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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똑바로 내 두눈을 봐 #20
작성일 : 19-11-10 23:42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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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오늘도 언니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갈까?"

 

 많이 한가해진 여주는 요즘 언니들과 놀러 다니기 바쁘다. 글 쓰는 건 아예 잊은 듯이 말이다. 그때 크게 한번 싸운 이후로는 민석이와도 잘 지냈다.

 

 "우리 오늘 뭐 먹으러 가요?"

 "음, 돈가스?"

 

 어서 퇴근해서 맛있는걸 먹을 생각에 들뜬 여주는 신이나 콧노래까지 불렀다. 허파에 바람이 차도 제대로 찬 것 같다. 그러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윤오와 눈이 마주쳤다.

 

 "윤오 씨도 갈래요?"

 "아닙니다."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여주는 다시 제 할 일에 집중했다. 그래야 빨리 끝나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열심히 집중한 결과 칼퇴근을 한 여주와 진리, 보라는 인근 맛집으로 소문난 돈가스집을 찾았다.

 

 "우와, 진짜 맛있어. 나중에 남준오빠랑 와야겠네."

 "나도 남자친구랑 와야지."

 

 저마다 들뜬 채로 한마디씩 하는 그녀들을 미소지은 채 바라봤다. 너는 어떠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지금까지 먹어본 돈가스 중 최고였다.

 

 "아니, 그거 말고..남자친구 생각 안 나?"

 

 그제야 맛있게 먹어줄 민석이가 생각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돈가스를 클리어하고 근처 카페에 온 그녀들은 여주의 남자친구에 대해 추궁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을 꾹 닫아버린 탓에 궁금증은 평소보다 배로 달렸다.

 

 "근데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약품 회사 다녀요."

 "인도네시아는 왜 간 건데?"

 "약 관련해서 갔겠죠? 번역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게 말끝을 흐리는 그녀에 당황스러운 건 언니들의 몫이었다. 알고 지낸 지 1년 깊어 지기 시작한 지 2달 가까이 됐는데 남자친구가 정확히 뭐 하는 사람인지 아직 모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은 네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아니?"

 "그럼요, 전 다 대답해줬죠."

 "그 사람은 대답 안 해줘?"

 "그게 아니라, 안 물어봤죠."

 "그게 뭐야. 가족관계는?"

 "누나 둘 있어요. 큰누나는 아영 언니고 작은누나는 절 많이 미워하는 거 같아요."

 "아니, 이 어린애를 왜 미워해? 오히려 여주집에서 그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저희 부모님은 몰라요. 이야기 한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오빠를 왜 미워해요. 미움 살 일은 제가 더 많이 했는데요."

 

 잔뜩 시무룩한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아픈 보라였다. 여주를 미워한다는 말에 진리는 비아냥거렸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듯한 어투에 진리는 답답한 가슴을 쳤다. 그리다 금세 괜찮다는 듯 배시시 웃는 여주였다.

 

 "그럼 저번에 얼굴 상처도 그 작은누나 때문이야?"

 "에이, 이제 그마안."

 

 대답을 피하는 모습에 진리와 보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한참을 바보같이 웃던 여주는 요란스러운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민석이의 큰누나였다.

 

 "네! 누나."

 "누나? 아아. 내가 민석이 누나라서?"

 "언니라고 할까요?"

 "음, 난 지금 수연이 대신해서 통화하는 거니까 지금은 언니 할래."

 "네, 언니."

 "수연이가 너 머리 염색할 때 되지 않았냐고 묻더라. 머리하러 한번 와."

 "알겠습니다."

 "아, 이건 누나로서 이야기하는 건데 우리 민석이 들어오기 전에 한 번 더 밥 먹자."

 "네애- 누나."

 "예림이랑 같이."

 

 

 *

 *

 

 

 결국 잠을 설친 여주는 새벽같이 방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 예림과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필히 그날은 엄청 험난할 것이라는 거다. 아직 마주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되었다.

 

 "뭘 그렇게 넋 놓고 있어?"

 "아, 언니. 일어났어요?"

 "잠이 안 깨?"

 

 갑자기 안아와서는 어깨를 토닥였다. 낯간지럽긴 해도 제법 엄마 품같이 좋았는지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보라는 그런 여주가 귀여워 더 꼭 안았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작은누나가 절 많이 미워하는데 큰누나가 오빠 입국하기 전에 셋이서 밥 먹자고 하네요."

 "거절도 못 하는 상황인 거구나? 하긴, 거절을 어떻게 하겠어. 그냥 눈치껏 미뤄. 작은누나 입장에서도 너 싫다며 너랑 밥을 먹고 싶겠어?"

 

 콕콕 박히는 비수에 붙어있던 몸을 떼어내고 밉지 않게 노려봤다. 호탕하게 웃는 보라가 싫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 하는 말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굳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필요 없어. 너 좋다는 사람이랑만 부대껴도 힘든 세상이야."

 

 보라의 위로에 기운을 차린 여주는 출근 준비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보라는 괜히 싱숭생숭한가 보다. 선 자리에서 여주가 들어간 방문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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