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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꽃 향기에 이끌려 온 해충
작성일 : 19-11-10 20:23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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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중독자?”

 “그래, 중독자. 내 말이 틀려?”

 “내가 중독자면 넌 도망자잖아!”

 

 가리아단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의 비아냥에 대꾸하려던 진주홍이 겁먹은 햄스터처럼 오그라든 유진을 발견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에 미안해진 진주홍이 숨을 골랐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진주홍이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너 말이야, 언제까지 이렇게 살 생각이야? 이제 그만 할 때도 된 거 아니야?”

 “또 그 얘기를 하려는 거야? 이제 상관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었어?”

 “그랬지. 하지만 네가 저지른 짓을 봐. 나를 또 귀찮게 하고 있잖아. 그럼 한 마디 정도는 해도 되는 것 아니야?”

 

 유구무언. 대답할 말이 없었다. 가리아단이 입을 다물자 진주홍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네 꼴을 봐. 그리고 세상을 둘러보라고. 그 지저분한 머리며, 거추장스러운 도포가 어때 보이는지 알아? 이젠 시대가 변했어. 아직도 못 느끼겠어?”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네 앞가림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그럼 날 찾아온 건 뭔데. 네 힘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아니야?”

 

 승기를 잡은 진주홍이 강하게 몰아 부쳤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떤 변명도 꺼낼 수가 없었다. 지고 싶지 않은 가리아단에게 최선은 이 싸움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만 하자.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도포를 펄럭이며 일어난 가리아단은 스태프 룸의 문고리를 잡았다.

 

 “잠깐만, 어디가?”

 

 막 나가려는 가리아단을 진주홍이 불러 세웠다.

 

 “너랑 싸우기 싶지 않아. 돌아갈거니까 붙잡지 마.”

 

 하! 기가 찬 진주홍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까 내 말 안 들었어? 화가 난다고 씩씩대면서 혼자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유진씨를 노리는 잡귀나 악귀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네가 벌인 일의 처리는 깔끔하게 해야 할 것 아냐!”

 “그럼 지금부터 떨어지지 말라는 얘기야?”

 “당연하지, 이 답답아! 그럼 악귀들이 네 상황 봐가면서 달려들 것 같아?”

 

 가리아단이 잡은 문 손잡이에서 으드득 소리가 났다. 입을 꾹 다문 그는 얌전히 앉아있는 유진을 쳐다보았다. 그녀를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진주홍의 말에 틀린 것도 없었다. 그는 지금껏 쌓아두었던 울분을 방출하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가자.”

 

 짧은 한 마디를 남긴 가리아단은 진주홍을 힐끗 바라 본 뒤 그대로 나갔다. 진주홍은 고래 싸움을 피해 숨죽이고 있던 새우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흉한 꼴을 보였네요.”

 “아니에요.”

 “천직이라고 여기는 일을 그만두기 쉽지 않다는 건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제는 저 바보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주홍은 더 없이 쓸쓸해 보였다. 창가로 다가간 그녀가 앙증맞게 달린 커튼를 걷었다. 그 자리에서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자체. 천하대장군으로 태어나 한 가지 일 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는 고개를 떨군 채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신 것 같기도 해요.”

 

 유진이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말을 뱉은 그녀가 놀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제가 그만 실수를….”

 “아니요. 그 말도 맞아요. 하지만 저 남자는….”

 “죄송해요.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네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요. 그만 내려가 보세요. 저 바보가 여길 보고 있네요.”

 

 진주홍이 씁쓸히 웃으며 다시 커튼을 쳤다.

 유진이 천천히 일어났다. 몸은 확실히 가벼웠다.

 

 “천 살이나 먹은 천하대장군과 함께 살기 힘들겠지만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일주일만 참으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오고요.”

 “네. 감사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유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복잡한 것도 사실이었다. 가리아단과 일주일 동안 붙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갑해졌다. 이제 막 알게 된 남자와, 그것도 천 살이나 더 먹은, 사람도 아닌 신과 함께 살아야 하다니.

 

 “만약 그가 불편할만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제게 연락하세요. 빠르게 처리해 드릴 테니까요.”

 

 유진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씻어내려는 듯 진주홍이 명함을 내밀었다. 멋들어진 매화 그림을 배경으로 진주홍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볼게요.”

 “잘가요. …미안해요.”

 

 공손한 인사를 남긴 유진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타로 카페를 나왔다.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온 거야?”

 

 계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리아단이 물었다. 그의 험담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대답하기 부끄러웠다. 유진은 괜히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별 얘기 안했어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시잖아요?”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아까 쏘아대는 거 너도 봤잖아. 무섭지 않았어?”

 

 가리아단의 눈동자가 2층을 훔쳐보았다.

 아쉬웠다.

 애증이라는 감정은 쉽게 버릴 수도, 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이젠 떠나야 할 때였다.

 

 “가자. 한동안은 내가 지켜줄 테니까 네 집으로 안내해.”

 “제 집으로요?”

 

 유진이 토끼 눈을 떴다.

 “당연하지. 그럼 어디로 갈 줄 알았는데?”

 “전 천하대장군님 댁으로 가는 줄 알았죠.”

 “내 집? 난 집 없어.”

 “네? 그럼 어디에서 사시는 거예요?”

 “장승골이 내 집이고 내 일터야. 네가 침대도 없고 술 냄새 진동하는 곳에서 지낼 수 있겠어?”

 

 유진이 입술을 들썩거렸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모으며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 같이 사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겨우 일주일인데 어때.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냥 집 지키는 경비원이라고 생각해.”

 

 가리아단이 껄껄 웃으며 앞서 나갔다. 유진은 진주홍의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벌써 그녀에게 연락이 하고 싶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네 집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거지?”

 “글쎄요. 방향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건 왜요?”

 

 가리아단의 뒤를 졸졸 따르던 유진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하루종일 시달리고 나니 핸드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았다.

 

 “왜긴? 당연히 방향을 알아야 뛰어갈 것 아니야.”

 “뛰어 간다고요?

 

 가리아단의 말에 놀란 유진이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갈 생각인데?”

 “당연히….”

 

 유진이 교통수단을 선택하려는데 가리아단은 벌써 쭈그려 앉아 등을 내밀고 있었다.

 

 “방향은 네가 지시해줘. 뛰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싫어요! 업혀가는 건 절대! 절대로 반대예요.”

 

 팔로 X자를 그려가며 유진이 격렬히 저항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거부의 뜻을 표하며 가리아단에게서 멀어졌다.

 

 “지금이라면 아직 지하철이 있을 테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요. 업히는 건 싫어요.”

 “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부끄럽고, 멀미도 심하니까요. 정중히 사양할게요.”

 

 멋쩍게 일어난 가리아단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로 향했다. 다행히 근처에서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긴, 여긴 진주홍이 있으니 괜찮겠지.

 

 “지하철로 가요. 버스는 길이 많이 막히니까 지하철이 좋겠어요. 역에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요. 솔직히 지금 너무나 눕고 싶거든요.”

 “지하로 가겠다고?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여기서 출발하면 겨우 일곱 정거장이니까 20분도 안 걸려요. 저 앞에 지하철역이 있으니까 금방이에요.”

 “20분…. 좋아. 그렇게 하자. 앞장 서.”

 

 찝찝함을 안고 유진의 제안에 동의했다. 둘은 신호등을 건너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

 

 막차 시간이 가까워진 열차에는 밤에 취한 승객들로 가득했다. 커플들은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대화에 집중했고, 술에 젖은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서는데 집중했다. 그 외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졸거나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덕분에 가리아단과 유진은 별 다른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둘은 두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유진은 창밖으로 지나는 야경을 바라보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걱정했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이게 된 것인지 곰곰이 따져 보았지만 딱히 잘 못한 일은 없었다.

 

 세번째 정거장에 도착해 몇몇 승객들이 내린 후 열차가 출발하자 가리아단이 침묵을 깼다.

 

 “얼마나 더 가야 내리는 거야?”

 “네 정거장은 더 가야돼요.”

 “…이게 제일 빠른 길이야?”

 

 가리아단의 눈동자는 작은 유리창 너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죠, 왜요?”

 

 화장실이 급할 리도 없고, 딱히 재촉할 이유가 없었기에 유진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사이 지상을 달리던 열차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창문에 얼굴을 바짝 붙인 가리아단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그가 급하게 몸을 떼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반대편 문으로 가는 가리아단을 본 유진이 그가 했던 것처럼 창문에 얼굴을 댔다. 그 순간 열차에 붙은 무언가가 그녀의 시야를 지나쳤다. 빠르게 사라져 확신할 수 없었지만 커다란 눈동자가 붙어있던 것은 분명했다.

 

 “꺄악!”

 

 놀란 유진이 비명을 지르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저게 뭐예요?”

 

 다급한 유진의 속삭임에 가리아단이 나무 자루를 꺼내며 대답했다.

 

 “꽃향기에 이끌려 해충이 왔어.”

 

 ***

 

 나무 자루를 고쳐 잡는 가리아단을 유진이 가로막았다.

 

 “여기서는 안돼요.”

 

 그녀는 가리아단을 끌고 열차 뒤 칸으로 이동했다. 바빠진 둘과 다르게 열차 안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다음 역에 가까워진 열차가 속도를 줄일수록 유진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우릴 쫓아오고 있나요?”

 “몰라. 시야도 좁은데 밖이 저렇게 어두우니 제대로 볼 수가 있어야지.”

 “일단, 그 창 좀 집어넣으세요! 사람들이 보겠어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럼 손 놓고 마냥 위험해 지길 기다리자는 거야?”

 “아니요. 하지만 이 안에서 사용하는 건 안 된다고요.”

 

 고집을 꺾지 않는 둘의 실랑이가 이어지는 사이 마지막 칸에 도착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열차가 서서히 멈췄다.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하차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이 내렸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잡귀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유진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거죠? 도망간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어? 본능만 가지고 있는 게 잡귀야.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해.”

 “그럼 어째서….”

 

 바로 그 순간 열차가 작게 요동을 쳤다.

 

 “왔다!”

 

 가리아단의 외침과 함께 내부 조명이 깜박였다.

 

 쿵!!

 코끼리가 들이받은 것처럼 열차가 옆으로 기울며 흔들렸다. 조용히 있던 승객들이 하나 둘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조명은 곧 정상으로 돌아왔고 열차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역을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안도하기는 아직 일렀다.

 

 “헉! 저기요!”

 

 유진이 가리아단의 멱살을 끌며 우측 창문을 가리켰다. 아담한 창문을 길고 가는 팔과 커다란 손바닥, 대나무 같은 손가락이 가득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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