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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왕성의 자살공주
작가 : Dalph
작품등록일 : 2019.11.10

아리엘 페르데낭은 매일 죽고 싶다. 왕국도 지긋지긋하고, 귀족들도 지긋지긋하고, 삶은 더더욱 지긋지긋하다. 이 뭣같은 삶을 끝내기 위해선 자살만이 답이라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계획대로 목을 매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마왕이란 이상하게 생긴 놈이 이런 자신을 납치해 모든 일을 망쳐놓았다. 인질이랍시고! 내가 원하는 건 빨리 죽는 것 뿐인데, 왜 막는 거야?
죽으려는 자살공주, 그리고 그 죽음을 막으려는 '마왕과 머저리들'의 문제많은 이야기.

 
3. 때론 꿈에서 깨어나도 별다른 게 없을 때가 있다.
작성일 : 19-11-24 14:05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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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계시네요."

 

 

 아리엘과 대화를 끝낸 바알이 다음 대화를 위해 끙끙대고 있을 때, 앨리스는 쿡쿡거리며 그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바알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역시 우리 마왕님은 상냥하다니깐. 일개 서큐버스의 말 따위 무시해도 될 텐데 그대로 받아들여주시다니."

 "그럴싸했으니까 실행한 것일 뿐이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선 우리한테 우호적인 입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

 "상냥한 핑계, 이래서 우리 마왕님을 싫어할 수가 없다니깐."

 

 

 앨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푸근하게 바알을 쳐다보았다. 저 눈빛을 부모가 자식 바라보는 눈빛이라고 부르던가. 바알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부하들 뒤치닥거리나 하고 있는게 내 팔자지. 내 판단으로는 어디까지나 저 공주는 우리의 '카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왕국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든, 정치적으로 이용하든 지금부터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으흥흥."

 "그 웃음 뭔데?"

 "어머, 우리 마왕님만 보면 이렇게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어떻게 하죠?"

 

 

 대놓고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

 바알은 듣기도 싫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앨리스는 그의 손짓을 보고 자리에서 천천히 벗어났다.

 앨리스의 뒤를 작은 웃음소리가 뒤따라가는 걸 그대로 듣고 있던 바알은 한 번 더 혀를 찼다.

 이놈의 마왕성에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러면서도 바알은 아까부터 생각하던 다음 대화의 주제를 이어서 생각하기로 했다.

 역시나 어려운 문제였다.

 

 

 *

 

 

 다시 감금.

 아리엘은 아까 자신이 뛰어내렸던 창문 너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산은 푸르고......꽤 맘에 드는 날씨였는데.

 아리엘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판단했듯이 높이는 충분했다. 그놈의 고양이만 조심하면 어떻게든 이세상을 탈출할 수 있을텐데.

 곰곰히 생각하던 아리엘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계속 떨어지면 마력이 다 닳거나 실수하거나 하지 않을까?

 

 100번해서 단 한 번만 성공해도 자신의 승리였다. 왜냐? 목숨은 하나니깐. 고양이야 마력이 부족해서 비틀비틀대겠지만 뭐 내가 알 바인가.

 그러게 누가 날 납치하래?

 생각을 정리한 아리엘은 가볍게 창문 밖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착지했다.

 

 

 "......응?"

 

 

 너무 깔끔한 착지에 아리엘은 자신의 다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예쁜 다리라고 했지만 전형적인 운동 부족으로 인해 만들어진 얇디 얇은 다리, 그녀의 것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 높이를 떨어지고도 일체의 통증하나 없이 멀쩡하다고?

 

 

 "안녕?"

 

 

 아리엘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고양이를 칭찬해주며 짝짜꿍하던 그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배실배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말 좋은 날씨지? 태양이 보인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맘에 따스한 빛이 가득해지는 게 느껴져."

 

 

 아리엘은 그 말의 주어가 '우리'라는 점에 대해 항의하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는 그럴 틈 조차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런 날에는 역시 산책을 가야지. 꽃도 보고, 풀도 보고, 나무도 보고, 가끔 가다 나비들이 펄럭이는 것도 봐야지. 그래서 그런데 같이 산책가지 않을래? 이리 와봐."

 "싫어요."

 

 

 아리엘은 매우 단호하게 답했다.

 어디서 감상 타령이람.

 그것보다 아리엘은 자신의 착지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게 먼저였다. 이제보니 바닥엔 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웬만한 무게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떨어진 자국이 남아야하건만, 지금 바닥엔 스스로가 만든 옅은 발자국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데.

 그 와중에 아주머니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머, 고마워라. 같이 가주는 거지?"

 

 

 뭔 소리래.

 그 말을 헛소리로 취급하고 무시하려던 아리엘은 자신의 바로 오른쪽에 아주머니가 서있는 걸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거리가 이 정도로 가깝지 않았는데?

 아리엘의 의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아주머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 세상은 뭐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잖아? 너가 지금 여기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이지."

 "......."

 "자, 가자."

 

 

 아리엘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분명 이거 어디서 느껴본 건데.......

 

 아, 그게 있었지.

 

 아리엘은 생각의 끝에서 한 가지를 깨닫는데 성공했고 확신을 위해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다만 볼을 꼬집는 순간, 아리엘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세상이 정지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100%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꿈이네."

 "오오오."

 

 

 아주머니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리엘은 불편하다는 듯 날카롭게 말했다.

 

 

 "당신 서큐버스지? 그 고양이와 같이 있던."

 "앨리스라고 불러줘."

 

 

 앨리스는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내보내줘요."

 "내가 왜?"

 

 

 그 질문에 아리엘은 단호하게 답했다.

 

 

 "죽어야하니깐."

 "......정말 단호하네, 아가씨.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렇게 단호할까?"

 "아줌마가 알 필요는 없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좋아, 아가씨 의견을 존중해줄게. 그러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앨리스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같이 걸어줄래?"

 "싫다면요?"

 "어머, 고마워라. 이 아줌마랑 선뜻 같이 걸어주겠다고 하다니, 감동인 걸."

 

 

 아니,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

 아리엘은 화를 내려다 자신의 손을 보고는 코웃음쳤다. 자신이 앨리스의 손을 이미 잡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아리엘은 손을 뿌리칠까 하다가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어이가 없어서 그럴 기력조차 없었다.

 

 앨리스는 싱긋 웃으며 아리엘과 같이 걷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아리엘을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을 장면이었다.

 한창 아리엘을 이끌던 앨리스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가씨, 혹시 서큐버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대답할 의무가 있나요?"

 "그건 아니지마는.......우리가 사람들에게 이런 걸 물어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말이지."

 "쓰레기요."

 

 

 아리엘은 적의 가득한 말을 뱉었다. 내심 그 말에 불쾌해하길 바랬지만 예상외로 앨리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충분히 쓰레기지. 혹시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어?"

 "........"

 "좋아, 그럼 거래를 하자. 내 이야기에 성심성의껏 어울려주면 현실세계로 돌려보내줄게. 싫으면 나랑 계속 산책하고."

 

 

 아리엘은 왠지 이 상황이 익숙했다.

 선택권, 그게 뭐지? 분명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는 뜻일 터인데 살면서 그걸 가져본 기억이 없으니.......

 그녀의 경험상 이럴 때 오기를 부리면 내가 손해를 볼 뿐이었다. 갑은 늘 상대방이었다.

 아리엘은 불쾌한 기색을 가득 담아 말했다.

 

 

 "사람들을 유혹하면서 그 행위를 즐기는 더러운 악마니깐요."

 "뭐 그럴수도 있지...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여튼 목적이 '유혹'이라는 거지?"

 

 

 아리엘의 반응을 알고 있다는 듯 앨리스는 바로 말을 이어갔다.

 

 

 "혹시 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이 꿈이 참 재밌는 게, 아무리 절제력이 넘쳐나는 사람이더라도 꿈에서만은 전부 해소하곤 해. 엄연히 개인의 소망으로 이루어진 무의식의 영역이거든. 우리 서큐버스는 이 꿈에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이야."

 "인간?"

 "난 외형이 같으면 같은 인간이라 치는 사람이라. 뭐, 중요한 건 아니지. 어쨌든 이 꿈에 들어가면 우리는 그 무의식에게 정보를 얻거나, 그 정보를 교란시킬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의식과 가장 가까운 성(性)적인 것일 뿐이지, 그게 전부가 아니란 뜻이야."

 

 

 앨리스는 아리엘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고는 약간 실망한 듯 했다. 하지만 금방 기력을 찾은 듯 두 팔을 벌렸다.

 

 

 "좋아, 이제 풀어줄게. 약속은 약속이니깐.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게 있어."

 

 

 앨리스는 아리엘의 바로 앞까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즐거운 식사시간이야."

 

 

 펑.

 앨리스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었다.

 

 

 '꿈이랬지?'

 

 

 그럼 지금 자신이 한 것은 잠에서 깨는 행위였다. 그 점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과 코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지 않고 제 멋대로 판단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 식사하지."

 

 

 안타깝게도 귀도 협조적이지 않은 듯 했다.

 

 

 "맛있게 하려 했지만 입에 맞을진 모르겠군."

 "맞겠죠, 뭐."

 

 

 전에 본 종이쪼가리가 마왕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

 

 

 "맞을 거야, 그치?"

 "난 맛있는데."

 "엥? 먼저 먹었어? 나도 먹자!"

 

 

 끌고 왔던 악마 셋은 지들끼리 떠들고 있었고,

 

 

 "참치가........"

 

 

 매의 눈으로 생선을 찾는 날개달린 고양이가 있었고,

 

 

 "으흥."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앨리스가 있었다.

 허, 앨리스가 헛웃음을 짓자 그것을 기다린 듯 마왕은 잔을 위로 들어올렸다.

 

 

 "앞으로 잘 지내자는 의미의 만찬일세. 어쩔 수 없이 우리와 같이 지내게 될테니깐, 이왕이면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나 해서."

 "혹시 이 만찬에 참치는 없냥? 설마 그거 살 돈도 없는거냥?"

 "만찬이라고 해봤자 이 테이블의 반도 못채우는데, 그치?"

 "맞아맞아!"

 

 

 멀리서 앨리스는 '시끄러우니 이해해줘요.'라고 말하고 싶은 듯 어깨를 으쓱했고, 마왕은 이 모든 상황에 신물이 난 듯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었다.

 

 

 아리엘은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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