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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후노동지옥
작가 : 튜트
작품등록일 : 2016.10.14

죽으면 모든 것이 끝?
그렇지 않다!
죽으면 육신이 사라질 뿐 혼과 업이 남는다.
그리고 혼은 자신의 업을 씻어내야만 한다.
지옥과도 같은 노동과 노력을 통해서!

 
1장 - 사후세계 (2) -
작성일 : 16-10-14 22:30     조회 : 451     추천 : 0     분량 : 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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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해! 거기다 투영된 내용도 이화가 말한 그대로야!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건 알겠지만 선행도 똑같이 네 의사와는 무관하게 카운트되니까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라고 생각해. 뭐, 까놓고 얘기하자면 마이너스 쪽이 좀 더 크긴 하지만 다들 이렇게 받으니 혼자 억울한 취급당하는 양 투덜투덜 대지마”

 

  악마! 악마가 있다!

 

  “6개월 때 네가 한 악행은.......잠 안자고 빽빽거려서 네 부모를 힘들게 한 거네. 이야 이건 좀 억울하겠네.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 평가에 감안을 하는 편이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하는 편이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잖아요!”

 

  여태까지 보여줬던 모습도 전혀 안심할 부분이 없는데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아! 다음 악행이 나오네”

 

  말 좀 들어!

 

  내 항의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화는 계속 내 악행(?)을 보여주며 점수를 불러주었다. 대부분이 마이너스 10점, 5점, 30점 등 이였다.

  적은지, 적지 않은지 미묘한 수치긴 한데 악행이랍시고 불러주는 것들이 참 자잘한 것들이니 많은 수치는 아닐거라 생각된다. 참고로 내가 받은 가장 큰 마이너스 포인트의 사유는 고등학교 때 한 고백이었다. 고백한 여자애한테 엄청난 스트레스 였다나 뭐라나. 젠장.

 

  “......이제 끝난 거죠?”

 

  자살하기 직전 했던 노상방뇨까지 나왔으니 더 나올게 없겠지.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덮은 상태로 이화에게 질문했다.

  이거 악행이 아니라 다른 걸 평가하는 거 아냐? 왜 중딩 때 했던 ‘나의 오른손이 울부짖는다!’도 악행인데? 그야 주변에서 짜증을 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젊은 날의 혈기로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다들 그 나이 땐 그 정도는 하는 편이잖아. 흑.

 

  “아니, 마지막 하나가 남았어”

 

  마지막 하나? 뭐가 더 있단 거지? 한강에 투신해서 강을 오염시켰다고 나오려나? 고개를 살짝 기울인 나를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쳐다보며 이화는 서류철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

 

  “어때? 네가 만든 광경이? 꽤 볼만하지?”

 

  이화의 빈정거림에도 나는 서류의 내용이 투영된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거기에서는.......어머니가 통곡하고 계셨다.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침통한 표정으로 연신 잔을 기울이고 계셨고 하루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던 형은 굳은 얼굴로 상주를 맡고 있었다. 항상 대들던 여동생도 벌개진 눈시울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가족이라기 보단 같이 사는 사람들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지금 투영된 영상 속의 그들은 내 가족이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내 가슴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윽...”

 

  갑작스레 올라오는 눈물에 입을 틀어막았다.

  강에 뛰어들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내가 잃은 돈,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미래에 대한 절망과 허무만이 내게 남은 것 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게 남은 것 중 그것들은 일부일 뿐이었다. 하지만......이제는.......

 

  “욱....우우...우우우......”

 

  나는 고개를 파묻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나의 오열을 감추고 싶었다. 도저히 내 의지로는 감출수도, 멈출 수도 없었으니까.

 

 

  “다 울었냐?”

 

  “....예”

 

  “좋아. 그럼 계속해서, 네가 행한 악행을 봤으니 선행을 보도록....”

 

  “됐어요”

 

  “흐음? 뭐라고?”

 

  “됐다구요. 제 선행은 볼 필요 없어요”

 

  “그래? 하긴 어차피 봐도 네가 얻을 건 기분적인 만족감뿐이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한 현명한 선택이야”

 

  그런 의미로 보지 않겠다고 한 건 아니지만....상관없겠지.

 

  서류철을 덮은 이화가 손가락을 튕기자 서류철이 사라지고 한 장의 종이가 나타났다.

 

  “이건 결산서야. 네 악행은 마이너스, 선행은 플러스로 쳐서, 최종적으로 네 점수는 마이너스 3만점. 너도 짐작하겠지만 네가 마지막에 자살 한 게 큰 영향을 미쳤어”

 

  이화가 건네준 결산서를 흘긋 보았다. 이런저런 사유와 점수, 짤막한 평가 이유가 적혀 있는게 잠깐 보기에도 꽤나 공들여 만든 문서였다. 이화의 일처리가 대충이라 좀 미덥지 못했는데 이걸 보니 신뢰감이 다시 들 정도였다.

  내겐 별로 와 닿지 않았지만 말이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플러스든 마이너스든, 그게 뭐든 간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무기력.......이라기 보단.....무관심? 아니면.....나는 나 자신에 대해 환멸 해버린 걸지도 모르지.

 

  이런 상황에서도 남 얘기하듯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에 나는 쓰게 웃었다. 더 생각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이화에게 문득 떠오른 걸 질문했다.

 

  “마이너스 3만점이면.....지옥에 가는 건가요?”

 

  “점수 상으로는 아슬아슬하게 턱걸이야. 평가자, 너에게 있어선 내가 판단하기에 지옥에 보낼 만하다 여길 경우 보낼 수 있는 정도거든”

 

  “하하, 그럼 저는 지옥행이겠군요. 당신은 저를 싫어하잖아요?”

 

  “아니, 싫어하진 않아. 경멸하지”

 

  이화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런 말을 웃으면서 하다니 인성이.....아, 사람이 아닌가? 모르겠군. 어쨌든 경멸한다면 나는 지옥에 가겠군.

  살아있을 때 들었던 지옥은 최악에 최악에 최악을 더한 아니 곱한? 어쨌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장소보다도 좋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흔히들 헬이니 지옥이니 하지만 진짜 지옥은 그 이상일 거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내가 직접 그 말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게 생겼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겠지만......솔직히 말해 나는 조금 기뻤다.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 조금이나마 대가를 치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아, 역시 방금 상황은 나에게도 꽤나 충격이었나 보네. 죄에 대가를 치르는 것 같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나 하고’

 

  살아있을 적엔 부모님이나 시호형, 여동생인 시연이와 싸우거나 눈물 나게 했어도 아무 죄책감이 없었는데.......그거부터가 잘못 된 건가?

 

  “병신같이 웃고 있는 거 보니 ‘내가 저지른 대가’ 어쩌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

 

  갑작스레 치고들어온 이화의 말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이 여자.....독심술이라도 쓰는 건가? 정확하네.

 

  “독심술이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그냥 오래 이 일을 한 것뿐이야. 네 선조의 선조의 선조가 있기 전부터 이 일을 했었으니까. 그리고 너 같은 반응을 보인 녀석들이 한두 명 이었던 것도 아니고. 인간은 언제나 잃고 난 뒤, 되돌릴 수 없을 때에서야 그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더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의 나에게라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 했겠지만.....지금은 이화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슴을 뒤흔든다. 버티기에 힘들 정도로.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그 만큼 사자들을 봤으니 하는 말이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옥은 말랑말랑 한 곳이 아니야. 너처럼 죄책감에 지옥에 가길 원하거나 객기를 부리느라 지옥에 보내달라 그러는 멍청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중 누구도 지옥에서 5분을 버티지 못 했어. 죄다 고통과 후회로 점철된 비명을 질렀지. 죄책감에 못 이겨 지옥행을 택한 녀석들 역시 자신의 죄의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어.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할 정신도 날아가 버리는 곳이 지옥이니까”

 

  저 말은 사실이다. 나에게 겁을 주거나 회유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건 이화가 그럴만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안 것이 아니다. 이화의 말에는 진실만이 가질 수 있는 무거움과 공포감이 담겨 있었다. 나 역시 지옥에 가게 된다면 내 선행자들이 그랬듯 내 죄 같은 건 까맣게 잊고 내 자신의 고통에 짓눌려 비명을 지를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쯧, 그래도 상관없단 표정이네? 하긴 이렇게 말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손가락이라도 하나 잘려야 내가 말한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겠지”

 

  빈정대는 것과 달리 이화는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화를 봤을 때는 말 하나하나에 짜증과 적대감이 있었고 목 까지 잘렸는데 지금은 적대감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티는 팍팍 내고 있지만.....대뜸 목을 자를 정도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나저나 이화가 말하는 걸 보면 나를 지옥에 보낼 생각은 아닌 거 같은데.....

 

  “........저를 지옥에 보내진 않으실 건가요?”

 

  “응. 그래. 다행히 눈이 맛이 갔지 대가리가 맛이 간 건 아닌가 보네”

 

  투덜거리며 이화는 어디선가 꺼내든 책을 내게 건넸다. 서류철도 그렇고, 결산서도 그렇고 도대체 어디에 넣어뒀다 꺼내는 거지? 작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일단 의문은 접고 책을 살펴보았다. 책은 검은색에 심심한 디자인이었고 ‘연옥 매뉴얼’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연옥 매뉴얼’ 이라니......뭐야 이 무성의한 네이밍 센스는?

 

  “뭔가요 이 싸구려 티가 팍팍 나는 책은?”

 

  “제목에 적혀있는 대로 연옥에 대한 매뉴얼이야. 싸구려 티가 넘친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건 디자인만 그렇고 내용은 고급스런 정보가 가득하니 읽어봐. 네가 이제부터 지낼 연옥에 대한 정보들이 있으니까”

 

  “연옥에서 지낸다고요?”

 

  “그래, 연옥. 지옥과는 다르지만 그리 편하지는 않은 동네. 어떤 면에선 너 같이 자살한 의지 박약자 들에겐 지옥보다 더한 곳일 수도 있어”

 

  “지옥보다 더 힘들다고요?”

 

  “그래. 지옥에서는 네 의지 같은 건 신경 쓸 필요도, 쓸 수도 없지만 연옥에서는 네 의지가 중요하거든”

  “그게 무슨 의미죠?”

 

  “가서 겪어 보면, 아니 그 매뉴얼을 읽으면 알게 될 거야. 내가 널 연옥으로 보내는 건 처벌의 의미와 속죄의 기회. 둘 다 지니고 있다는 것도 말이지”

 

  이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내게 책을 넘기라는 손짓을 보냈다. 이화의 말 대로 이걸 읽게 되면 연옥에 가는 것을 긍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서시후. 속죄의 길은 하나가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통만이 네 죄의 대가도 아니고”

 

  이화의 말이 내 귀를 뚫고 들어왔다. 하하, 역시 독심술을 쓰는 게 분명해. 저렇게나 내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있잖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화의 말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떨쳐버렸다. 내게 거짓을 말할 이유가 하나도 없고.......이화의 말은 내게 지옥에 대해 말 할 때와 똑같이 무거웠으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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