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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에게 가는 길
작가 : 사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9.11.10

우주에는 ‘넵툰’이라는 청록색의 신비로운 행성이 있다. 그 곳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그의 딸 ‘라미아’가 거대한 왕국을 이루며 살고 있다.
우주에서는 삶이 무한하고, 아름다움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삶에 우울증에 빠진 ‘라미아’가 아버지에게 ‘지구’로 보내달라고 간청하는데,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를 하다 결국 3년 안에 돌아오라는 약속을 하며 허락한다.
‘라미아’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어떤 범상치 않는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12회
작성일 : 19-11-10 23:14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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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기가 다시 집으로 왔을 때, 그는 집 안의 공기가 달라져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실에 앉아 있던 라미아와 삼라바가 동시에 그를 쳐다봤다. 라미아의 얼굴이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김정기는 이미 레우키포스에게 영혼이 다 뺏긴 사람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하지만 라미아를 보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라미아,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해요.”

 김정기는 라미아의 앞에 앉아 조심스레 앉았다.

 “삼라바,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김정기의 심각한 표정을 본 라미아가 먼저 삼라바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정기를 바라보는 삼라바의 눈빛이 여전히 매서웠지만.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소리 없이 문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나에게 솔직하게 모두 말해줄 수 없어요?”

 “뭘요?”

 “당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전부 다요.”

 라미아는 김정기의 눈을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사실 아주 멀리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저를요? 저를 왜요?”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죠, 아카마스.”

 “아카마스?”

 “수천 년 전에 처음 만났던 당신이요. 나는 죽지 않고 살아 당신이 환생하기만을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럼 내가…… 내가 환생을 했다는 거에요? 당신은…… 당신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군요……”

 “당신은 400년마다 환생으로 했고, 우리는 몇 번이나 만났어요. 사실 그 전에는 당신과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죠.”

 “그 때는 내가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었나요?”

 라미아는 아무리 기다려도 짧아지지 않는 400여 년의 시간을 홀로 기다리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가는 순간, 지구로 달려갔다. 기약이 없는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라미아의 곤두선 신경에 아카마스의 환생이라는 운명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 한 시라도 빨리 그를 만나고 싶어 아카마스가 세상 밖에 나오기도 전부터 지구로 갔다. 그리고 아카마스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라미아는 그림자처럼, 삶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일부분처럼, 때로는 사람을 지켜준다는 신비의 요정처럼 늘 아카마스의 곁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카마스에게도 라미아는 낯설지 않은 존재였고, 운명 같은 존재였다.

 라미아와 아카마스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랑도 운명처럼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그 사랑은 나와 같이 태어나 나와 같이 죽는 것일 뿐, 내가 시작하겠다고, 내가 끝내겠다고 감히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라미아는 자신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상대가 언젠가 죽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나는 인간이라는 것이 신이 자신에게 내린 저주라고 생각했다. 마치 아카마스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처럼 라미아는 아카마스의 죽음의 순간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아카마스가 정말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라미아의 인생은 고통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아카마스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사용해보았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에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아카마스는 결국 죽었다. 라미아의 절절한 노력은 죽는 자에게도, 그리고 남은 자에게도 고통만 더 남겨 줄 뿐이었다.

 아카마스가 죽는 날에는 항상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아무리 세상을 모두 쓸어갈 만큼 비가 내려도 산 사람은 살고,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 오지 않았다. 길고 긴 장마가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들어도, 비가 그치면 언제나 하늘에는 해가 떴다. 사람들은 다시 떠오른 태양에 위로를 받고 다시 살아가리라 기운을 냈다. 하지만 라미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 라미아는 무작정 기다렸다. 아카마스가 떠난 것이 믿기지 않았고, 아카마스가 불현듯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라미아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 주었다. 라미아의 실낱 같은 삶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홀로 남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라미아는 결국 힘없이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면 포세이돈이 사신을 보내 라미아를 넵툰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

 라미아의 삶은 그것이 전부였다. 아카마스를 중심으로 라미아의 세상이 반복되었다.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은 포세이돈이었다. 라미아는 아버지의 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

 아카마스가 완전히 소멸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라미아는 그녀 자신의 영혼이 산산조각 나고 있음을 느꼈다. 라미아는 지쳤고, 외로웠다. 라미아도 주변의 다른 형제, 자매들처럼 안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었다. 시한부처럼 주어지는 사랑 말고, 늘 마음 아프게 기다리는 사랑 말고, 늘 함께 해주는 사랑이 필요했다.

 “아카마스, 당신은 항상 나를 기억해줬어요.

 그런데…… 그런데 내가 당신을 내 기억에서 지웠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게 주어진 무한한 생에서 당신은 400년마다 나타났죠. 처음에는 400년을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기다리는 시간조차 행복했어요.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행복을 느꼈으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떤 미소를 짓고 있을까. 내가 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에게 어떤 위로를 받게 될까 상상했죠.

 하지만 잔인하게도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사람도 어쩌면 당신이었어요.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보다 당신이 나에게 남기고 간 시간이, 나 혼자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으니까. 아무도 나의 슬픔을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았죠. 나와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니까, 당신이 없으면 그냥 오롯이 나 혼자였던 거예요.

 그래서 오래 전에는 아버지가 나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줬고, 나는 당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어요. 얼마 전에서야 비로소 다시 그 기억을 되찾았던 거에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쏟아내는 라미아의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라미아, 미안해요. 나는…… 나는 정말 그런 줄 몰랐어요.”

 김정기는 라미아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채지나의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라미아는 기로에 서있었다. 라미아는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로 그를 떠나려고 했고, 지금도 그를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라미아가 자신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아카마스란 존재에 대해 말했던 사랑의 감정들처럼, 김정기도 라미아에게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고단했던 그의 삶에서 라미아는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났다. 그녀를 만나서 웃었고, 그녀가 그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했으며, 그의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김정기는 라미아처럼 자신의 속 마음을 모두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고백이 라미아에게 어떻게 들릴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현듯 채지나가 말했던 방법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채지나는 라미아가 가진 능력이 지금까지 라미아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정기는 라미아가 불행하지 않기를 바랬다.

 ”라미아, 부탁이 있어요. 나랑 같이 채지나를 만나요.”

 라미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김정기가 어떤 생각으로 갑자기 레우키포스를 만나라고 하는지, 그의 의중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삼라바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왜요? 내가 채지나를 만났으면 하는 이유가 있나요?”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어서요.”

 김정기의 표정에서 문득 삼라바가 보였다. 늘 냉혹한 얼굴의 삼라바에서 봤던 눈물처럼, 정반대로 부드럽고 순박하다고만 생각했던 김정기의 얼굴에도 삼라바와 같은 냉정함이 느껴졌다. 싸늘하게 변한 그의 태도가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결국 라미아는 김정기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이 곳 어딘가에 레우키포스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는 요 며칠 동안 그들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었다. 김정기의 눈에는 흐린 하늘 때문인지 바다의 색깔이 검붉게 보였다. 그 때, 스산한 기운과 함께 레우키포스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채지나.”

 “김정기, 아주 잘 왔다. 내가 너희 둘을 도와줄 수 있어. 도와줄 수 있고 말고.”

 “채지나, 네가 라미아의 기억을 다시 살려냈던 거지?”

 “뭐라고?”

 “그 날,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던 날, 네가 라미아를 밖으로 불러냈었지. 바로 그 때 네가 한 짓이었어.”

 “그래, 맞아. 내가 라미아의 기억을 되살려줬어. 그런데 김정기, 지금 그게 잘못됐다는 거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믿고, 전부가 아닌 세상을 전부라고 믿고 계속 살았어야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게 정말 라미아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어때, 라미아? 모든 걸 받아 들이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용기 아닌가?”

 김정기는 라미아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한걸음 정도 앞에서 레우키포스와 자신 사이를 가로막고 선 김정기의 눈빛, 말투, 자세, 그의 모든 것이 단호했다.

 “그래도 거짓은 아니잖아.”

 “뭐라고?”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기억을 하나씩 채우면서 살아간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기억을 하나씩 비우면서 살아.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나의 권리이자, 선택이지. 그리고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을 정말 깨끗하게 지워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든 몇 번이고 그 선택을 할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네 거짓말은 사실은 아무도 속지 않지. 진실은 모두가 다 알아. 누군가 눈을 가려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실의 힘이야. 하지만 가끔 진실을 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해주거나 모르는 척 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네 실체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나나 라미아, 삼라바, 홍채현 모두가 말이야.”

 레우키포스는 당황했다. 순간 김정기가 마치 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인가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홍채현이 자신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불안해졌다. 진짜로 김정기는 다 알고 그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그, 그래서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네가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고 했으니, 라미아의 기억을 다시 지워줘. 그리고 당장 이 곳을 떠나.”

 “하하하하.”

 김정기의 말에 레우키포스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문제는 더 이상 내 영역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너희 둘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 같아?

 김정기, 똑똑히 들어. 나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어. 너희들이 듣기 싫은 진실을 거짓말처럼 이야기할 뿐이지. 그리고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라미아가 네 곁을 먼저 떠나면 네 인생이 파괴되고 말 거야. 너를 둘러 싼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 나고 말 거라고. 너를 지켜 줄 수 있는 건 라미아, 삼라바, 그 위대한 포세이돈 신이 아니고 바로 나라고, 나.”

 “그건…… 그건 상관없어. 네가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이대로 떠나. 다시는 우리 근처에 오지마. 다시는 라미아를 괴롭히지마.”

 라미아는 김정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눈빛과 말투였다.

 “김정기, 너 제정신이 아니구나. 네가 죽을 수도 있다고. 내 말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어?”

 “알아. 나는 상관 없어. 그리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그러니 당장 떠나.”

 “도대체 너는 왜……”

 레우키포스는 멍하니 김정기를 쳐다 봤다. 김정기는 끝까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다는 말일까? 사랑한다면 다른 것이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와 너 둘 뿐이다, 함께 있고 싶고 영원히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해도 감수할 수 있다, 라는 식의 말들을 쏟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이건 누군가 만들어낸 보기 좋은 속임수 같은 말일 뿐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나는 죽어도 좋다고? 내가 없는데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레우키포스는 사랑하는 이에게 죽임을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 자가 함부로 지껄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절망과 배신감을 느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레우키포스는 그림자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레우키포스가 떠난 자리에 라미아와 김정기, 둘만 남았다. 가볍게 불어 오는 바닷바람 사이로 작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라미아, 라미아도 이제 그만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요.”

 “김정기씨.”

 “라미아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에게 돌아가요.

 라미아가 나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다려줬다고 했죠? 이제 내가 당신을 기다릴게요.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부는 날, 파도가 치는 날, 바다가 유난히도 파란 날에 당신을 기억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 이별해요.”

 라미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늘 그녀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녀가 하자는 대로, 그녀가 가자는 대로, 그녀만 바라보며 사는 느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에 대해 묻지 않았다. 꼬치꼬치 캐묻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를 그의 입맛에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어느 순간 나타난 라미아를 아무 조건 없이 받아주고, 아무 조건 없는 미소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만큼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끌어야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느껴졌다. 도대체 뭐 때문일까?

 “라미아, 이제…… 이제 우리 헤어져요. 다시는 우리 만나지 마요. 400년 후에도, 800년 후에도, 1200년 후에도, 아주 영원히요.”

 “지금 하는 말…… 진심이에요?”

 “네, 진심이에요. 나는 당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몰랐어요. 아마 앞으로도 모르겠죠. 하지만 그게 언제든 그 사실을 안다면 나는…… 이제 그 선택을 하지 않을래요.

 당신도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죠? 나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항상 나의 죽음으로 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 들였어요. 내 결정이나 당신 결정은 아무 소용이 없었죠.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운명을 이제 끊어 버려야 한다면, 수천 년을 이어온 이 관계를 누군가는 이제 멈춰야 한다면…… 아프지만 내가 할게요. 바로 지금.”

 “왜 꼭 지금이어야 하죠?”

 “더 늦으면 고통만 커질 테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영원히 내게 이별을 말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할게요. 이번만큼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해요. 내가 당신에게 그만 미안해도 되게 제발 그렇게 해줘요, 라미아.”

 라미아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라미아는 울면서 김정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의 기억을 지우지 말아요. 그리고 나를 오랫동안 당신의 기억 속에 기억해줘요.”

 김정기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세찬 비가 내려 다행히 그의 눈물을 함께 씻어 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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