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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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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32 이단의 빛 (2)
작성일 : 19-11-24 16:15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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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조지의 반문에 당황한 것은 체칠리아만은 아니었다. 던스턴은 전해야 할 바를 분명히 전했다. 우선, 지금 아르티제를 둘러싼 세계의 이변과 이 사태의 중심에 조지가 있음을 밝혔다. 뒤이어 던스턴은 조지가 이단으로 지목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과 이를 사전에 해결할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조지가 협조만 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그만둬야 해. 그렇지?”

  그 말에 던스턴은 차마 답하지 못했다. 그렉도 마찬가지여서 차마 조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지 못했다. 조지의 차가운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내가 그것을 그만두면서까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는 없어. 만약에 내가 이대로 존재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나를 없애던가.”

  “조지, 그런 말은 너무하잖아! 던스턴 사제님은 그저 말을 전하러 오신 거잖아.”

  “형, 조용히 해.”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그렉의 가슴팍을 세게 쳤다. 조지는 말을 내뱉은 다음 곧장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아.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렇습니까.”

  “당연하잖아.”

 

  조지는 굳은 얼굴로, 세상에 선포하듯 말했다.

 

  “내게서 그렉 형의 사랑을 뺏어갈 수는 없어. 그 누구도.”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겠다면, 저도 생각은 있습니다.”

 

  체칠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에 그렉과 던스턴이 두 사람을 막아섰다. 지금 이 둘이 맞붙게 만들면 안 된다. 던스턴은 그녀에게 캐서린 사제님과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조용히 물었다. 체칠리아는 그녀의 이름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무언가가 그 안에서 불타는 눈빛으로 던스턴에게 답했다.

 

  “그랬었죠. 그리고 이게 저의 결정이에요.”

  “하지만 체칠리아.”

  “저를 막으실 생각이라면, 그만하시는 게 좋아요. 그렉 사제님도요.”

  “체칠리아 사제님, 제발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이건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체칠리아의 외침에 성소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그녀의 뜻을 따르는 영원한 빛이 이 성소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던스턴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체칠리아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은 조지를 흡혈귀라고 생각하던 때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 때문에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에요.”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뭐가 다르다는 거지?”

  “당신은 영원한 빛이면서, 그에 맞는 언행을 전혀 보이지 않아요. 산 자들만이 영원한 빛에게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우리들과 당신 위에 있는 무수한 법칙들, 그리고 원초의 빛에게 예의를 갖출 의무가 있어요.”

 

  조지가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체칠리아도 질 생각은 없었다.

 

  “나를 가르치려 들겠다는 거야?”

  “그래요. 두 사람의 애틋한 과거를 생각해서 시간을 주기로 했을 때, 저는 그 시간을 통해 당신이 영원한 빛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하기를 바랐어요.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다고요. 그 뒤에는, 당신이 그렉을 사랑하는 게 어떤 문제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너희의 요구는, 내가 그렉 형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어. 너희가 말하는 그 법칙들이.”

  “당연히 지금처럼은 아니겠죠. 당신은 그렉을 사랑하듯 다른 이들도 사랑해야 하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듯 그렉을 사랑해야 하니까요. 생명을, 선을, 법칙을, 세상을 사랑해야 한다고요.”

 

  나는 그럴 수 없어. 조지는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게는 오로지 그렉 형뿐이야. 생명도, 선도, 법칙도, 세상도, 나를 만들고 내 주변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단 한 사람뿐이라고. 그 이외는 존재하지 않아. 존재한다고 해도 필요 없어!”

  “그렇다면!”

 

  당신은 이단입니다. 그것 외에 당신을 규정할 수 있는 다른 말은 없습니다. 체칠리아의 선언과 동시에 성소의 영원한 빛들이 날카로운 작살처럼 변해 조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던스턴은 그렉의 허리를 붙잡고 옆으로 피했다. 건물 안쪽의 기둥에 등을 부딪친 그가 기침 소리를 냈다.

 

  “던스턴 사제님!”

  “저는 괜찮습니다.”

 

  조지는 빛의 작살들을 자신이 두른 보호막으로 전부 막아 세웠다. 허공에서 더 파고들지 못하는 작살들은 모습을 잃고 흩어졌다. 체칠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무리 이단이라고는 하나, 이 성소가 세워질 때부터 아르티제에 헌신했던 신실한 자들을 상대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다니.

 

  “말했지. 나와 내 주변을 이루는 모든 것은 그렉 형뿐이라고.”

  “그렇군요. 당신은 그렉 사제님이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거야.”

  “쉽게 당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야.”

 

  너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거지. 조지의 말과 동시에 성소 내부에 한기가 돌더니, 촛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창밖에서 은은히 새어드는 석양의 빛을 빼고, 성소는 어스름한 그늘에 잠겼다. 조지의 모습이 잿빛으로 물들어 흡혈귀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이쪽이 나를 상대할 맛이 나겠지?”

  “당신,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든 적이 없었어. 그래도 참아보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체칠리아의 두 손에 활과 화살이 쥐어졌다. 영원한 빛을 시위에 걸어, 영원한 빛으로 쏜다. 체칠리아의 기도가 시작되자 화살촉에 신성한 불꽃이 튀었다.

 

  “삿된 것을 여기에, 빛의 앞에 두어라. 그리하면 스스로 부서질지어다.”

 

  평범한 사제들이 올리는 기도가 아니다. 간청이 아닌, 선언이나 명령에 가까운 비적성 세제들의 기도. 빛의 화살이 지나간 궤적에 따라 조지가 뒤집어쓴 흡혈귀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소의 촛불도 온기를 되찾아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체칠리아는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네 죄를 밝히리, 촛불 앞에 맹세하리라. 이 정죄를. 그러니 너도 맹세하라. 이 속죄를.”

  “그러나 빛께서는 나약한 이 모두를 용서하시니. 부덕한 자에게 기회를 주옵소서.”

 

  루카스의 목소리가 체칠리아의 기도를 끊어냈다. 활과 화살이 모두 흩어지고, 체칠리아의 앞으로 그가 나타났다. 체칠리아는 왜 막아서는 거냐고 일갈했다. 루카스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며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제가 부탁했답니다, 체칠리아.”

  “캐서린 사제님….”

 

  체칠리아는 캐서린의 등장에 살짝 뒷걸음질 쳤다. 캐서린은 조지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건 해야겠어요. 캐서린은 본당 사제로서 지닌 명령권을 사용했다. 이 선언을 영원한 빛에게 쓰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녀는 씁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아르티제 성소의 본당 사제로서 명하건대, 이곳을 떠나 성소에 발을 딛지 말아 주소서. 그대의 거처로는 오직 아르티제의 빛이신 에어드부르가의 곁만이 허락될 것입니다.”

 

  조지는 무어라 항변하기도 전에 안개처럼 흩어져 숲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를 따라가려는 그렉의 몸을 빛의 끈이 결박했다. 문 앞에서 쓰러진 그의 뒤로 캐서린이 다가오며 말했다.

 

  “또한 아르티제 성소의 본당 사제로서 명하건대, 사제 그렉은 이 명령을 정식으로 해제할 때까지 조지의 곁에 머물 수 없습니다.”

  “캐서린 사제님,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을 하시는 건가요.”

 

  울먹거리는 그렉의 말에 답하지 않고, 캐서린은 체칠리아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아르티제 성소의 본당 사제로서 권하건대, 비적성의 사제 체칠리아는 이 사명을 포기하세요. 정식 인가는 제가 에어드부르가의 곁으로 가서 받을 것입니다.”

  “캐서린 사제님. 이해할 수 없는 말씀만을 하시는군요.”

  “뒷방 늙은이가 갑자기 나타나 설친다고 생각해도 이해해요.”

  “캐서린 사제님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유는 알고 싶네요.”

  “체칠리아, 나는 우리의 본래 의무를 분명히 하고 싶은 거랍니다.”

 

  교단, 성소, 그리고 모든 사제의 본래 의무는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에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타도하고, 벌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 마을에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많이 드리웠던 비극의 그림자 탓에 우리는 그 신성한 의무를 잊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쯤에서 그만해요. 체칠리아, 당신의 눈에서 부디 살의를 거둬줘요.”

 

  살의, 그 말에 던스턴은 고개를 돌렸다. 끝내 체칠리아에게 고백하지 못했던 말이다. 당신의 눈에는 사제로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살의가 있다. 그 말을 하지 못해 캐서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라 한 것인데. 체칠리아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다. 알아차렸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속였다는 표현이 더 올바를 것이다.

 

  “하지만 캐서린 사제님.”

 

  왜냐하면,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여기서 멈출 거였다면, 저는 처음부터 비적성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예요.”

 
작가의 말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있네요.

 작가의 트위터(@dreamin0kr)에 들어가시면 작가가 직접 그린 에어드부르가를 볼 수 있습니다.

 화경 사제 루카스는 이것보다 훨씬 더 잘 그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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