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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8. 동쪽의 마녀, 지식의 황금 가지
작성일 : 19-12-06 22:01     조회 : 72     추천 : 0     분량 : 8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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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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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출소로 들어온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있었다. 덴커일은 잠시 휴게실 쪽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는데, 아마 탕비실에 가는 모양이었다.

 

 “하아... 왜... 갑자기.....”

 

 아직도 정신이 없는 이샤나를 보며, 크리엔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수행 기사들 중에 한 사람은 꽤나 마음이 잘 통했기 때문에 더욱 더 상처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무룩해진 두 사람에게 덴커일은 따뜻한 차를 타서 나눠줬다. 이샤나는 그가 주는 컵을 받아들기만 했고, 크리엔은 그런 그를 보며 고맙다고 한 뒤, 현재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덴커일, 상황은 어때?”

 

 “거의 다 정리가 끝났다고 했습니다. 증거품에 관련해서는 하얀 목제 지팡이를 제외하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그 날카로운 흔적은 아마도 그때 그 괴인들이랑 같은 흔적이겠죠.”

 

 “흐으..... 어디서 솟아나는 거지... 그 망할 것들.”

 

 그러고 보니 케일과 에노는 그들에 대해 잘 아는 듯 해보였다. 아직 영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가게를 다시 열게 되면 빠르게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참, 분대장님을 찾는 분이 계십니다.”

 

 “응? 날 찾는 사람이 있다고?”

 

 “네, 지금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이샤나님도 같이 와야 하는데........”

 

 이샤나의 상태를 보는 덴커일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마음의 안정이 덜 되었는데, 누군가를 만나거나 하면 더 힘들 테니까 말이다. 표정 변화 하나 없던 그의 모습에 약간 난처함이 보이는 것이 조금은 신기했지만, 그렇다는 것은 꽤나 높으신 분이 부른 모양이었다.

 

 “흐.... 일단 내 혼자서 가지. 대신 이샤나를......”

 

 “가지 말아줘........”

 

 불안해 떠는 이샤나를 보며 크리엔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게 된다면, 그녀와 함께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샤나. 그럼 같이 갈래?”

 

 “어딜 가는 데?”

 

 “우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데. 휴게실에 있다고 해서, 옆으로만 가면 되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크리엔은 그녀를 달래면서 천천히 의사를 물어보았다. 이샤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돌려 눈가를 닦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 알았어.”

 

 “그래. 그럼 가자.”

 

 그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천천히 그의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오래 전에 그녀가 울고 있을 때 내밀었던 그의 손이 어느새 커져서 있는 것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의 따뜻한 손길에 그녀는 조금 마음이 진정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우릴 만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군지 아니?”

 

 “음....... 제가 기억하기로는 금발에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덴커일의 뚱딴지같은 말에 크리엔은 눈살을 찌푸렸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제국에 금발이 얼마나 많은데?”

 

 “아,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몰라서.”

 

 모르긴 무슨 매번 이 동네만 돌아봐도 금발이 수두룩 하...... 아, 물론 남부지구의 사람들은 대개 갈색이나 주황색 머리에 가까우니 그럴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덴커일 녀석은 머나먼 요새에서 이쪽으로 발령받은 뒤로 남부지구에서 거의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금발에 마법사? 마탑에서 조사를 하러 나온 것 같은데?”

 

 이샤나는 조금 기운을 차렸는지, 아까보다는 덜 떨리게 말을 했다. 맞아, 일단 그녀가 이 사건의 중심이니 마탑에서 조사를 나왔을 것이다. 거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마법이 사용된 흔적도 같이 나왔다고 했으니 그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녀는 현장에 없었기에 딱히 좋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린 그때 다른 곳에 있었잖아. 딱히 조사할 필요가 없지 않나?”

 

 “조사할 필요가 있지. 피해자긴 하지만, 용의자가 될 수도 있잖아? 그 여관에서는 나를 빼고는 마법을 쓸 수 있던 사람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 곳에 있던 마법사는 그녀뿐이었으니 조사는 필요할지도 몰랐다. 증거품으로 나온 하얀 지팡이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른 것들도 알아봐야 한다. 조사관들이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조사는 서면 조사를 해도 될 텐데.

 

 “그럼 일단 들어가 보자고.”

 

 딸각. 매번 쉴 때 들어가던 문인데 살짝 긴장이 되는 것은 뭘까. 크리엔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살짝 진정시키며 문을 열며 안을 살펴보았다. 안에는 금발에 마법사들의 특징(?) 중 하나인 회색 고깔모자를 쓰고 앉아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마치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온몸을 꼭꼭 싸매고, 검은 안경까지 쓴 채로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워보여서 웃음이 터질 뻔 한 그였다.

 

 “어.... 어라!”

 

 반면 이샤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쯤이면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 있는 것이니까. 그녀의 모습에 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피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덴커일은 그런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곧장 그녀의 뒤로 움직였다. 그 모습에 크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이, 크리엔? 왜 네가 그리로 가는 거냐?”

 

 “.........”

 

 평소와 다른 표정의 그를 보며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매번 그의 말은 잘 듣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무시해버리니......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황녀님.”

 

 무릎을 꿇고 바로 절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아니 것보다 황녀님이라고?

 

 “어... 어? 황녀님? 황녀님이라고요? 내가 술을 아직 덜 깼나?”

 

 크리엔은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오히려 되돌아오는 생생한 고통에 잠시 깜짝 놀라 술이 더 깨어버렸다.

 

 “황녀님! 죄송합니다! 친구의 무례를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빨리 예의를 갖춰, 이 멍청아!”

 

 이샤나는 급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사죄를 빌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녀는 웃으며 말을 했다.

 

 “괜찮아요. 제가 미리 언질도 하지 않고 찾아왔잖아요. 그러니 그렇게 형식적일 필요는 없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아이샤 드 줄리에라고 해요.”

 

 “저... 저는 크리엔 헤레토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황녀님.”

 

 생각보다 성격이 털털하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것 같아보였다. 거기다 생각보다 어린 그녀의 모습에 크리엔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런 사람...... 아니, 어린애가.. 그런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그녀의 또 다른 이명, 지식의 황금 가지. 세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을 배우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빗댄 별명이다. 덕분에 제국에 있는 어떤 인물이라도, 그녀보다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해도, 금방 배우는 그녀의 똑똑한 머리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천재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덕분에 당당히 5명의 마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왜 그들이 당신을 습격한 걸까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글쎄요? 애초에 저는 녀석들이 누군지 모른다고요. 오늘 크리엔한테 그것들에 대해 자세히 들었을 뿐이라고요.”

 

 “엥? 갑자기 내 얘기는 또 뭔데?”

 

 이샤나의 말에 크리엔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황녀님이랑 대화를 하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이샤는 덴커일이 가져다 준 차를 마실 뿐이었다.

 

 “아야야야얏!”

 

 “빨리 애기해. 황녀님 기다리시잖아! 어차피 너는 녀석들이랑 싸운 경험도 있잖아.”

 

 머뭇거리며 어버버거리는 그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이샤나는 그의 등을 꼬집으며 말을 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크리엔은 눈을 찌푸리며 한마디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순간, 아이샤의 눈빛이 바뀌며 그의 얼굴 가까이 바짝 다가오며 말했다.

 

 “싸우셨다고요?! 녀석들이랑?”

 

 “우우우왁! 깜짝이야!”

 

 정말이지 괴짜 공주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을 귀족 영애나 공주들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투명하게, 그러면서 순수함이 마구 묻어나오는 눈빛이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 그게 치안대니까 당연히 싸웠죠. 동료들도 꽤나 많이 다쳤지만,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싸웠어요. 뭐, 물론 우리가 싸운 것은 그런 시시한 괴생물체가 아니라 이번 사건에 관련된 괴인이지만 말이에요.”

 

 괴물들과 싸운 사람은 많지만 그 녀석들을 다루고 있는 녀석들과 싸운 것은 크리엔의 분대와 일부 병사들밖에 없었다. 그걸 증명할 길은 거의 없었지만, 대신 상부에서 누구보다도 괴물들을 많이 해치운 그들에게 포상을 내렸었다.

 

 “어땠나요? 녀석들의 규모는, 힘은 얼마정도 인가요?”

 

 아이샤는 굉장히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했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그였지만, 그렇다고 살을 붙여서 얘기를 했다가는 앞과 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크게 딴지를 맞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거 잘 못하는 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녀석들도 그 괴물들과 같이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덕분에 검과 창은 거의 먹히지 않았죠. 한두 놈 베어 넘길 때 마다 팔이 저려서 죽는 줄 알았거든요.”

 

 크리엔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왼팔을 만졌다. 그때 케일이 있었기에 말은 안했지만, 한동안 팔을 못 쓸 정도로 크게 다쳤었으니까 말이다. 다행이 평소에 케일의 약국에서 여러 약들을 사놨기 때문에 금방 나을 수 있었다.

 

 옆에 누구누구 씨는 쟁여만 놓는다고 핀잔을 줬었는데,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

 

 “거기다 대장이라는 녀석은 고위 마도사정도 되는 실력자더군요. 3개 이상의 마법을 동시에 꺼내들 줄 아는 녀석이었거든요. 덕분에 같이 싸우고 있던 그 분도 힘들어 했고요.”

 

 그의 말에 아이샤는 물론이고 이샤나도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3개 이상의 마법을 동시에 쓸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가 적이라면 어지간히 귀찮아진다. 이 세계에서 그 정도로 마법을 쓸 줄 아는 인간은 극히 드무니까. 그나저나 같이 싸웠던 사람이라는 말에 아이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같이 싸웠다는 사람이요? 보고서에는 치안대만 싸웠다고 했었는데........”

 

 “당연히 허무맹랑한 얘기라 무시당했거든요. 자신보다 큰 장검을 짊어진 여자가 괴물들과 괴인들을 난도질하고 다녔다면 누가 믿겠어요? 필더레아의 기사라고 했었는데 그 실력이 어마어마했다고요.”

 

 그날 아멜이 보여줬던, 마치 검희가 내려와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만약 본다면 소름이 끼치다 못해 놀라 자빠질 테니까.

 

 “정말요? 장검을 짊어진 여자라......... 역시 이 도시에는 무엇인가 있는 모양이네요.”

 

 아이샤는 주머니에서 메모장을 꺼내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역시 꼼꼼한 성격의 그녀라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메모를 해두고, 조사를 시키는 모양인 것 같았다. 이렇게 하나 둘 모아둔 메모장들을 한 군데로 모은다면, 국립도서관쯤은 우습게 채울지도 모를 것이었다.

 

 아이샤는 덴커일에게 메모장의 일부를 넘기며 다시 한 모금 차를 마셨다. 크리엔에게서는 더 이상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한 그녀는 이번엔 이샤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참! 그리고 이샤나씨. 오늘 푸른 공작을 만났다면서요?”

 

 크리엔은 화들짝 놀라며 이샤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또 얘는 그런 거물을 만난 건지 모르겠다. 이샤나 역시 그런 그녀의 말에 놀라며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네... 네?! 저.. 전 만난 적이 없는데요?”

 

 “네? 오늘 분명히 만났다고 전해 받았는걸요? 물론 그녀도 모습을 숨기고 있으니 잘 모르겠지만요. 혹시 기억나는 사람은 없나요?”

 

 “글쎄요....... 전 그저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녔을 뿐이어서 잘 모르겠어요.”

 

 이샤나는 그간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말을 했었다. 기사들과 함께 평범하게 피해 조사나 하고 다닌 그녀는, 단지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 덕분에, 부재중이면 직접 찾아서라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던 것뿐. 몇몇 괴팍한 사람들이 있어서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녀는 그 수천 명의 사람들을 모두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었다.

 

 “그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다 만나고 다닌 것뿐이었습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말이죠.”

 

 “흠, 그렇다면 누가 푸른 공작인지는 모르겠군요. 근데, 어떻게 녀석들이 당신이랑 푸른 공작이 만났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그게 제일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누가 푸른 공작인지도 모르는데다가, 무엇보다 푸른 공작이 이 동네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오늘 황녀님이 말해주셔서 알았습니다.”

 

 순간 남은 취기 때문에 그녀의 언성이 올라갔었다. 물론 바로 다시 낮추고는 천천히 숨을 돌리는 그녀를 보며, 아이샤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푸른 공작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아바마마의 말을 들었는데, 그것도 굉장히 화나있다고.’

 

 푸른 공작은 상당히 성격이 괴팍하다고는 듣기는 했었다. 정기 편지 외의 그녀의 편지가 황궁에 도착하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황궁이 발칵 뒤집힐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2년 전에도 한번 화가 난 그녀의 편지를 받고 한동안 앓아 누우셨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최근에는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간단한 안부 정도만 보내던 그녀의 편지가 갑자기 5통이나..... 마치 폭탄처럼 쏟아지듯 편지를 보냈었다. 긴급으로 2통, 일반으로 3통으로.

 

 “자세히 떠올려보세요. 혹시 특별한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는지........”

 

 “글쎄요. 딱히 누구를 짚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때 만났던 사람들만 해도 10명중에 4명은 투덜거리거나 짜증을 냈었으니까요.”

 

 다시는 기억하기 싫다. 욕을 하거나 문전박대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상한 짓을 하려던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특히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난 그 여자 집도 말이다.

 

 “흠, 더는 답이 안 나올 것 같군요. 황녀님, 밤이 깊었으니 오늘 조사는 여기까지 하시죠.”

 

 갑자기 크리엔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말을 했다. 사실 그는 둘이 대화를 하는 동안, 쭈욱 이샤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술이 약한 그녀가 거의 3병이나 마신 상황에 갑자기 끌려 온 것이라서, 그녀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샤나는 크리엔의 말에 깜짝 놀라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이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크리엔씨는 참 상냥하신 분이시네요. 어차피 저도 이쯤에서 끝낼 계획이었어요. 이샤나씨께는 따로 경호를 붙여놓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옆에 계신 분께 잠시 맡겨야겠지만 요.”

 

 “쿠엑!”

 

 순간 얼굴이 붉어진 이샤나가 크리엔의 옆구리를 세게 때렸다. 힘이 잔뜩(?) 실린 그녀의 주먹은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덕분에 이상한 소리까지 나와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뭐,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이샤는 빙그레 미소만 지었지만 말이다.

 

 그 뒤로 그녀는 둘을 사무소 입구까지 배웅해주었다. 이샤나가 갈 때가 없기에 잠시 그의 집으로 가기로 한 것이었다. 둘은 길을 걸으며, 이샤나는 크리엔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한 거야? 황녀님이 무안해 하셨을 거 아니야?”

 

 “괜찮아. 황녀님도 아셨을 거니까 걱정 말라고.”

 

 “뭐...... 뭘 아는데?”

 

 순간 이샤나는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크리엔은 담담하게 그녀를 근처 공중 화장실로 데리고 왔고, 언제나 그랬다는 듯 그녀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긴장이 풀려서 인지 더욱 더 정신이 맑아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가 손수건으로 입 주변을 닦아주는 것을 보기만 했다. 그는 더러워진 손수건을 빨면서 말을 했다.

 

 “황녀님 앞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정말.”

 

 “그래. 황녀님 앞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툇!”

 

 그녀는 입가심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휘청거리며 움직이자, 그는 재빨리 움직여 빠르게 그녀 곁으로 붙었다.

 

 “조심하라고.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은데.”

 

 “괜찮아. 이 정도는 혼자 걸어갈 수 있다고.”

 

 오랜만에 술에 푹 빠진 고향친구 둘은 조심히 발을 떼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녀지만, 크리엔 역시 술 때문에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있었다.

 

 “것보다 왜 내가 너 집에 가야 하냐?”

 

 “어차피 그 여관은 수사 중이라서 못 갈 거잖아.”

 

 “그거야 그렇겠지.......”

 

 이샤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여관에 분주히 뛰어다니는 치안대와 수사본부인원들을 떠올렸다. 시체야 다 치웠겠지만, 분명 다른 여관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여관이 안전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 집이 넓기도 하고, 너도 잘 아는 곳이기도 하잖아.”

 

 “맞아....... 그 돼지우리 같은 곳 말이야.”

 

 “돼지우리 아니거든!”

 

 “돼지우리 아니긴! 저번에도 내가 청소를 해줬잖아!”

 

 간간히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그의 집에 몇 번 묶은 적이 있던 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발끈하며 큰 소리쳤다.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크리엔의 집으로 향했다. 예전에도 술을 잔뜩 마시면 같이 집에 들어가곤 했지만, 오늘도 그럴 줄이야. 이샤나는 혀를 끌끌 찼지만, 그래도 맘 편한 친구 집에서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역시나 언제나 돼지우리네.”

 

 대신 방청소는 해줘야겠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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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6. 마녀의 제자/ 수사하는 형사 2020 / 2 / 13 367 0 9427   
47 45. 악마의 속삭임 2020 / 2 / 8 406 0 7886   
46 44. 테스트란 말은 시험과 실험! 2020 / 2 / 6 366 0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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