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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왕성의 자살공주
작가 : Dalph
작품등록일 : 2019.11.10

아리엘 페르데낭은 매일 죽고 싶다. 왕국도 지긋지긋하고, 귀족들도 지긋지긋하고, 삶은 더더욱 지긋지긋하다. 이 뭣같은 삶을 끝내기 위해선 자살만이 답이라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계획대로 목을 매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마왕이란 이상하게 생긴 놈이 이런 자신을 납치해 모든 일을 망쳐놓았다. 인질이랍시고! 내가 원하는 건 빨리 죽는 것 뿐인데, 왜 막는 거야?
죽으려는 자살공주, 그리고 그 죽음을 막으려는 '마왕과 머저리들'의 문제많은 이야기.

 
2. 공주나 마왕이나,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작성일 : 19-11-17 11:49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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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계시면 됩니다."

 

 

 지나친 친절.

 왕국에서 그렇게 지겹도록 받았던 것인데 어째서 어색하기만 할까.

 아리엘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되는 건데.'

 

 

 일단 납치당한 공주라는 직함을 제쳐두고 나서도 아리엘은 이곳, 이 세상에 남아있으면 안될 몸이었다.

 내 생애 거의 처음으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한 일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그것이 실패했다.

 

 천천히 검토해서 계획 자체는 완벽했다.

 줄은 끊어지지 않았고, 발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올가미도 완벽하게 목을 조여 '아, 됐다.'라는 확신까지 가졌었다.

 그렇게 눈앞이 뿌얘져 의식이 육체에서 멀어갈 즈음, 뒷통수에 큰 충격이 느껴졌다.

 서서히 빠져나가던 아리엘의 영혼은 그 충격 한번에 다시 육체로 돌아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들은 말.

 

 

 "돼, 됐다."

 

 

 그 영혼 빠진 말을 들은 아리엘은 분노에 앞서 황당했다.

 됐다고? 뭐가?

 아리엘은 옆으로 굴러 바닥을 보았다.

 비릿한 냄새가 올라오는 걸 보니 피인데, 피로 무언가 복잡한 표식을 그려놓았다.

 이거, 소환 마법이네.

 그 깨달음에 짜증이 올라온 아리엘은 이 멍청한 소환의 시전자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보았다.

 검은 고양이가 박쥐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해냈다냥!"

 

 

 아리엘은 제 마법의 성공을 축하하며 덩실덩실 춤추는 고양이의 콧잔등을 주먹으로 치고 픈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 놈의 숨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질 않아 제대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올가미가 제대로 그녀의 목을 죄었다는 증거였다.

 지금도 그 올가미는 목에 남아있었다. 끝이 끊겨진 채로.

 

 다시 말하자면 저 놈만 아니었어도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을 것이란 것이다.

 

 

 "하아, 다행이다."

 "봤냥? 이게 내 클라스다냥."

 "역시 마틴씨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니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건 또 누구인가.

 아리엘은 실패한 것들을 버려두고 누구를 원망해야할 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40대로 보이는 한 여자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크게 안도하는 것이 보였다. 옷을 두껍게 입은 것인지, 얼굴로 드러나는 것보다 살이 많아보였다.

 평범한 아주머니겠거니 싶었던 아리엘은 그 다음의 말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철회했다.

 

 

 "마틴 씨가 있으니 우리 서큐버스가 든든해요."

 

 

 그리고 고양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햐! 당연한 일이다냥!"

 

 

 그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리엘은 목표물이 있는 곳까지 기어가는데 성공했다.

 

 신발 두 짝.

 아리엘은 그 신발 한 짝을 고양이에게 던졌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 따윈 없었다.

 어쨌든 저 놈이 원흉이었다.

 

 

 키야앙!

 

 

 명중했다는 것에 대한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아리엘은 반대쪽 신발도 던졌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고양이의 날개를 스쳐갔을 뿐, 명중하진 못했다.

 고양이는 그녀를 향해 뒤돌아보았다.

 

 고양이는 어째선지 기뻐보였다.

 여자는 더욱.

 그리고는 둘다 동시에 외쳤다.

 

 

 "일어났댱!"

 "어머! 일어났네!"

 

 

 아리엘은 죽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도대체 어디로 소리를 내는 건지 모르겠는 거적떼기가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리엘은 바로 창문을 보았다.

 

 나무로 된 깔끔한 디자인의 '여닫이'의 창문. 보아하니 그녀의 체구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듯 했다.

 

 그래서 아리엘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다행히도 멀리있는 나무가 보이는 걸로 보아 높이는 꽤 되었다.

 이 순간, 그녀는 1초의 시간조차 고민하는 데에 쓰지 않았다.

 아리엘은 바로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

 "......."

 

 "......."

 "......."

 

 

 마왕과 아리엘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아리엘은 고개를 숙인 상태로 자신의 패인을 분석했다.

 

 첫째로, 상식적으로 '감금'시켜놓은 장소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될 리가 없다는 점.

 

 둘째로, 마왕이란 사람이 인질로 자신을 붙잡았는데 지켜보지 않을 리가 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 고양이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

 

 

 "아리엘 페르데낭."

 

 

 마왕은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리엘은 고개를 들어올려 마왕과 눈을 마주쳤다. 눈 하나만으로 저렇게 피곤해보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유 따위 알 바가 아니지.

 

 

 "내가 말했듯이 얌전히 있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했었지."

 "......."

 "그래서 그 불이익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마왕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의 24시간 중에서 30분에 대한 권리를 나에게 양도해줘야겠어."

 

 

 저건 또 무슨 소리일까.

 아리엘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24시간이 온전히 내 소유이긴 한 걸까, 특히 여기로 납치된 지금.

 

 

 "알겠나?"

 

 

 아리엘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왕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30분을 가져가도록 하지. '대화'로."

 

 

 이번에도 아리엘은 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 마왕이 자신에 대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내일이 오늘보다 죽기 더 좋은 날일 수도 있으니깐.

 

 

 *

 

 

 "죽으려는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역시나 이 고집불통 공주는 절대로 입을 떼지 않았다. 바알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대화가 되야 이 황당한 일에 대해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서큐버스 앨리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앨리스가 제안한 이 '30분의 사용법'에 대해 바알은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봤다면 실컷 비웃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앨리스의 말이었기에 바알은 일단 행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먼저 얘기하는게 먼저겠군. 오늘은 가볍게 주민에 대한 걸 얘기해줄게. 오늘 마틴, 봤지? 네 생명의 은인."

 

 

 은인이라는 말에 아리엘은 이를 갈았지만 바알은 그것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증거였다.

 

 

 "보다시피, 마틴은 고양이야........날개가 달렸고.......어......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고양이지."

 

 

 아, 글렀다.

 마음까지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3차 대원정 직전 연설은 어떻게 했던 거지? 이 여자 앞에서 말도 못하는데? 바알은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말을 끊는 것은 백기투항 그자체였기에 바알은 잠시 속으로 말을 정리하고 천천히 이어나갔다.

 

 

 "좋아하는 건 소환이고, 할 줄 아는 것도 소환밖에 없는 고양이지. 분명 독학으로 배운 것 같은데, 기똥차게 해낸단 말이지. 일단 너가 그 대표적인 예고.

 높은 실력에 대해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어서 소환 하나만으로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마틴하고 잘 지내려면 이 점을 염두하고 있어야해."

 

 "잘 지낸다고?"

 

 

 이제 반말이군.

 그래도 대답이 나온게 어디야?

 

 

 "그럼, 이곳에 있으려면 잘 지내야지."

 "내가 왜?"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니깐. 내가 납치했잖아."

 

 

 엄연히 주어가 잘못된 문장이었지만 이 공주에게는 '마왕이 납치했다.'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박혀있을 것이 뻔했다.

 굳이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공주를 풀어주지 않고 감금하고 있으니.

 이쯤해서 바알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로 결심했다.

 

 

 "넌 죽으면 안돼."

 "왜 당신 마음대로야? 왜 남의 인생까지도 가져가려하는데?"

 "인생이라. 그 말과 네가 하려던 행동은 어울리지가 않은데."

 "인생의 마지막이라도 내 걸로 하고 싶었으니깐! 근데 그 마지막까지도 왜 갖지 못하게 하는데?"

 

 

 그 말에는 역시 이 답이 어울리겠지.

 바알은 익숙하다는 듯 대답했다.

 

 

 "너네들에게 있어 나는 악의 축이니깐."

 "......."

 "나는 마왕이니깐."

 "......."

 

 

 아리엘은 죽일듯이 바알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 익숙한 일이었다. 웬만한 인간들 모두 그를 그렇게 보았으니깐.

 그렇기에 바알은 이순간에는 악역이 되기로 했다. 이것보다 '너는 죽을 수 없어.'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전하는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설령 진심이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싫어도 그 사실은 어쩔 수 없어. 너는 엄연히 나의 인질이야. 죽게 내버려두진 않아."

 

 

 바알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 번 톡톡 치며 말했다.

 

 

 "타임 오버. 이제 돌아가도 좋아, 아리엘."

 

 

 아리엘은 대답 대신에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바알은 너그러이 그 무례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가 미리 불렀던 병사들이 공주를 데려가고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끝나셨나요?"

 

 

 보면 모르겠냐.

 비서의 어리석은 질문에 바알은 손수건을 흔들어보였다.

 

 

 "그럼 다시 감시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소릴."

 

 

 고개를 꾸벅인 비서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칫했다.

 

 

 "추가로 지시하실 사항 있으십니까?"

 "......없어. 감시나 열심히 하라고."

 "예!"

 

 

 바알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이 세상에서 그의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에라이, 제멋대로 돌아가라지.

 

 그럼에도 바알은 다음엔 무슨 얘기를 해야할 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 다음이란 기회가 없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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