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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가족의 이야기
작성일 : 19-11-10 20:31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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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은 1층의 가장 안 쪽 테이블, 그러니까 가리아단과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던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실내를 둘러보며 골동품들을 구경하는 사이, 장승골 가족들은 오픈 준비로 분주했다.

 

 방진과 이현은 감자와 양파를 다듬었고 가리아단은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닦았다. 몇 번이나 유진이 돕겠다고 나섰지만 방진과 가리아단이 허락하지 않았다.

 

 간판 조명을 켜고 들어온 가리아단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들고 테이블로 왔다.

 

 “자, 여기. 이거라도 마시면서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네, 괜찮아요. 저게 가리아단님의 장승인거죠?”

 

 유진이 계단 옆에 서 있는 장승을 가리키며 물었다.

 

 “구경해도 괜찮죠?”

 “당연하지.”

 

 가리아단은 남은 일을 하러 자리를 떴고 유진은 콜라와 함께 장승 앞에 섰다.

 

 처음 왔을 때는 유심히 보지 않았기에 사실상 이번이 장승과의 첫 대면이었다. 장승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무서웠다. 살짝 손을 대보니 차가운 나무의 질감이 짜릿하게 간질였다.

 

 유진은 콜라를 홀짝이며 장승에 붙은 쪽지들을 읽어나갔다. 방명록처럼 가득 붙어있는 쪽지를 흥미롭게 읽고 있으니 가리아단이 다가왔다.

 

 “그땐 몰랐는데 정말 많이 붙어있네요.”

 

 유진이 몇 겹으로 붙어있는 쪽지를 쓸자 파도치는 소리가 났다.

 

 “시간이 갈수록 그 종류도 많아지지. 그래서 내 일도 늘어나고 있지.”

 “그래. 아주 열받는 일이지.”

 

 젖은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온 이현이 가리아단의 말을 받았다. 그녀는 붉은 빛이 도는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카운터 앞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았다.

 

 “네가 별 것도 아닌 일에도 나서서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니까 내가 이렇게 고생하잖아. 아이고, 팔이야.”

 

 백옥처럼 하얀 팔을 주무르며 이현이 엄살을 부렸다.

 

 “평소에 얼마나 일을 안 하면 그 정도로 힘들겠어. 자업자득이야.”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이 나쁜 놈아? 이 장승놈 진짜 뻔뻔하네.”

 

 가리아단과 이현이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손님도 계신데 적당히 들 해.”

 

 때마침 나온 방진이 막 불타오르려는 둘을 진정시켰다. 그는 이현과 가리아단을 떼어낸 뒤 차갑게 식은 물통 하나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단번에 반통을 비운 그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사실 어제는 좀 걱정했어. 평소라면 연락이라도 했을 텐데 아무 기별도 없기에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잖아.”

 “그래. 멍청아. 둔해 빠져서 걱정이나 시키고.”

 

 카운터에 기대어 선 이현이 한 마디 거들었다.

 

 “미안해. 그건 사과할게. 워낙에 정신이 없었거든. 정말 별별 일이 다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으면 너희도….”

 “대충 알 것 같은데, 뭐.”

 

 가리아단의 말을 끊으며 이현이 유진을 가리켰다.

 

 “이 형사에게서 진주홍 냄새가 나거든. 어디까지 알게 된 거야?”

 

 이마와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방진이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파하하. 오늘 밤엔 정말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네.”

 

 ***

 

 가리아단은 유진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주유소에서 있었던 그슨대와의 결전이 영웅의 서사시처럼 포장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사실로 채워져 있었다. 유진에게 응급처치를 해 주던 장면은 흡사 감동의 드라마처럼 표현되었다.

 

 진주홍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쌀쌀맞고 얄미운 존재가 되어있었다. 지하철에서 잡귀를 물리친 이야기 속 가리아단은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한 편의 액션 영화 속 주인공과 같았다.

 

 “…그래서 연락을 못 한 거야. 워낙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왠지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속에서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저 때문에 죄송해요.”

 “형사님이 미안할 건 없어요. 따지고 보면 저 바보가 다 자초한 일이니까요.

 

 싸늘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한 귀로 흘리던 이현이 가리아단을 흘기며 말했다.

 

 “어쨌든, 여러모로 고생 했어. 자, 한 잔 받아.”

 

 방진이 막걸리를 가득 담아 가리아단에게 내밀었다.

 

 “앞으로 일주일은 형사님을 지키려면 여러모로 신경 쓸 것이 많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내가 저질렀으니 뒷 수습은 해야지.”

 “차라리 형사님이 일주일간 여기서 일하는 게 어때? 위험할 것도 없고, 저 녀석이 그슨대를 잡으러 다닌다고 설쳐도 일손이 부족하지 않잖아.”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이현의 기발한 발상에 방진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말도 안되는 제안일 뿐이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일단은 저도 직업이 있고 지금 큰 사건도 맡고 있으니까요.”

 “뭐 어때요. 휴가 좀 내고 해서 일주일만 버티면 큰 혹이 떨어지는 거잖아요. 하루 종일 저 녀석이랑 있는 것보다는 여기 편하게 있는 게 낫지 않아요?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저 녀석보다는 우리가 더 믿음직스럽거든요!”

 “하하. 말씀은 감사하지만요, 죄송해요.”

 

 유진은 방실방실 웃으며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다 문득 이현의 말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진주홍에게서, 그리고 일주에게서 나던 묘한 짜릿함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방진과 이현의 눈치를 살폈다. 어딘지 모를 익숙함. 설마하는 마음에 유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질문인데요. 혹시 두 분도….”

 

 말끝을 흐리는 그녀에게 가리아단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세상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유진이 벌떡 일어났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것이 없다고 여겼던 그녀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장승골의 주방장이자 실질적인 오너. 장승골 가족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방진은 도깨비였다. 그는 고려 경종 시절 강원도 태백산맥 끝자락에서 태어났다. 애당초 해학적인 본능을 지닌 도깨비인데다 유쾌한 성격까지 타고난 덕분에 방진은 틈만 나면 사람들에게 장난을 걸었다. 이 산 저 산을 떠돌며 사람들을 골려먹던 그는 가리아단과 진주홍이 지키던 마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하…, 그때 정말 무서웠어.”

 

 가리아단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방진이 중얼거렸다. 도깨비와 천하대장군이 잔을 부딪혔다. 옛날 이야기가 펼쳐진 테이블 위에는 막걸리와 마른 오징어, 땅콩, 빈대떡 따위가 잔뜩 놓여 있었다.

 

 “너희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 산에 들어가지 않았을거야.”

 

 막걸리잔을 비운 방진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럼 두 분은 굉장히 오래 인연을 이어오신 거네요.”

 

 유진의 질문 한 마디에 둘은 손가락을 펴고 숫자 계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세월은 쉽게 헤아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중얼중얼 소리를 외던 가리아단이 얼버무렸다.

 

 “…그래. 어쨌든 오래 알고 지냈지.”

 “정말 대단해요. 방진님은 도깨비시고, 이현님은…….”

 “난 노구화호에요.”

 

 노구화호가 뭔지 알 리 없는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가리아단이 주석을 달아 주었다.

 

 “쉽게 말해서 구미호의 사촌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니, 조금 다른가?”

 “어딜 구미호랑 비교해. 걔들은 생간을 좋아하잖아. 으, 야만적이야.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것 봐.”

 

 이현이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 유진의 손을 잡으며 씨익 웃었다.

 

 “참, 그땐 미안했어요.”

 “네?”

 “왜, 그 있잖아요. 처음 여기 왔던 날. 얘를 데리고 경찰서로 갔잖아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빼오려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미안해요.”

 “??”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유진의 일그러진 미간을 본 가리아단이 이현을 부추겼다.

 

 “보여줘 봐.”

 “그럴까? 이렇게 보고 있는데서 하면 부끄러운데.”

 “재미있잖아. 아마 깜짝 놀랄거야.”

 

 가리아단과 방진은 술잔을 채우고 관람 모드에 들어갔다.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긴장을 풀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숨을 고르던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너무 놀라면 안돼요.”

 

 이현이 감았던 눈을 뜨며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유진을 노려보며 크게 소리쳤다.

 

 “야! 채유진!”

 “으아악! 깜짝이야!!”

 

 화들짝 놀란 유진이 펄쩍 뛰었다. 여리여리하던 이현의 목소리가 어느 새 경찰서 서장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목소리 뿐 아니라 그녀의 모습도 서장으로 변해 있었다. 넓적한 얼굴과 큰 귀, 옆으로 퍼진 몸의 굴곡까지 모든 것이 서장의 모습과 똑같았다.

 

 ***

 

 “아하하하하!!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본 모습으로 돌아온 이현이 배를 잡고 웃었다. 기대하던 장면을 목격한 가리아단과 방진도 유쾌하게 술잔을 비웠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가리아단이 어떻게 검은 물질을 가지고 유유히 경찰서를 나오게 되었는지. 서장의 태도가 다른 사람같았는지.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아시죠? 배역에 몰입해 연기를 하다보면 가끔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변신을 하고 나면 조금은 성격이 변하는 것 같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저 원래 그렇게 호통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직도 머리가 얼얼한데요. 제가 취해서 헛 것을 본 건 아니죠?”

 “아하하! 아니에요.”

 

 이현은 유진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

 

 6시 반이 가까워지자 첫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장승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술기운이 오른 이현이 한 통 밝아진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방진은 술잔을 마저 비운 뒤 주방으로 들어갔고 가리아단과 유진은 잔뜩 어질러 놓은 테이블을 정리했다.

 

 “정말 놀라웠어요. 아직도 꿈이라고 느껴질 정도에요.”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취한 것 처럼 열이 오른 유진이 부채질을 했다. 그녀가 빈 잔을 모으자 가리아단이 테이블을 닦았다.

 

 “누구든 비슷한 반응을 보이곤 하지. 이제 됐어. 나머지는 내가 할게.”

 “네. 여기요. 전 이제 뭘 하면 되죠?”

 “아무것도. 잠시 기다리고 있어. 필요한 짐을 챙겨올 테니까.”

 

 가리아단은 쌓아둔 술잔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유진은 의자에 기대 잠시 숨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 이현과 그 주문에 따라 분주하게 요리를 시작하는 방진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알고 있던 세계와 모르고 있던 세계의 모습이 묘하게 뒤섞이는 것을 보니 어떤 희열이 느껴졌다.

 

 그때 뒷문으로 나갔던 가리아단이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일주가 보낸 자료가 도착했어!”

 

 ***

 

 가리아단의 기대감과 달리 서류 봉투 속 내용물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호치키스로 찍인 A4 용지 몇 장이 전부였다. 대단한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초라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가리아단이 말했다.

 

 “이게 전부야?”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요.”

 

 목록을 확인한 유진의 중얼거림에 가리아단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소리야? 난 적다는 얘기였어.”

 “전 많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신들이 많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이렇게 많은 게 아니라 이것 밖에 안 남은 거야. 휴우….”

 

 가리아단이 중얼거림 속에서 절망감이 느껴졌다.

 

 A4용지에는 신들이 위치한 주소와 그들의 이름, 직함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위치만 적혀있어 상세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절반 이상은 검은 줄로 그어져 있어 쓸 만한 내용은 훨씬 더 적었다.

 

 “이렇게 봐서는 모르겠는데요. 지도가 필요하겠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유진의 의견에 가리아단도 동의했다.

 

 “큰 지도를 두고 위치를 찍어가며 찾아노는 편이 좋겠어요. 그럼 그슨대의 이동 경로나 현재의 위치, 어쩌면 다음 목표도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큰 지도가 어디에 있는데?”

 

 가리아단의 질문에 유진이 자신을 가리켰다.

 

 “제 직장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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