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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스물-3
작성일 : 19-12-02 09:2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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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네요. 그런데 저는 제 친구들을 만난 적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저들을 만난 적이 없다. 지나가다가 스친 적도 없다. 내가 만난 사람이라고는 엄마와 잭 트리스 폴 아저씨 그리고 빌어먹을 도넌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들은 적은 있다. 뉴트론의 목소리.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누가 이야기를 해볼까?”

  센티네오가 말했다.

  마지못해 하는 말이었다.

  센티네오의 말에 헬시가 팔을 번쩍 들었다.

  “저는 헬시예요.”

  “안녕, 헬시.”

  “안녕, 헬시.”

  “주말에 캠프를 갔어요.”

  헬시는 캠프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캠프를 갔어요.”

  “너 교회 안다니잖아.”

  바바라의 대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바라는 청년 부 모임에 들어올 수 없다. 사람들은 바바라의 말이 거짓인 걸 알면서도 처음 듣는 얘기인 것 마냥 경청했다. 내가 한 행동은 가치 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헬시를 존중하는 척을 했다.

  “캠프에서 연극을 했었는데 제 역할은 말하는 양탄자였어요. 양탄자가 말을 하다니 그건 너무 말이 안돼요. 그래서 테디라는 연극 부 관리자에게 따졌어요. 양탄자가 말을 어떻게 해요! 차라리 나무를 연기하는 게 낫겠어요. 그러더니 테리는 저를 보고 네가 양탄자가 마음에 들지 않다면 젠 역할을 하면 어떠겠니? 라며 제안을 했고 저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렸어요. 생각해봐요. 사물에서 사람이 된 거예요.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주인공의 못된 둘째 언니인 젠은 마법사의 마법으로 인해 양탄자로 변한 거예요. 저는 참 바보 같았죠.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양탄자가 어떻게 말을 하냐며 테디한테 따졌으니까요.”

  헬시가 말했다.

  헬시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의 표정은 이러했다. 바바라와 델리의 캠프 이야기 보다 더 형편없어. 그 자리에 없었던 이들의 표정도 이러했다. 이 이야기는 너무 재미없어. 하지만 헬시는 달랐다. 헬시의 표정은 자만심에 차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만족하는 사람은 본인뿐이었다.

  “그리고……”

  헬시는 지루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연극은 망했어요. 물론 저 때문에 망한 건 아니에요. 여자 주인공 루비 역을 맡은 레이첼 크리먼이 망쳤죠. 바보 같고 멍청한 크리먼…… 하지만 사람들은 크리먼을 탓하지 않았어요. 테디를 탓했죠. 크리먼은 아주 아름다운 소녀였고 테디는 그런 소녀에게 아주 어려운 퀴즈문제를 준 사람과 다름없으니 말이에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요. 그래서 레이첼 크리먼을 탓했죠.”

  헬시의 언성은 높아져갔다. 그럴수록 헬시는 자신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 지고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백성이었고 레이첼 크리먼은 왕비였어요. 백성은 왕비를 섬기죠. 하지만 저는 적군인 테디를 섬기는 반란군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캠프에서 쫓겨나게 됐어요. 다시는 그 교회에 가지 않으려고요. 차라리 다운타운에 있는 한인교회를 가겠어요.”

  헬시가 말을 끝마쳤다.

  사실은 헬시의 뜻대로 끝마친 게 아니었다. 센티네오가 적당한 선에서 헬시의 말을 강제로 끝마치게 했다. “그래. 네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워, 헬시.” 그때 센티네오의 말은 아주 달콤한 꿀벌의 날개 짓 소리와도 같았다. 센티네오의 말이 끝나자 이곳의 사람들 모두 외쳤다. “고마워, 헬시.” 그들의 말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헬시의 허풍 섞인 말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레이첼 크리먼은……!”

  “제가 이야기 할게요.”

  뉴트론이었다.

  뉴트론이 손을 들고 헬시의 말을 끊었다.

  “저는 뉴트론이에요.”

  뉴트론은 헬시가 자신의 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작해버렸다. 헬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인상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을 알아버린 헬시는 외쳤다. “안녕, 뉴트론.” 이곳의 사람들과 나는 헬시의 뒤를 이어 외쳤다.

  “안녕, 뉴트론.”

  “안녕, 뉴트론.”

  “재미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게도.”

  뉴트론의 말은 아주 좋았다. 헬시의 말을 끝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우습지는 않았다.

  “주말에 바바라랑 위드 타코에 갔어요. 매일 밥스 버거에서 만났는데 이번에는 위드 타코에서 만났어요. 해리 슈와일더 때문이었죠. 해리 슈와일더 때문에 위드 타코에 갔어요. 요즘 잘 가지 않으니까 밥스 버거의 로스 아저씨와 마주치면 표범, 치타…… 아! 표범 살쾡이. 표범 살쾡이의 눈빛 같아요. 아주 매섭죠. 그래서 다음에는 바바라랑 밥스 버거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트리스는 뭐 하고 있었어?”

  내가 말했다.

  “트리스는 없었어. 주말이었거든.”

  나는 뉴트론의 대답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주말 이었구나……. 그렇구나…….

  “계속 이어 말할게요. 저는 바바라랑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몇 개 있었고 비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도 몇 개 있었어요. 그 중 제가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건 당연 비밀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이죠. 재미는 없어요. 그렇게 기대할 것도 없어요. 바바라에게는 고든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고든은 정말 이상한 애거든요. 저도 한 번 본적 있어요. 고든은 밝지만 남을 속이는 걸 좋아해요. 위협을 하거나…… 놀래키거나……. 본인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전혀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죠. 어느 날 고든은 학교 캐비닛에 죽은 쥐와 도마뱀 시체를 넣어서 소동을 일으켰어요. 그걸 본 스테이시 조핸슨은 거품을 물고 기절했어요. 당연 고든의 잘못이죠. 하지만 고든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미친 거죠. 그런 위험한 장난을 쳤는데 자신에게는 그저 우스운 장난에 불과하니까요. 고든과 바바라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이 고든에게 정학이라는 아주 가벼운 벌을 내렸어요. 그것도 일주일 정학에 한 달 동안 교외 쓰레기 줍기 였죠. 하지만 겨우 그 정도의 벌에 고든은 화를 냈어요. 아……! 참고로 고든에게는 외상 후 격분장애가 있어요. 고든은 화를 냈고 원장실을 부수기 시작했어요. 체육 선생과 교감이 고든을 말렸고 원장은 고든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죠. 고든은 병원으로 끌려갔어요. 정신병원이죠.”

  뉴트론의 말을 집중하며 들었다. 재미없지 않았다. 나는 고든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고든은 누구일까. 내가 아는 사람일까. 살면서 스친 적이 있는 인물일까.

  “고든이 정말 궁금하실 거예요. 여기 있는 해리 슈와일더와 헬시는 잘 알 거예요.”

  뉴트론이 말했다.

  뉴트론의 말에 나와 헬시의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야. 너는 알고 있니? 아니 나는 몰라. 고든이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 없어.

  “고든은 델리예요.”

  뉴트론이 말했다.

  나는 뉴트론의 말에 자동적으로 눈이 커졌다.

  델리라니…… 델리라니……. 내 생각은 이뿐이었다.

  “고든은 6개월 전부터 외상 후 격분장애 증상이 나타났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 모든 건 바바라에게서 들은 거예요.”

  뉴트론이 말했다.

  뉴트론의 말은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나는 그런 뉴트론의 말의 뜻을 금방 알아버렸다.

  “그래, 고마워 뉴트론.”

  센티네오도 뉴트론의 말의 뜻을 알아버렸다. 나는 그런 센티네오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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