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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7. ...그리고 은호는
작성일 : 19-11-10 23:59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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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호는 눈길을 걸었다. 혼자서 그렇게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뒤돌아 자신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길을 보았다. 혼자였다. 그렇게 은호는 혼자서 그 길을 계속 걷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은호는 눈물이 났다. 너무 슬펐다. 혼자라서, 더 이상 함께 걷는 건 불가능할 거라는 걸 알기에 슬펐다. 은호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보였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아빠가 은호 앞에, 은호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아빠...”

 은호는 너무 반가워서, 너무 그리워서 그렇게 아빠를 불렀다. 아빠가 은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아빠가 맞았다. 은호는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는 은호가 다가오는 만큼 멀어져갔다.

 

 “아빠, 가지마...”

 은호는 뛰어서라도 아빠를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아빠를 잡지 못했다.

 

 은호는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아빠가 은호에게 더 다가와주지 않아서 섭섭했다. 은호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길이 달라져 있었다. 은호 앞에 은호가 늘 아빠랑 가던 공원의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은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제 여기로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호는 자판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습관처럼 뒤돌아보았다. 아빠가 은호를 보고 있었다. 은호는 아빠랑 눈이 마주쳤다.

 

 “밀크커피 아니야...”

 은호는 자기도 모르게 그 순간 변명을 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아빠가 그렇게 서 있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 은호는 놀라웠고, 반가웠다.

 

 “아빠...”

 다시 불러보았다. 아빠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은호는 다시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빠는 은호가 다가간 만큼 다시 멀어져갔다. 은호는 너무 서운해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리고 아빠가 사라졌다.

 

 은호는 자신의 흐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떴다. 낯선 공간이었다. 살짝 빛이 있었지만, 주위의 대부분이 어두웠다. 은호는 그 순간에도 생각했다. 혼자라고...

 

 은호는 꿈에서 아빠를 본 게 너무 생생했다. 그렇게 장난처럼 가버린 아빠가 너무 미웠다. 꿈이었는데도 섭섭한 마음, 서운한 느낌이 가득했다. 은호는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냈다.

 

 갑자기 들린 소리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은호 가까이에 앉아 있었다. 어두웠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엄마였다.

 

 은호는 기억이 났다. 자신의 졸업식이었고, 그리고 비가 왔고, 자신은 아빠가 떠났던 그 장소를 갔었고, 결국에는 그런 선택을 했었다.

 

 또 기억났다. 알 수 없는 충격이 자신을 그곳에서 구해주었다. 은호는 그 충격이 아프지 않았다는 걸 기억했다. 그리고 믿고 싶었다.

 ‘아빠 맞지? 아빠 그렇지?’

 

 은호는 아빠라고 확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은호는 그 순간을 떠올렸다. 분명했다. 아빠는 은호 곁에 분명 있었다.

 ‘아빠... 미안...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

 

 은호는 자신의 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눈물을 느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보고 싶어, 아빠.’

 은호는 숨죽여 그렇게 울었다. 울음이 자꾸만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고 흘러나왔다.

 

 “은호야...”

 은호의 소리에 수진이가 은호 곁으로 다가왔다. 은호는 수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은 부어 있었고, 표정은 초췌했다. 은호는 정신없이 이곳으로 왔을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은호야... 왜 그랬어? 왜 거기 갔어?”

 수진이는 은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은호가 그렇게 행동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단순 사고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전해들은 그때의 은호 행동은 은호의 의지였다.

 

 “그냥...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처음이었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아서,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나 때문이잖아요. 나한테 오다가 아빠가 그렇게 되었잖아요.”

 은호는 지금까지 꼭꼭 담아두었던 것을 끄집어냈다.

 

 “은호야, 너 때문이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은호는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은 아빠를 원망했던 자신이 미웠기에, 그렇게라도 자기 탓을 해야 했다.

 “아빠가 그날 그렇게 나한테 오지 않았으면 그런 사고도 안 나고...”

 

 수진이는 은호를 안았다. 처음이었다. 태어났을 때 처음 품에 안아본 게 다였다. 그런 조그마한 아이가 이렇게 컸다. 은호의 울음이, 뛰고 있는 심장이 느껴졌다. 수진이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정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은호는 수진이의 품에 안겨 울었다. 따뜻했다. 그리웠다. 엄마가 그리웠다는 걸 지금 이 순간 은호는 알게 되었다.

 

 수진이에 대한 은호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선우가 그렇게 흘려놓은 몇 번의 씨앗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심어진지도 몰랐던 그 씨앗들이 은호 모르게 자라나 결국엔 수진이에 대한 그리움이 맺히게 되었을지도.

 

 선우의 혹시나 하는 걱정과 달리, 선우의 바람처럼 은호는 수진이를 안았다. 모든 그리움과 그래서 천천히 쌓여갔던 서러움과 함께... 지금 이 순간, 엄마의 품이 은호를 위로해주었다.

 

 “은호야, 엄마가 미안해. 은호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걸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은호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그때의 수진이는 어떤 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때의 모든 시간과 일어나는 과정들이 수진이에게 정신없이 다가왔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고, 처음이었기에 서툴렀고, 서툴렀기에 두려웠다. 그러나 은호가 자신의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느꼈던 그 감정이 기억나자, 수진이는 오래전부터 은호를 그리워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걱정이 되었다. 이제 자신의 감정은 확실해졌는데, 은호가 자신에게 기회를 줄지 두려웠다.

 

 수진이는 은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은호의 얼굴 위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었다. 은호도 수진이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수진이와 은호는 서로를 위로했다.

 

 “은호야...”

 수진이는 은호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랐다. 그런 수진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은호가 수진이에게 말했다.

 

 “나, 라면 먹고 싶어요. 계란 넣어서.”

 수진이는 은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많이 들어본 메뉴다.”

 

 선우는 늘 그렇게 말했다. 은호의 모습 위로 선우가 보였다. 수진이는 갑자기 울컥했다. 결국에는 선우의 유일한 가족인, 제일 소중한 은호를 수진이에게 남겨주었다. 그래서 고마웠고, 너무 미안했다. 수진이는 울지 않았다. 참아냈다. 그리고 다시 웃었다.

 

 “우리 같이 먹자. 엄마가 해줄게.”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진이를 향해 웃었다. 은호는 설명할 수 없는 든든함을 다시, 오랜만에 느꼈다. 자신에게 다시 가족이 생겼다. 이제 아빠도, 엄마도 있는 가족이었다. 비록 아빠는 보지 못하지만, 은호는 이제 안다. 아빠는 늘 은호의 모든 곳에 있다는 것을.

 ‘그래도 아빠,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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