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8.안녕(마지막 이야기)
작성일 : 19-11-11 00:59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12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선우는 눈을 떴다. 언제부터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잘 잔 것 같은, 그런 좋은 기분에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웃었다.

 

 방문을 열고 나온 선우는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선우의 엄마는 선우를 바라보며 늘 그렇듯, 따뜻한 미소만 지었다. 선우는 그런 엄마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아침은 아니죠?”

 

 늘 어색해하며, 불편해하며, 서둘러 말해버리는 선우가 엄마를 향해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하자 선우의 엄마는 순간 당황해,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엄마, 제가 그렇게나 잤어요?”

 

 선우는 엄마의 표정에 멋쩍어하며 또 다시 웃었다. 엄마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선우는 눈치 채지 못했다.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킨 선우 엄마는 선우에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 배고프지. 지금은 오후가 지났고, 저녁은 아직 안 온 시간이야.”

 

 선우는 자연스럽게, 엄마 앞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배는 고프진 않은데, 뭐가 먹고 싶기는 해요. 엄마, 뭐 먹을 것 좀 주세요.”

 

 선우 엄마는 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눌러 참으며, 선우를 보고 말했다.

 

 “우리 아들... 뭐가 먹고 싶어?”

 

 “코코아 있어요? 아빠가 늘 먹던 거요. 저도 그걸로 주세요.”

 

 선우는 그렇게, 모든 게, 자연스럽게 말했다. 다 잊은 줄 알았던, 선우의 기억들은 그렇게 다시 선우에게 나타났다. 엄마는 그런 선우가 반가워서, 고마워서, 흐를 수밖에 없는 눈물에 서둘러 일어나 뒤돌아섰다.

 

 “선우야, 금방 해줄게. 기다려.”

 

 선우는 그렇게 아주 예전을 기억해줬다. 선우 엄마는 이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선우가 행복해 보여서, 그래서 자신도 더 행복했다. 선우가 온 뒤 제대로 느끼게 된 행복이었다.

 

 “엄마, 밖에 눈이 와요.”

 

 선우는 창밖에 내리는 눈에 신이 나서 말했다. 선우 엄마는 선우의 말에 뒤돌아 창밖을 봤다. 이곳에서 처음 본 눈이었다. 아마 이 모든 것도 선우의 행복한 기억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다행이었다.

 

 선우는 이곳에서 드디어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선우가 달라졌는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선우는 서서히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선우에게 전해진 위로가 선우를 이렇게 이끌었음을...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선우는 엄마가 타준 코코아를 마시고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서 아직도 눈이 날리고 있었다. 선우는 손을 내밀어 내리는 눈을 받았다. 손 위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눈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위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눈에, 선우는 쌓여 있는 눈으로 눈길을 줬다.

 

 쌓여 있는 눈을 뭉쳤다. 기분 좋은 차가움에 선우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 눈을 엄마에게도 전했다.

 

 “신기하게도, 오랜만에 눈을 보게 되는구나.”

 

 선우 엄마는 이 모든 게 선우 덕분임을 알았다. 선우는 엄마의 말에 웃으며, 손으로는 눈을 계속 뭉쳤다. 그리고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엄마, 이 눈사람 잘 만들어졌죠?”

 

 엄마는 선우의 지금 모습에서, 아주 예전의 그 어렸던 선우를 떠올렸다. 선우는 그때 참 즐거워했었다. 선우의 행복한 기억들에 이 장면이 있다는 사실에, 선우 엄마는 말없이 선우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때의 그 어린 선우가 다시 보여서, 그리고 이렇게 선우가 잘 자라줘서 너무도 감사했다.

 

 선우 엄마는 선우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늘 매순간 바랐던 것이지만, 눈으로 보게 된 선우의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선우야, 고마워. 그리고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시 아침이 온 선우의 세계는 고요했다. 선우는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그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선우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선우는 뒤돌아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선우 부모님도 손을 흔들었다. 부모님의 눈에서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가득했다.

 

 선우는 문을 열었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을 선우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앞에서 은호가 걸어오고 있었다. 목도리는 손에 들고, 볼은 붉어진 상태로 살짝 빠른 걸음으로 선우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공원 앞 자판기 앞에 섰다. 은호는 살짝 웃으며 동전을 넣었다.

 

 ‘너, 밀크커피 누르면 안 된다.’

 선우는 은호의 행동을 보며 혼자 생각했다. 그때 은호가 갑자기 뒤돌아섰다.

 “한모금만... 알지?”

 

 선우는 은호의 말과 표정에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신기하게도 익숙했다.

 

 은호는 밀크커피와 코코아를 뽑아 들고 나무 의자에 앉았다. 나란히 내려놓은 밀크커피와 코코아에 시선을 한번 주고는, 은호는 한참을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선우는 은호 옆, 밀크커피 잔 옆에 앉았다. 아무 표시도 나지 않을 선우였지만, 선우는 그렇게 조용히 함께 앉아 있었다.

 

 “안녕... 아빠...”

 선우는 은호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은호는 당연한 듯, 선우를 향해 바라보았다. 분명 선우가 보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아빠. 그냥 아빠가 옆에 있다고 치고...”

 그러고는 은호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다시 말할게. 아빠가 있을 것 같으니까. 아빠... 너무 보고 싶어.”

 

 은호는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입은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나, 안 울려고 하는데... 아빠를 부르니까 눈물이 나.”

 

 선우는 은호의 옆에서 은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빠. 고마워. 이 좋은 곳 알려줘서. 그리고 이 맛있는 거 가르쳐줘서.”

 

 은호는 어느새 밀크커피를 들고는 한 모금 마셨다.

 

 “또 뭐라 할 거지? 나 이제, 고등학생이다.”

 

 은호는 아빠와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가 꽤 지났음을 실감했다.

 

 “아빠 덕분에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 나 다행인거 같아.”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그때라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빠... 미안해. 그 동안 잘 지내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 실망했지?”

 은호는 지난 3년의 시간들이 다시 떠올라 아파왔다.

 

 “그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뭘 해야 될지도 몰랐고, 하기도 싫었어.”

 은호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더 울지 않으려고, 웃어보려고 했다.

 

 “아빠, 이젠 안 그럴게. 진짜야. 믿어줘. 아빠 딸, 이제 잘 지내볼게.”

 은호는 꾹꾹 눌러 말했다. 목이 따끔거릴 만큼 참아내고 있었다. 다시 은호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은호를 선우는 바라보았다. 은호의 아픔이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그 아픔 속에 있는 희망이 선우에게 전해졌다.

 

 “아빠, 이거 봐라.”

 마음을 가라앉힌 은호는 다시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간 줄에 동그란 새 시계가 반짝이며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이제야 이걸 차. 지금까지 못했어. 아빠가 두고 갔는데, 아빠랑 같이 못 열어본 게 너무 싫어서. 그런데, 이제 이거 차려고.”

 

 은호는 단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지만, 은호는 많이 아쉬워했다.

 

 “그리고 나...”

 한참을 뜸을 들인 은호는 결심이 선 듯 또 다시 허공에 대고 말했다. 선우는 그 모든 것을 은호 몰래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엄마도 만났어.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 이제 엄마도 있다.”

 은호는 다시 울고 말았다. 이 좋은 소식을 이렇게 밖에 전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러니까, 나 더 이상 걱정하지마. 나 잘 지낼게. 공부도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아빠도...”

 은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아빠도 거기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행복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은호는 진심으로 아빠의 행복을 바랐다. 아빠도 많이 힘들었으니까, 아팠으니까, 그곳에서는 이제 더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랐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은호는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다시 웃음을 짓고는 자판기에서 뽑은 두 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에 더 이상 코코아컵 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게 되었다. 습관처럼 손등을 입에 가져다 댔지만, 코코아는 손등에 묻어나지 않았다. 은호도 신기했고, 서운할 만큼 아쉬웠다.

 

 

 은호는 모든 절차를 끝낸 듯,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는 편하게 이곳에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가 보고 싶으면, 이곳에 오기로 혼자 마음을 정했다.

 

 “아빠. 또 올게. 안녕.”

 

 선우는 은호의 행동에 웃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느꼈다. 신기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그냥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안녕, 은호야. 내 딸, 우리 은호.’

 선우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28.안녕(마지막 이야기) 2019 / 11 / 11 294 0 4126   
27 27. ...그리고 은호는 2019 / 11 / 10 270 0 3276   
26 26.선우가 떠나고 세 번째 겨울. 비가 왔던 날 2019 / 11 / 8 301 0 2192   
25 25.선우가 떠나고 두 번째 겨울- 어느 겨울날 2019 / 11 / 8 286 0 3315   
24 24.선우가 떠나고 1년 후, 첫 번째 겨울 2019 / 11 / 8 289 0 4261   
23 23.선우가 떠난 날 2019 / 11 / 6 273 0 6169   
22 22.그날의 기억 2019 / 11 / 4 277 0 6358   
21 21.나는 결국, 이 겨울이 싫다. 2019 / 11 / 1 289 0 3396   
20 20.새겨진 기억 2019 / 10 / 30 268 0 4070   
19 19.나는 이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2019 / 10 / 28 296 0 3064   
18 18.여름에 태어난 은호 2019 / 10 / 25 279 0 4959   
17 17.나는 이 여름이 신경 쓰인다. 2019 / 10 / 23 275 0 3150   
16 16.끊어져 버린, 봄날의 기억 2019 / 10 / 21 314 0 4203   
15 15.나는 이곳의 봄이 마음에 든다. 2019 / 10 / 18 284 0 3159   
14 14.선우의 흔적 2019 / 10 / 16 279 0 4076   
13 13.나는 그림을 그린다. 2019 / 10 / 14 291 0 2747   
12 12.눈이 와요... 2019 / 10 / 11 279 0 3523   
11 11.나는 겨울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9 / 10 / 9 263 0 3209   
10 10.은호 아빠 선우, 선우 딸 은호 2019 / 10 / 7 280 0 3211   
9 9.나의집, 그곳 향기를 만들다. 2019 / 10 / 4 278 0 3372   
8 8.가족의 존재... 2019 / 10 / 2 290 0 4601   
7 7.나는 궁금하다. 2019 / 9 / 30 290 0 2813   
6 6.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날의 그들... 2019 / 9 / 27 274 0 3217   
5 5.은호 옆 그들... 2019 / 9 / 25 279 0 3577   
4 4.나는 알지 못하다. 2019 / 9 / 23 295 0 3401   
3 3.나의 임무를 시작하다. 2019 / 9 / 20 297 0 2862   
2 2.은호의 기억 2019 / 9 / 18 299 0 3033   
1 1.나는... 2019 / 9 / 16 495 0 235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러니까 우리는
장선
사랑하는 너에게
장선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