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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죽어가는 숲
작성일 : 19-11-10 20:28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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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너무 놀라 딸꾹질을 할 뻔했다. 유진이 창준에게 물었다.

 

 “…그건 저희 관할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뭔가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고.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할 것 같아.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려?”

 “5분이요? 금방 갈게요.”

 “좋아.”

 

 통화를 마친 유진은 가리아단에게 돌아갔다. 그는 가로수에 기대어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재미있게 되었네. 분명 그곳에 흔적을 남겨 놓은 게 분명해.”

 “무슨 내용이었는지 다 알고 계실테니까 굳이 설명 안 드려도 되죠? 전 돌아 가볼게요.”

 “그래. 어차피 목적지는 같으니까.”

 “주유소에서 뵙도록 해요.”

 

 가리아단은 가볍게 목례하는 유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 참. 어떻게 가실….”

 

 몇 걸음 떼던 유진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가리아단은 온데간데 없었다.

 

 ***

 

 바람같이 달려간 가리아단은 30분도 되지 않아 주유소에 도착했다. 하루 밤 사이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주유소를 중심으로 벌써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검게 타버린 간판과 터만 남은 사무실 건물 등이 화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 그 외에 몇몇 사람들이 주유소 근처를 둘러 서 있었다.

 

 주유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가리아단은 주변의 지리부터 확인했다. 주유소를 중심으로 일대에는 꽤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작물이 자라는 땅은 얼마 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잡초로 무성한 땅이었다. 도로 건너편 철물점과 찐빵집 뒤로는 아담한 크기의 산과 그 외곽을 두른 숲이 보였다.

 

 근처 도로를 따라 걷던 가리아단은 가드레일에 묻은 검은 물질을 발견했다. 평소였다면 무시하고 지나쳤을지 모를 정도의 작은 흔적이었다. 그는 검은 물질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도로에 또 다른 흔적이 떨어져 있었다. 가리아단은 점점이 남은 자국을 쫓아 도로를 건넜다. 큰 곡선을 그리며 찍힌 흔적은 철물점 뒤편의 공터까지 이어졌다. 녹이 슨 리어카와 브라운관 TV, 부서진 옷장 등이 널려있는 쓰레기장의 구석에 그슨대의 엉덩이 자국 같은 흔적이 있었다.

 

 “하. 여기에 있었군.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가리아단이 아쉬움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쓰레기더미를 거닐며 또 다른 증거를 찾아 움직였다.

 

 ***

 

 “저기 보이네요. 반장님, 다 왔어요.”

 

 유진이 주유소를 가리켰다.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는 창준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반장님. 일어나세요.”

 

 잠에 빠져있던 창준이 눈을 떴다. 고질라처럼 하품을 한 그가 눈을 비비며 주유소 건물을 확인했다.

 

 “어이고, 완전히 다 타버렸네. 아까워라.”

 

 유진의 눈에는 주유소 건물을 덮친 불길이 겹쳐 보였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요 앞에 세워. 저기 있는 건 기자들인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부지런하기도 하죠?”

 “하…. 그것 참 고생들 한다. 아, 저기 있다! 어이!”

 

 창밖으로 팔을 흔들던 창준은 차가 멈추자마자 서둘러 내렸다. 그의 손 인사를 받은 중년의 남자가 오만 인상을 쓰며 다가왔다. 이마가 벗겨진 그는 창준과 격한 포옹을 나누며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허. 생각보다 금방 왔네? 뭐 좋은 일이라고 이렇게 날아와.”

 “좋은 일로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 동안 고생 좀 했나봐, 살 많이 빠졌네.”

 

 창준은 뒤이어 내린 유진에게 남자를 소개했다.

 

 “여기 내 오랜 동기. 이광석 형사, 인사해.”

 “안녕하세요. 채유진입니다.”

 “오느라 수고했소. 이 놈 성질 받아내려면 고생이 많겠어.”

 “시끄러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거나 보여줘.”

 “허허허허. 그놈 성격 참 급하다니까, 따라들 와.”

 

 광석이 창준과 유진을 주유소로 안내했다. 검게 변한 현장에서는 탄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엉켜 진동을 했다. 주유소 건물을 지나는 동안 유진의 눈에는 그슨대와 벌였던 사투가 재생되었다. 그녀는 구르고 상처 입었던 자리를 확인하며 몸서리를 쳤다.

 

 “처음에는 석유가 흐른 것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까 아닌 거야. 도대체 뭔가 싶어서 조사 의뢰까지 보내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네가 보냈던 사진이 머리에서 번쩍하더라고.”

 

 광석이 주유소 가장 외곽의 시멘트 바닥 앞에서 멈췄다.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간 그가 바닥에 찍혀있는 검은 자국을 가리켰다.

 

 “이것 봐. 맞지? 네가 보내온 사진하고 똑같잖아.”

 

 그의 말대로 거기에도 그슨대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래, 그게 맞아. 이걸 좋아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 심정 이해한다는 듯 광석이 창준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시체도 발견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건 요 밖에서.”

 

 창준이 주유소 뒤쪽을 가리켰다.

 

 “아직 다 밝혀진 건 아닌데 검시관이 젊은 남자 같다고 하더라고.”

 

 창준과 유진은 검은 물질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같은 녀석의 소행인 것 같죠?”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지. 문제는 이게 뭔지도 모른다는 거야. 증거물이 발견돼도 사건을 더 미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으니…. 골치가 아프네.”

 

 창준은 광석과 따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진은 바닥에 있는 검은 물질을 채취했다. 그리고 나서 주유소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가리아단이 튀어나왔다.

 

 “이봐.”

 “엄마야! 갑자기 나타나시면 어떻게 해요!”

 “한 참을 기다렸잖아.”

 “천하대장군님이 빠르신 거죠. 어디 계셨어요?”

 

 가리아단이 유진의 손에 들린 검은 물질을 가리켰다.

 

 “아주 온 동네에 다 뿌리고 다녔나보네. 이제 그건 필요가 없어졌어.”

 “알아요. 지금은 이것 밖에 없잖아요.”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야.”

 

 진지한 얼굴로 가리아단이 고개를 저었다.

 

 “따라와. 보여줄게 있으니까.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게 흘러가고 있어.”

 

 ***

 

 유진은 가리아단에게 이끌려 철물점 뒤편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곳에 남아있는 흔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온 사방에 뿌려져 있는 검은 물질은 벌레 떼의 무덤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예요? 이곳에 숨어 있었던 걸까요?”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놀라야 할 때가 아니야.”

 

 가리아단은 철물점 쓰레기장과 이어진 숲을 가리켰다.

 

 “문제는 여기지. 내가 조금 더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놈은 이리로 도망쳤어.”

 “그래서 지금 이 숲으로 들어가려고요?”

 “그래. 싫어?”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불길한 기운이 그녀를 위험에서 밀어내는 듯 했다. 의지를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꼭 들어가야 하나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싫다면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

 “싫은 건 아니에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유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떠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가리아단이 손을 내밀었다.

 

 “가자. 그럼 날 믿어.”

 

 유진은 가리아단의 손을 잡았다. 둘은 차갑게 식은 콧김을 내뿜으며 숲 안으로 들어갔다.

 

 ***

 

 떡갈나무가 촘촘히 선 숲은 초겨울처럼 추웠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볕은 인공조명처럼 따뜻하지가 않았다. 흔한 벌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고 바짝 마른 낙엽도 밟을 때마가 물컹이며 부서졌다.

 

 “뭔가 이상해요. 기분이 나쁘다고 할까요. 생기가 없다고 할까요.”

 

 가리아단을 따라가며 유진이 속삭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가리아단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저길 봐.”

 

 가리아단이 우측의 나무를 가리켰다. 타르같은 검은 물질이 나무에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여기까지 도망쳐 들어왔다는 얘기네요.”

 “확실해. 그리곤 더 엄청난 짓을 저질렀어.”

 “그게 뭔데요?”

 “곧 알게 될거야.”

 

 그들은 그렇게 5분을 더 걸었다.

 

 숲은 더 우거졌고, 더 어두워졌다. 유진이 느끼는 공포는 그녀의 머리털이 빳빳해질 정도가 되었다.

 

 “다 왔어. 저 앞이야.”

 

 가리아단이 커다란 바위 위에 쌓인 돌 더미를 가리켰다. 흔히 산을 오르면서 볼 수 있는 돌무더기보다 훨씬 큰 규모였는데 안타깝게도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저게 뭐죠?”

 

 유진이 물었다. 그녀는 돌 더미 위로 보이는 검은 연기를 가리켰다.

 

 “이 산과 그 주변을 보호하고 있던 산신의 무덤.”

 

 무너진 돌을 주워들며 가리아단이 대답했다.

 

 “그슨대가 주유소를 찾은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어.”

 “산신이요?”

 “그래. 부상당한 몸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산신을 고른 거야. 산신을 집어 삼키고 기운을 보충한게 분명해. 네가 숲에서 느낀 공포도 산신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그 사무실 사건도….”

 “아마 그 주변의 지신이나 산신을 사냥하기 위해 지나던 길이었겠지. 무슨 이유에서든 놈의 주위를 끌었을 테고, 그 다음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무방비한 지신이나 산신만큼 좋은 사냥감도 없거든. 옛날처럼 천하대장군들이 곳곳마다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신들의 힘이 강한 시대도 아니니까.”

 

 자연의 섭리를 설파하듯 가리아단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유진은 색이 빠진 듯 생기가 사라진 나무를 애처로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그럼 이 숲은 이렇게 죽어가는 건가요?”

 “새로운 산신이 올 때까지는 나아지지 않겠지.”

 

 가리아단이 집었던 돌을 던지며 말했다.

 

 “돌아가자. 놈은 아마 비슷한 짓을 저지르고 다닐 거야.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지.”

 “어떻게 할 생각이신데요?”

 “만나야 할 녀석이 있어. 그 녀석이라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을 거야.”

 

 유진은 잠시 고개를 돌려 무너진 돌 더미를 보았다. 홀로 이곳에서 그슨대의 손에 쓰러져간 산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녀는 온전한 모습의 돌 더미를 그리며 가리아단의 뒤를 쫓았다.

 

 ***

 

 숲에서 나온 유진은 창준의 메시지가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3통, 문자가 5통이나 와 있는 것으로 보아 단단히 폭발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유진이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5번을 울리기도 전에 창준이 전화를 받았다.

 

 “너 어디야!?”

 “반장님. 근처 숲을 조사를 하고 있었어요.”

 “기자들 상대 좀 왔더니 없어져서 놀랐잖아. 문자를 했는데 답도 없고, 전화는 신호도 안가. 어디 숨겨진 지하 동굴이라도 들어갔다 온 거야? 왜 연결이 안 되는데.”

 “죄송해요. 그런 줄은 몰랐어요.”

 

 화를 꾹꾹 눌러 참는 창준의 숨소리가 들렸다.

 

 “됐어. 어쨌든 나는 지금 서로 돌아가고 있는 길이니까 너도 알아서 돌아와. 거기 있는 경찰들한테 부탁을 하든, 택시를 부르든 해.”

 “네.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일 봐. 끊는다.”

 “네.”

 

 통화를 끊고 난 뒤 유진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돌아갈 수단도 남아 있었고 창준도 크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저희 어디로 가나요?”

 “그게…, 잠깐만 전화 한 통 쓰자.”

 “네. 그럼 전 먼저 차에 가 있을게요. 어디에 있는지 아시죠?”

 

 유진은 가리아단에게 핸드폰을 넘겨 준 뒤 전날 차를 세워두었던 자리로 갔다. 차에 들어가 시동을 걸고 있자니 가리아단이 돌아왔다.

 

 “자, 여기. 잘 썼어.”

 “갈 곳이 정해졌나요?”

 “응. 여의도에 있는 세원 호텔.”

 “호텔이라니, 만날 사람이 누군데요?”

 “그건 가보면 알아.”

 

 가리아단이 눈썹과 입술을 꿈틀거리며 대답했다. 기쁜 것인지 기분이 나쁜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표정을 보며 유진은 새 목적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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