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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응답하라 1983
판타지를 꿈꿔온 시골 남자의 눈 앞에 시간을 엉터리로 달린 마녀가 떨어진다.
마녀의 좌충우돌 시골적응판타지

 
17화: 담배 가게 마법상점(2)
작성일 : 19-11-10 23:48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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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가게 마법상점(2)

 

 순간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내 고개는 담배 가게 출입문으로 향했다.

 이미 담배 가게의 문 앞에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도망이라는 말을 절대 꺼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폐로부터 공포가 차오르기 시작한 나와 코코아가 숨도 쉬지 못하는 상태로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구미호라니. 구미호라니.’

 

 마법으로 귀신도 얼려버릴 줄 알았던 코코아는 나보다 더 심각한 상태. 그녀는 유정 누나의 꼬리를 보자마자, 영혼이 반쯤 출타한 상태였다.

 

 “어머, 얘들 좀 봐? 마법사의 존재는 믿으면서, 내 존재는 믿지 않는 거니?”

 “구, 구미호는 멸종됐다고 책에서.”

 “코코아라고 했지? 엘리트 학교 출신인데. 꽤 맹한 구석이 있네?”

 정확하게는 구미호가 아니라 유정 누나는 팔미호였다.

 여덟 개의 꼬리, 그리고 연갈색 머리 위에 자리잡은 여우 귀.

 내가 지금과 같은 유정 누나의 붉은 눈을 본 건, 2년 전.

 

 너무나 뜨거워져 버린 마음을 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그녀의 가게 모퉁이에서 늦은 밤까지 그녀를 기다렸던 날이었다.

 환한 보름달 아래 그녀는 아름다운 자태로, 뒷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인적 드문 곳으로 스스로 가주는 유정 누나가. 솔직히, 그것을 몰래 뒤쫓는 것 자체가 범죄자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고백하는 게 덜 부끄럽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내 고백이 그녀의 뇌리에 강하게 남겨지기 위해서 많고 많은 날 중에 일부러 오늘을 택했다. 기필코 마음을 전달할 것이라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질러버렸다.

 

 “유정 누나. 저 항상 누나를 저 하늘의 보름달보다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멍청하고 오글거리는 고백멘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멘트와 장면의 혼연일체. 덕분에 내 머릿속에서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 순간이다.

 그녀가 팔미호의 모습으로 인간의 간 대신, 멧돼지의 간을 섭취하는 모습, 연이어 내 목에 드리운 서늘한 그녀의 손톱이.

 유정 누나는 내게 말했다. 인간의 간이 멧돼지의 간으로 대체된다는 걸 알아서 인간사냥은 두 번째 꼬리를 얻는 순간 멈췄다고. 자신은 이 마을이 좋다고, 나한테 협조를 바랬다.

 

 “나도 사부 네가 매일 찾아와줘서 좋았어.”

 

 그녀의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무덤에 쭈그리는 그 순간까지 입도 뻥긋 안 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그 자릴 빠져나왔다.

 

 “그때가 엊그제 같다 사부야. 누나는 그때의 사부 고백을 평생 못 잊을 거야.”

 “저, 저도 누나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번엔 그때처럼 도망치지 않을 거지?”

 “그땐 죄송했습니다.”

 “앞으로 그만큼 잘해줄거라 믿어.”

 

 물건을 재어두는 창고 아래 연결된 문.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와중에 그녀가 추억 얘기를 꺼낸다.완전한 어둠에 깔린 계단이었지만, 그녀가 내는 영롱한 초록 불꽃 덕분에 우리는 어찌어찌 지하에 숨겨진 마법 상점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계단 끝에 있는 나무문을 열자 꽤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았는지, 자욱한 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렸다.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내부. 보라색 카펫이 깔린 방. 마법 상점이라기보다. 마법 서점 같았다.

 방을 둘러싼 책장에 마도서로 추정되는 두꺼운 책들과 각종 마법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등록증 이리 줘.”

 “코코아. 너한테 있잖아.”

 “아, 여, 여기요 언니.”

 

 그녀의 정체를 안 코코아는 그때부터 유정 누나를 그쪽이 아닌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빠르면 삼일이면 정식 마법사로 등록될 거야. D급에 특성도 없는 걸 보면 하루면 될 수도?”

 “그렇게 빨리요?”

 “마법의 힘이 강력해서. 마법 세계에 영향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만한 존재면 심사가 오래 걸리거든. 우리 사부는 힘도 없고 착하기까지 하니까. 금방 허가가 날 거란 소리지.”

 

 이런 식으로 마법사를 선정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구나. 마력과 특성이 뛰어나면 그 힘이 나중에 악용되면 곤란해지지만, 힘이 약하면 악용되어도 처리가 쉬울테니깐.

 결과적으로 나는 후자라서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라 좋긴 하지만. 뭔가 모호하게 기분 나쁘네 이거.

 유정 누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다가 중앙에 있는 탁자로 향한다.

 그곳에는 다른 책의 열 배는 되어 보이는. 거의 코코아의 몸 절반 크기의 책이 있었다. 책을 펼쳐서 세우면 텐트처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였다.

 

 “금방 끝날 거니까. 옆에서 구경하고 있어.”

 

 실제로, 유정 누나의 말처럼 순식간에 용무는 끝낼 수 있었다.

 그녀가 펼친 책에 우체통 모양의 그림에 내 편지를 떨어뜨렸고, 책 속에 실제로 우체통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며칠 후에 다시 들려줘. 결과를 말해줄게. 아마, 그때부터 정식으로 마법사가 될 수 있을거야.”

 “아, 고마워요 유정 누나.”

 

 우체통이 진한 트름 소리를 내는 걸 확인한 유정 누나의 목소리가 홀가분해 보인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내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당황한 내가 괜시리 주변에 있는 마도구들을 구경하는 척했다.

 

 “그때는 사부가 인간이라서 마음을 받아주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 사이의 벽도 허물어진 거네?”

 “네, 네? 벽이란게 그렇게 쉽게 허물어지는 게……, 사실 말뜻이 이해가 잘.”

 

 어느새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유정누나.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

 그런 나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바라보는 유정 누나였다.

 

 “네가 정식 마법사가 되는 날 우리 사귀자는 소리야.”

 

 

 ✽✽✽

 

 

 밭으로 돌아온 나.

 충격적인 유정 누나의 고백과 이 마을에 팔미호가 산다고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고, 무참히 짓밟힌 자신의 자존심을 나보고 책임지라는 코코아의 소란까지 일절 무시하고 싶었던 내가 열심히 발악하는 중이다.

 발악의 일환으로 선택된 것이 유정 누나가 재회의 선물이라며 내게 준 특별 선물인 일회용 마법 지팡이 두 개와. 『D급 마법의 모든 것』이라는 마도서였다.

 

 “김사부 너 내 생각보다 더한 쓰레기구나. 팔미호한테 홀려서 네 스승님을 버려?!”

 “내가 언제 홀렸다는 건데.”

 “맞잖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저 팔미호의 정체를 숨겨둔 거잖아. 왜? 비밀을 지켜주면, 엉덩이를 한 번 잡을 수 있게 해준댔어?”

 “살고 싶어서 그런 거다.”

 “그리고 방금도 그래. 계단 내려가다가 천장에 부딪혔는데도, 넌 그 누나 가슴을 느끼느라 봐주지도 않고.”

 “너무 긴장해서 몰랐네. 그건 좀 미안한데.”

 “도저히 못 봐. 너 같은 변태가 마법사 되는 거. 그냥 누렁이로 평생 사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

 “아니, 이미 내 등록증은 스위스 마법부로 전달됐는데? 그리고, 새 방법을 찾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너였잖아.”

 “누렁이로 변해서 반성하고 있으란 뜻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저런 반응 예상 못한 거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는 17년 인생에서 가장 집중력을 발휘한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 D급 마법에는 코코아가 썼던 변신마법도 있었구나.

 사실 공부할 필요도 없었다. D급 마법은 일회용 지팡이로도 써지는 평범 그 자체 마법이었다.

 

 “뭐, 뭐야? 지팡이 내려놔라 김사부. 너 저 책에서 뭘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려놔.”

 “『트랜스 포메이션』!!”

 “야아아아아!!! 뭐야? 왜 나를 변신시키는 건데. 소로 변신시켜면 내 엉덩이를 쉽게 만질 수 있다고…”

 

 누렁이로 변신한 그녀가 큰 소리로 울고 있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거구나.

 

 “웃기고 자빠졌네!!! 별로 탄력도 없는 엉덩일 내가 왜 만지겠냐!!!”

 “여, 역시 너 아닌 척하더니!! 느꼈던 거지!!!”

 

 속눈썹이 기다란 누렁이가 울부짖는다.

 

 “됐고, 내가 미쳤다고 누렁이로 변해서 반성을 하겠냐. 이참에 너도 느껴봐!!! 잠을 잘 때 얼마나 어정쩡한 자세로 자야 하는 데. 그리고 특히 화장실~!! 화장실과 침실이 같이 있는 공간에서!! 누가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그 기분을!! 내가 마음먹고 볼일을 보려 할 때마다 코코아 네가 방해했었지? 몰래 야식을 먹을 거면 한 번에 먹든가!! 쥐새끼처럼 몰래몰래 나와서 잘도 나를 방해했었지?! 아무튼, 나도 오늘 똑같이 해줄 테니까!!! 코코아 네 소화 시간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화장실 타임마다 방해해줄 테니까”

 

 어젯밤. 그녀는 정말 싸버리기 직전마다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외양간 쪽을 흘깃 넘겨다 본 후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부엌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그녀의 입에는 삶은 고구마가 물려 있었다.

 내가 정말 화나는 건, 한 번에 고구마를 가져가지 않고, 쥐새끼처럼 딱 하나씩 꺼내 가는 코코아 때문이었다.

 

 “한 번에 가져가면, 돼지같잖아!! 그리고 어차피 관심 없었거든!!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거든!! 네 어정쩡한 그곳에서 오줌이 나오든 말든!!”

 “너 진짜 미쳤구나? 그게 봤다는 소리랑 뭐가 다른 건데~!! 그래!!! 너도 기대해!! 나도 똑바로 봐줄 테니까!!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제대로 볼 테니까.”

 “………네가 한 말은 ……여, 여자 화장실을 따라 들어가는 걸 넘어서, 그 여자가 볼일을 보는 도중에 화장실 문을 연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귀까지 빨개진 코코아가 말끝을 흐린다.

 

 “맞어. 따라 들어가서 똑똑히 볼 건데.”

 “……너, 너어!!”

 “엘리트 마녀의 소리는 어떤 소리가……”

 “『리무브 트랜스폼』!!! 『리무브 트랜스폼』!! 『리무브 트랜스폼』!!!”

 

 코코아가 울부짖으며 해제마법을 영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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