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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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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31 이단의 빛 (1)
작성일 : 19-11-14 15:49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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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칠리아와 캐서린의 소집에 그들은 본당 사제의 집무실로 모였다. 그렉을 은근하게 따돌려 그곳에 들이지 않았음은 당연했다. 그에게 어쩌면 조지가 이단으로 규정될지도 모른다고 다짜고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가 끝내 이단으로 규정된다면 그 원인이 그렉 본인에게 있으니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흡혈귀가 아니라 영원한 빛이 되었을 뿐, 상황은 몇 달 전과 크게 다르지 않군요.”

 

  캐서린의 무거운 목소리와 함께 찻잔이 접시에 내려앉았다. 그녀의 말과는 정반대로 이것은 꽤 큰 사안이었다. 가능하면 희망적인 관측으로 모두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말로 주변을 환기하는 게 고작이었다.

 

  “체칠리아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아니, 의견이라는 표현보다는 좀 더 힘을 싣는 어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원초의 빛이 내린 사명으로 이곳에 자리한 비적성의 사제가 가진 막강한 권한은, 그에 맞는 대우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랍니다.”

 

  캐서린의 말이 맞았다. 지금 체칠리아는 본당 사제인 그녀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얻었다. 다른 이들도 은연중에 그 사실에 집중했다. 지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본당 사제로서 그녀가 보일 행보의 단편이었다.

 

  “이단으로 규정을 받은 영원한 빛에 대해 다시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교단 전체의 승인 아래 이단으로 규정된 영원한 빛은 셋이다.

 

  블랑카는 원초의 빛이 실재하고 언젠가 찾아올 모든 생명의 구원을 인정했다. 그녀가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자신의 종족과 그 우두머리를 우선하여 구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단 전체와는 방향성을 크게 달리한다.

 

  “반면, 나머지는 교단의 아주 핵심적인 교리를 부정했죠.”

 

  원초의 빛이 허상에 불과하며 이 세계의 모든 생명은 언젠가 그 허상을 완전히 초월할 것이라 선언한 허수의 빛 타미엘라. 이 세계에 구원은 없고 날이 갈수록 독해지는 저주에 모두 파멸하게 될 것이라는 거짓 예언의 빛 네헴.

 

  “그들은 지금의 블랑카는 우습게 보일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다시 창세의 혼돈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불안을 양식으로 삼은 탓이었죠. 그래서 비적성에서 나름의 조처를 했습니다.”

  “나름의 조치라는 함은, 무엇입니까?”

  “원초의 빛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거예요. 그것을 사람들은 심판이라고 부르죠.”

 

  모든 것은 원초의 빛으로부터 태어났다. 그러니 원초의 빛이 있던 자리로 회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초의 빛을 대신하는 영원한 빛이 되었다고 해도, 회귀의 길이 끊긴 것은 아니다. 세상의 가장 첫 번째 이치이자 가장 큰 이치인 원초의 빛과 다시 합쳐져 회귀하는 것으로, 그들은 용서받는다.

 

  “물론 심판이라고 부를만한 이유는 있어요. 회귀하여 원초의 빛과 하나가 된 이들의 영혼, 정신은 세상에서 없던 것이 되니까요.”

  “원초의 빛이 잠들어계시니, 그 일을 비적성 사제들이 대신하는 것이군요.”

  “그렇죠. 이건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비적성의 사제들도 입 밖으로 내려고 하지 않는 주제입니다.”

  “위험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죠?”

  “그 심판을 주재하는 사제 역시 자신의 존재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녀의 말에 다른 사제들은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을 돌렸다. 눈을 감은 이는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한 채 앉아있는 캐서린뿐이었다. 체칠리아는 담담한 모양이었다. 새삼스러운 것도 없잖아요. 체칠리아는 비적성의 사제는 언제든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을 덧붙였다.

 

  “물론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저도 이 일이 심판대에 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여러분들의 심정과 그렉의 행복은 물론이고, 저 역시도 달갑지만은 않으니까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돕겠습니다, 체칠리아.”

  “고마워요.”

 

  체칠리아는 일단 그렉에게 이 상황을 전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제가 맡도록 하죠. 던스턴이 대답했다. 그 이외에 적합한 사람이 없기는 했다. 체칠리아는 이 심판 의식에 영원한 빛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준비는 의식을 집행할 체칠리아의 몫이었다.

 

  “하지만 여러분, 어디까지나 우리는 조지가 이단이 아님을 입증하는 게 먼저예요. 잘 알고 있겠죠?”

  “알고 있습니다. 캐서린 사제님.”

  “그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요.”

 

  캐서린은 사제들에게 이제 돌아가라고 했다. 체칠리아는 위로 올라가려는 던스턴에게 자신의 방으로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책장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서 던스턴의 앞에서 펼쳤다. 이단에 대한 판례집이었다.

 

  “교단에서 영원한 빛을 이단으로 규정한 사례는 셋밖에 없지만, 사람을 이단으로 선고한 사례는 종종 있습니다. 일단은 이쪽을 좀 더 참조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체칠리아 사제님.”

  “왜 그러시죠?”

 

  던스턴은 체칠리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체칠리아의 눈동자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가서 캐서린 사제님과 좀 더 상세히 이야기를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죠.”

 

  체칠리아는 방에서 나와 캐서린의 집무실로 향했다. 던스턴은 그녀가 건네준 책을 몇 번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방을 나와 문을 닫아버렸다.

 

  “노래를 불러줘.”

  “얼마든지.”

 

  던스턴이 지상으로 나왔을 때, 조지는 그렉에게 노래를 보채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제단 바로 앞의 의자에 앉아,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있었다. 그렉은 그를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의 손길은 보석이 반짝이며 만들어낸 광채를 쓰다듬었고, 그의 목소리는 보석을 위해 음과 음을 가볍게 뛰어다녔다.

 

  던스턴은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래하는 목소리는 어딘가 똑같은 구석이 있었다.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마음이 잔잔하게 넘쳐흘러 그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던스턴은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던스턴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아, 던스턴 사제님.”

  “안녕하세요.”

 

  던스턴의 인기척을 느낀 그렉이 그를 불렀다. 조지도 그렉의 뒤를 이어 인사를 건넸다. 던스턴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다른 사람보다는 잘 할 수 있다뿐이지, 그 역시 이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던스턴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두 입술의 안쪽을 혀로 훑었다. 비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이 말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에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시 돌아왔군요. 캐서린은 찻잔을 치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체칠리아를 의자에 앉혔다. 미지근해진 차를 체칠리아는 단숨에 삼켰다. 그녀는 눈길을 아래로 내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캐서린은 그녀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며 다시 물을 데웠다.

 

  “던스턴 사제님의 생각이 옳아요.”

 

  캐서린은 아직도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흡혈귀인 조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는 이 일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어요.”

 

  흡혈귀에 대한 분노는, 사람과 세상을 위협하는 삿된 것들에 대한 분노다. 그 분노는 당연하게 이단에게도 향한다.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이단의 빛인 블랑카를 향한 그녀의 평가에 날이 잔뜩 벼려진 것도 그런 이유다. 하물며, 가장 가까운 곳에 이단이라고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저는 계속해서 이 마을의 행복을 흔드는 그 아이가 밉습니다. 캐서린 사제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캐서린은 찻잎을 잔에 더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아까 마셨던 것과는 다른 향이었다. 조금 더 강렬하고 톡 쏘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더군요. 캐서린은 차의 감상을 덧붙이며 말을 이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캐서린 사제님이요?”

  “그럼요. 제가 어떻게 본당 사제가 되었는지,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체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흡혈귀들의 폭주와 계속되는 신임 본당 사제들의 죽음, 사제들의 분열 속에서 캐서린은 그럴 재목이 아니었음에도 성소 전체를 지휘하게 되었다.

 

  “그 혼란스러운 세태에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버티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아마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저 역시 누군가를 증오한 채로 죽어갔을 거예요.‘

 

  그녀는, 에어드부르가를 말하는 것일까. 체칠리아는 캐서린의 고백에 무어라 답할 수 없었다. 캐서린은 체칠리아가 자신처럼 증오의 고리를 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저는 당신과 조지에게 기대를 걸었답니다. 비극을 치른 우리 세대의 미래를.”

  “미래….”

  “그러니 부탁할게요, 체칠리아.”

 

  체칠리아는 캐서린의 뜻을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체칠리아는 캐서린의 집무실을 나와 위로 올라갔다. 지금쯤이면 던스턴도 이야기를 다 전해주었겠지. 조지의 대답을 들을 때가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체칠리아는 날이 선 조지의 반문에, 이번 일은 캐서린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작가의 말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왜 늦었는지에 대한 변명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s://twitter.com/dreamin0kr/status/119269962685328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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