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신화가 되어라
작성일 : 19-11-10 20:30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07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요괴라고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유진이 재차 물었다. 악귀나 잡귀, 천하대장군 등 며칠 사이 놀랄 일일 많았지만 요괴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옆집 사람의 정체가 외계인이었다는 이야기처럼 일상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일주 의원이 요괴라니,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나? 그보다, 천하대장군이라면 요괴를 퇴치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요괴라고 다 나쁜 건 아니야. 걔가 요괴이긴 하지만 무슨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 물론 일주 녀석이 탐욕스럽고 무책임하고 거짓말을 잘 하긴 하지만 그거야 인간들도 마찬가지잖아?”

 “…전 잘 모르겠어요.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유진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악귀가 사람을 죽이며 활개를 치고 다니는 마당에 요괴가 국회의원을 한다는 사실이 큰 문제가 될까 싶었다.

 

 “…이제 어디로 가죠?”

 

 유진이 물었다. 오후 3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넌 직장으로 가서 일 해야지.”

 “제 일은 가리아단님 조사라니까요.”

 “참, 그랬지.”

 

 가리아단이 중얼거렸다. 학교를 땡땡이 치고 뭘하고 놀아야 하나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언뜻 비쳤다.

 그와 함께 고민하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저한테 해 줄 얘기 없으세요? 맨 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뭐라도 조사한 걸 내놓아야죠. 사실대로 가리아단님은 사실 악귀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천하대장군이었습니다. 저희가 오해했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것도 그러네. 어떻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어쩔 수 있나요. 소설 한 편 써야죠. 일단 나가서 생각하죠.”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유진은 서울 시내로 차를 돌렸다.

 

 ***

 

 여의도를 빠져나온 유진과 가리아단은 영등포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도 많아 소란스럽고 조금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둘은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기요. 원하시던 대추차가 없어서 유자차로 대신했어요.”

 

 유진이 기다리고 있던 가리아단의 앞에 길고 주먹 만한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달콤한 화이트 초코를 맛보며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한 숨 돌린 유진이 수첩과 펜, 핸드폰을 꺼내놓았다.

 

 “정말로 내 이야기를 적을 생각이야?”

 “써먹을 수 있을만한 것 들만요. 그렇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이래봬도 고등학교 때 문학 동아리 활동도 했거든요.”

 “큰 기대는 안해야겠군.”

 

 편하게 앉아있던 가리아단이 유자차를 들이켰다.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올 만큼 향긋한 유자향이 입안을 맴돌며 그의 감탄사를 끌어냈다. 컵을 내려놓은 가리아단이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어디든 좋아요.”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가리아단은 테이블을 응시한 채로 생각에 잠겼다. 유진은 조용히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천하대장군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가리아단은 본인의 나이를 천 살 이상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조금 더 나이가 많았다. 대략 800년 정도.

 

 “옛날 사람들은 순진했지. 어쩌면 멍청했을 수도 있고. 오래된 사물에는 영혼이 깃든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상상력은 믿음이 되었고 그렇게 모인 설명할 수 없는 힘들이 나 같은 존재를 탄생시켰지.”

 

 가리아단이 나무 자루를 꺼냈다.

 

 “난 여기에서 태어났어. 800살 먹었던 고목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자루 곳곳에 검은 물이 들어있었다. 가리아단이 자루를 보물처럼 매만지며 얘기를 계속했다.

 

 “나무는 어느 작은 마을이 내려 보이는 언덕 위에서 자랐어. 강철처럼 튼튼한 뿌리는 언덕을 장악하고 있었고 가지는 하늘을 덮을 만큼 거대했어.

 사람들은 나무를 하늘이 내려준 사자로 여겼어. 어려움이 있으면 나무에 와 도움을 요청했고, 기쁜 일이 있으면 나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축제를 벌이며 감사했지. 그렇게 그들이 나를 만들어 낸 거야.”

 “……와.”

 

 유진은 펜을 든 채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리아단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지. 하늘이 노한 것처럼 번갯불이 번쩍였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어. 천지개벽이라는 말 알지? 말 그대로 하늘이 깨지고 땅이 부서질 것 같았어. 하늘을 가르는 듯한 번개가 떨어졌고 나무가 맞았지. 번쩍!”

 

 가리아단이 두 손을 힘껏 펴며 번개가 치던 그때를 떠올렸다.

 

 “내가 깨어났을 때 번개에 맞아 깨진 나무는 불에 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앞에 모여 절규하고 있었지. 흠!”

 

 짜릿한 옛 추억에 가리아단이 전율했다.

 

 “굉장한 이야기네요. 마치 신화를 듣는 것 같았어요.”

 “신화 같은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진짜 신화지.”

 

 유진이 소박하게나마 박수를 보냈다.

 

 “그때부터 천하대장군이 되고자 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야. 천하대장군은 나중에 임명되고 나서 시작했지. 그때만 해도 이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가리아단이 유자차로 목을 축이며 중얼거렸다.

 

 ***

 

 수첩은 잊은 지 오래였다. 유진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푹 빠진 손주처럼 가리아단의 이야기에 몰두했다. 음악 소리가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두 잔째 커피를 마시며 유진이 물었다.

 

 “가리아단이라는 이름은 누가 붙여준 거죠?”

 “나무를 숭배하던 사람들이 지어줬어.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마음에 들어. 왠지 나랑 어울리는 것 같거든.”

 

 그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듯 유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그 전까지는 요괴며 다른 신들하고만 어울렸는데 이것도 나름 재미있네. 그런 부류들은 남의 얘기따위 별로 흥미로워하지도 않거든.”

 “다른 얘기는 없나요? 더 듣고 싶은데.”

 

 유진이 가리아단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그의 이야기를 취합해 그럴듯한 보고서를 쓰겠다던 계획은 깨끗하게 잊은 상태였다.

 

 “이야기야 많지. 천 년 정도 살다보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쌓이기 마련이니까.”

 “…진주홍님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조심스레 묻는 유진을 가리아단이 살짝 매섭게 노려보았다.

 

 “헤어진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진심이야?”

 “네, 사실 진주홍님을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어요….”

 

 겁에 질린 유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몸을 꼬며 말을 웅얼대는 모습은 형사보다는 여고생에 더 가까웠다.

 

 “하여튼 이렇다니까. 내가 고생해서 인덕을 쌓아놔도 결국 신망을 받아가는 건 진주홍이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멋있잖아요. 굉장히 프로페셔널 해보이고, 고귀한 귀족 같은 모습도 있으면서 따뜻한 어머니 같기도 하고, 또….”

 “그만해.”

 

 질투에 불탄 가리아단이 말을 잘랐다. 지겹게 겪어온 일이지었만 여전히 유쾌하지 않았다.

 

 “진주홍의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데?”

 “진주홍님도 고목에서 태어나신 건가요?”

 

 진주홍의 이야기에 신이 난 유진이 강아지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소파에 몸을 기댄 가리아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주홍은 매화가 가득 피어있던 들판에서 태어났어. 주홍빛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곳이었지.”

 

 당시를 회상한 가리아단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워낙에 아름답고 영특해서 주변 산신과 지신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어.”

 “어머, 그럼 두 분은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거예요?”

 “당시에 나는 작은 언덕의 지신이었으니까 진주홍에 대한 소문은 듣고 있었어. 그러다 진주홍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뒤 함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으로 임명을 받게 된 거야. …정말 옛날 이야기네.”

 

 추억에 빠진 가리아단은 느긋하게 유자차를 즐겼다. 그가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유진도 조용히 침묵했다. 식은 유자차는 여전히 향이 좋았지만 따뜻할 때만큼 단맛이 강하지는 않았다.

 

 ***

 

 해가 지기 시작했다. 유진과 가리아단은 장승골에 도착했다. 가리아단이 유진의 집에 머무르며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위해, 일주로부터 올 연락을 기다리기 위해, 그리고 방진과 이현에게 일주일간 가게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필요하신 할 물건이 많아요?”

 “아니, 얼마 안 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가리아단은 불 꺼진 간판을 올려보며 문을 당겼다. 하지만 안쪽에서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지금 몇 시야? 문도 안 열어뒀네.”

 “5시 45분이요.”

 “뭘 하고 있는 거야. 평소라면 문이 슬슬 나와 있을 시간인데.”

 

 가리아단은 가게 뒤쪽으로 돌아갔다. 주방과 연결된 뒷문은 열려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의 예상대로. 열린 뒷문 안쪽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때, 안쪽에서 앙칼진 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망할 자식, 돌아왔구나!”

 

 철벅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검은 생머리에 큰 후드티를 입은 이현이 뒷문을 걷어차며 나왔다. 그녀는 맹수처럼 가리아단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었다.

 

 “야! 이 자식아! 너 어디서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응?”

 “뭐야, 왜 이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방진이 널 두고 도망이라도 쳤어?”

 

 가리아단은 태풍에 휩쓸리는 갈대처럼 이현의 손 안에서 놀아났다. 그녀의 손에 들린 식칼이 시퍼런 날을 가리아단의 코앞에서 진자 운동을 했다.

 한 발 늦게 나온 방진이 호탕하게 웃으며 가리아단에게 인사했다.

 

 “어서와. 다행히 살아 있었구나.”

 “인사는 나중에 하고 얘 좀 떼어줘.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

 “자, 그만 해. 안전하게 돌아왔으니까 됐잖아.”

 “우이씨!”

 

 이현이 거칠게 가리아단을 밀쳐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쿵쿵대며 발을 굴렀다.

 

 “진정해. 갑자기 왜 그래?”

 “너를 걱정해서 그래. 어제 연락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았잖아.”

 “그런 거 아니거든!!!”

 

 방진의 대답에 분노한 이현이 포효했다.

 

 “어제 너 때문에, 어? 데이트를 몇 개나 취소한 줄 알아? 망할 자식!”

 

 팔짱을 낀 채로 씩씩대던 이현은 그제야 가리아단의 뒤에 숨은 유진을 발견했다.

 

 “뭐야? 그때 그 형사 아니야? 같이 온 거야?”

 “아, 안녕하세요. 채유진입니다.”

 

 이현의 기에 눌린 유진이 얌전하게 인사했다. 그녀와 가리아단을 번갈아 보는 방진과 이현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얼굴이었다.

 

 “일단 들어가자. 서로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으니까.”

 “얘기는 무슨, 가게 오픈 준비를 해야지.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저 안에 굴러다니는 양파는 보이지도 않냐?”

 

 여전히 떽떽대는 이현을 가리아단에게 떠 넘기며 방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곤 산적같은 비쥬얼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유진을 진정시켰다.

 

 “죄송합니다. 가게가 많이 시끄럽죠? 자, 맹수는 피해서 들어오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작정상 후퇴 2019 / 11 / 10 201 0 5479   
19 불안한 함정 2019 / 11 / 10 193 0 5408   
18 보고싶다 친구야 2019 / 11 / 10 199 0 5146   
17 작은 충돌 2019 / 11 / 10 206 0 5243   
16 가족의 이야기 2019 / 11 / 10 184 0 5416   
15 신화가 되어라 2019 / 11 / 10 197 0 5072   
14 정말? 국회의원? 2019 / 11 / 10 185 0 5341   
13 죽어가는 숲 2019 / 11 / 10 190 0 5324   
12 꼬리를 찾아봐 2019 / 11 / 10 195 0 5285   
11 불편한 출근길 2019 / 11 / 10 179 0 5080   
10 룸메이트 2019 / 11 / 10 191 0 5320   
9 꽃 향기에 이끌려 온 해충 2019 / 11 / 10 207 0 5187   
8 칼로 물베기 2019 / 11 / 10 198 0 5165   
7 그리고 진주홍 2019 / 11 / 10 200 0 5457   
6 천하대장군 2019 / 11 / 10 193 0 5280   
5 검은 악귀 2019 / 11 / 10 202 0 5288   
4 추적 2019 / 11 / 10 180 0 5397   
3 검은 물질 2019 / 11 / 10 226 0 5074   
2 장승골 2019 / 11 / 10 208 0 5544   
1 수상한 남자 2019 / 11 / 10 335 0 50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