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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8. 정직원은 못 되도 나름 사람은 되겠습니다.
작성일 : 19-11-10 23:32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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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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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상담하기 좋은 나이.>

 

  얼레? 뭐라고? 주워가기는 뭘 주워가?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것도 잠시! 왜 이리 안들어오냐며 지금 안에서 아주 난리 아닌 난리로 난장판이 되었다며 튀어나온 분홍머리 댕댕이 녀석의 등장 덕분에! 나와 껌정머리 녀석 사이로 어색하게 흐르던 그 기류는 잠시 멈춤!!!!! 되었다. 우리 둘은 분홍머리 댕댕이 녀석의 뒷꽁무늬를 따라가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어쩌지.....! 아니, 그 보다도 이게 다 무슨 일인데!!!!!!!!!!!

 

  그런데 술집 안의 상황은 정말 더 가관이었다!!!!!! 주란 언니의 망연자실해 있는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그 다음으로는.....! 수줍게 볼이 핑크빛으로 물든 덕철씨와 그 옆으로..... 아니 이게 다 무슨 풍경이야 나는 울다가 부어서 내 눈이 잘못되었나 싶어 두 눈을 양손으로 마구 비볐다. 그때 껌정머리 녀석의 가느다란 손이 내 그런 손을 저지하더니 말하였다.

 

  "잘못본거아니니까. 그만 좀 비벼."

 

  뭐라구? 내가 잘못본게 아니라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테이블 위로 빨강머리 요염 보컬 경복이의 손을 덥썩 잡은 덕철씨의 저 손은 과연 무언데??????? 묻고 싶었다. 설마.....?

 

  "쟤가 왜 여태까지 여자친구가 맨날 없었겠냐. 좋다고 줄 서는 여자들이 한가득인데. 눈치가 그리 없어서야....."

  "뭐?"

 

  이제는 나 하다하다 눈치까지 없는 여자로 전락한거니.....? 묻고 싶었다. '청정구역'멤버들 너네들은 어째 한명도 예상 안에 머무는 녀석들이 없다.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내 옆에 선 분홍머리 댕댕이 막내와! 사막여우 분위기 미남 주황머리녀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회오빠 이미지 가득한 리더양반까지 쭈욱 스캔하였다. 혹시 또 내 예상 밖에 인물이 더 있는게냐?!!! 그때 내 의심의 눈초리에 '그 표정은 뭡니까?' 하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교회오빠 이미지의 녹색머리 리더양반이 입을 뗐다.

 

  "영선 누나 지금 그 표정은 뭐야? 어째 영 불건전한 시선인데?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었어. 둘이."

 

  리더양반이 뾰루퉁 입술을 삐죽내밀며 껌정머리녀석과 나를 번갈아 훑어보았다. 그러자 껌정머리녀석이 이렇게 대꾸하였다.

 

  "진로상담 하느라."

  "진로상담?"

 

  녹색머리 리더양반이 그게 다 무슨 말이냐고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사오정이 나방을 외칠 때! 입에서 수 많은 나방들이 나오던 그 장면처럼 가만, 껌정머리 그 녀석을 입을 벌린 채 떡하니 바라보았다. 진로상담? 웬.....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네...... 그런데.....

 

  "하긴, 진로상담 할 나이지."

 

  뭐? 진로상담 할 나이라고????? 그 씨알도 안 먹힐 법한 소리가 먹히는 사람이 여기있네......! 리더양반의 빠른 수긍에 나는 더더욱 입에서 나방들이 나올 기세로 입을 쩍하니 벌려 껌정머리 녀석을 쏘아보았다. 아니, 어디를 봐서 너네가 진로상담 할 나이야..... 그리고 너네랑 내가 얼마나 차이 난다고 진로상담 선생님이 되는건데? 그때였다.

 

  "영선이가 회사생활이 힘든가봐, 나한테 다 진로상담하데."

 

  뭐??????!!!!!!!! 아우씨!!!!!!! 이 자식이 잘해주었더니 아주 기어오르다 못해 날뛰는구만!!!!!! 이 길 잃은 망아지같은 어린양아 어디 한번 오늘 혼쭐나게 맞아볼테냐? 그런데, 잠깐!!!!! 이 녀석 나를 영선이라고 지금 부른건가?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인데? 그런데 누나 소리는 어디로 쏙 들어가고 이름만 달랑 외치는 것이더냐!!!!! 그런데 또 눈치없이 우리 녹색머리 리더양반이 이렇게 한 마디 더 보태는거였다.

 

  "하긴, 회사 돈이 좀 고달프겠어."

 

  이런..... 너 회사 짬밥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게냐? 묻고 싶었다. 이 녀석 그러더니 내 눈가에 번진 마스카락 자국을 납득했다는 듯 혼자 고개를 아래 위로 주억거리더니 이렇게 한 마디 더 하는거였다.

 

  "에휴, 불쌍한 우리 영선이 누나. 영선이 누나 댁에 따듯한 마음의 정 초코파이라도 놓아드려야겠어요."

 

  내 표정은 아주 그냥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사람아! 나는 초코파이보다도 부드러운 몽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 사람아!!!!!! 그나저나 과자도 부드러운 것만 찾던 내 인생에 이 까칠까칠 고슴도치같은 껌정녀석은 무슨 일이람? 이런 전개...... 너무 그냥 이상한데? 이것들 몰래짜고치는 고스톱아니야? 그렇지않고서야 녹색머리 리더양반의 그 어벙벙한 얼굴은 또 왜 한 몫을 하냐고!!!!!!! 그때 잊고있던 주란 언니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들으면 떠난 님을 그리워하며 심청이가 이몽룡을 향해 부르는 구슬픈 노래 곡조로까지 들리는 그 앓는 소리는 그간 보컬 요정 경복이를 향한 열열한 구애를 펼친 언니의 마음을 더욱 짙게 확인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왜!!!!! 신은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걸까? 영선!!!!!!!!"

 

  시련이 아니라...... 이렇게보니 예고된 운명같은 건 아니었을까요? 언니....... 라고 묻고 싶었다. 왜냐면, 그간 한 번도 본 적 없던 미소로 빨강머리 보컬 요정 경복이가 덕철씨를 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쟤가, 쟤가 저런 표정도 지을 줄을 아네? 와, 눈웃음도 칠 줄 알아????? 경복이가??????!!!!! 내가 알던 그간의 경복이가 아니었다...... 경복이도 그저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년이었던게다. 저리 소년처럼 웃을 수도 있구나 경복이가. 나는 세삼 놀랬다. 그리고 경복이의 그 미소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여태 요염, 시크 매력만 줄줄 흐르는 줄 알았던 경복이는 그 순간 눈 앞에 그저 사랑에 빠진 남자로 앉아있을 뿐 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더더욱 수줍은 미소를 띈 덕철씨가 눈에 들어왔다. 덕철씨..... 어쩌면 그 오늘 바리바리 싸온 생강차가 보컬에 힘쓰는 경복이를 위한 다 계획된 계획이었군요?!!!!!라고 묻고 싶었다. 역시..... 사랑은 노력하는 자의 것...... 그것은 진리..... 오예! 그나저나 내 사랑의 노력의 방향은 지금 어디로 세어나가고 있는가!!!!!! 생각할 때, 그런 내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차리 듯 껌정머리 녀석이 씨익 웃더니 사악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진.로.상.담"

 

  앞으로 진로상담의 진로소리만 들어도 저 사악한 눈웃음이 마구마구 떠오를것만 같다!!!!!!!!!!!

 

 ******************************

 

  <정직원은 못 되도 나름 사람은 되겠습니다.>

 

  껌정머리 그 녀석의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던 진로상담 소리가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오고야만 사건이 얼마 후 내게 덜컥 일어났다!!!!!

 

  "그 월급 받으면서 이영선씨 아주 대충 대충 월급 충내러 나오는겨???"

 

  현장업무에서 벗어나 한 발짝 공모전에 냈던 우리의 그 프로젝트라 것에 본격 가까워지고 싶다고 말한 우리 신입들의 패기에 사장님은 울며겨자 먹기로 현장 일에서 세 사람 모두 손을 때라고 선포 아닌 선포를 내리셨다.... 다만 그 대신!!!!!!! 현장 일 대신 빛 더미처럼 가득 불어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바로...... 사장님의 노골적이고도 인격모독적인 잔소리였다......

 

  사장님은 따로 현장 인원을 충원하지 않은 채 손수!!!!! 직접!!!!! 왜죠?라고 묻고싶을만큼!!!!!! 급여를 줄이기 위해 택배 상자를 홀로 끙끙 옮기시기 시작하였다!!!! 하루도! 이틀도! 아닌 일주일 내내!

 

  차마 백발이 무성한 사장님 혼자 현장의 그 가득 쌓인 택배들을 옮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못해 턱턱 막힌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한 사장님을 차마 못 본척 하지 못하고 도와주겠다는 우리 셋의 말에도

 사장님은 화가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으셨는지 '다 끝난 이야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꺼내지말라며!' 으름장만을 가득 늘어 놓으셨다.......그렇게 자연스레 일거리가 많아진 사장님의 분노지수는 나날이 빠르게 상향곡선을 그리며 쭈욱! 치솟아 올라만 갔고 그 누구라도 예외없이 잘못 걸려드는 날에는 얄짤없이 탈탈 멘탈이 털려서야 사장님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마치 몸집이 약한 초식 동물의 숨통이 끊길 때까지 물고 놓아주지 않는 육식 동물처럼! 사장님은 일을 하다 작은 털끝같은 실수라도 나오면 끝까지 그 실수를 물고 늘어지며 그렇게 잔소리 테러를 날리시게 되신 것 이었다...... 그 중 덕철씨와 주란언니를 제외하고 제일 실수가 잦고 어벙벙하던 내가 늘 사장님의 주요 먹이감이 되기에 적합하였다.

 

  "이영선씨!!!!!!! 도대체 그 나이 먹도로!!!!! 회사생활을 무슨 꽁으로 했는겨? 왜 이리 모든 일이 서툴러?"

 

  설마요..... 사장님....... 아니, 이 나이 먹도록 회사 생활을 꽁으로 했으면 저는 아마 월급루팡계의 대대손손 남을만한 거대한 루팡이 됐을 겁니다.... 차마 비루했던 사회생활 경험상 루팡이 되지 못하여 이렇게 굽이굽이 흘러흘러 결국 사장님께로까지 닿아 만나게 된 것 아니겠나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나는 그냥 꾹 눌러 목구녕 뒷편으로 밀어 삼켰다.

 

  한숨이 길게 세어나왔다. 정말이지 녀석말대로 진.로.상.담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날이었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다가 나는 휴대폰을 들어 껌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에게로 이렇게 한번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진로상담 필요! 어쩌면 긴급상황!]

 

  그러자, 얼마 후에 휴대폰 너머로 그 놈을 꼭 닮은 시건방진 메시지가 한통 날아들었다.

 

  [선 입금, 후 상담]

 

  어이쿠...... 이 녀석 봐라..... 역시 기리기리 남을 싸가지계의 왕손이다. 이를테면..... 싸가지계의 손흥민!!!! 싸가지계의 백종원!!!!! 싸가지계의....... 이수용!!!!!!!!!!!!!!!!! 이수용이라하면...... 나를 이렇게 매일같이 갈구는 '왕뽕 브라몰'의 사장님의 이름되시겠다..... 사장님을 떠올리자 또 다시......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우이씨!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사장님에게 커다란 복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라? 이거 뭐지? 무언가 찝찌름하고 못마땅한데 내지는 자다가 발차기하고싶을만큼 정도의 복수 아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기막히고도 찌질한 복수의 서막이 그렇게 열린 것 이다!!!!!!!!!!!!!

 

  첫 번째, 사장님의 커피에 커피물과 함께 정수기 물받이 안에 있던 물을 쬐금 섞어 타드린다.... 차마 침을 넣는 것은 어쩐지 먹는 걸로 장난치는 것 같은 마음이 피어올라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는 내가 자잘한 복수를한 것 이다!!!!! 어쩐지 조금 통쾌했다!

 

  두 번째, 사장님이 앉는 사무실 자리의 등받이 의자를 볼펜으로 사장님을 찌르 듯 쿵!쿵!쿵! 찔러 의자 스펀지에 가득 구멍을 내었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찌질의 극치였지만 뭐 어떤가? 티 안나게 나는 상상속으로 사장님을 쿵!쿵!쿵! 찌르는 묘미 아닌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보니 스펀지 위로 구멍난 자리들이 휑하게 드러나 있었다. 치졸한 방법이지만 어쩐지 조금 통쾌했다!

 

  세 번째, 사장님의 폭언이 이어질 때마다! 사장님의 등 뒤에서 사장님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쉬늉을 취한다! 나의 주먹을 받아라!!!!! 이 나쁜 영감탱이!!!!!!! 퍽!퍽!퍽! 어랏.......... 그런데 주먹을 날리는 쉬늉을 가득 날리며 사장님을 죽일 듯이 쏘아보는데....... 그때! 이거 참 타이밍 안 좋게!!!!! 때마침 뒤를 돈 사장님과 정면으로 눈이 딱!!!! 마주쳐버려 그 모습을 들켜벌버렸다!!!!!!! 아뿔싸, 이런 어리석고도 날렵하지 못한 영혼같으니라고..........

 

  "이영선씨!!!!!! 지금 뭐하는겨? 어이구!!!!!"

 

  한껏 쪼그라들어가는 내게 사장님은 이렇게 한 마디 더 쏘아붙이셨다!!!!

 

  "이제보니 내 등 뒤에서 아주 칼을 갈고있었구만! 어째 요즘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했더니 이게 다 이영선씨 때문이었나보네! 이제보니!"

 

  아이쿠................ 이런...... 사장님 그런데 잠자리가 뒤숭숭한건 하도 지은 죄들이 많이 그런것은 아닐까요..... 그나저나 나는 이제 어떻게야해야한담.......... 싶을 때! 저 멀리서부터 저벅저벅 나의 구세주처럼!!!!! 나의 전우애가 불타는 동지들!!!!!! 주란 언니와! 장덕철씨가! 원더우먼과 슈퍼맨의 아우라를 마구 풍기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하고도 아주 다분히 적의가 드러나는 말투로 내 대신 이렇게 말해주는 것 이었다!!!!!!!! 그것은 바로!!!!!!

 

  "십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사장님과 나는 눈이 동시에 동그래져서 주란언니와 덕철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능교? 십팔???????????!!!!!!!!!!!!!!! 아주 보자보자하니까 다들 사장자리가 무슨 꽁으로 되는 자리인줄 아는가부네?????? 사장을 이리 물로 보는 신입들이 어디있능교?!!!!!! 어이???!!!!!!!"

 

  성질이 솟아올라 열을 뿜듯 포효하는 사장님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오히려 마치 짠듯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놀람과 당황 가득하다는 표정을 내지으며 이렇게 받아치는 것 이었다.

 

  "사장님? 지금 그게 다 무슨 소리신지....? 저희는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러게요..... 사장님 무슨 소리신지? 그냥 저희는 사장님 등 뒤에 적힌 숫자를 읊은 것 뿐인데........"

  "뭐라카노?"

 

  주란 언니와 덕철씨가 나란히 눈짓으로 사장님의 등뒤를 척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은 그 둘의 태연한 눈빛에 그 짧은 다리로 폴짝폴짝 뛰며 보이지도 않을 자신의 등 뒤를 보려 애쓰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모습에 풉!하고 그만 웃음이 세어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사장님이 더 크게 성을 내며 내게 이렇게 쏘아붙이는 것 이었다.

 

  "웃어????? 감히 웃어?????"

 

  나는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풉! 풉! 세어나오는 웃음꽃 피어버린 얼굴과는 따로 놀게 이렇게 대꾸하였다.

 

  "아..... 아닙니다.... 풉!"

  "또, 웃어이?????? 아주 사장을 이리 하찮은 말똥 만치로 보는 이런 신입들이 어디있당께?!!!!!!!"

 

  그러자 주란 언니가 사장님의 그 말에 빤히 이렇게 되받아쳤다.

 

  "에이, 말똥 만치로 보다뇨. 저희는 그저 사장님 윗도리에 그렇게나 크게 쓰인 18번 숫자를 말한 것 뿐인데........"

  "뭐시...?"

 

  주란 언니가 아까처럼 사장님을 향해 한 번더 빤히 눈짓을 취하자 사장님은 회사 한쪽에 걸린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가서는 자신의 등 뒤를 다시금 살펴보시는 것 이었다!

 

  사장님의 등 뒤에는 영락없이 18번이!!!! 아주 크게 적혀 있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되었다는듯 아주 호탕하게 웃으며 사장님이 말을 이었다.

 

  "아따! 마누라가 여행을 가서 아침에 옷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되는대로 걸치고 왔더니마능 아들래미 옷을 내가 껴입고 왔었나부네잉. 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이게 우리 아들내미꺼라이. 우리 아들내미가 직장인 야구단을 다 뛰고 있당께."

 

  사장님은 그제야 자신의 등 뒤의 18번의 정체를 알아차리시고는 더욱이 호탕하게 큰 웃음소리를 지어보이셨다. 그러더니 아주 슬그머니...... 뱀이 담장타듯 자연스럽게 하나 뿐인 아들자랑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셨다.... 아까까지 펄쩍펄쩍 성을 내며 뛰시던 그 분은 어디가시고....

 

  "우리 아들내미가 아주 일도 어지간히 바쁠텐데 직장인 야구단 활동 까지 기가막히게 잘 맡아 한당께! 걔가 뭘하든 그래! 늘 학창시절에도 줄곧 반에서 1등! 대학도 서울에 있는 그 알아주는 명성높은 대학! 취직도 떡하니 대기업 정규직!"

 

  사장님의 목이 아들자랑을 할 때, 한 없이 빳빳하게 치솟는게 느껴졌다. 자랑이 어지간히 길어질듯하였다.........

 

  "요즘 뭐 정규직되기가 쉬운가? 젊은 사람들 다들 힘들다 힘들다해도 역시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들은 이리 야물딱지당께."

 

  사장님의 그런 셀프 아들칭찬을 꾸역꾸역 듣고 있자니........ 마음을 후벼파도록 사장님이 내게 했던 말이 훅!하고 떠올라 버렸다.

 

  '이영선씨!!!!!!! 도대체 그 나이 먹도로!!!!! 회사생활을 무슨 꽁으로 했는겨? 왜 이리 모든 일이 서툴러?'

 

 나는 갑자기 승질이 확!!!!!! 솟아올라!!!!!!! 매번 늘 목구녕 뒤편까지 꾹!꾹!꾹! 눌러 삼키며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그때 무슨 용기이며 객기였던지 툭, 흘러나와 사장님께 이렇게 묻고 있었다!!!!!!!!!!!

 

  "사장님!!!!! 그런데 사장님의 그런 잘난 아드님이 만약에라도!!!!! 회사에서 그 나이먹도록 쭉 도대체 어떻게 산거냐, 일이 왜 그렇게 서투냐하는 말을 듣고 지낸다면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사장님은???"

 

  불쑥 꺼낸 나의 그 말에 '십팔!!!!!!!!!!!!!!!!!!!!!!!!!!!!!!!!!!!!!!!!!!!!!'을 크게 외치던 주란 언니와 덕철씨 마저 잔뜩 놀란 기색을 띠었다!!!!!!!

 

  "이영선씨? 지금 나를 상대로 무슨 말이 하고 싶당께? 우리 잘난 아들이 왜 그딴 말을 들어!"

 

  어이쿠야.... 그말인즉슨..... 사장님 아드님은 귀하고 귀하지 않은 나는 그딴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이다 이 말입니까...? 나는 사장님을 향해 이렇게 한 마디 더 쏘아붙였다!!!!!!!!!!!!!!!!!!

 

  "사장님!!! 저는 잘나지도!!!!!!!! 이 나이 먹도록 정직원도 못 되는 인생이지만!!!!!!! 나름 사람이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당장 저 한테 하신신 잘못 사과하세요!!!!!!!!!!!!"

 

  나는 그렇게!!! 사장님을 상대로 사과를 바라고 서 있었다!!!!!!!!!!!

 
작가의 말
 

 사랑 가득! 담아 여러분을 만납니다 :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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