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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룸메이트
작성일 : 19-11-10 20:24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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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상한 팔을 따라가니 하얀 얼굴이 보였다. 끊임없이 두리번대던 주먹만 한 눈동자가 유진과 발견했다.

 

 쿵! 쾅쾅!!

 

 잡귀의 주먹이 문을 때렸다. 철문이 일그러지더니 창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문과 가까이 있던 승객들은 괴현상에 겁을 먹고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여러분! 모두들 옆 칸으로 이동하세요!”

 

 유진이 상황파악을 못한 승객들을 향해 외쳤다.

 그녀의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던 승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챙그랑!!

 

 창문이 깨져나가자 열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행렬의 꼬리에 선 유진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재촉했다. 조명은 다시 깜박였고 몇몇 개는 유리 조각을 뿌리며 산산조각 났다.

 

 열차의 꽁지에 남은 가리아단은 창을 들었다. 그는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잡귀의 팔을 갈랐다. 하지만 그의 예상보다 거대한 잡귀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네처럼 수 많은 팔이 달린 잡귀는 온갖 틈으로 팔을 밀어 넣었다.

 

 가리아단은 춤을 추는 것처럼 창을 휘둘렀지만 모든 팔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심하세요!”

 

 유진의 외침에 가리아단이 고개를 돌렸다. 사각에서 날아온 잡귀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직격했다.

 

 “크윽!”

 

 허리가 활처럼 휘며 몸이 꺾였지만 가리아단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오뚜기처럼 몸을 일으키며 반동을 이용해 잡귀의 팔을 베었다. 창날에 잘려나간 잡귀의 신체는 연기처럼 부서졌다.

 

 ***

 

 잡귀를 처리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리아단의 연이은 공격에 잡귀는 조금씩 분쇄되었다.

 

 가리아단은 떨어져 나간 문으로 들어온 악귀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찹쌀떡처럼 하얗고 동그란 얼굴은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잡귀는 유진을 발견하고 버둥거렸지만 그것은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이게 마지막이다.”

 

 가리아단은 창을 잡귀의 미간에 꽂아 넣었다. 초점잃은 잡귀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

 

 잡귀가 사라진 현실에는 깨진 창문들과 떨어져 나간 출입문, 그리고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찌그러진 흔적만 남았다. 열차는 심하게 덜컹거리며 간신히 선로를 따라 움직였다.

 

 다음 역에 도착한 열차가 멈췄다. 마지막 칸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던 승객들은 찌그러진 깡통 같은 모습의 열차를 마주했다.

 

 옆 칸으로 대피해있던 승객들은 제 멋대로 구겨지고 파괴되는 열차의 모습를 사진으로 남기고, 전화로 전달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유진은 열차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가리아단을 찾았지만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악귀가 사라지는 순간 자취를 감춘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인파 속에서 허둥대는 유진의 귓가에 가리아단의 목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자.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

 

 마치 귀에 넣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듯 가리아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왔다.

 

 “어디에 계신 거예요?”

 

 놀란 유진이 둘러보았지만 가리아단은 보이지 않았다. s

 

 “설명은 나중에 할테니까 우선 밖으로 가.”

 “알겠어요.”

 

 얼떨떨한 유진은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 역을 빠져나왔다.

 

 ***

 

 톡. 톡. …톡.

 

 밖으로 나왔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맑기만 하던 하늘은 돌변한 연인처럼 먹구름을 잔뜩 안고 있었다.

 

 “어쩐지 기분이 흉흉하더라니, 비가 오는 줄은 몰랐어.”

 

 어느새, 어디서 나타났는지 가리아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의 뒤에서 나타난 그는 찌뿌둥한 하늘을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아까부터 보이지 않았잖아요.”

 “나? 당연히 숨어 있었지. 생각 해 봐. 열차 안에서 창을 휘두르는 남자가 어떻게 보이겠어? 나도 미친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당연히 모습을 숨기고 있었지.”

 

 가리아단이 자랑하듯 가슴을 쭉 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유진의 질문에 가리아단이 불쾌한 듯 미간을 꿈틀거렸다.

 

 “당연하지. 날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나 천 년이 넘도록 이 땅을 지켜온 천하대장군이야.”

 “그럼 왜 평소에는 모습을 감추지 않으시는 거예요? 진주홍님도 그렇고….”

 “그건 얘기하자면 복잡한 사연이 있어. 그건 둘째로 치더라도 꽤나 피곤하거든.”

 “그렇군요.”

 

 떨떠름한 가리아단의 표정에 유진은 더 묻지 않았다. 어쨌거나 열차 한 칸을 주물러대던 잡귀를 쉽게 요리한 가리아단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혹시 사람들이라도 다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거든요. 정말 굉장하셨어요.”

 

 과한 칭찬이 이어졌지만 가리아단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놀랄 것도 없어. 덩치만 큰 잡귀였을 뿐이야. 이 정도도 못한다면 천하대장군이란 이름이 아깝지. 어쨌거나 여긴 어디쯤인거야?”

 “중간에 내리긴 했지만 집에서 멀지는 않아요. 지하철을 타는 것도 안전한 것 같지 않으니 택시를 타고 가죠.”

 

 유진은 지나가는 택시에게 손짓했다. 빈 택시가 다가와 섰고 둘은 택시에 올랐다.

 

 ***

 

 목적지의 코앞에서 내릴 수 있는 건 택시의 장점이었다.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이토록 고마운 순간이 또 있었을까. 택시에서 내린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로로 얼룩진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드디어 집이다.”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몇날며칠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등산이라도 한 것처럼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택시비를 내며 저녁 식사를 거른 것을 깨달았다. 코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라도 사올까 생각했지만 상상만으로도 피곤해졌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여기야? 저 건물인가? 아님 저기? 몇 층이야?”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새 룸메이트가 흥분했는지 질문을 쏟아냈다.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코를 킁킁대던 그가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을 보고 섰다.

 

 “여기네. 3층이야?”

 “뭐예요, 냄새로 아는 거예요? 부끄럽게….”

 

 유진이 얼굴을 붉히며 불퉁거렸지만 가리아단은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입구 옆에 서 있었다.

 

 301호.

 문 앞에 선 유진이 현관문을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멈칫했다.

 

 “돌아 서 주시겠어요?”

 “왜?”

 “비밀번호를 누르려고요.”

 “나도 한동안은 이 집에서 살아야 하잖아. 나도 알아야지.”

 “어차피 저랑 같이 다닐 거잖아요. 제가 열어주면 되죠.”

 “설마 내가 도둑질이라도 할까봐 그래?”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덜컥 문이 열렸다.

 

 “뭐야, 왔으면 빨리 들어오지 문 앞에서 뭐하고 있어?”

 

 잔뜩 가라앉아있는 목소리와 함께 편한 옷을 입은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녀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동글동글한 얼굴형에 높지 않은 콧대, 큰 눈, 작은 턱 등 동안의 조건을 두루 갖춘 외모는 유진보다 한 참 어려 보였다. 식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셔츠를 입은 그녀는 가리아단을 발견하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누구야?”

 

 그녀가 유진에게 물었다.

 

 “아! 소영아. …저기, 인사해. 사촌 오빠야.”

 

 당황한 유진이 얼떨떨한 미소를 지으며 가리아단을 소개했다. 소영은 유진과 가리아단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가리아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쭈욱 훑기 시작했다.

 

 “사촌 오빠? 전혀 안 닮은 것 같은데.”

 “외가 쪽이거든. 우리 엄마의 사촌 언니의 아들.”

 “그게 어떻게 사촌이니? 그 정도면 완전 남 아니야?”

 “…그냥 편하게 사촌 오빠라고 부르는 거지.”

 

 간단한 설명을 들은 소영이 2차 스캔을 했다.

 

 “어쩐지 눈매가 닮은 것 같긴 한데, 너무 나이가 많은 것 아니야? 실례지만 몇 살이세요?”

 “응? 나?”

 

 설마 나이 질문을 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가리아단이 버벅대자 유진이 끼어들었다.

 

 “마…마흔 다섯! 맞지? 마흔 다섯 살이야.”

 “그래? 그럼 사촌 오빠가 아니라 삼촌이네.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소영이 문을 활짝 열며 손님을 환영했다. 졸지에 유진의 육촌 오빠가 되어버린 가리아단은 소영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진과 소영은 방 세 개가 딸린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었다. 지어진 지 3년 밖에 안 된, 주변에서도 비교적 깨끗한 신생 건물이었다. 근처에 편의점과 마트도 있고 지하철역도 5분 거리에 있어서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젊은 두 여성이 사는 만큼 집 안에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했다. 조막만한 거실에는 TV와 소파, 커다란 곰 인형이 있었다. 가장 지저분한 주방에는 딱 둘이 앉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식탁이 있었다. 화장품이나 팩, 텀블러 등 다소 정신없는 물건과 옷들이 식탁과 의자 위에 널려 있었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아, 우리 다오 TV 보고 있었구나.”

 

 거실로 들어간 유진이 TV앞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불렀다. 새치름하게 생긴 턱시도 고양이가 유진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다 가리아단을 보고 멈칫했다.

 

 “고양이잖아?”

 “야아옹.”

 

 가리아단과 고양이가 인사를 주고받았다. 유진을 지나 가리아단에게로 다가온 다오가 그의 다리 사이에서 8자를 그리며 맴돌았다. 가리아단은 묵묵히 다오와 눈을 마주쳤고, 다오는 계속해서 작게 울었다.

 

 “어머, 얘 좀 봐. 웬일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짓을 하니?”

 

 가리아단의 주위를 맴돌던 다오는 소영의 호들갑에 놀랐는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숨었다.

 

 ***

 

 유진과 가리아단은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찾아온 커플처럼 소영과 마주해 앉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소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뭔가 할 말 있는 것 같다?”

 

 유진의 복잡한 속내를 읽어낸 소영이 킥킥댔다.

 

 “미안하지만 부탁할 일이 있어.”

 “대충 알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일이야? 얘기는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소영은 흥미진진한 사연을 기대하는 듯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러더니 유진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잠깐만! 얘기 듣기 전에 마실 것 좀 가져올게. 그냥 얘기만 하면 심심하잖아.”

 

 소영이 자리를 뜬 사이를 노려 유진이 가리아단에게 속삭였다.

 

 “얘기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맞장구만 쳐 주세요. 알겠죠? 괜히 이상한 소리 하시면 안돼요.”

 “걱정하지 마. 나도 지금껏 쌓아온 눈치는 있어.”

 

 주방로 뛰어간 소영이 캔 맥주와 과자 몇 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금세 술판을 만든 그녀는 맥주부터 들이켰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흠! 가볍게 목을 푼 유진이 거짓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오빠가 최근에 복잡한 일이 겹치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는데 여기서 며칠만 지낼 수 있을까 해서.”

 “얼마나?”

 “일주일정도면 돼. 정말 미안해. 하지만 아침에 나랑 같이 출근할거고 저녁에도 비슷하게 돌아올 거야. 별로 눈에 띄지도 않을 테니까.”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좋아.”

 

 소영이 흔쾌히 승낙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오히려 놀란 쪽은 유진과 가리아단이었다.

 

 “정말? 고마워. 소영아. 정말로 괜찮겠어?”

 “그렇다니까. 여기, 맥주랑 과자 좀 드세요.”

 

 맥주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아니면 가리아단이 마음에 들어서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영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물끄러미 가리아단을 쳐다보던 그녀가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룸메이트가 된 기념으로 사촌 오빠한테 몇 가지 궁금한 것 좀 물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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