에 몰리는 것을 보고도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한 가엾은 분이셨지. 내 스승은 그의 강화도령 시절 동무였다.

  성 법사는 그의 스승을 향한 그리움이 스미는 목소리로 스승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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