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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20화: 천부적인 재능을.
작성일 : 19-11-10 23:24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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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두는 여자의 몸을 갖고 있었다. 추주원이 죽였던 개체와 이완이 죽였던 개체는 두 구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체 무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무두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 색 셔츠와 H라인 치마를 입고 있었다. 주 대리나 김서윤, 서현주에게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패션이었다.

 

 이완은 침착하게 총을 들어올렸다. 이상하게 무두의 심장이 어디인지, 어떻게 방아쇠를 당겨야 무두를 없앨 수 있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두는 분명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도 심장의 모양이 보였다.

 

 탕.

 

 이완의 오른쪽에서 추주원이 방아쇠를 당겼다. 무두의 팔이 날아갔다. 무두는 남은 팔로 자신의 심장을 가렸다.

 

 연기가 더욱 지독해졌다. 눈물이 턱을 타고 흘렀다.

 

 탕.

 

 이번에는 추주안이었다. 심장을 빗나가 옆구리를 맞추었다.

 

 탕.

 

 추주안이 한 발 더 총을 쐈지만 여전히 심장을 명중시키진 못했다. 무두는 지독한 연기를 내뿜으며 시시각각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완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어둠 속에서 이완이 쏜 총알이 무두를 향해 돌진했다. 추주안이 추주원을 가리고 섰다. 무두가 그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내뻗고 있었다.

 

 총알이 무두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손가락 끝까지 바짝 뻗었던 무두의 손이 힘을 잃고 가라앉았다.

 

 무두가 쓰러졌다.

 

 "헉, 다행, 다행입니다. 다들 괜찮......"

 

 이완이 주저앉았다. 추주원과 추주안이 당황했다. 추주안이 추주원이 했던 것처럼 총구로 쓰러진 무두를 찔러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추주안이 중얼거렸다.

 

 "이 근처에 무두가 나타날 만한 구역은 세화 언니. 세화 언니 구역밖에 없어, 오빠! 언니한테 가 봐야 해!"

 

 추주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들이 이완의 사격 실력에 놀라기도 전에 셋은 위세화가 맡았던 구역으로 뛰었다.

 

 추주원과 추주안은 발이 빨랐다. 이완은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절박해 보였다. 절박함이 그들의 등을 떠밀고 달리는 속도를 부추기고 있었다.

 

 '이젠 다들 배태랑이라 사망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던 게 바로 방금인데.'

 

 앞서가는 추주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일그러져 있을 거라고 이완은 생각했다.

 

 미로 같은 골목을 굽이굽이 지나던 추주안과 추주원이 별안간 멈춰 섰다.

 

 "헉...!"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완은 사람이 천천히 연소하는 것을 보았다.

 

 위세화였다. 블루를 증오한다는 위세화가, 이완의 뒤통수를 섣불리 망치로 내리찍었던 그녀가 그들을 돌아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위세화는 종이가 불에 젖듯 회색으로 구겨지며 재로 변해갔다. 살점이 타는 냄새가 코 끝에 닿았다. 폐 안까지 연기가 들이치는 것 같았다.

 

 "세, 세화. 세화 언니. 안 돼!"

 "안 돼. 이미 늦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위세화를 잡으려는 추주원을, 추주안이 억지로 잡아 세웠다.

 

 "세화 언니! 가지 마! 안 돼! 안 된다니까!"

 

 추주안도 울고 있었다. 이완은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멀거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게 뭔가.'

 

 생지옥 같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차 올랐던 의욕이 바닥 없는 수렁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앞으로 할 일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았다.

 

 위세화는 마침내 몸의 전부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녀를 이루고 있었던 형체가 매캐한 잿가루로 변해 나비처럼 공중을 너울너울 떠돌다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언니, 언니. 언니, 안 돼. 안 된다고... 짜증도 못 냈단 말야. 왜, 대체 왜... 언니가 가면 우리는 어떡해. 어떡하라고..."

 

 위세화는 이완을 보았을까. 그들이 막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눈 한 쪽은 남아 있었으니 보았을지도 몰랐다.

 

 얼굴의 반이 타 들어간 채였지만 위세화의 표정은 이완의 뇌리에 철저히 각인되었다. 죽을 때까지 마시지 못하게 된 커피처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우는 얼굴 같기도 했고, 웃는 얼굴 같기도 했다.

 

 "추주원, 일어나. 어디서 또 무두가 나타날지 모르니까...위세화가 할당량 못 채웠을지도 모르..."

 

 추주안이 젖은 목소리로 추주원을 일으켜 세우려 어깨를 쥐었다. 추주원이 추주안을 쳐내고 손을 뻗었다. 위세화가 없어졌던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두 두 구가 쓰러져 있었다.

 

 "또 나타날 리는 없어. 언니가 다 죽이고, 죽, 죽었으니까."

 

 무두의 사체를 멀거니 내려다보던 추주안이 마른세수를 했다.

 

 "바보 자식, 여기까지 나올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여기까진 네 구역이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잖아."

 

 추주안의 혼잣말은 작아서 이완에게 겨우 들릴 정도였다. 못 박힌 듯 서 있던 이완은 땀이 가득 찬 손을 쥐락였다.

 

 상황이 다급해 말하지 못했지만, 무두를 죽인 뒤 또다시 흰 무언가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걸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

 

 "무두는 빛을 좋아해. 가로등이 없는 곳을 체크해 줄 테니까 이 길로만 다녀야 해. 나랑 같이 다니면 수월할 거야. 혹시라도 체크된 곳에 가로등이 켜져 있으면 열 시가 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장내야 하고...... 우리가 전부 점검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니, 모르겠어... 오늘만 해도 돌발 상황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지도를 짚으며 설명하던 추주원은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쌌다. 재잘재잘 떠들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이완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

 

 몸을 추스린 추주안은 회의가 있다며 사라졌다. 무두가 돌발적으로 나타난 점과 위세화의 죽음을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추주안은 이완에게 추주원과 함께 집에 있으라 당부하고 반대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설명할 게 있으니 늦더라도 기다려 달라며.

 

 "지형이 어렵고 어두워서 무서울 순 있는데, 적어도 이 곳에선 사람이 사람을 공격하진 않으니까...... 가끔 나타나는 블루... 특히 기자들. 그런 사람들은 모를까, 당신은 이제 블랙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응? 응... 물어봐."

 "블랙이랑 블루는 어떻게 구분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나만 해도 여기 처음 왔을 때 그... ...사람에게 습격 당해 기절했었거든."

 

 위세화의 이야기가 나오자 추주원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건, 훌쩍, 잠깐만..."

 

 추주원이 뒤 돌아 눈물을 닦았다.

 

 "그건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어. 블루와 블랙의 옷차림은 차이가 많이 나거든. ...당신도 봤으니까 알겠지만, 우리 옷은 많이 낡았어... ...구멍나고 찢어진 게 대부분이야."

 "블루들도 낡은 옷을 입으면 못 알아본다는 뜻 아냐, 그건?"

 "아니야. 일단 우리가 이렇게까지 낡은 옷을 입고 다닌다는 걸 아는 블루가 많지 않고, 블루들은 십중팔구 골목에서 길을 잃으니까... 구분하기 쉬워. 여기서 어둠은 안전이나 마찬가진데, 블루들은 어두우면 더 무서워하니까... ...게다가 대부분 아는 얼굴이야. 블랙은 백 명도 안 되거든."

 "그렇구나. 그런 거라면 이해 돼. 설명해줘서 고맙다."

 

 추주원이 지도의 사본을 꺼내 이완에게 내밀었다.

 

 "이건 잘 갖고 있어. 블루들과 공유해선 안 되니까 블루들의 세계로 돌아갈 땐 이 집에 놓고, 여기에 오면 이 집으로 먼저 와서 지도 챙겨야 해."

 "그래, 고마워."

 

 이완이 지도를 펼쳐 살펴보았다. 지도에는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고 길이 삐뚤삐뚤했다. 자세히 보니 일일이 필사해 만든 지도 같았다.

 

 "사람마다 담당 골목은 세 개씩이야. 세화...언니나, 우리 오빠같이 사냥에 뛰어난 사람들은 여섯 개나 아홉 개씩 맡는 경우도 있어. 오늘은 세화 언니가 작전 담당이었으니까, 아마, 언니가... 다른 사람을 쉬게 해 주려고 무리하다가... 그랬을..."

 

 추주원이 입을 다물었다. 이완은 말없이 추주원을 다독였다.

 

 "아무, 아무튼... 여기 골목은 점점 미로처럼 변해가고 있어. 무두가 지나다니면서 연기로 골목을 없애는데, 매번 나타나는 곳도 달라서 지도를 이 주 단위로 새로 그려, 우리는."

 "힘들었겠는데. 다음에 내가 프린터기 같은 거라도 가져올까."

 "아니, 어차피 여긴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런 걸 가져와도 소용없을걸."

 

 이완의 말에 추주원이 울다 말고 쿡쿡 웃었다. 농담을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무두는 무작위로 나타나고, 그들이 나타나면 몇 개의 골목은 사라지고 몇 개의 골목은 새로 생겨나. 사라지는 건 연기 때문이라고 추정되는데, 생기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건지 우리도 몰라, 아직. 관찰하려다가 몇 명이 죽은 이후로 그냥 사냥에 집중하기로 했거든."

 

 이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여기, 제일 외곽 구역 담당이고, 나는 여기... 아까 당신이랑 만났던 곳. 여기서 내 옆 구역을 담당해 무두 사냥을 맡게 될 거야."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추주안이 돌아왔다.

 

 "...오빠. 회의는..."

 "그래, 잘 얘기하고 왔어. 다들 충격이 커서 휴식을 취한 뒤 낮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으응. 세윤이는 괜찮아 해?"

 "그 녀석은 안 왔어. 아직 모를 거다."

 "......위세윤 답네."

 

 추주원이 추주안에게 의자를 양보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의자에 앉은 추주안이 이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당신, 아니 형. 아까는 놀라서 말 못 했지만 총도 잘 쓰던데요."

 "우연입니다."

 "우연이라고 해도 엄청난 검다. 우리는 보통 매복을 함다. 그런 식으로 갑자기 나타나면 연기 때문에 보이는 게 없어서 맞추기 힘드니까. 그런데 당신은... ...나도 주원이도 혼란스러워할 때 무두를 없앴어요."

 "맞아, 오늘 당신 덕분에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겼어.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남매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처음으로 무두를 죽였을 때보다 총을 겨누었을 때 무두의 심장이 확실하게 느껴졌다는 것.

 

 '그래, 그건 느껴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 ...나중에, 좀 더 확실해지면 말해도 괜찮겠지.'

 

 추주안이 낡은 서랍장에서 후드를 꺼내 이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걸 드릴 테니 몸을 가리십쇼. 항상 여길 올 때는 그걸 입는 게 좋겠슴다. 형처럼 키 큰 남자는 잘 없어서 그대로 나다니면 분명 눈에 띌 검다. ...위세화가 그렇게 돼서, 당신의 정체를 알고도 반발할 사람이 많진 않겠지만 당분간은 그래도 조심하십쇼."

 "고마워요."

 

 이완이 후드를 받았다.

 

 "무두를 많이 잡고 나면 사람들도 더이상 당신에게 블루 쪽 사람이라며 캐묻지 않을 검다. 블루인 걸 밝히는 건 그 때 가서 해도 됨다. ...그래요. 형의 재능은 천부적임다. 우리에게 필요해요. 위세화가 없어진 지금은 더욱 더..."

 

 추주원이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저 사람은 블루. 그래, 블루잖아. 그런데 우리는 긍지 높은 블랙인데도 언니를 지키지 못했어...... 저 사람이 처음인 주제에 무두를 두 구나 사냥할 때에!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다고..."

 "주원아."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 우리도 평범하게 할당량을 지키면서 살고 싶어."

 

 이완은 후드를 쥔 채 생각했다.

 

 '블루의 할당량도 평범하지 않아. 평범한 할당량 같은 건 사실 없어.'

 

 내일부터 블랙의 지역에 출근하게 될 터였다. 아마도, 죽은 위세화의 몫까지 책임지며.

 

 
작가의 말
 

 공모전 마감일이 다가와 비축분을 전부 업로드하였습니다.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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