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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법 영혼 계약을 멈춰주세요[마법 탐정 가문 #1]
작가 : 이기디온
작품등록일 : 2019.12.20

"내 친구가 인간과 영혼 계약을 맺었어. 빨리 그 인간을 잡지 않으면...내 친구는 죽을 거야."
같은 보육원에서 입양되었던 가인과 세민은 성향과 인종, 민트초코에 대한 혐오까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지만 우애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국의 평범한 쌍둥이 남매다. 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학교에서 연달아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과, 큰아빠 준의 실종으로 인해 점점 일그러져 간다. 아빠가 남긴 유일한 단서는 "라카르타 수제 마법 가게"라는 한 마디. 그 정체는 "마법 용품을 파는" 수상한 인터넷 쇼핑몰이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가게에서 파는 제품을 사용하자 정말로 두억시니가 소환된다.
"음영"은 아빠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댓가로 현재 인간과 부당한 영혼 계약을 맺은 자신의 친구를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과 계약한 인간을 찾아달라는 딜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아빠를 찾을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건의 진상을 드러낼수록 아빠가 그토록 숨겨왔던 쌍둥이가 태어난 세계에 가까워지는데...

 
1장. 쌍둥이의 자리(1)
작성일 : 19-12-20 01:19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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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갑고 새하얀 조명이 사막의 태양처럼 촬영장에 내리쬐었다. 주변 스태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지만, 새하얀 백드롭 중간에 선 열두 살의 남자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교태를 부렸다.

 

 햇빛을 머금은 풍성한 금발, 그 밑에서 수줍게 비치는 빙하의 옅은 파란색을 띈 눈, 갸름하고 섬세한 이목구비와 곧게 뻗은 목에선 한 떨기 백합 같은 우아함이 묻어났다. 자칫하면 그저 인형처럼 보일 수도 있는 얼굴이었지만, 입술에 띈 서투르고 천진난만한 미소는 온 얼굴을 그 나이에 걸맞는 생기로 빛나게 했다.

 

 이런 외양을 타고난 가인은 거의 말하고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온갖 잡다한 제품의 모델을 해왔었다. 그래서 답답한 옷과 흘러내리는 화장에 학을 떼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고개 조금 더 옆으로—미소 크게—조금 덜 크게—눈 더 크게 뜨고—뽀뽀—오케이, 컷!”

 

 가인은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던 미소를 떨어뜨린 뒤, 양 볼을 문지르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중년 남자 옆으로 걸어갔다. 가인이 소속된 청소년 패션 잡지의 편집장 겸 사진 기자인 백 감독님은 동그란 안경 너머로 찍힌 사진을 하나 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으아…볼에 쥐나겠다…얼마나 남았어요?” 가인은 그렇게 물으며 스타일리스트 형이 정성스레 매만져준 금발을 손으로 쓸어넘기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감독님은 카메라에 담긴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세일러 콜렉션은 이걸로 되고…파스텔만 남았어. 그래도 세 벌밖에 없으니까, 빨리 끝날 거야.”

 

 가인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한숨을 겨우내 삼켰다. 아무리 옷 자체는 세 벌밖에 안된다 해도, 깐깐한 완벽주의자인 감독님은 죄다 다른 메이크업과 헤어로 세 벌을 모두 찍으려고 할 텐데...그러면 최소한 두 시간은 잡아먹을 터였다.

 

 솔직히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중소 잡지에 가까웠는데, 뭘 이리 집착하나 싶기도 했다. 뭐, 그래도 감독님은 무소속 미성년자 모델 치곤 최저시급을 지켜서 주시는 분이라 토를 달기도 어려웠지만.

 

 “네, 알았어요. 그럼 다음 거 바로 준비할게요.”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감독님의 물병을 뺏어 한 모금 입에 부어넣은 뒤, 가인은 서둘러 옆의 낡은 소파에 반쯤 기대 수학 문제집에 코를 파묻은 작고 가냘픈 체구의 여자아이에게 향했다.

 

 “야, 세민아. 나 한 두 시간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먼저 갈래?” 가인이 물었다.

 

 책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나서야 세민은 고개를 들어, 잠에서 막 깬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우유 같이 하얀 얼굴에 자리잡은 날카로운 암갈색 눈이 가인을 올려다보았다. 오똑한 코 밑에 분홍빛 선 마냥 오므려진 얇은 입술은 성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부드러운 곡선인 것을 보아 그냥 평소의 세민이였다.

 

 “어어, 뭐?” 세민이 되물었다. 가인은 혀를 끌끌 차면서 아무렇게나 뻗친 짧은 까만색 머리를 손으로 빗어줬다.

 

 “머리 좀 빗고 다녀, 이것아…나 한 두 시간 정도 더 걸린다고. 먼저 갈래?” 가인이 반복해서 말했다. 세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굳이 뭘. 난 공부나 할 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미친.” 세민은 말을 하다 말고 괴상망측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가인의 옷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너 도대체 뭘 입고 찍는 거야?”

 

 가인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허리춤에 손을 얹고 포즈를 취했다. “뭐긴 뭐야, 2019년 에스트레이야 세일러 컬렉션 아이템 29지.” 가인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짙은 남색 원단의 반바지와 아담한 세일러 칼라가 달린 흰 셔츠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귀여웠다. 가인은 윤곽이 뚜렷한 마른 몸매였기에 무리 없이 소화해냈지만, 세민은 쌍둥이 남매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못마땅한 건지 코를 찡긋거리더니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시급, 많이 받아둬. 가까운 미래에 실업자가 될 수도 있어.” 세민이 대답했다. 대답 대신 가인은 세민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서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가인의 슬픈 예상대로, 각 옷은 저마다 어울리는 새로운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조명과 함께 찍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고집에 촬영은 세 시간을 막 넘기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나마 한 달에 한 번이었기에 망정이지…벌써 해는 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하늘의 붉은 기도 이미 가시고 있었다.

 

 가인이 스태프 한 분 한 분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문제집을 다 푼 세민은 느긋하게 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서둘러 낡은 사무실을 빠져나가, 거북이보다 느린 엘리베이터 대신 회색 돌 계단을 쿵쿵거리며 내려갔다.

 

 “…이야. 너 찍는 거만 보면 무슨 틴에이전트 화보 찍는 줄 알겠어?” 빌딩을 나서기를 기다렸다가 세민이 놀렸다. 가인은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틴에이전트였으면 더 견디기 쉬웠을 텐데. 감독님은 참 좋긴 한데…솔직히 찍는 거에 비해 안 팔리니까 왠지 나도 허탈하단 말이야.” 화장품을 닦아내느라 얼얼해진 볼을 문지르면서 가인이 불평했다.

 

 세민은 동정심 어린 눈으로 가인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그러지 말고 니 통장에 꽂힌 시급을 생각해. 그걸로 팔찌나 한 개 더 사든가.”

 

 “아냐. 나 최근에 사고 싶은 게 생겼어. 보여줄게.” 가인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서 팔 부분에 단순한 디자인의 별자리가 새겨진 후드티 사진을 띄운 뒤, 세민에게 내밀었다. 세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나쁘진 않네. 근데 너무 가격에 비해 심플하지 않냐?” 세민이 물었다. 아마 아무 생각 없는 말이었겠지만, 가인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없어선 안될 것 같았던 후드티가 괜스레 터무니없이 비싸 보였다.

 

 “기본템이지, 기본템.” 가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창을 닫은 뒤, 하나 둘씩 전기 별이 들어오는 도심의 밤 속을 거닐었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두 쌍둥이를 반겨주는 듯, 수십 개의 노란 눈을 반짝이는 하이페리온 하이츠를 향해 돌다리를 건너던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야, 어제 큰아빠가 통화하는 소리, 못 들었어?” 세민이 물었다. 가인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때 광재랑 톡하고 있어서…헤드폰도 끼고 있었고. 왜?” 가인이 되물었다.

 

 “아빠…엄청 빡쳐 있더라고. 진짜 쌍욕까지 섞어가면서 욕하던데.”

 

 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큰아빠가 쌍욕 좀 한 거 가지고 왜세민은 이렇게 심각하게 반응하는 거였을까. “아빤 의뢰인이랑 통화할 때 항상 빡쳐 있잖아. 욕 좀 할 수도 있지 뭐.”

 

 “우리 얘기였어.”

 

 명치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 가인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우리한테 욕했다고?” 눈이 휘둥그레진 가인이 되물었다. 세민은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아니…그건 아마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정상적인 내용은 아니었어.

 

 “왜? 뭐라 한 건데?”

 

 세민은 코로 깊게 숨을 내쉬더니, 입을 천천히 열었다. “음…쌍욕을 전부 배제하고 요약하자면 아빠가 통화를 하는 그 사람은 우리를 아빠에게 보내준 사람이래. 그리고 그 사람이…우리를 죽이려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그렇게밖에 못 들었어.”

 

 가인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대사를 납득하려, 얼굴에 서려 있을 법한 장난기를 찾아 세민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하지만 일자로 다물어진 입술과 굳은 눈에는 일말의 웃음기도 없었다.

 

 말도 안됐다. 애초에 가인과 세민은 십몇년 전, 같은 고아원에 맡겨진 걸 큰아빠와 작은아빠가 데리고 온 거였다. 그때 “보내줬을” 고아원의 원장님이 이제 와서 위험에 빠뜨렸다니? 아무 개연성도, 논리도 없었다.

 

 그렇지만—그랬다면, 이토록 필사적으로 머릿속으로 되뇌이는 건, 봄이 여름으로 건너가는 뜨뜻한 밤임에도 등골에 맺힌 땀이 얼어붙어버릴 정도로 오싹해지는 건…

 

 역시 그날의 눈—

 

 가인은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태연한 척을 했다. “뭐…입양된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위험에 빠뜨렸다니? 뭔 위험?”

 

 세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방이 어두워지더니, 아무것도 안 들렸어.”

 

 “어두워졌다고?”

 

 “응. 아빠 방문 근처로 가니까 문틈으로 불이 새어 나왔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동시에 아빠가 말을 멈췄어. 아마…내가 듣고 있는 걸 눈치챈 건가 싶기도 하고.”

 

 가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불이 꺼진다니...역시 컴퓨터라도 끈 것이었을까? 갑자기 아빠가 방 불을 끌 리는 없을 테니. “그래서? 안에 들어가봤어?” 가인이 물었다.

 

 세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빠가 나오던데.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갑자기 밖으로 허겁지겁 나가더라고. 핸드폰도 지갑도 차키도 그대로 놔둔 채…”

 

 “근데 아침에는 있었잖아?” 오늘 아침, 평소대로 식탁에 앉아 호박죽을 떠먹던 아빠를 떠올리면서 가인이 말했다.

 

 “뭐, 주현이 아저씨 집에서 잤겠지. 그런데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왜 굳이 그렇게 했을까?” 세민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향하는 횡단보도까지 이어지는 벽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물어보지 그랬냐.”

 

 “오늘 그러려고."

 

 "또 다른 말은 없었어?" 가인이 물었다. 세민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른 쪽 손으로는 반대편 팔꿈치를 받쳤다. 세민이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자세였다. 어디 탐정 만화에서 본 기억이 있는 듯 했다.

 

 "아, 그건 있었지. 라카르타." 손가락을 튕기며 세민이 말했다.

 

 "자카르타?" 가인이 되물었다.

 

 "아냐, 분명 'ㄹ'이었어. 그런데...뭘까?"

 

 "라카르타...음, 어디 브랜드 이름인가? 찾아보면 되겠지." 가인이 가볍게 대꾸했다.

 

 "집에 가면 그래야겠다. 그래도 뭐, 아무 일도 아니겠지? 아빠는 기본적으로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세민의 가벼운 말에 가인은 바로 맞장구칠 수 없었다. 볼에서 환청 같은 욱신거림이 솟아오르자, 가인은 인상을 쓰며 그것을 걷어내려 슥슥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가인과 세민은 하이페리온 하이츠의 물내음 가득한 대리석 복도로 들어섰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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