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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화원의 늑대
작가 : 이성화
작품등록일 : 2019.11.5

A.I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물질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 '아스트랄계'를 구축한다. 주인공 수잔나는 A.I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카탈 클럽'의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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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14 19:27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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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 날 수잔나가 아침부터 아스트랄계에 진입했을 때, 그녀는 당연히 분수대와 야외 테이블이 있는 정원이 보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처음 그녀의 시선을 가득 채운 것은 은빛과 연한 금빛으로 휘날리는 반짝이들이었다. 어딘가에서 이 일부러 경박한 티를 내려고 작정한 반짝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투스 소리가 들려왔다. 음계가 분명한 그 노랫소리는 햇살처럼 가볍게 주위 물건들을 바닥에서 살짝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수잔나가 몇번 들어본 적 있는 아미르의 노랫소리였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미르를 찾으려 했지만 그 전에 세 개의 대리석 조각이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그 세 개의 조각상은 쥘리에트, 아드리안, 현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견디기 힘들게도 그리스 조각상처럼 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군데군데 반짝이가 내려앉아 있었다. 거기에 상투스 배경음까지 더해지니 차마 눈뜨고는 못볼 지경이었다. 수잔나는 마음대로 아스트랄계를 왔다갔다 했지만 이처럼 진정으로 '아스트랄'한 기분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그 조각상들이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수잔나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그것들은 재빨리 외쳤다.

 

  "스승 축하합니다!"

 

  그들은 과하게 즐거움 가득한 목소리로 합창했다.

 

  "스승 축하합니다! 마침내 수잔나가!"

 

  이쯤 되자 수잔나도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옆의 분수대에서 물을 한가득 떠 그들에게 뿌렸다. 수잔나의 두 손에는 방그 만들어낸 대야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켁켁거렸지만 아드리안만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래를 불렀다. 예상대로였다.

 

  "제자 생긴 걸 축하합니다!"

 

  그는 반짝이 물에 젖은 채 당당하게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짧은 소절에 긴 가사를 욱여넣었다. 그때까지도 계속되고 있던 아미르의 노랫소리가 쓸데없이 신성한 여운을 남기며 멈추었다. 아드리안은 눈물을 흘리며 웃는 현진과 쥘리에트에 합류했다. 대야를 든 수잔나의 손도 웃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수잔나가 그들에게 잔혹한 복수를 감행하기 전에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 위로 드리워졌다. 그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청금석을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비늘을 가진 아름다운 드래곤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드래곤의 눈은 아주 높이 있었지만 새까만 결막 속에서 밝게 빛나는 눈빛 때문에 마치 먼 곳의 은하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드래곤은 위엄있게 입을 열었다.

 

  "내 시험을 통과한 걸 축하한다, 용사여."

 

  "그만해, 아인!"

 

  수잔나가 드래곤을 향해 외쳤다. 쥘리에트는 웃다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수잔나의 어깨에 기대어야 했다. 수잔나는 드래곤의 표정을 읽을 줄 몰랐지만, 그것이 미소 지은 느낌이 들었다. 드래곤의 윤곽이 갑자기 변하며 아래로 쏟아지듯이 내려왔다.

 

  땅에 발을 디뎠을 때, 그것은 유리 조각처럼 섬세하게 생긴 미남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반투명한 남색 외투는 소매가 넓은 동양풍이었고 다이아몬드 무늬가 정교하게 들어가있었다. 그 치렁치렁한 외투 안에는 소매와 바지통이 좁은, 몸에 맞는 흰색 옷을 입고 코르셋처럼 두꺼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었다. 수수한 흰 옷에 달린 허리띠 옆으로 화려한 장식이 길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반투명한 외투 너머로 볼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수잔나는 쏟아지는 푸른 색 머리칼 사이로 은빛 귀걸이가 빛나는 것을 보았다.

 

  "시험 얘기는 농담인 거 알고 있겠지?"

 

  수잔나는 그 긴 금속 귀걸이를 선택한 아인의 안목에 감동한 나머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사이 건물에서 내려온 아미르가 아인의 은방울 같은 목소리를 흉내내며 덧붙였다.

 

  "용사여."

 

  "넌 멀쩡해 보이는구나, 아미르."

 

  그 말은 들은 아미르는 수잔나에게 적정 거리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인은 생글생글 웃었다.

 

  "남은 볼일은 나중에 처리하고, 이쪽으로 와 봐."

 

  그가 뒤돌아서 건물 뒤쪽으로 걸어갈 때, 수잔나는 그가 신은 진줏빛 광채가 도는 신발의 굽이 4 센티가 넘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건물 뒤에 놓인 광경은 아무래도 그들 모두의 취향을 절충한 것 같았다. 실버블론드 빛의 긴 식탁이 꽃으로 덥힌 아치형의 문 여러 개에 감싸여 있었다. 꽃은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종류가 있어서 쥘리에트는 눈을 반짝였다. 핳지만 수잔나의 취향을 생각해서인지 그 꽃들은 모두 흰 색으로 맞춰져 있었다. 수잔나는 이 세계에 벌레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이 감사했다. 저 쓸데없이 긴 뷔페식 식탁은 분명 아미르의 취향일 것이다. 게다가 식탁 몸체에서부터 모서리와 다리의 양각 장식까지 전부 아드리안이 좋아하는 금색 계열이었지만 다행히도 연한 금색이어서 수잔나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되었다.

 

  수잔나는 곧 마주하게 될 현진의 취향을 두려워하며 식탁으로 다가갔다. 자리에는 다섯 개의 카드가 놓여 있었다. 수잔나는 모서리에 매화 가지가 그려진 카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녀는 카드를 집어올리며 단향목 향기를 맡았다. 카드를 뒤집자 정갈한 글씨체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눈 속에서 헤메이니,

  겨울 이슬만 마시며 바라봐도

  차마 닿지 못할 매화의 끝을 좇노라]

 

  수잔나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자 어느 새 곁으로 다가온 아인이 말했다.

 

  "한 문장으로 끝냈잖아. 다른 카드에도 있는데 보겠어?"

 

  "제안은 고맙지만 괜찮아. 신진사대부 스타일은 내가 감상하기엔 너무 고결한 것 같아."

 

  수잔나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현진은 그들 모두의 카드를 모았다. 아드리안이 그들을 둘러보며 "내 카드는 포도인데......," 까지 말했을 때 수잔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 귀걸이 말이야,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

 

  "네가 그렇게 말할 것 같았지," 아인이 대답했다. "오늘은 널 위한 날이니 좀 더 너의 취향에 맞춰봤어."

 

  "나도 그 귀걸이 괜찮은데," 아미르가 거들었다. "무대 가수 같은 느낌이야. 마음에 들어."

 

  수잔나는 어느 시대의 어느 장르의 가수를 말하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아인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옛날에 어떤 락스타가 인터뷰 할 때 착용하고 나온 귀걸이야. 인터뷰어는 그에게 꼭 남자 버전의 오스칼 프랑소와 같다고 말했지."

 

  오스칼 프랑소와는 유명한 옛날 애니메이션의 남장여자 주인공이었다. 남자 버전의 오스칼 프랑소와 같다는 말은 곧 여장남자 같다는 말이었다. 지금이야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 시대에는 모욕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예술이 뭔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사람이었구나."

 

  수잔나가 진심으로 말했다. 쥘리에트와 현진은 그 작품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어감으로 짐작한 듯 수잔나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아드리안도 동의했다.

 

  "힙한 디자인이야. 내가 물질계에서 갖고 있었다면 매일 하고 다녔을 걸."

 

  "넌 정말 예측할 수가 없어."

 

  수잔나가 말하자 아드리안이 대답했다.

 

  "너보다 더 할까."

 

  아인은 자리에 앉은 채 소리내어 웃었다. 그의 귀걸이와 복장은 모두 화려했지만 그의 고아하고 섬세한 용모를 생각하면 과해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웃기까지 하니 복장의 화려함도 그 미소 앞에선 빛이 바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서 각자의 앞에 놓인 크리스탈 접시에 음식을 덜기 시작했다. 쥘리에트가 구운 파인애플을 덜며 입을 열었다.

 

  "아인, 갑자기 생각났는데 네 비현실적인 머리색 말이야."

 

  수잔나는 샴페인 잔을 입술에 대고 떼지 않았다. 아인이 여상히 대답했다.

 

  "이 머리색은 수잔나의 취향이야."

 

  아드리안이 풉 하고 웃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미르가 그를 대신해서 말해주었다.

 

  "그건 예상했던 바야."

 

  여느 주말과 같이 그 날은 기억 속에 갇히는 게 아쉬울 정도로 꿈결처럼 흘러갔다. 식탁에 놓인 백옥 화병 위로 흰 장미 다발이 올라와 있었고 중간중간에 꽂힌 푸른 장미가 눈길을 끌었다. 샴페인도 음식도 완벽했다. 다음 날 수잔나가 아인을 봤을 때, 그는 로브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은색 귀걸이는 그대로 그의 귀에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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