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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부 13화
작성일 : 19-11-14 20:53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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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마친 브리지트가 뭘 할지 코델리아는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물었다.

 

  “그 다음은요? 어머니는 그 다음 뭘 하셨어요?”

 

  “황후가 되고 당신의 형과 누나와 당신을 낳고 당신을 살리는 대가로 백작성을 포기했죠. 이미 몸이 약했던 황태자를 죽이지 않는 조건으로 검을 포기했으니 남은 게 없는 거예요. 일평생 자신이 노력했던 모든 걸 잃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죽었어요.”

 

  “아버지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요?”

 

  코델리아는 울 것 같았다.

 

  “유리아나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어요. 목걸이에 담긴 건 유리아나 곁에 있던 사람의 기억인 걸요.”

 

  목걸이를 만든 브리지트가 죽은 후로는 루다가 스치듯 유리아나의 주변을 살폈다. 루다는 모든 세상을 보고 있어서 유리아나의 곁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간섭하지도 않고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러니 유리아나의 마음은 오직 유리아나만 안다.

 

  “당신은 복수하지 않을 건가요?”

 

  라가도기아를 멸망하도록 한 로베르트에게.

 

  “사람은 복수만으로 사는 게 아니에요. 복수는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없어요. 가서 전쟁을 멈춰요. 희생을 멈추는 게 나아지는 방법이에요.”

 

  시간을 끌기 위해 어떤 말들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모양이다. 코델리아는 혹시 브리지트가 다시 손에 입을 맞출까 장갑을 끼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입맞춰주지 않았고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제 말을 들을 리 없잖아요.”

 

  “그래도 그게 옳은 일이잖아요.”

 

  코델리아는 고개를 저으려다가 말았다.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면,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브리지트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브리지트의 옆에 있고 싶은 건데.

 

  “저는 떠나려고 해요.”

 

  코델리아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래서 브리지트의 손을 잡고 말렸다.

 

  “꼭 그래야만 해요?”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

 

  “그럼 남는 사람들은요?”

 

  “잘 해낼 거라 믿어요.”

 

  브리지트가 자신의 손을 잡은 코델리아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100%라고 해도 부족할 정도의 확신이었고 수 만 번을 고백해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었다. 분명히 브리지트는 코델리아가 사랑하는 것처럼 코델리아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델리아가 돌아서는 그녀를 붙잡고 브리지트에게 굳이 고백을 하려는 이유는 기적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브리지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

 

  브리지트가 자신의 사랑을 받든 욕을 하든 거절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었다. 코델리아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사랑해요.”

 

  담백한 고백이 브리지트의 귀에 들린다.

 

  제일 노력하여 지은 예쁜 미소로 브리지트를 응시하는 코델리아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온갖 예쁜 수식어를 붙인 화려하고 찬란한 단어들의 나열을 생각하며 코델리아는 자신의 고백이 아주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예쁜 말을 하며 멋진 선물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찬란히 웃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델리아는 고백을 이런 식으로 할 생각이 아니었다.

 

  멋지고 찬란히 빛나는 말, 아름다운 선물,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추며 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가 아니라, 이렇게 급한 말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빈손에 무릎도 꿇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어떻게 얼마동안 사랑해왔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코델리아가 준비한 고백은 구구절절했지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같은 것은 ‘사랑해요.’뿐이었다.

 

  실로 초라한 고백에 코델리아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코델리아가 뱉은 말은 아주 흔하고 간단한 말이었다. 그래도 코델리아는 고백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전할 수 없다.

 

  영원의 이별이었다. 아니다. 만날 수 있겠지. 코델리아는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먼저 선수 친 브리지트가 말한다.

 

  “그래요.”

 

  그리고 입가를 올려 씩 웃는다. 코델리아는 마주 웃었다. 입을 벌리고 눈이 휘어지도록 웃었다.

 

  그 말은 사랑을 받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단지 ‘잘 알아들었다.’라는 뜻이었다.

 

  그래. 브리지트는 왜 사랑하는 걸 꼭 알아채고 받아야 하냐고 묻던 사람이다.

 

  코델리아는 그 대답으로 족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코델리아는 이를 악 물고 눈물을 참았다. 울음을 참으며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마주 보고 있는 브리지트는 속으로 저러면 유리아나처럼 턱이 아플 텐데, 하고 걱정하면서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더 보면 그런 생각에 아주 사로잡힐 테니 고개를 젓고 뒤돌았다.

 

  코델리아는 목구멍까지 바로 올라온 울음을 참느라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울면서라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을까. 그렇게까지 한심해 보이고 싶지는 않다.

 

  브리지트가 생각하기에 초라해 보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브리지트는 이걸 기억하지도 못하겠지.

 

  이별하는 데 있어 좋은 이미지는 뭐고 좋은 사람은 뭐란 말인가. 이렇게 헤어지면 브리지트에게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데.

 

  “브리지트.”

 

  엉망인 그 목소리에도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봤다. 눈을 보려고 했는데 코델리아가 잔뜩 미간을 좁힌 채 눈물을 닦고 있어서 눈을 볼 수 없었다.

 

  “다음에 만나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코델리아는 그렇게 말했다. 브리지트는 그 다음이라는 게 어느 때의 다음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언제라도 다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브리지트가 대답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안심이 됐다. 그가 눈물을 다 닦고 손을 뗐을 때 브리지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간 것이다.

 

  오히려 브리지트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여겨야 될지.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라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

 

  코델리아는 미련을 잡으려는 듯 두 손을 꽉 쥐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맑고 햇빛이 밝아 날이 좋다.

 

  이제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남겼던, 브리지트가 원하는 일을 하러 가야 한다. 그린랜드의 대륙 통일을 막는 일.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전쟁을 막아야만 한다.

 

  코델리아는 굳게 다짐하고 발을 옮겼다.

 

 *

 

  브리지트가 남긴 다음의 자신에게 목걸이를 전해주지 말라는 말에 따라 루다는 목걸이를 간직하기만 할 뿐 누구에게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이 목걸이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아무도 이걸 가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브리지트의 유품 중에서 목걸이를 빼내려는 루다에게 베아트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그 루다지!”

 

  루다는 손을 멈췄다. 베아트리스가 뛰다시피 다가와 루다의 팔을 잡았다. 꽤나 거친 행동이었다.

 

  “왜 브리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날 싫어할까.”

 

  루다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렸지만 사실 베아트리스에게서 답을 구하고 있었다. 루다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지만 베아트리스는 그것에 대답하지 않았다.

 

  “얼른 나가! 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베아트리스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루다는 말했다.

 

  “그럼 이 목걸이는 어떻게 하지?”

 

  베아트리스는 한눈팔지 않고 루다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내가 가질 거야.”

 

  보통 말하는 물건이 뭔지 보기 위해서라도 시선을 돌릴 법한데 베아트리스는 그러지 않았다. 브리지트가 무엇을 남겼어도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의지 같아서 루다는 목걸이를 베아트리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네가 원했으니 목걸이를 소중히 간직하렴. 절대 놓지마.”

 

  베아트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줘. 내 거야.”

 

  루다는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베아트리스는 루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베아트리스는 눈을 너무 오래 떠서 눈을 감았다. 눈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잠시 있던 베아트리스는 브리지트의 유품 중에서 목걸이를 찾았다.

 

  그렇게 소중하다거나 하는 건 모르지만 베아트리스는 목걸이를 자신의 손으로 꽉 잡았다. 목걸이의 감촉이 아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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