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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불안한 함정
작성일 : 19-11-10 20:35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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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그슨대의 흔적이 끊겼다. 하지만 커다란 가로수 아래에서 다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뼘정도 되는 크기의 찢어진 옷감이었다. 은빛 실로 놓여진 자수가 독특한 빛을 내고 있었다.

 

 “백소여의 옷자락이야.”

 

 가리아단이 희미하게 천 조각을 쥐며 말했다. 떨리는 그의 손을 발견한 유진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도망 온 걸까요?”

 “모르겠어.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야. ……혼란스러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일단은 차로 갈까요?”

 “아니. 이 근처에 지신이 있다고 했지?”

 “네. 이곳에서 친구 분들을 찾지 못하면 찾아가려고 했었죠. 처음에 도착한 시청 뒤편에 있을 거예요.”

 “그럼 우선 그리로 가보자. 지신을 찾는다면 어떤 얘기라도 들을 수 있겠지.”

 

 백소여의 옷자락을 소중히 품은 가리아단은 걸음을 재촉했다.

 

 ***

 

 시청에 이르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가리아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예상과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의 마음을 헤아린 유진은 방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리아단과 달리 유진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상태였다.

 

 지신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청사 뒤에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고 근사한 정자와 운치있게 구부러진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지신은 그곳에 있었다. 다만 유진은 그가 지신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저게, 아니 저분이 지신인가요?”

 “응. 왜? 이상해?”

 “아니, 그게…….”

 

 유진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다 그 웃음이 예의에 어긋날까 싶어 황급히 입을 가렸다.

 

 정자에 걸터앉아 있는 것은 지저분한 한복을 입은 늙은 황소였다.

 

 지신은 일반적인 황소보다 왜소했다. 길고 덥수룩한 털들은 삽살개가 떠오를 정도로 온 얼굴을 뒤덮고 있었지만 몸은 비쩍 말라 동정심을 이끌어낼 정도였다. 뾰루지처럼 위로 솟은 뿔은 뾰루지처럼 작았고 냄비만한 크기의 발굽은 비정상적으로 커 보여 균형을 깨트렸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가리아단이 먼저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다. 청사 뒤로 이어진 도심가를 바라보고 있던 지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가리아단과 유진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아닐까요?”

 

 유진이 가리아단에게 귓속말을 하는데 지신이 무거워 보이는 턱을 움직이며 말했다.

 

 “말은 할 줄 압니다. 다만 당신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중이었지요.”

 “아, 죄송합니다.”

 

 부끄러워진 유진은 가리아단의 뒤로 가 몸을 숨겼다.

 

 “이것 참 신기한 일이군요. 보통 제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는데요.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요.”

 “천하대장군 가리아단이라고 합니다. 여쭤볼 것이 있는데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반갑습니다. 천하대장군은 좀처럼 만난 적이 없는데 영광입니다. 아직도 남아 계시는 분들이 있군요.”

 “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여기, 이쪽으로 와 편하게 앉으시죠. 신발을 신고 올라오셔도 괜찮습니다.”

 

 지신이 좌측에 비어있는 자리를 앞발로 두드렸다. 그의 발굽이 닿을 때 마다 바닥에 쌓인 먼지들이 튀어 올랐다. 가리아단과 유진은 지신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왠지 구린 냄새가 나는 것 같았지만 유진은 자신의 상상 탓이라고 여기며 애써 무시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신이 느릿느릿한 말투로 물었다. 가리아단은 지체하지 않고 좀 전에 챙겼던 나비를 꺼내 보였다.

 

 “어떤 악귀를 쫓고 있습니다. 이런 검은 그을음에 둘러쌓인 그슨대라는 녀석입니다.”

 “그슨대라…,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그런 것 또한 처음 봅니다.”

 “처음 보신다고요? 이 나비를 저 앞에 있는 공원 근처에서 발견했는데요.”

 “정말입니까? 흐흐음!!”

 

 지신이 턱을 다물며 콧김을 뿜어냈다.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처럼 탁해 보이는 입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악귀가 나타났다면 알았을 텐데요. 누가 죽기라도 했습니까?”

 “아니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아! 이 문제에 대답해줄 이들이 있습니다. 저 앞 공원에 가면 몇 년 전 흘러들어온 천하대장군 부부가 있습니다. 그들이라면 악귀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눈이 번쩍 뜨인 가리아단이 흥분해 소리쳤다.

 

 “저희가 지금 그곳에서 온 참입니다! 그들을 아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그의 애탄 마음이 절절히 전해졌다. 하지만 지신은 굼벵이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소문을 들은 적은 있죠. 집을 떠난 천하대장군을 지하여장군이 홀로 기다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백소여를 두고 집을 떠나다니, 우요랑은 그럴 신이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알 수는 없죠. 이곳을 벗어나지를 않으니까요.”

 

 지신은 멍청하게 큰 눈동자를 연신 깜박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도 얻어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가리아단이 인사를 하며 일어났다.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도와드린 것도 없는데요.”

 “안녕히 계세요.”

 

 유진도 인사를 하고 가리아단의 뒤를 따랐다. 몇 걸음 걷던 가리아단이 등을 돌려 되돌아왔다.

 

 “한 가지, 근처에 그슨대가 있는 것 같으니….”

 

 그가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기려는데 유진이 달려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가리아단을 밀어내며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아니, 아닙니다. 말씀 잘 들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그만 가볼게요. 빨리 가요.”

 

 유진은 가리아단의 등을 떠밀어 청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행동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가리아단은 그때까지 얌전히 있었다.

 

 “이제 됐어요.”

 

 유진이 입을 열자 가리아단이 물었다.

 

 “무슨 짓이야?”

 “저한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슨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요.”

 “뭔데?”

 

 기대와 달리 가리아단이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유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눈을 반짝였다.

 

 “저 지신을 이용하는 거예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가리아단의 거부반응에 유진이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친구 분을 찾으러 왔는데 그슨대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이런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죠. 그슨대가 이 근처에 아직 남아 있거나, 아니면 벌써 자리를 떴거나요.”

 “그렇지.”

 “그슨대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요. 그런 녀석이 가까운 공원에 나타났다면 그 다음 목표는 누구일까요?”

 “그거야 당연히.”

 “맞아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둔한 지신이겠죠. 저 지신이 당장에 위험에 빠져 있다고요. 우린 근처에서 그슨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방심한 놈을 사로잡는 거예요.”

 

 복잡한 이야기에 잔뜩 구겨졌던 가리아단의 별안간 밝아졌다. 유진의 계획이 마음에 든 그의 목소리에도 활기가 돌아왔다. 흥분한 그가 유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외쳤다.

 

 “그것 아주 좋은 생각이야! 지신을 미끼로 삼아야 한다는 건 위험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그렇죠? 물론 이 이야기는 그슨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있어요. 제 생각과 다르게 흘러 갈수도 있다는 얘기에요. 그슨대가 나타나지 않은 확률도 높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은 아이디어야. 도전해 볼만해.”

 

 가리아단의 적극적인 태도가 유진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신이 난 유진이 손뼉을 치며 더욱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슨대는 분명 밤이 되야 나타날거에요. 그 전까지 필요한 준비를 하도록 하죠.”

 

 유진의 진두지휘에 가리아단이 흐뭇하게 웃었다.

 

 “좋아. 이번엔 네 말을 따라보도록 하겠어. 형사님.”

 

 ***

 

 밝은 하늘에 저녁이 찾아왔다.

 근처 감자탕 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유진과 가리아단은 청사 뒤 쉼터가 보이는 자리에 차를 세우고 그슨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지신은 그들과 만났던 그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석양에 비친 그의 모습은 여유로움과 쓸쓸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지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유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그녀는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운전대를 만지작거렸다.

 

 “걱정하지 마. 별 일 없을 거야.”

 “별 일이 없으면 안돼죠. 그슨대가 나타나길 바라야 해요.”

 “그건 그렇긴 하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지신은 자기 몸을 지킬 힘이 있나요?”

 

 유진의 눈동자에 비친 지신은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악귀를 이길 힘은 없을 거야. 특히나 움직임이 느리면 더 불리하겠지.”

 “우리가 해결해야겠네요.”

 “아니, 내가 해결할 거야. 너도 나서지 마.”

 

 가리아단은 유진을 위한다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돌아온 반응은 불쾌함으로 얼룩져 있었다.

 

 “싫어요. 저도 이번엔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을 거라고요. 상처에 대한 앙갚음은 해야죠.”

 

 유진이 만일을 대비해 구매해온 손전등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였다. 가리아단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

 

 청사의 조명이 꺼졌다. 해가 떨어진 하늘은 온전한 밤을 맞이했다. 길가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고, 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온 도시에 퍼져있는 간접적인 조명이 덕분에 지신의 위치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신은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여전히 천하태평한 자세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쩌면, 그슨대가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모르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주변이 밝은 데요.”

 

 예상을 벗어난 상황에 유진이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시청 주변의 조명을 끄고 완벽한 함정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가리아단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걱정할 것 없어. 그슨대가 나타난 다면 조명 따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사무실 사건 때처럼 거슬리는 것 몇 개를 제거하고 곧장 달려들겠지. 악귀란 충동적이니까. 상처입은 녀석이라면 참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길 빌어야겠네요. 물론 저 지신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에요.”

 “알아. 그렇게 둘 생각도 없어.”

 

 나무 자루를 매만지며 가리아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

 

 2시간이 지났지만, 그슨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청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수가 줄은 만큼 주변은 조금 어두워졌다. 하늘에 뜬 달도 구름 뒤에 숨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자신의 예상이 틀렸다고 생각한 유진은 다시 한 번 지도를 확인했다. 그 사이에도 가리아단은 지치지 않고 지신을 주시했다.

 

 처량하게 노래를 부르던 지신은 이제 배를 내놓고 드러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슨대가 근처에 나타났다는 경고성 이야기 따위는 아예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하품이 나오고 슬슬 눈이 감기려는 순간, 그때까지 잠자코 앉아 있던 가리아단이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왔다!”

 

 유진은 온몸을 훑고 지나는 짜릿함에 전율했다. 그녀는 운전대에 바짝 엎드려 지신이 있는 방향으로 살폇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1시 방향에 위치한 가로등이 깨졌다. 지신이 있는 정자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예상했던 대로에요.”

 “본능은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법이니까.”

 “우리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겠죠?”

 

 가리아단이 나무 자루를 더욱 힘껏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창을 뽑아낼 것처럼 그의 표정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나갈까요?”

 “아니. 아직 조금, 조금 더 기다려야해.”

 

 흐릿한 달빛에 일순간 그슨대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울퉁불퉁하게 뼈가 튀어나온 등은 마치 바위 산의 능선을 그려놓은 것은 모양이었다. 온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물질이 뱀의 무리처럼 그의 몸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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