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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19화: 훈련
작성일 : 19-11-10 20:35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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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소름이 전신을 내달렸다. 이판사판이었다.

 

 '망했다.'

 

 꾸며낸 말을 덮을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필사적으로 변명을 생각하며 이완은, 목에 걸고 있던 할당량 카드를 추주안에게 건넸다.

 

 ...

 11월 25일 (화)

 0시 00분

 날씨: 낮에는 따듯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붑니다.

 ...

 

 자정이 되었다. 간발의 차였다.

 

 "일부러 늦게 준 거 아님까, 당신?"

 "아닙니다, 정말로. 몇 시인 줄도 몰랐어요."

 

 추주안의 어깨 너머로 이완의 카드를 들여다 보던 추주원이 말했다.

 

 "오빠, 봐."

 추주원이 카드를 가리켰다.

 

 ...

 z사 미팅 (0/1)

 잡지 광고 설문 싣기 (0/1)

 무두 사냥법 배우기 (0/1)

 무두 한 구 사냥하기 (0/1)

 ...

 

 할당량이 넘어가며 무두 사냥하기가 등장했다.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렇다니까요. 전부 진심이고 사실입니다."

 

 이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의연한 표정을 흉내 내며, 식탁 밑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행이다. 타이밍 좋게 무두 사냥이 할당량에 떠 줄 줄이야. 그렇다는 건, 유성지 작가의 말을 듣고 여기로 온 게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는 건가.'

 

 안심이 되었다. 드디어 제 갈 길을 찾고 확신까지 받은 기분이었다.

 

 무두에 대한 공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서현주처럼 잊혀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무엇보다 이완에게는 살아갈 동기가 필요했다.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무두 사냥을 할 생각임까, 당신?"

 "이완입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나는 추주안임다."

 

 추주안이 할당량 카드를 돌려주며 말했다. 이완은 카드를 목에 걸었다.

 

 "네, 주안 씨. 주원이에게 이름은 들었어요."

 "...네. 이완... ...씨, 할당량에 떴으니 당신도 어차피, 반 강제로 무두 사냥을 하긴 해야겠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니까 괜찮아요."

 

 추주안은 존칭으로 이완을 부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는 스물 여덟입니다."

 "...형이네."

 

 추주안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 남매, 귀엽잖아.'

 

 분위기가 풀어진 틈을 타 이완은 웃었다. 영업용 미소였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고. 그렇게 부르기 싫으면 그냥 이완 씨라고 해도 돼요. 저는 존댓말 쓸 테니까. 무두 사냥에 관해서는 주안 씨가 선배고."

 "......아님다, 형. 이완 씨보다는 차라리 형이 편함다."

 "오오. 둘이 친해졌다."

 

 추주안이 어색한 목소리로 이완을 부르자 추주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추주안의 귀가 벌개져 있었다. 이완이 소리 내 웃었다.

 

 "오빠 부끄럼 탄다!"

 "아하하."

 "조용히 해, 아니거든. ...아무튼, 할당량 보니까 블루 쪽 일도 해야 하는 거 아님까?"

 

 추주안이 말을 돌렸다.

 

 "회사 일이 할당량에 떠서 낮에는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끝내자마자 올 테니까요. 어차피 안 지키면 죽는 건 이쪽 일도 마찬가지고."

 "...상관 없슴다. 어차피 무두는 밤에만 나타나니까."

 "대신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블루 칼라 쪽으로 갈 수 있으니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사 올게요."

 "여기 사람이 몇 갠데 형 하나로 되겠슴까. 물건은 여기서도 구할 수는 있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아? 당장 약 같은 거. 언제쯤 또 행상이 올지도 알 수 없잖아."

 

 적당히 식은 물을 마시던 추주원이 말했다.

 

 "......그렇긴 하지."

 

 추주안이 뒤늦게 수긍했다.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면 좀 ...부탁드림다. 여긴 약이 항상 부족함다."

 

 이완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하자 추주안이 대답했다. 여전히 이완을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할당량을 눈으로 확인한 뒤로는 마음이 풀어진 것 같았다.

 

 이완의 말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믿는 듯했다.

 

 '같은 배를 탔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걸까. 부모를 잃고, 연인을 잃었다는 식으로. 귀여운 남매야. 오빠 쪽이 몇 살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나이가 있진 않겠군.'

 

 이완은 생각했다.

 

 "따라오십쇼. 무두 사냥 가르쳐 줄 테니까."

 

 추주안이 몸을 일으켰다. 이완은 추주안을 따라 걸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돌고 돌아 깊숙이 들어가니 제멋대로 자란 풀숲이 나왔다.

 

 '서울도 버려지면 금세 풀이 무성해지는구나.'

 

 추주안은 풀숲을 헤치고 거침없이 들어갔다. 이완은 장님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여기서 추주안을 놓치면 큰일이었다. 뒤에 추주원이 따라오고 있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이완은 내내 긴장했다.

 

 "얼마나 가야 합니까?"

 "조금만 더 걸으십쇼. 다 왔슴다."

 

 얼마쯤 걷자 공터가 나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공터 너머에 있는 걸 알아보았다. 사격판이었다.

 

 추주안이 풀숲에서 궤짝을 찾아 총 하나를 이완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사람들은 무두를 사냥할 때 총을 쓰나 보네요."

 "네, 칼은 안 씀다. 사람을 죽일 때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근접해서 사냥하는 건 위험함다. 아까 쟤가 설명했죠."

 

 추주안이 추주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세화, 당신 머리 내리찍었던 그 여자 정도나 망치를 씁니다. 그 여자도 망치는 보조 무기고요. ...아니 근데 머리는 괜찮슴까? 솔직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슴다. 위세화는 힘이 장사거든요."

 "괜찮아요.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았거든요. 괜찮지 않았으면 바로 외곽으로 오지도 않았을 거고요."

 "블랙 칼라들의 지역이라고 해 주십쇼."

 "그러겠습니다. 블랙의 지역."

 

 추주안이 의구심 반, 걱정 반인 얼굴로 이완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완의 옆에서 총을 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었다.

 

 "심장을 맞춰야 함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반으로 줄어듬다."

 "심장 말고 다른 급소는 없는 겁니까?"

 "기본적으로 사람하고 비슷함다. 다리를 쏘면 다리를 절고, 팔을 쏘면 팔이 잘려나서 굳이 따지자면 전부 급소긴 하지만... ... 잘려나가면 그 부분이 연기로 변하니 심장을 쏴서 없애야 함다. 연기에 맞으면 우리도 죽어요."

 "아, 네. 이해했습니다."

 

 이완이 총을 들어올렸다. 묵직했다. 총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어떤 기종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척 봐도 낡아 보였다. 만든 지 오래인 중고인 것 같았다.

 

 "당신... 아니, 형. 무섭다고 도망치면 내 손에 죽슴다."

 "안 그런다니까요. 당장 믿기 힘든 건 충분히 이해하니까 변명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추주안은 왼쪽에, 추주원은 오른쪽에 서서 이완의 팔과 다리를 바로잡았다.

 

 "무두 죽이는 법을 배우고 나면 구역을 정해 줄 테니까 당분간은 주원이랑 같이 다니십쇼."

 "뭐야! 오늘 작전 담당 오빠였어? 내 구역에서 무두가 두 구나 나와서......!"

 "나 아냐. 위세화다."

 "아! 그 언니! 자기가 둘이고 셋이고 없앨 줄 아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고 아무렇게나 짜잖아! 작전 담당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오늘 얘기할 참이다. 이러다간 사상자가 나오겠어."

 

 추주원이 짜증스레 발을 굴렀다. 이완은 위세화라는 사람의 성격을 대략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위세화가 형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주원이랑 있는 게 나을 검다. 주원이는 위세화랑 사이가 안 좋아서 잘 안 마주치려고 하거든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고! 더러워서 피하지! 오늘도 봐, 언니 때문에 죽을 뻔 했다고!"

 "알았다. 반영할 테니까 불평은 그만 해."

 

 추주안이 추주원의 머리를 두어번 토닥이자 조용해졌다.

 

 '군대에서 어떻게 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이완이 총을 쥐고 자세를 잡아 보았다. 추주원이 귀를 막을 솜을 이완에게 건네주었다.

 

 "여긴 귀마개 같은 거 없으니까 그거라도 하십쇼. 잘못하면 고막 나감다. 총은 쏴본 적 있슴까? 자세가 익숙한데."

 "군대에서 몇 번."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 이제 맞추면 됨다."

 

 훈련은 조악했고, 어떻게 보면 간단했다. 이완은 제법 자신이 있었다. 우수 훈련병으로 상을 받았던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자기가 쏜 탄피는 알아서 찾아야 함다."

 

 탕.

 

 '좀 일찍 얘기해 주든가, 아니면 나중에 얘기하든가...'

 

 이완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추주안의 말에 당황해 손이 빗나갔다. 군대의 악몽이 떠오른 탓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도 처음엔 잘 못 했어."

 "...어어, 고맙다..."

 "과녁에 맞추지도 못 했네. 괜찮아, 처음이니까."

 

 형편없이 빗나간 이완의 과녁을 보며 추주원이 토닥거렸다. 추주안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얼굴이었다.

 

 "어차피 놈들은 소리가 안 나니 귀 정도는 막고 쏴도 괜찮슴다. 그러니 쏘는 거에만 익숙해지도록 하십쇼. 귀는 막으나 안 막으나 똑같거든요. 오히려 소리가 놈들을 잡는 데 방해된다고 항상 막고 다니는 사람도 있슴다."

 "알겠습니다. 기억해 둘게요."

 "하지만 나, 처음에도 이렇게 못 하진 않았는데... 이따 탄피 찾느라 고생 좀 하겠다."

 

 추주안과 이안이 말하는 와중에도, 추주원은 계속해서 이완의 등을 토닥거렸다. 위로가 아니라 놀리고 있었다.

 

 "주원이 너, 아까 탄피 안 찾지 않았어? 못 본 것 같은데..."

 

 이완이 얄밉게 대꾸했다.

 

 "추주원! 또 귀찮다고 그냥 왔지!"

 "아! 일렀어! 완전 치사해!"

 

 추주원이 추주안의 귀를 잡아당겼다. 추주원이 얼얼한 귀를 문지르며 억울한 눈으로 이완을 노려보았다. 이완은 뺨에 꽂히는 따가운 시선을 유유히 피했다.

 

 탕. 탕.

 

 첫 번째 사격은 완전히 빗나갔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명중률이 높았다.

 

 '다행이네. 감을 잃지 않아서...'

 

 그 때까지도 추주원에게 잔소리를 쏟아붓고 있던 추주안은 이완의 명중률에 놀란 눈치였다.

 

 "정말 괴물 사냥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슴다."

 "......군대서 훈련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 밤에 여기서 훈련해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슴다. 여기는 무두가 나타나지 않는 구역이에요. 훈련장 자체를 괴물이 안 나타나는 지역으로 선별해서 만든 검다."

 

 추주안이 이완의 말에 생각났다는 듯, 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 글씨로 빼곡하게 쓰인 메모와 구불구불한 선을 보니 지도인 것 같았다.

 

 "다들 이젠 배태랑이라 사망자도 많지 않슴다. 여기, 우리 지역을 좀 설명해 줄 테니까."

 

 목소리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아까 지하실에서도 생각했지만 이 사람이 행동 대장 같은 거인가보네. 그 위세화라는 여자도 이 사람 말은 들었지. 날 놓아준 걸 알면 성격상 엄청 퍼붓겠군.'

 

 추주안이 지도를 땅 위에 펼쳤다. 이완은 총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사상자는 나와요. 어쩌다 흘러 들어온 블루들이 상황 파악도 전에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죠. 여기까지 온 블루들을 일일이 지켜줄 수는 없으니까. 위세화 망치에 구멍이나 안 나면 다행이고."

 "핸드폰 손전등 켤까요?"

 "아, 그래 주면 감사함다."

 

 이완이 손전등을 켰다. 추주안이 돌을 집어 지도를 고정하려던 차였다.

 

 지독하게 강렬하여 이미 익숙해진 냄새가 풍겼다. 생리적으로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무두였다.

 

 머리가 없는 괴물이 풀숲을 헤치며 이완의 핸드폰 빛을 따라 다가오고 있었다.

 

 '또야?'

 

 냉기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던 와중에도 이완은 생각했다.

 

 '여기 시스템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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