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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러나 그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6.10.5

누군가 그를 미친듯이 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쫒기는 소년, 그는 어째서 납치당하는가?
벗어날수록 옭아매오는 그물, 그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치명적인 음모가 정체를 드러낸다!

강대한 라니냐 제국의 볼모가 되어버린 도림 왕국의 태자, 상냥하고 친절하나 실은 비성숙한 자아에 고통받는 그는 제국을 적대하는 식민지 독립파에 의해 납치당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고 흉악한 적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이색적인 해적과 조우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과 풋풋한 사랑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일궈나가는 다크판타지.



표지는 핀터레스트 펌입니다.

 
11.그 날
작성일 : 16-10-14 23:45     조회 : 830     추천 : 0     분량 : 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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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날.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착.

 

  슈리가 던진 클로버 4 카드가 바닥의 하트 4 카드 위에 안착한다. 맛깔 나는 소리를 내며.

 

  “그나저나 소녀는 놀랐지 뭐에요. 설마 도리아가 도림 왕국의 태자일 줄 일은 상상도 못했어요. 장난감으로 삼아볼까 했는데 무리겠네요. 쿠쿠쿠.”

 

  이도는 슈리의 마지막 말이 거슬렸지만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이도는 손에 든 카드를 살폈다. 낼만한 카드가 없다. 이미 손은 카드로 한 가득이다. 옛날부터 이도는 놀이에 약했다. 바둑을 두면 항상 졌다. 배운 지 한 달도 안 된 선화에게 졌을 때는 충격이었다.

 

  “이젠 태자가 아니라 대자지만. 난 이제 도림으로 돌아갈 수 없어. 황제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패스.”

 

  이도는 바닥에 놓인 카드 뭉치에서 한 장을 집었다. 루카가 다음이었다. 루카는 다이아몬드 4 두 장을 버렸다.

 

  “이도는 불쌍해! 그럼 이제 고향으로 못 도라가는 고야?”

 

  “갈 수는 있어. 하지만 도림의 왕위를 이을 수 없다, 그거지.”

 

  “그래도 이젠 황위를 이을 수 있쓰니까 파워 업 한 거 아냥?”

 

  “최종 결정은 황제가 해. 그 때까진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어.”

 

  다음 차례는 아리아였다. 아리아는 다이아몬드 6 한 장을 버렸다.

 

  “제국이 위태롭긴 한가봐. 식민지도 반란하려 하지, 얼마 전에는 도림 연합과 전쟁도 했지, 경제 규모도 예전만큼 못하지, 제국의 속주들도 점점 불만을 밖으로 표출하지. 세상 참 흉흉하네.”

 

  다음은 돌격대장이다. 돌격대장은 스페이드 6 세 장을 버렸다. 그의 손에는 단 두 장의 패만 들려있다.

 

  “제국도 지금 속으로 고민하고 있겠지. 식민지랑 전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자니 힘이 예전만 못하고, 안 하자니 위신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문제를 질질 끌면 곪기만 할 테고. 이천년은 너무 길지.”

 

  전쟁. 그 단어를 들은 이도는 마음 깊숙한 곳이 바늘로 찔리는 듯했다.

 

  아리아는 혀를 찼다.

 

  “마음 같아선 신대륙 정세가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야 내가 중간에서 이윤을 뜯어 먹지.”

 

  다음 차례는 슈리였다.

 

  “아자!”

 

  슈리는 패를 전부 털었다. 일동 한숨을 쉬었다. 슈리가 말했다.

 

  “패가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죠?”

 

  이도는 어깨에 힘을 쭉 뺐다.

 

  “나야.”

 

  슈리는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쿠쿠쿡. 원하는 건 뭐든지, 잊지 않았겠죠?”

 

  “뭘 원하는데?”

 

  “오 분 동안 소녀의 의자가 되도록 하세요!”

 

  이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자라니?”

 

  “이도가 엎드리면, 소녀가 그 등 위에 앉는 거랍니다.”

 

  “아아.”

 

  아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야야, 슈리! 너무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신분 차이를 생각해야지.”

 

  슈리는 호호 웃었다.

 

  “소녀는 신대륙 문필가의 헛소리 중에서 이것만은 마음에 들어요. 신분을 철폐하라!”

 

  아리아는 이도에게 말했다.

 

  “그래도 괜찮겠어?”

 

  이도는 웃어보였다.

  “괜찮아. 난 별로 신경 안 써.”

 

  이도는 절망 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슈리는 이도의 등 위에 앉았다. 생각보다 가벼워서 할 만 하다. 슈리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쿠쿠쿠쿡! 이게 세계 제일 권력자가 될 지도 모르는 의자인가요~ 아주 푹신하군요! 오호호!”

 

  루카는 두 팔을 벌렸다.

 

  “부러워~ 나도 하고 씨퍼!”

  “넌 안 돼!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렴.”

 

  “히잉.”

 

  루카는 정말로 손가락을 빨았다.

 

  슈리는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려 이도를 더 힘들게 했다. 엉덩이의 부드러운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힘들지만 정말로 할 만 했다.

 

  슈리는 뭔가 생각난 듯 아하, 하고는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이도와 거래를 해서 그를 보호했잖아요? 독립파는 이도를 협상카드로 써보려고 납치했는데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니, 이제는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네요.”

 

  이도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듣고 또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아리아는 한숨 을 쉬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젠 좋은 날도 다 갔지. 우리는 우연히 이도를 만나는 기회를 얻어서 다른 살 길을 찾아서 다행이야. 안 그래도 슬슬 사업을 접어야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아리아의 말은 이도에게 들리지 않았다. 슈리의 그 말만이 맴돌았다.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전쟁.

  전쟁.

  그것이 또 일어난단 말인가. 또.

 

  슈리는 이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소녀는 궁금한 게 있는데, 도림의 왕은 왜 제국에 전쟁을 선포한 거야? 애초에 이길 가능성도 높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도는 이를 악물었다.

 

  “하찮은 이유에요. 실로 하찮은.”

 

  이도의 눈에 불이 붙은 듯 번득였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전쟁이었죠.”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금 식민지가 일으키려고 하는 독립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식민지가 내세우는 독립의 명분은 전부 거짓말이다. 실체는 식민지의 기득권을 쥔 무역업자들이 자기네들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도는 지금까지 자기가 들은 정보를 종합해 그렇게 결론내렸다.

 

  그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전쟁을 하려하고 있어.

 

  심장이 쿵쿵 뛴다. 땀이 흐른다.

 

  왜 이러지? 이도는 신음하며 답답한 가슴을 팍팍 쳤다. 슈리가 일어서서 괴로워하는 이도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그래요? 소녀가 너무 무거웠던 겁니까? 말도 안 돼!”

 

  루카는 깔깔 웃었다.

  “와아~ 슈리는 돼지~”

 

  “닥쳐!”

 

  아리아와 돌격대장도 이도의 옆에 와 상태를 확인했다. 이도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잊고 싶은 그 날의 기억이 몰려온다. 두렵다. 하지만 잊으면 안 돼. 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괴롭다. 이도는 난간을 바라보고는 숨을 헉하고 삼켰다.

 

  난간에는 부식된 청동 같은 빛깔의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이도는 터질 것처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눈을 하도 질끈 감아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퍼서 흘러내리는 눈물인지 뭔지 구분할 수 없다. 주변이 빙빙 돈다. 아리아, 돌격대장, 슈리, 루카, 그들을 알아볼 수 없다. 단지 형형색색의 선만이 정신없이 이도를 감싸고 돌 뿐이다.

  그 장소에 각인되어버린 그 날의 기억이 흘러온다.

 

  선과 선 사이에 한 소녀가 있었다.

 

 

 

 

 

 

  그 때는 아직 우리나라와 라니냐 제국이 한창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제국군은 소른 대륙의 중앙분지를 타고 넘어와 우리를 압박했다. 원래 계획은 우리가 중앙분지를 타고 넘어가 공격하는 것이었으니, 계획이 어그러져도 한참 어그러진 것이다. 당연히 군대의 사기도 떨어졌다. 도림 왕국은 이럴 때면 항상 왕족이 전선으로 가서 군인들을 위로하고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전선으로 향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제 도착했다.

 

  나는 말에 탄 채 막사를 둘러보았다. 군인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피가 묻은 붕대를 여기저기 두른 군인도 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아버지가 일으킨 무리한 전쟁 때문에 이들은 이렇게나 고통 받고 있다.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망. 그것이 그렇게도 중요하단 말인가.

 

  나는 계속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한 인상 깊은 광경을 보았다. 간호병으로 보이는 내 나이쯤 되었을 법한 여자가 부상 입은 군인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나는 말을 멈췄다. 한 눈에 봐도 군인의 상처는 회복 불가능해 보였다. 왼쪽 다리가 완전히 괴사되었다. 찌릿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나는 여자를 다시 한 번 봤다. 검은 장발을 중간쯤에서 한 번 땋아 내렸다. 눈은 갈색으로 의지가 느껴졌다. 여자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잘라낼 수밖에 없겠어요.”

 

  그 말을 들은 환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지 저항하지 않았다.

  여자가 말했다.

 

  “옆의 두 분, 환자를 꽉 잡아주세요.”

  여자는 가방에서 신체절단용 톱을 꺼냈다. 환자의 친구 둘은 환자를 꽉 붙들어 맸다. 여자는 주사를 들어보였다.

 

  “진통제는 놔드리겠지만, 지금은 하나하나가 아까운 상황이라 하나 밖에 안 됩니다. 각오 단단히 하세요.”

 

  여자는 환자의 입에 둥글게 뭉친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했다. 조금 뒤, 여자는 톱을 들었다. 괴사된 부위와 아직 멀쩡한 부위 사이를 깨끗이 소독한 뒤, 끈으로 단단히 묶은 후, 드디어 톱을 피부에 갖다 댔다. 환자가 살짝 몸을 떨었다.

 

  “금방 끝날 겁니다.”

 

  여자는 톱으로 다리를 서걱서걱 잘랐다. 절로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손수건에 막힌 환자의 낮은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눈을 뜨고 다시 그 장면을 보았다. 친구 둘이 버둥대는 환자를 안간힘을 쓰며 붙잡고 있었다. 여자는 굵은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있다. 피가 푹푹 터져 나왔고 떨어져나가는 부위의 단면이 보였다. 하얀 뼈와 주위를 둘러싼 벌건 근육들.

 

  욕지기를 느끼고 또 고개를 돌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저 여자는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봤다. 진지한 표정이다.

 

  어느새 작업은 다 끝났다. 여자는 절단면을 붕대로 칭칭 감싸고 지혈작업을 했다. 환자는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여자는 의료용 장갑을 벗으며 땀을 닦았다. 실로 초연하다. 이런, 시간을 너무 썼다. 나는 다시 앞으로 갔다. 말이 다그닥 거린다.

 

  나는 옆의 장교에게 물었다.

 

  “방금 간호병, 이름이 뭔가?”

  “김희아라고 하옵니다.”

 

  “김희아.”

 

  조금 더 가서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머무르게 될 천막이다. 딱 봐도 다른 병사들의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다들 고통스러워하는데 나만 이렇게 좋은데 있어도 되는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여기 온 게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가 원한 건 아니다. 아버지가 시킨 것이다. 근데 내가 왔다고 해서 군인들에게 힘이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나는 말에서 내리면서 줄곧 그 김희아라는 간호병에 대해 생각했다. 나랑 나이가 같은데도 이미 갖추고 있는 그 결단력과 주저하지 않는 태도. 부럽기도 한 한편 그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자님, 조심하십시오!”

 

  장교가 외쳤으나 나는 한 발 늦게 반응했다. 김희아에 정신이 팔린 탓에 말이 앞으로 움직이는 걸 눈치 못 챈 모양이다. 당황한 나머지 발이 꼬여서 쓰러지듯이 말에서 내리는 모양새가 되고말았다.

  “윽!”

 

  오른 발목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삔 건가? 예상 못한 착지법에 발목이 놀란 게 분명하다. 나는 내리긴 했지만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장교가 무릎을 꿇고 발목을 만지는 내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견딜 만 해.”

 

 

  “간호병을 불러오겠습니다. 이봐, 너희들은 태자님을 안으로 모셔!”

 

  나는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나를 간이침대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그들에게 밖에 나가 있어도 된다고 해주었다. 병사들은 허리를 깊이 숙인 뒤 나갔다.

 

  조금 지나자 그 김희아라는 간호병이 들어왔다. 김희아는 내게 깍듯이 인사했다.

 

  “태자님, 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입니다.”

 

  몇 번 들어도 닭살이 돋는 인사말이다.

 

  “너무 격식은 안 차려도 돼.”

 

  김희아는 무표정이었다.

 

  “발목을 삐셨다고 들었는데, 맞는지요.”

 

  “그래. 내 군인들이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김희아는 내 발치로 다가왔다. 나는 오른 신발을 벗고 발목을 드러냈다. 관절 부분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김희아는 조심스럽게 내 발을 만지며 치료를 시작했다.

 

  “방금 네가 한 환자를 치료하는 걸 봤어. 망설임 없이 다리를 잘라내더군.”

 

  김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섭지는 않은 건가?”

 

  “무서우면 애초에 여기 안 있고 집에 가만히 있겠죠.”

 

  “으음.”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왕족 앞에서도 이렇게 쌀쌀맞은 사람은 정말 희귀하다. 내 아버지였다면 지금쯤 사단이 낫겠지. 하지만 난 아버지와는 다르다.

 

  희아는 내 발목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형제자매는 없는가?”

  “오라버니가 한 분 있습니다.”

  “어떤 자인가?”

  “군인입니다.”

 

  “어디의?”

  “죽었습니다.”

  “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미안해.”

 

  “괜찮습니다. 벌써 몇 달 전의 일입니다. 중앙분지의 요새를 사수하기 위해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하더군요.”

 

  나는 침묵했다. 전쟁, 그리고 죽음. 대체 언제까지?

 

  “그대는 두렵지 않은가? 자네도 언젠가, 이 전선에 있다간 오라버니처럼 죽을 지도 모르는 것인데.”

 

  희아는 붕대 감는 걸 마쳤다.

 

  “당연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희아는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 세상에 가득한 비명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나는 가만히 앉아 희아가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병사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내용은 진부했다. 격려의 메시지, 건투의 메시지. 내 입으로 말하면 서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정신도 딴 곳에 가 있었다. 바로 희아한테. 희아의 삶의 태도는 감명적이었다. 그래서 쉽사리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았다.

 

  나는 희아를 찾아가기로 했다. 희아가 묵는 천막을 찾아간 것이다. 간호병은 중요인력이었기에 천막을 혼자 썼다. 근데 지나치게 작고 남루했다. 그녀처럼 헌신적인 간호병에게는 너무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다른 천막을 제공했다. 당연히 1인용이고 좀 더 컸으며 비교적 깔끔했다. 희아는 찾아온 행운에 눈을 반짝였다.

 

  “감사합니다, 태자님. 이 은혜에 어찌 보답해야할지.”

 

  “내 발목도 치료해주고, 군인들도 그렇게나 잘 보살펴주지 않는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까지 그런 낡은 곳에서 지낸 게 이상한 거지.”

 

  나는 미소 지었다.

  그 날 밤 나는 희아의 천막에서 희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희아는 의료 솜씨만 아니라 음식 솜씨도 발군이었다. 평범한 고기죽이었는데도 자꾸 먹고 싶은 맛이 났다. 혀를 휘감는 이 감칠맛이 엄청나다.

 

  “음식은 어디서 배운 건가?”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십니다. 어머니한테서 배운 거죠. 아버지한테는 의술을 배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희아는 상류층 출신이었다. 어디나 다 그렇지만 상류층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이렇게...... 알면 알수록 그녀에게 존경심이 든다.

 

  그 뒤로도 죽 희아와 대화했다. 보기보다 그녀는 꽤 말이 많았다. 그래서 대화 소재가 떨어질 일이 없었다. 희아의 가정사, 나의 가정사, 어린 시절 추억 등등. 희아는 특히 내 가정사에 관심을 보였다. 왕족의 사생활에 흥미를 느끼는 걸 만인 공통인가 보다.

 

  나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전쟁이 끝나면 무얼 하고 싶은가?”

  희아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말했다.

 

  “퇴역군인들을 위한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재향군인?”

 

  “네. 제가 이렇게 말하면 퇴역군인에게 병원이 뭔 필요냐고 하지만, 전쟁의 상흔이 마음 깊이 새겨진 퇴역군인들은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고, 또 적응한 것처럼 보여도 속내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퇴역군인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말을 마치고는 희아는 웃었다. 웃는 모습이 예뻤다. 희아의 착한 마음씨에 나는 흐뭇한 한편 나는 왕족으로서 백성들을 희아만큼이나 신경 썼는가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럼 내가 그 퇴역군인을 위한 병원 설립을 도와주겠네.”

  희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신가요? 아니,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요.”

 

  “이건 널 위한 일인 동시에 날 위한 거야.”

 

  “아?”

  나는 씩 웃었다.

 

  “왜? 내가 격식 있는 말투를 안 쓰니까 당황했어? 사실 난 격식 차린 말투를 싫어해. 답답하잖아. 좁은 궁궐 같고. 그리고 너를 상대로 딱딱하게 말하는 것도 싫고.”

 

  “태자님, 보기보다 불량하시네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내가 어릴 때는 탈선 좀 했지. 그건 그렇고, 퇴역군인을 위한 병원. 나는 진심이야. 네가 진심인 것처럼.”

 

  “감사합니다. 태자님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필요 없어.”

  희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침울한 얼굴빛을 보였다.

  “왜 그래?”

 

  “전쟁이 없었다면 저 같은 간호병도, 퇴역군인을 위한 병원도 필요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안해.”

  “태자님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나는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네?”

 

  나는 천막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중에 내가 아버지를 이어 왕이 된다면 아버지와 얼마나 다른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전쟁 없이 백성들이 편안하게, 아버지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태자님이 왕이 되면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어째서?”

 

  희아는 미소 지었다.

 

  “태자님은 상냥하니까요.”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퇴역군인을 위한 병원에 있었다. 그곳에 희아가 있었다. 희아는 언제나 그렇듯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에 봤을 때와 똑같다. 나는 안심했다. 나는 희아를 격려하기 위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희아의 왼팔이 뚝 떨어지며 단면에서 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반대쪽 어깨에는 절단용 톱이 박혀있었다. 서걱, 서걱, 서걱하며 움직이더니 반대쪽 팔도 떨어졌다. 피가 솟아나왔다. 푸슈슈슉.

 

  피를 흘리며 희아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태자님은 설령 대학살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분이에요.’

 

  나는 희아를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리라고 외치며.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희아는 또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태자님이 상냥하시기 때문이에요.’

 

  나는 꿈에서 깼다. 꿈 때문이 아니었다. 밖에서 들려온 소음 때문이었다.

 

  병사들의 비명소리, 칼과 칼이 맞붙는 소리, 불에 타닥타닥 타는 소리, 분주한 발걸음 소리. 제국군이 기습했구나. 나는 칼을 빼들고 천천히 천막 밖으로 나갔다.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제국군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교란만이 목적이구나. 습격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예상대로 혼란은 곧 잠잠해졌다. 정신을 차린 병사 몇 명이 나를 지키러 왔다. 하지만 소동은 끝났다. 남은 건 불을 끄는 것뿐이다.

  불.

 

  소름이 돋았다.

 

  나는 달렸다. 깨닫고 보니 맨발이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나는 내가 희아에게 새롭게 제공했던 천막 앞에 도착했다.

  그 천막은 이미 폭삭 무너진 채 불타고 있었다. 아주 활활.

  “맙소사.”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삔 발목이 쑤셔왔다.

  내 잘못이야.

 

  불타는 천막 아래 쓰러진 나무 지지대 사이에서 비명이 들렸다. 아직 살아있어. 나는 옆에 있던 병사의 창을 빼앗았다. 그리고 창을 이용해 타오르는 나무 지지대를 들어올렸다. 젠장,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희아! 거기 있어? 살아있으면 대답해!”

 

  이성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시했다. 무시하고 안간 힘을 쓰며 지지대를 들어올렸다. 또 한 차례 비명이 터져 나오더니 불에 휩싸인 희아가 뛰쳐나왔다. 나는 순간 숨을 집어삼켰다.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희아는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다리가 몸 안 쪽으로 굽어지고 있었다. 푸석푸석한 죽음의 냄새가 났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는 입고 있던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불타는 희아를 향해 정신없이 웃옷을 내리쳤다. 내 숨소리 들을 여유도 없었다. 병사 몇 명이 나를 도와주러 왔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빨리 아무나 물 가져와! 빨리!”

 

  그 말을 내뱉고 나도 놀랐다. 상상조차 못할 공포와 분노가 그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옷을 내리쳤다. 희아의 비명이 점점 작아졌고 몸도 더 안으로 굽어져갔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더 옷을 내리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다른 병사들은 이제 포기했다. 한 병사가 내 몸을 잡았다.

 

  “태자님! 이제 글렀습니다!”

  “닥쳐!”

 

  나는 병사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소리 질렀다. 병사는 겁을 집어 먹고 뒤로 물러섰다.

 

  “멈추지 마! 계속해! 명령이다!”

 

  그 때 병사 네댓 명이 두 손 가득 물 바구니를 들고 왔다. 그들은 물을 희아 위에 철퍽철퍽 끼얹었다. 불은 꺼졌다. 그러나 희아의 몸은 이미 숯처럼 까맣다. 오돌토돌하게 따개비처럼 타버린 살이 튀어나와있다. 끔찍하다.

 

  “아아아.”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내가 여기로 오기로 한 것? 아니면 내가 제대로 말에서 못 내려서 발이 삔 것? 기습에 대비도 제대로 못한 병사들? 애초에 전쟁이 일어난 것?

 

  희아에게 새로운 천막을 준 것?

  나는 불타버린 희아를 봤다. 단 1초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선택을 했든 간에 결과는 이것이다.

  돌이킬 수도 없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해결해볼 수도 없다.

 

  이미 역사의 수레바퀴에는 돌아갔기에.

  한 병사가 외쳤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뭐?”

 

  나는 희아의 얼굴이었던 자리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댔다.

  미약하지만 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희아를 들어올렸다. 뜨거웠지만 뜨겁지 않았다.

  “다른 간호병은 어디 있어?”

 

  “저를 따라오십시오!”

  나는 그 병사를 따라 다른 간호병이 있는 천막으로 달려갔다. 뛰어가며 나는 희아를 봤다. 눈물이 흘렀다. 어째서 이런 일이, 어째서? 희아는 이런 짓을 당하면 안 됐다. 이런 결말을 맞이하기에 그녀는, 희아는.

  너무 상냥하니까.

 

  간호병의 막사에 도착했다. 남자 간호병은 내가 든 희아를 보고 경악했다. 일단은 희아를 침대에 눕혔다. 간호병은 희아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부여잡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간호병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두 손으로 얼굴을 닦았지만 흘러내리는 것이 닦아내는 것보다 더 많았다. 슬프면서도 화가 났고 어이없으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대체 왜? 대체 왜?

 

  희아는 아무 잘못이 없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 나은 선택. 전쟁, 전쟁. 더 나은 선택. 전쟁

 

  전쟁.

  전쟁!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버지가 무리하게, 욕심에서 시작한 명분 없는 전쟁.

 

  전쟁 때문에!

 

  그 순간, 희아가 말했다.

 

  “아...... 아...... 아......”

  실로 작게, 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희아는 왼 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나를 향해있다. 나는 그 손을 잡아주었다. 부서지지 않도록 살며시.

 

  “미안해, 미안해. 나는, 나는....... 미안해......”

 

  나는 희아의 손을 이마에 대고 눈물을 삼켰다.

  “미안해, 희아야. 내가 꼭 퇴역군인 병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내가 약속했는데......”

 

  희아의 눈이 마지막으로 반짝였다가, 초점이 사라져갔다.

  “아...... 아......”

  희아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입술은 영원히 닫혔다. 눈은 감겼다.

 

  희아는 죽었다.

  허무하게.

 

  ‘상냥하니까요.’

 

  그 말의 온기가 아직도 내 귀에 남아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절규하고 있었다.

  세상의 불합리함에 대해.

  나는 포효하고 있었다.

 

  상냥한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에게.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의심만이 가득했다.

 

 

 

  그 이후로는 뚝뚝 끓어진 기억만이 남아있다. 나는 말을 타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배에서 느껴지는 공복도, 따라 달리며 나를 말리는 병사들의 목소리도 날 멈출 순 없었다. 그렇게 달리고, 잠시 쉬다가, 또 달렸다.

 

  목적지는 궁궐이었다.

 

  도착할 즈음에 나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쓰러질 수 없었다. 그 때 나는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을 멈춰야 해.

  의심을 걷어내듯 거듭 거듭 되뇌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의미 없는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거절했다. 비록 지금은 밀리고 있지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말해봤자 안 될 것이 뻔하다. 나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했다.

  단식에 들어갔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의심암귀를 떨쳐낼 수 없었다.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선택...... 눈을 뜨면 그 날의 불, 그 날의 비명이 지금도 생생히 떠올랐다......

 

 

  하루만 더 이러고 있으면 죽겠다고 생각할 때, 내 방에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항복했다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가 내게 굴복했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더 나은 선택이야, 그럴 거야, 나는 그렇게 믿었다.

 

  물론 그 때는 내게 어떤 운명이 닥쳐올지 몰랐다.

 

 

 

 

 

 

 

 

  “이도! 정신 차려! 괜찮아? 이도!”

 

  이도는 눈을 번쩍 떴다.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주변을 살펴봤다. 자신은 선체 바닥에 누워 웅크리고 있었다. 아리아, 슈리, 루카, 돌격대장이 그런 이도를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혼절했구나, 또. 이도는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리아가 그를 부축했다.

  “괜찮아? 무리하지 마.”

 

  슈리가 끼어들었다.

  “진짜 내가 무거워서 기절한 거야?”

 

  이도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가끔 이럴 때가 있어.”

 

  이도는 간신히 일어나서 난간에 몸을 걸치고 바다를 바라봤다.

 

  울렁대며 쉴 새 없이 일그러지는 바다의 모습이 마치 자기 자신의 정신상태 같았다.

 

  어딘가에 안주하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는......

  더 나은 선택, 임박해오는 식민지의 전쟁.

 

  마치 족쇄처럼 이 장소, 이 상황은 다시 그 날의 공포와 허무를 불러왔고 이도는 또 다시 유리 상자에 갇힌 것처럼 거부할 수 없었다.

 

  이도는 그 날에 갇혔다.

  마치 강박처럼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그것이 전쟁을 멈추는 길이든 뭐든, 도망칠 수 없는 물음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바닷물의 짠 냄새가 그를 속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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