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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6부 그들의 현재(2)
작성일 : 16-10-14 04:57     조회 : 423     추천 : 0     분량 :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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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다면

  내 남자로서는 최고의 조건이지. 나도 엄마니까.”

 

 

  연휴가 길지 않았다. 준우와 나영의 세끼 식사를 챙겨 주고 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승희도 사랑마을학교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고 봉구와 사랑마을학교를 둘러보거나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기도 했다. 큰 일이 없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독서를 했다.

  - 어머니,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화장실은 꼭 생태뒷간 사용 부탁드려요.

  - 응. 그럴게.

  준우에게 전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번거롭고 귀찮았지만 준우가 저렇게 부탁하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승희 자신도, 도시의 학교에서도 이런 것들을 가르쳐 준적이 없는데 저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순응하는 것일까. 사랑마을학교에 들어오기 전 농촌 생활을 해본적이 없는 준우다.

  - 책에서 읽은 거에요.

  준우는 어렸을 적부터 독서를 좋아했다. 승희는 그 부분 만큼은 자부심이 있었다. 한글도 비교적 빨리 익혔고 TV나 게임에 몰두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책을 많이 읽어서 엄마를 뿌듯하게 했던 준우였다. 그렇다고 해도 책에서 읽은 것들을 실천하는 행동력은 승희가 감탄할 정도다. 승희에게 있어 독서나 공부는 종이 속에서만 존재하고 암기해야 할 지식에 불과한데, 준우는 그것을 실천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승희는 그런 준우가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 승희야. 준우는 너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아마도 네가 준우를 생각하는 것 보다 클지도 몰라. 이제는 엄마인 네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해. 준우가 정말 행복하기를 바라니? 그럼, 준우를 믿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준우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봉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속을 알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준우라는 연결고리 덕분에 승희가 봉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려 하니 조금씩 다른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응. 선배. 나도 이제 노력해 보려고. 아마 선배를 이해하는게 제일 빠르겠지. 선배가 교육부 사무관을 그만뒀다는 얘기 듣고 사실 부럽기도 했었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힘들잖아. 우리는 어쩌면 노예들인지도 몰라.

  - 우리 세대는 학교를 다니면서 교육을 받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애들은 어떤 사회에서 살지 예측도 불가할 만큼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는 것에 가치를 두는 교육은 정말 이제는 종말을 고해야한다고 봐. 나부터 시작하고 싶었어.

  봉구는 조심스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승희도 아이들의 행복과 삶의 본질을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추석 연휴와 이어진 토요일 오전에 갑작스레 상돈이 방문했다. 상돈의 표정은 어두웠다. 안면이 있는 사이인 승희와 상돈은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다.

  - 얘기 좀 하자.

  사무실에서 상돈과 봉구가 마주 앉았다.

  - 기자 몇이 나를 찾아왔더라고. 학교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 흠. 그거 자체는 큰 문제될 것이 없잖아요. 근데 왜? 기자가 어디소속인데요?

  - 우리 쪽이면 나 찾아왔겠냐? 그냥 바로 학교로, 너한테 찾아오지. 나한테 와서 집요하게 봉구 네 얘기만 묻더라고. 그리고는 인터넷에 사랑마을학교를 ‘귀족학교’로 둔갑을 시켜놨더라고.

  - 잘됐네. 형 좋아하는 홍보해 줬네요. 추석 지나면 부잣집 애들 돈 싸들고 몰려오는거 아니에요?

  - 그러면 내가 이러겠냐? 나도 바보 아니다. 여기 부잣집 애들이 왜 오겠어? 장애 학생이랑 같이 다니지, 입시를 준비해주는 것도 아니지, 애들은 시골 애들처럼 산이랑 들을 뛰어 댕기면서 농사짓고 있는데 누가 오겠냐고? 밤 늦게 까지 책상 앞에 잡아놔도 시원찮은데. 나도 다 알아, 임마.

  - 그럼, 뭐가 문제에요. 형?

  - 그 기사에 A시 교육청이랑 교육부 관계자 말이 나와 있는데 그게 얼마나 비판적인지. 내가 정말 짜증이 나서. 인터넷 못 봤냐?

  - 봤어요. 아마도 내가 이번에 낸 책 때문에 학교가 좀 유명세를 치르는 거 같아. 나는 그런 거 싫으니까 학교 이름이랑 위치는 모두 가상으로 처리했고 출판사 쪽에도 그렇게 단속했는데, 기자들은 진짜 못당하겠다. 아마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으니까 교육청이나 교육부 입장에서는 견제가 필요했을 거에요. 그래서 기자들 이용했을 거에요. 제도권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비인가 대안학교가 얼마나 못마땅하겠어요.

  - 너는 정말 자신있는거니?

  - 형, 내가 교육부 상태를 알잖아요. 그 사람들 학교 자체에 관심 없어요. 그저, 위쪽 지시나 신경쓰지. 항상 자기보다 위쪽만 신경써. 위쪽은 그냥 분위기, 간 보고 있는거고. 알잖아요. 설마 사랑마을학교 때문에 형 회사나 회장님께 피해갈까봐 그러는거에요?

  - 명심해라.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야. 정치랑 결부되면 나는 회사 못버려. 학교 버릴거야. 막말로 털어서 먼지하나 없는 사람 누가 있냐? 그건 네가 좀 봐줘라.

  - 형, 걱정마. 그런 때가 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형 구해볼게. 도울거에요. 걱정마요.

  상돈은 찌푸렸던 인상을 폈다. 화제를 전환했다.

  - 승희 왔네? 어쩐 일로? 준우보러?

  - 명절 연휴에 준우가 집에 안가고 학교에 남았거든요. 그래서 승희가 명절을 보내러 우리 학교로 온거에요. 괜한 오해마요.

  - 야, 대학 때 첫사랑 아니냐. 잘해봐라. 너도 싱글이고 지두 싱글이면 누가 욕하냐? 하긴 애가 있어서 네가 좀 아까운가?

  - 형, 그런 말 하지마요. 준우는 좋은 아이에요. 정말 잘 컸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랑 같이 밥먹고 가요.

  상돈과 봉구는 학교를 한번 돌아보고 식당 건물로 갔다. 토요일에 오기로 했던 나영의 부모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손님 오신 것 같아서 바로 여기로 왔어요. 저희가 점심은 준비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영의 부모는 A시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다. 식당은 꽤 유명한 맛집이었고, 메뉴는 ‘순대국밥’이었다. 그들은 늘 바빴고 나영이를 사랑마을학교에 맡겨 놓고 늘 미안해 했다. 한달에 한번은 나영의 부모가 순대와 순대국밥을 택배로 보내주어 아이들이 함께 나눠먹었다.

  - 진짜 맛있는데요? 저도 A시에 살거든요. 명함 한 장 주세요. 언제 한번 먹으러 갈게요.

  승희는 감탄하며 순대 국밥을 먹었다. 함께 내어놓은 순대도 먹음직스러웠다.

  - 애를 맡겨놓고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 가지고 있는데, 그 마음을 선생님께서 잘 알아주시니까 저희는 항상 안심이 되요.

  나영의 아버지가 아내의 말을 거들었다.

  - 저희 나영이가 함께 학교에 있어서 피해나 드리지 않을까. 항상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제 짧은 생각이지만 나영이가 너무 행복해하고, 또 다른 아이들도 나영이를 아껴주어서 다들 괜찮다면 조금만 더 여기에 두고 싶어요.

  나영의 아버지의 얘기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 준우가 나영이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도 이번 추석에 나영이를 처음 봤는데 저한테 이곳을 소개해주었답니다. 너무 밝고 예뻐요.

  승희는 나영에게 편견이 없는 자신의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랬다. 식사가 끝나고 준우와 나영은 도서관에 독서를 하러 가고 봉구와 상돈, 승희, 나영의 부모는 차를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추석 연휴를 사랑마을학교에서 보낸 승희는 월요일부터 일상에 복귀했다. 승희는 사랑마을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준우와 나영, 그리고 봉구를 생각했다. 그리고 준우가 예전에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떠올렸다. 부모로, 학생으로 비슷한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가진 생각이 다를 수 있음에 놀랐다. 단지 그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을 무시하거나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승희도 봉구를 비롯한 그들을 '유별'난 존재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승희는 그 동안 그들을 왜 외면 했을까. 아마도 튀고 싶지 않아서겠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조직에서는 권력이 존재하고 권력은 거대한 성취동기가 되어 사람들을 옥죈다. 승희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준우를 낳고 준우를 학교에 보내 다시 자신처럼 반복하기를 기대했다. 물론 자신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많은 연봉을 받기를 바라고 스펙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바랬다. 승희는 이제껏 행복은 돈에 비례한다고 믿었고, 준우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사랑마을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도 돈을 중심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함께 바라고 있었다. 가식이 아니었다.

  승희는 몇 달 뒤에 직원들과 함께 나영의 부모가 운영하는 순대국밥집을 방문했다. 식당의 규모나 인테리어는 소박했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순대와 순대국밥에 있어서 만큼의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 팀장님. 여기 엄청 유명한 집이에요.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 있어요.

  승희의 팀원 하나가 얘기했다. 나영의 부모는 치매에 걸린 양가의 어머니들을 요양원에 모셔놓고 계셨고 자신들의 외동딸 나영은 사랑마을학교에 보내놓고 있었다. 그들은 순대를 팔아서 나영의 학비와 어머니들의 요양비를 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순대를 먹게 하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에서 행복을 얻는다. 승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얘기는 차마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얘기했다.

  - 여기 사장님이 제 지인이세요. 참, 행복하신 분들이죠. 많이들 먹어요. 제가 쏩니다.

  승희는 이후 행복한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니 준우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봉구에게 연락하는 횟수는 늘어났고 사랑마을학교를 방문하는 횟수도 점차 늘어났다. 승희도 점차 사랑마을학교가 좋아졌다.

 

 

  도봉구 선생님과 사랑마을학교에 대한 비난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그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비난하는 사람들이 사랑마을학교에 와서 일주일만 지내보기를 바란다. 과연 사랑마을학교를 ‘귀족학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국가교육과정을 완벽하게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할 수 있을까. 교육과 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언제쯤 변화될 수 있을까. 아무튼 이번 추석 연휴 이후 어머니는 사랑마을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바랐던 일인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사랑마을학교가 가진 진실된 교육의 힘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내가 단지 삶의 경쟁에서 도피를 위해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님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뛰어놀기 위해 사랑마을학교를 선택한 것이 아님을 어머니도 이제는 알게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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