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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수사2
작성일 : 19-11-14 12:27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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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수사2

 

 영후와 건태는 신촌역 로터리의 한 가운데 서있었다.

 수없이 스쳐가는 인파들 가운데에서, 영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람들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건태는 못 미더운 표정으로 영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이거 확실해?”

 “아, 맞다니까? 잠깐 기다려봐.”

 

 영후는 언짢은 표정으로 건태를 흘겨보며 다시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밤 10시 즈음부터 성매매 업소의 은밀한 호객행위가 시작된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있으면, 목표물을 노리는 [꾼]이 나타난다.

 그들은 목적 없이 서성이고 있거나 어슬렁거리는 남자들을 보면 접근하여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아가씨들이랑 놀다 가요.”

 

 제안에 승낙하면, 꾼들은 준비해놓은 차에 손님을 태우게 된다.

 보통은 도심의 한 가운데에 있는 오피스텔이나 변두리의 업소로 데리고 가는데, 그들에게 업소를 지정해서 말하면 데려다 주기도 한다고 했다.

 영후와 건태가 할 일은 꾼을 통해 서보현의 업소로 가는 일이었다.

 영후는 열심히 눈동자를 흘끔거리며 [꾼]으로 보일 만 한 놈을 찾고 있었다.

 건태는 고개를 저으며 영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너 형사 맞냐?”

 “또 왜?”

 “그렇게 수상한 티가 팍팍나게 힐끔거리면 어떤 정신 나간 미끼가 하겠냐?”

 “네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난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전국에 있는 유흥가를 다 돌아다니고 있는 프로 투어리스트처럼.”

 “내가 보기엔 유흥 투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사 중인 경찰의 티가 팍팍 나는데?”

 “그건 네가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고.”

 “네가 네 연기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안 하냐?”

 “네가 뭘 모르고 있는 거 같은데, 나 고등학교 다닐 때 연기학원도 다녔어.”

 “왜 배우가 못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냐?”

 “경찰이 꿈이었을 뿐이야.”

 “꿈을 이룬 것 치곤 너무 불행하게 사는 것 같아.”

 “두 시 방향. 잘 봐라.”

 

 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영후는 이를 악물고 복화술처럼 웅얼거렸다.

 그가 가리킨 방향에 2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영후와 건태의 모습을 관찰하는가 싶더니 능구렁이처럼 사람들 틈을 헤집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영후를 향해 은밀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아가씨 찾아요?”

 “…….”

 

 건태는 할 말을 잃은 채 영후를 바라보았다.

 영후는 의기양양하게 건태를 흘겨본 뒤, [꾼]의 질문에 대답했다.

 

 “스텔라 안마방 예약 다 찼어요?”

 

 꾼은 영후와 건태의 얼굴을 번갈아 살펴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흥 투어 하시는 분들인가 보네. 따라오세요.”

 

 엉큼하게 웃으며 앞서가는 꾼의 꽁무니를 영후가 먼저 따라갔다.

 힐끗 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승리를 선언하고 있었다.

 

 봤냐? 내 연기 실력?

 

 건태는 우두커니 서서 앞서 가는 영후과 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연기였는데…… 연기학원에 드나든 노력이 허튼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검은 색 코팅지로 내부를 가린 유리문이 있었고, 통로의 계단 쪽에는 보초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초인종을 누른 꾼이 ‘저예요.’ 하고 얼굴을 확인시켜주자, 문이 열렸다.

 영후와 건태는 서로의 눈치를 힐끗 본 뒤, 꾼의 뒤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대리석과 거울이 붙어 있는 복도를 지나 로비로 들어가자, 카운터 앞에 30대 중반의 남자가 부스스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꾼은 남자를 향해 인사를 건넨 뒤, 영후와 건태를 가리켰다.

 

 “신촌 로터리에서 모셔 왔어요. 유흥가 투어 하시는 분들 같으니까 잘 해주셔야 될 거예요.”

 

 그는 영후와 건태를 보며 씨익 미소를 보여주었다.

 마치 ‘내 덕에 물 좋은 아가씨 만날 거예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운터의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금고의 돈을 꺼내 꾼에게 건넸다.

 아마도 호객의 대가로 받는 돈인 것 같았다.

 꾼은 만 원 짜리 몇 장을 세어 보더니,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가게 입구를 나섰다.

 영후는 건태의 얼굴을 슬쩍 살펴보았다.

 함께 잡아넣을지 묻는 것이었다. 건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건수를 올리려면 함께 잡아넣어도 되지만, 그들의 목적은 성매매 적발이 아니라, 한의찬의 소재지 파악이었다.

 카운터의 남자가 영후와 건태를 향해 헤벌레 웃음을 흘렸다.

 

 “유흥 투어 중이시라고요? 저희 가게는 어떻게 알고…….”

 

 웃음 짓는 남자의 앞니가 하나 빠져 있었다.

 다소 꺼벙하고 모자라 보이는 인상은, 분명 한의찬의 주변인물을 조사하며 본 그 남자였다.

 서보현.

 그는 교도소에서부터 한의찬과 행동을 함께 했고, 출소 후엔 보도방을 운영하다가 몇 번의 적발을 당했다.

 영업 정지를 당하고 안마방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며칠 전 한의찬에게 30만원의 금액을 입금 받았다.

 건태는 처음 와보는 듯, 카운터 곳곳을 살펴보며 보현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갔다.

 

 “한 타임에 얼마예요?”

 “노멀은 7만원이고요. 하드 코어는 2만원 추가로 받습니다.”

 “노멀은 뭐고 하드 코어는 뭐예요?”

 “네?”

 

 보현의 어벙한 웃음 뒤로, 불안한 기색이 맴돌았다.

 그는 건태의 뒤로 어슬렁거리고 있는 영후를 슬쩍 바라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유흥가 전국 투어 중인 분들인데 그걸 모르세요?”

 “우리가 전국 투어 중이라고 말한 적 있나?”

 

 건태는 몸을 돌려 영후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그런 말 한 적 있어?”

 “아니? 넌?”

 “나도 없는데…….”

 

 건태가 씨익 웃었다.

 그 싸늘한 미소가 던지는 불안감을 감지했을까. 보현은 슬쩍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

 

 “그럼 혹시…….”

 “응. 짭새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현의 몸이 카운터 뒤로 빠졌다.

 건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보현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옷이 주욱 늘어지며 보현의 몸이 휘청 미끄러졌다.

 

 “자, 잠깐만요! 잠깐만!”

 

 상의가 반쯤 벗겨진 채 발버둥 치는 보현을 향해 영후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상의에 파묻혀 있는 그의 얼굴을 끄집어냈다.

 조용한 학생의 돈을 뜯어내는 일진처럼, 영후는 불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야, 진정해. 응? 진정해봐.”

 “저번 달에 단속 나왔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꾸 들어오면 저희들은 뭐 먹고 삽니까? 네?”

 

 목소리를 높이며 악을 쓰는 보현을 가만히 바라보던 영후는 그의 턱을 움켜쥐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우리 단속 나온 거 아니니까 좀 닥치고 있어봐.”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보현의 몸이 움찔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불안감과 안도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영후는 얼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은 뒤, 손바닥에 묻은 보현의 침을 바지에 슥슥 문질렀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별 거 없고, 그냥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온 거야. 한 대 피울래?”

 

 담배를 내미는 영후를 보며 보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영후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연기를 내뿜으며 건태를 바라보았다.

 건태는 주머니에서 한의찬의 사진을 꺼내어 보현에게 보여주었다.

 

 “얘 누군지 알지?”

 

 순간, 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무슨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인지 눈치 챈 듯, 그는 말하기를 주저했다.

 

 “그, 그게…… 알긴 하는데…….

 “알긴 하는데?”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라서요…… 빵에서 잠깐 만난 사이라…….”

 “뒤질래?”

 

 영후가 바닥에 침을 퉤, 뱉은 뒤 험상궂은 얼굴로 보현을 노려보았다.

 보현은 움찔 놀라는 듯 했으나 이내 정색을 하며 대꾸했다.

 

 “진짜에요. 빵에서 나온 다음엔 전화번호도 모르고 해서 서로 연락한 적이…….”

 “근데 이 새끼가…… 너랑 서로 아는 사이인 거 다 조사하고 왔는데…….”

 

 영후의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 때,

 

 “오빠, 뭐야?”

 

 카운터 안쪽의 커튼이 열리더니, 화장을 짙게 한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열려진 커튼 틈새로 다른 여자들의 모습도 언뜻 보였다.

 아마도 업소의 여자들이 대기하는 숙소 같았다.

 여자의 얼굴을 본 보현은 기다렸다는 듯 악을 썼다.

 

 “아, 진짜! 민주 경찰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다짜고짜 찾아와서 선량한 시민을 폭행하고 협박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응?”

 

 영후는 허공 위로 올라와 있는 자신의 주먹을 보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보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봤지? 지금 봤지? 나 지금 맞았어. 맞은 거 봤지? 이따 경찰서 가면 이거 그대로 얘기 해! 알았지?”

 

 여자는 보현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내 사태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경찰이면 경찰이지 왜 사람을 때리고 난리에요? 이거 영업 방해 아니에요?”

 “그러니까 씨발! 당신들 영장은 있어요?! 영장 가지고 와서 행패 부려!”

 “…….”

 

 영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보현과 여자가 악다구를 쓰는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때, 건태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보현을 향해 내밀었다.

 순간, 보현은 입을 꾹 닫고 종이에 적힌 글자를 바라보았다.

 건태는 한숨을 쉬며 영후의 옆에 함께 쭈그려 앉았다.

 

 “한의찬이 입출금 내역이야. 여기 보이지? 며칠 전에 한의찬이가 너한테 30만원 입금한 거.”

 “…….”

 

 보현은 당황한 표정으로 입출금 내역에 찍혀 있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건태는 내역서를 확 잡아챈 뒤, 보현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잘 모르는 한의찬이가 너한테 왜 30만원을 입금했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든지, 성매매 위반 및 공무 집행 방해, 공갈 협박 사기 미수로 저 안에 있는 아가씨들이랑 단체로 조서 쓰러 가든지 선택해.”

 

 가게 안이 조용해 졌다.

 커튼 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던 아가씨는 조용히 방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보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건태의 날카로운 눈을 바라보았다.

 건태는 무표정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영장은 구속수사 하거나 압수수색할 때 가져오는 거야, 씹새야. 단순 조사할 때는 없어도 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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