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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보고싶다 친구야
작성일 : 19-11-10 20:33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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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 들어간 가리아단은 잠이 들었는지 나오지 않았다. 소영은 그에게 씻어야 하지 않냐고 물어보려다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왠지 오늘은 조심히 있는 편이 나을 거라고 본능이 일러주었기 때문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진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소영이 미리 준비해 둔 아이스티에 얼음을 띄워 가져왔다.

 

 “자, 시원할거야.”

 “고마워.”

 

 몸을 일으킨 유진은 아이스티를 단숨에 들이켰다. 침대에 걸터앉은 소영이 빈 컵을 받아들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도 마. 넌 말해줘도 못 믿을 걸.”

 

 유진이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통 그런 말은 거짓말할 때 사용 하지 않아?”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

 “나야 모르지.”

 “이 기집애 말하는 것 봐?”

 

 빤히 바라보던 두 사람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유진의 기분이 서서히 제 고도로 떠오르고 있었다.

 

 “사촌 오빠는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네. 씻어야 할 텐데.”

 “놔둬. 알아서 하겠지.”

 “사고가 났었다며?”

 “사고가 난. 게. 아니라, 사고를 만. 든. 거. 야. 세상에 어쩜 저렇게 앞뒤 안 가리고 생각 없이 움직일 수가 있니?”

 “네 사촌 오빠?”

 

 발끈한 유진이 몸을 일으키며 짜증을 부렸다.

 

 “그 사촌 오빠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

 “어머, 얘 좀 봐? 누구한테 성질이야? 사고 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나한테 화풀이니.”

 

 소영은 불퉁거리며 일어났다. 더 이야기를 나누어봤자 둘 모두에게 이득이 없을 거란 계산에서였다.

 

 “할 얘기 없으면 잠이 나 자. 내일도 출근해야 할 것 아니야.”

 “…알겠어.”

 

 방문을 닫으려던 소영이 다시 문을 열었다. 무언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그녀가 어렵게 입을 떼었다.

 

 “야.”

 “…왜?”

 “말 할까 말까 생각 많이 했는데, 말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얘기하는 거니까 화내지 마, 알았지?”

 “뭔데 그래?”

 

 누워있던 유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반복해서 입술만 들썩이던 소영이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그게, 낮에 너희 언니한테 전화 왔었어.”

 “뭐라고?”

 

 유진은 순간 공중 부양을 한 것처럼 펄쩍 뛰었다 떨어졌다. 소영은 그런 유진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든 손을 마구 휘저었다.

 

 “네 전화번호를 모르니까 나한테 한 것 같았어. 너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던데.”

 “그래서? 나랑 같이 산다고 얘기한 거야?”

 “그러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데 뭘.”

 “하아……. 내가 미쳐.”

 

 유진이 침대 위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다시 들어온 소영이 허물어진 유진의 등을 쓸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의 양심이란 녀석이 아프게 찔러왔다.

 

 애꿎은 베개를 두드리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하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것만큼 별 얘기는 안했으니까 기운 내. 예전처럼 잔소리는 많이 안 심하더라.”

 “그거야 네가 전화를 받았으니까 그렇지. 넌 남이잖아. 그리고 몰라? 언니가 너 좋아하는 거. 자기랑 비슷하니까 조용히 넘어간 거지. 아아악! 생각만해도 짜증나!”

 

 유진은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데로 소리를 질러댔다. 소영은 노련한 조련사처럼 유진을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널 걱정하니까 전화했겠지.”

 “그래. 그렇게 믿어야지. 언니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빠지는 것 같다니까.”

 “별 소릴 다 하네. 그럼 가볼게. 쉬어.”

 “……고마워.”

 

 유진의 인사에 소영은 코를 찡긋하며 방문을 닫아주었다.

 

 ***

 

 아침이 되었다. 일찍이 일어난 유진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사이 찾아온 악몽 때문에 몇 번이나 깨어난 탓에 머리가 뒤숭숭했다.

 

 “일어나기 싫다.”

 

 유진이 중얼거리며 땅이 꺼져라 한 숨을 내쉬었다.

 

 간밤에 꾼 악몽은 지독하게 끔찍했다. 언니 이야기를 들으면 으레 악몽을 꾸었지만 어젠 잡귀까지 합세해 괴롭혀왔다. 꿈에 나타난 언니는 잡귀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고 보니 언니의 얼굴이 또렷하지는 않았다. 그건 언니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유진은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그녀는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냉장고에 남은 빵으로 적당히 아침을 때우고 소영을 위해 계란프라이를 해 놓았다. 창가에 둔 화분에 물도 주고 다오를 위한 간식도 챙겨 놓았다.

 

 모든 일을 마친 뒤 유진은 가리아단의 방문 앞에 섰다. 그를 깨워야했지만 방문을 두드리기 두려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문이 열렸다. 말끔한 모습의 가리아단이 서 있었다.

 

 “어머.”

 “문 앞에서 뭐하고 있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던 유진은 그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막 깨우려던 참이었어요.”

 “그럼 출발할까?”

 

 짧은 대화가 오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차가운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네. 그래요. 오늘은 가볼 곳도 많으니까 서둘러야죠.”

 

 현관문을 열던 유진이 멈칫 멈춰 섰다. 어젯밤의 끔찍한 기억이 불현 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잊은 것 있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네요.”

 

 유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문을 열었다. 끔찍한 흔적이 남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주차장에서 유진을 반긴 것은 악몽같은 현실이었다. 유진의 차에는 어젯밤 가리아단이 벌인 사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밝을 때 보니까 조금 더 엉망이긴 하네.”

 

 사람 마음도 모르고 가리아단이 중얼거렸다.

 

 유진의 차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폐차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버려진 차로 보기엔 충분했다.

 

 “제가 얘기했죠? 달리고 있을 때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가면 안 된다니까요. 여기 좀 보세요. 후우.”

 

 유진이 착잡한 얼굴로 조수석 문을 가리켰다. 움푹 들어간 사이드 미러는 깨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긁혀있는 있었고 문의 아래쪽은 아스팔트와 나눈 강렬한 불꽃의 그림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가리아단의 말대로 밝은 곳에서 확인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좀 성급했지?”

 “그렇죠. 조금만 더 늦게 나갔더라면 가로수에 부딪히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유진은 찌그러진 앞 범퍼를 지나 운전석에 올랐다. 시동은 별 문제없이 걸렸다. 조수석에 앉은 가리아단이 금이 간 앞 유리를 가리켰다.

 

 “그대로 유리가 깨지지 않아 다행이야.”

 “그러게요. 차가 생각보다 튼튼하네요.”

 

 유진이 운석이라도 맞은 듯 움푹 들어간 천장을 힐끔거렸다. 모든 것이 가리아단의 작품이었다.

 

 화내지 않기로 다짐한 유진은 울컥울컥 올라오는 것을 누르며 운전대를 잡았다.

 

 “아, 참! 깜박했네.”

 

 요동치는 차 안에서 쏟아졌던 커피의 흔적이 운전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미안해. 다시는 어제처럼 행동하지 않을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가리아단이 고개를 숙이며 나왔다.

 

 “어제 했으면 더 좋았잖아요. 저도 화내서 죄송해요. 거기 안에서 물티슈나 꺼내 주세요.”

 

 말라붙은 커피를 닦아낸 유진은 상처투성이 차를 몰고 가리아단의 친구를 찾아 출발했다.

 

 ***

 

 “우요랑이라….”

 

 가리아단이 희뭇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치 소풍같은 아이처럼 마냥 행복한 웃음에 유진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우요랑의 이름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즐거운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 분, 친한 친구였나요?”

 

 가리아단의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된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랬지. 정말 친한 친구였고, 동료였고, 스승이었어.”

 “굉장히 복잡한 관계네요. 그런데 오랫동안 못 만난 거예요?”

 “어쩌다 보니, 서로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지. 그러다 나랑 진주홍의 장승이 이전되면서 이사를 하게 되었거든. 멀어지고 일에 치이고 하다보니 더 만나기 어려워졌지.”

 “다들 비슷하게 옛 친구를 만들곤 하죠.”

 

 하늘이 축복하듯 날은 맑고 화창했다. 가리아단은 창밖의 풍경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가리아단이 지도를 꺼냈다. 내비게이션을 힐끔거리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별 일 없겠죠?”

 “당연하지.”

 

 가리아단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우요랑은 흔해빠진 악귀가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거기다 그에게는 최고의 조력자까지 있지. 그슨대 따위 우요랑 앞에서는 검은 연기를 들이마신 쥐새끼에 불과해.”

 “조력자요?”

 “우요랑과 백소여, 최고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커플이지.”

 

 가리아단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신뢰라는 마음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 극잔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늘한 점 없는 가리아단의 얼굴에서 괜한 불안함을 느꼈다.

 

 ***

 

 수원 시청에 도착한 둘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청 건너 있는 공원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도심 속에서 초록빛 공원은 편안한 안식처처럼 보였다.

 

 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가족들이 꽤 많이 보였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연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고 애완견과 산책을 나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장승은 없었다.

 

 공원 내 표지판을 발견한 유진이 가리아단을 불렀다.

 

 “저기인 것 같아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늘 쉼터]라는 팻말이 보였다. 팻말 주위로 화양목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뒤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정자가 서있었다.

 

 “장승이에요.”

 

 유진이 정자 뒤편에 서 있는 장승을 가리켰다. 담장처럼 둘러선 화양목들 사이로 길쭉한 장승 두 개가 서 있었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글자를 가슴에 새긴 장승은 입을 벌려 웃고 있었다.

 

 “친구분은요?”

 

 유진이 물었다. 그녀가 질문을 던지기 전부터 가리아단은 주위를 뒤지고 있었다.

 

 “…없어. 우요랑도, 진주홍도.”

 

 장승 주위를 맴돌던 가리아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곳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현님이 착각을 했을 수도 있죠.”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하지만 이 장승은 우요랑과 백소여의 집이 맞아.”

 “……설마.”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유진이 조심그레 말을 줄였다.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가리아단은 더욱 공원 외곽으로 돌았다. 그와 반대 방향으로 향한 유진은 화사하게 핀 화단으로 이동했다. 금잔화와 튤립, 민들레 등 형형색색의 꽃향기를 즐기던 유진이 꽃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나비를 발견했다.

 

 “가, 가리아단님!!”

 

 그녀의 부름에 가리아단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저 안에 떨어져 있는 나비 좀 보세요.”

 

 가리아단이 문제의 나비를 집어 들었다. 이미 딱딱하게 굳은 나비의 날개와 몸통은 그슨대가 흘린 검은 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빌어먹을.”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내뱉으며 가리아단이 일어났다.

 

 “어쩌죠? 너무 늦은 건가요?”

 “…그럴 리 없어. 그들이 쉽게 당했을 리 없어.”

 

 화단을 살펴보던 가리아단이 또 다른 흔적을 찾았다. 발끝으로 걸은 듯 점점이 남은 그슨대의 자취가 남아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흔적을 쫓아 공원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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