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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28화 금이 가버린 마음과 마을, 그리고 (8)
작성일 : 19-12-09 20:05     조회 : 100     추천 : 0     분량 : 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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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의 황금색 검의 끝이 다시 붉은빛의 물방울들을 머금었다.

  시은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왜 그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 점이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는 이 사내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사내의 행동으로 보아, 자신에게 용무가 있어보였다. 자신과의 싸움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유가 뭐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정보가 없는 시은이에게 추측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자신만의 추측과 판단으로 상황을 헤쳐왔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전력차가 나는 싸움을 하는 건 베타에 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펠리온."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시은이의 귓가에 걸려왔다. 조소가 섞여있던 입꼬리에 더 이상의 웃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뭐야?"

 "기억조차 못하는 거야? 이거 너무한 걸."

  계속해서 자신에게 기억을 요구한다. 카르탄부터 시작해서 진그마을의 현인 진그, 그리고 숲에서 만난 실운,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있는 폐윤마을을 공격한 리더같은 사내.

  시은이가 생각해낼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였다. 전부 옛 숲의 여주인의 행보에 따른 결과였다.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적어낸 세 가지 책 중 두 권을 읽은 시은이였지만, 그녀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았다.

  실운이 가져가버린 회색의 두꺼운 책을 제외하고는, 시은이를 위한 여주인의 튜토리얼북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읽었던 녹색의 얇은 책은 정말로 급할 때 이것부터라도 읽으라고 만든 것처럼 중요한 사실들을 최대한 짧고 간단하게 담아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그가 읽은 연한 갈색책은 전부 읽어내진 못했지만 각자의 순수한 기력인, 재능에 관련해서 심화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스트론이 설명한 직업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많은 내용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두께에 비해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는지 10분의 1밖에 읽을 수 없었다.

  그 뒤에 어떠한 내용이 적혀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시은이는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실운과 같은 강자를 마주쳤을 때 처럼, 눈치껏 숨을 죽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이 그를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자, 리더로 보이는 사내는 무엇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가뜩이나 얇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뭐야. 정말 모르는 거야? 내 이름이잖아! 내 이름!"

  펠리온이라 이름을 대는 사내는 들고 있던 황금색의 단검을 빠르게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베어냈다.

  그러자 그 동작을 따라 대기 중의 공기가 일렁이며 시은이에게 다가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눈에 보이는 동작이라, 시은이는 가볍게 옆으로 피해냈다.

 "어라? 아, 다시."

  황금색 단검을 쥔 펠리온의 손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그 떨림과 함께 전체적인 잔상이 일그러져갔다. 그와 함께 그들을 덮쳤던 칼날같은 바람이 시은이에게 엄습해왔다.

  시은이는 주변에 흐르는 기력을 자신의 순수기 1식 연결로 자신의 몸에 두른 기력방어막에 더했다. 순수기로 더해진 기력들은 더욱 정밀하게 기력방어막의 틈새에 파고들어 촘촘하게 그의 몸을 감쌌다.

  그 덕분인지, 똑같은 기술을 연달아 받아내며 불과 30cm 정도 밖에 밀리지 않았다.

 "나에겐 안통하는 것 같은데?"

  시은이는 펠리온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펠리온은 시은이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못알아들었을 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아, 너 정말 날 기억 못하는구나. 똑같은 수에 똑같이 당하는 거야?"

  그제야 시은이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은아.."

  어떻게든 거검을 땅에 박은 채로 버티고 있던 시야카는, 거검을 쥐고 있던 손에서 스르륵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 주변은 그녀가 흘린 것 같은 피웅덩이가 넓게 퍼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단보루도 검은 도복을 완전히 핏빛으로 물들이곤,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스트론의 오른팔은 깔끔하게 잘라져나가 그의 왼손이 억지로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시은이의 머릿속이 부숴져 버릴 것 같이 진동했다. 언제나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흐르도록 만들던 시은이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들에겐 아무런 죄가 없다. 스트론은 그저 억울하게 당한 자신과 마을의 복수를 하러 왔을 뿐이다. 단보루는 말로는 실운에 대한 복수를 운운했지만, 시야카와 시은이를 안전하게 시그리안까지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시야카는 그저 생명의 은인이자, 마을의 은인인 시은이를 따라왔을 뿐이다.

  전부 당했던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시은이를 만나고 나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적은 없었다.

  왜 그러한 사람들이 이러한 대우를 받고,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갔고, 그들은 그저 당하기만 해왔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속은 점점 곪아들어갔다. 상냥하게만 비춰졌던 세상은 다가서자 숨겨두었던 칼날을 그대로 심장 깊숙한 곳에 꽂아넣었다.

  오리진에서 겪었던 일들이 다시 플래시백 되고 있었다. 시은이의 머릿속에서 숨가쁘게 그 때의 상황이 지나가며, 그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졌다.

  겉잡을 수 없는 감정이 시은이의 몸 안에 휘몰아쳤다.

 "이제야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주는 군. 사실 나는 네가 날 기억하든 말든 상관이 없어. 이건 오로지 나의 복수고, 그 때 나를 끝내지 못한 너의 잘못이니까, 김시은!"

  날카롭게 갈라진 목소리가 주변에 갈라져가듯 퍼져나갔다. 바람에 걸려있는 칼날과 같이 공기를 찢어내는 것 같았다.

  퀭한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분홍빛이 돌던 얼굴의 혈색이 창백해져갔고, 눈썹엔 힘이 풀려있었다. 입은 어느새 벌어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들리지 않는 울부짖음이 울렸다.

  시은이는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인지, 앉아있는 것인지 그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지금 닥친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그럼, 잘가도록."

  펠리온의 몸을 두르고 있던 황금색의 무구가 그 빛을 더욱 진하게 내기 시작했다. 햇빛에 반사된 그의 무구는 그 주변에 보이지 않는 반사판에 계속해서 역반사를 일으키며, 빛의 속도로 끊임없이 서로를 반사했다.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공기중에 빛속으로 사라졌고, 천둥이 치는 굉음과 함께 그의 주변이 크게 일렁였다.

  붉은빛의 물방울을 머금은 단검의 끝이, 창백해진 피부를 넘어 푸른빛을 띠고 있는 시은이의 경동맥을 향해 나아갔다.

  순수기까지 써가며 강화시킨 기력방어막을 종이를 찢어내듯 가볍게 뚫어내고, 그대로 검의 끝이 경동맥에 닿자마자 그대로 세상이 멈춰버렸다.

  시은이의 생각이 가속된 것은 아니었다. 진그마을에서 보았던, 옛 여주인이 남긴 그녀의 능력도 아니었다.

  공기의 흐름까지 멈춰버린 세상속에 하얀색 천을 온몸에 두른 무언가가 시은이의 목에 단검을 대고 있는 채로 멈춰버린 펠리온에게 다가왔다.

 "집념이 대단한 인간이야."

  철공끼리 부딪치며 공명하는 것 같은 소리가 멈춰있는 공기의 흐름을 약간이나마 흔들었다.

  모든 것이 멈춰있는 펠리온의 몸에서, 오직 그의 눈만이 부들거리며 하얀색 천을 두른 무언가를 째려보았다.

  시은이의 두 배는 넘을 것 같은 덩치를 가진 무언가는 하얀색의 천 속에서 새하얀 손을 꺼내고는 그대로 손을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순수기 30식 역전(逆轉)."

  커다란 진동이 주변을 엄습하고,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펠리온의 몸에 재단된 것 같이 꼭 맞던 황금색의 무구가 서서히 벗겨지고, 손에 들고 있던 황금색의 단검도 그 모양을 잃어갔다.

 "안돼! 내가 어떻게 만든 무구가!"

  펠리온의 절규와 함께 그를 감싼 모든 것이 사라졌고, 그가 처음에 입었던 다 허름해져 부숴져가는 갑옷만이 그의 앙상해진 몸을 가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엔 검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부식된 얇은 꼬챙이가 들려있었다.

 "김시은. 정신차려."

  자신이 두르고 있는 천보다 더 새하얀 것 같은 손을, 모든 것을 잃은 것마냥 허우적대는 시은이의 어깨에 얹었다. 그러자 하얗게 빛나는 기력이 그 손을 타고 시은이의 온몸에 퍼져갔다.

  시은이의 혈색이 점차 돌아오고, 초점을 잃었던 동공이 다시 밝은 빛을 찾아갔다. 그제야 입을 다물고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따라 그대로 시선을 올렸다.

 "누구..시죠?"

  급작스런 상황전개에 따라가기가 벅찼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마치 머리에 안개가 끼었던 것처럼 머릿속의 두뇌회전을 저해하던 무언가가 점점 옅어져가고 이었다.

 "아아, 초면이겠구나. 뭐 그리 반갑지 않은 얼굴일지 모르겠다만.. 일단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지."

  얼굴조차 너무나도 새하얗게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이목구비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저 찬란하게 빛나며, 하얀색 천 속에서 그 누구도 알지 못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가의 말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작아진 분량이지만, 최대한의 군더더기를 제거한 진행이기에 이게 현재 최선입니다. ㅠ

 서로가 납득 할 수 있는 분량과 내용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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