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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후노동지옥
작가 : 튜트
작품등록일 : 2016.10.14

죽으면 모든 것이 끝?
그렇지 않다!
죽으면 육신이 사라질 뿐 혼과 업이 남는다.
그리고 혼은 자신의 업을 씻어내야만 한다.
지옥과도 같은 노동과 노력을 통해서!

 
1장 - 사후세계 (1) -
작성일 : 16-10-14 22:28     조회 : 524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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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와. 사후세계에. 자살한 얼간이씨”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를 매도하는 여자와 여자가 앉아있는 책상, 그리고 그 외엔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진짜 사후세계에요?”

 

  몸의 감각도 그대로인건 둘째 치고 죽고 나서 보는 광경이 이런 살풍경한 곳이라니.

  천사가 나팔 불고 용이 날아다니는 장소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기대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성격 나빠 보이는 여자와 독설은 물론이고.

 

  나는 이런 의문을 담아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는 내가 보내는 눈빛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따분함이 묻어나는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여자는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내가 재차 질문하려 입을 열려 하는 순간, 여자가 입을 뗐다.

 

  “자, 이러면 알겠지?”

 

  “알다니 뭐를.....에에?”

 

  잠깐, 잠깐. 내가 본 게 희미해서 확신은 할 수 없지만......여자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내 몸이고. 근데 머리가 없네? 거기다 내 몸을 내가 올려보고 있다면 어...그러니까......

 

  “으아악! 머리! 내 머리가아아!”

 

  “아, 시끄럽네. 통각도 차단해서 아프지도 않을 텐데 소란 떨지마”

 

  아니, 확실히 아프진 않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에이, 시끄러!”

 

  여자가 짜증을 내며 내 정수리에 손을 내리쳤다. 그리고 거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광경이었다.

 

  “흐아앗!”

 

  비명과 함께 눈을 뜨자 다행히 내 시야는 평소대로였다. 의자 밑에서 내 몸을 올려다보고 있거나 책상에서 내 몸을 보고 있진 않다. 그리고 목 아래 부분이 있다!

 

  아니, 잠깐. 다른 데가 잘못 되었을 지도 몰라. 신중히, 신중히. 나는 조심히 손과 눈을 사용해 내 몸을 살폈다.

 

  먼저 머리는 목 아래 부분도 제대로 있다. 목 위에도 구멍이 나 있거나 하지도 않고. 다음은...몸. 멀쩡하다. 구멍 나거나 없어지거나, 베여서 뭐가 흘러나오거나 한 부분은 없다.

  팔, 다리도 제대로 움직이고 있고 눈에 띄거나 만져지는 상처는 없다. 마치 방금 전 겪었던 일이 꿈이라 생각 될 정도로 내 몸은 멀쩡했다.

 

  “확인 끝났어? 혹시 꿈이니 뭐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현실을 다시 인식하게 해 줄 수도 있어”

 

  하지만, 아니겠지. 일단 원흉이 내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저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야.

 

  “아뇨. 확실히 알겠습니다. 여기는 사후세계가 맞군요”

 

  혹시 아니더라도 방금 전에 목이 잘렸으니 사후세계로 왔겠죠 란 말은 삼켰다. 목덜미를 쓸어보자 흥건하게 식은땀이 손에 묻어 나왔다. 피가 아닌 게 다행이려나.

 

  “응. 그래. 그럼 다시 한 번, 어서와 사후세계에”

 

  여자는 내가 목을 닦던 어쩌든 신경도 쓰지 않고 귀찮은 듯 손을 흔들었다. 어디를 어떻게 봐도 환영한단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지적은 하지 않았다. 뭐라 하면 험한 꼴을 당할 게 분명하다는 예감을 넘어선 확신이 들었으니까.

 

  “아마 네가 평소에 사후세계라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을거야”

 

  달라도 너무 다른데 말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여자는 가볍게 웃었다. 살짝 웃는 것 뿐 인데도 분위기가 확 바뀌며 미모가 살아난다. 그전에도 내 목을 날려도 상관없단 생각이 조금은 들 정도로 미녀였지만 살짝 웃으니까 이젠 내 목이 아니라 어디든 뭔 짓을 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이승과 마찬가지로 저승도 비용절감이 중요하거든. 그래서 나에게 지급된 건 달랑 책상과 의자뿐이야. 뭐, 이건 내 부서가 부서기도 하니 너무 불만은 갖지 마. 애초에 여기서 잠깐 있다 사라져버리는 너와 달리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다고. 네가 불만 가질 짬은 아니라 이거지”

 

  아니, 주변 환경도 그렇지만 사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생각과 다른데요?

  보통 죽으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와서 정중하게 ‘어서가자’ 라는 식으로 데려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론 목이 날아가지 않나 잘린 목을 폭행하질 않나, 부족하면 더 해 줄 수도 있단 식으로 협박까지 하고.

  내 생각과 겹치는 건 검은 옷 밖에 없잖아. 게다가 그것도 수트고. 여기 한국 아니었나?

 

  “아니, 주변 환경도 그렇지만 사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생각과 다른데요? 보통 죽으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와서 정중하게 ‘어서가자’ 라는 식으로 데려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론 목이 날아가지 않나 잘린 목을 폭행하질 않나, 부족하면 더 해 줄 수도 있단 식으로 협박까지 하고. 내 생각과 겹치는 건 검은 옷 밖에 없잖아. 게다가 그것도 수트고. 여기 한국 아니었나?”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내가 뭘 했는지 깨달았다. 생각이 말로 나왔어!

 

  “아니, 아니, 아니. 그게 말이죠.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그러니까 그게...”

 

  “흐응. 머리가 떨어졌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베짱이 꽤나 두둑한데? 한 번 죽어서 두려운 게 없는 걸까나?”

 

  아, 안돼. 틀렸다.

  여자의 미소가 점점 짙어지는 걸 보며 나는 설득을 포기했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온 힘을 다해 여자의 손에 집중했다. 방금 전엔 아무것도 몰랐으니 목이 떨어졌지만 집중해서 보면 피할 수 있....있....있겠지? 나는 눈이 아플 정도로 긴장하며 대비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아, 자신이 있긴 했다. 여자의 손에 목이 떨어질 거란 자신!

  다행히 여자는 내게 짜증 섞인 시선과 살의가 담긴 웃음을 날렸지만, 손을 날리지는 않았다.

 

  “내 방법이 좀 거칠긴 했지만 확실히 상황을 알게 됐잖아? 그리고 내가 부끄러움이 조금 많아서 가끔씩 행동이 과격해 질 때가 있거든. 그러니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부끄러워서 그런다고요?”

 

  “응. 왜 ‘오빠 바보!’ 하고 툭닥 대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 그거와 같은 거라 생각하면 돼”

 

  “음....어....예에....알겠습니다”

 

  할 말은 많지만 하면 무사하지 못 할게 분명하다. 맹수와도 같은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아쉬운지 혀를 찼다. 작긴 하지만 들었다고!

 

  부들부들 떠는 나를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내려다보며 여자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상황도 알았겠다. 할 거를 하도록 하자. 너 외에도 대기자가 많으니까 이 이상 너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건 퇴근이 늦어지게 만들거든”

 

  대기자란 말에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방금과 같은 책상과 여자뿐이었다.

 

  “대기자는 여기엔 없어. 너에 대한 처우가 결정되면 지금 네가 있는 자리에 대기하고 있던 녀석이 들어오는 시스템이니까. 이게 남에게 보이기엔 좀 그런 내용도 많고 말이지”

 

  여자는 지나가는 어투로 가볍게 말하며 어디선가 나타난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서류철을 펼쳤다. 근데 저거 진짜 어디 있던 거야? 아, 그보다....

 

  “잠깐, 잠깐 만요. 여기가 사후세계인건 알겠는데 뭘 해야 하는 건가요? 그보다 어디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보통은 ‘이제 가자’ 라는 식으로 말하고 판결받기 위해 움직이는 걸로 알고 있는 데요?”

 

  “가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평소에 동양 쪽을 즐겨봤단 건 알겠다”

 

  무슨 상관이야! 지금 상황하고는 전혀 관계없잖아! 그보다 취향 존중 좀 해줘! 내 간절한 시선에 여자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고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본 이유는 내 취향 존중을 위해서 였지만 넘어가자.

 

  “대충 설명해 주자면 너는 죽었고 네 인생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돼.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다음 생이 편하고 나쁜 평가를 받으면 다음 생이 힘들지. 그리고 네가 말한 것처럼 이동하면서 판결 받는 건 예~전 방식이야. 요새는 사람도 겁나 늘었고 판결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데도 비용이나 시간소모가 크다는 말이 많아서 이거 하나로 처리 가능하게 바뀌었어”

 

  여자는 서류철을 흔들어 보였다.

 

  “여기에 네가 행한 일들과 그 평가들이 담겨 있거든. 그러니 사실 네가 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내가 들려주는 데로 네 인생에 대해들은 다음 내가 알려주는 판결을 따르기만 하면 돼. 그리고 설명하는 김에 말하자면 내 이름은 이화고 너희 식대로 말하자면 저승사자야. 내 이름은 기억해둬. 나중에 쓸 일이 있을 테니까”

 

  “저승사자 이름을 기억해서 쓸 일이 뭐가 있는데요? 그리고 판결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뇨. 제 변론 같은 건 전혀 없는 건가요?”

 

  “내 이름을 기억해서 쓸 일은 조금 지나면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네 변론? 그런 건 없어. 여긴 이승과 달라서 3심제 같은 것도 없고 네 구차한 변명을 들어줄 시간도 없으니까. 예전엔 그랬지만 이젠 시간과 비용낭비 라는 게 분명해 졌거든. 죽은 놈 헛소리 들어주는 것도 1, 2년이지 언제까지 그걸 들어주고 있겠냐. 무엇보다 여기 나와 있는 네 인생에 대한 평가는 네가 말한 그 변명을 수만 년간 들어주던 사람들이 한 거니까 네 변명을 듣던 안 듣던 이게 바뀔 일은 없어. 너 설마 네가 희대의 달변가라 수만 년간 이 일만 한 사람들의 생각을 돌릴 수 있다거나 그들보다 네 인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런 생각이면 내가 고쳐줄테니 언제든 말만 해”

 

  번득이는 이화의 눈을 보니 절대로 그 말은 해선 안 되겠다.

 

  “좋게 생각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체력과 시간 소모 할 필요 없이 여기에 앉아서 한 큐에 사후세계 결정을 끝낼 수 있잖아? 입 아프게 떠들 필요도 없고. 늦게 태어나서 편의를 받는 거니 기뻐해도 좋아”

 

  그 말 할 필요가 없는 게 문제라고! 아무런 변론도 없이 그저 결정 하는데로 따르라니 폭거다! 라고 말하고 싶다. 젠장.

 

  “더 궁금한 거 없지? 있어도 묻지마. 대답 안 할 거니까. 그럼 먼저 네 악행에 대한 것부터 보도록 할게”

 

  이화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류철을 펼쳤다. 이화가 첫 번째 서류를 펼치자 서류에 적힌 내용이 떠올라 투영되었다. 이 무슨 오버 테크놀로지! 아차차, 내용은 뭐지?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에 놀란 가슴을 감추고 나는 서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눈을 움직였다. 그런 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화의 히죽대는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어왔다.

 

  “흐음, 첫 악행은 6개월 때인가? 조숙 하구나 너”

 

  뭣?!

 

  “아니, 그때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무슨 악행이에요?! 이거 서류가 잘못 된 거 아니에요?”

 

  “악행이란게 너희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달라. 우리가 말하는 악행이란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면 악행이 되는 거거든. 네 의사와는 관계없이 말야. 그리고 서류가 잘못 됐는지 어떤지는 내용이 나와 있으니 직접 확인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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