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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칼로 물베기
작성일 : 19-11-10 20:21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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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아단은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도포를 벗었다. 도포를 받아든 진주홍은 망설이지 않고 길게 찢었다. 그리곤 유진의 발치로 가 그녀의 두 다리를 테이블에 묶었다.

 

 “야, 그게 어떤 건데….”

 “입 다물라고 했지.”

 

 천하대장군을 침묵하게 만든 진주홍은 유진의 상처 부위로 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머리 오른쪽에 꽂아 둔 핀을 뽑았다. 한 자 길이의 금빛 머리핀에는 地[지]자가 새겨진 매화 꽃 장식이 붙어 있었다.

 

 “단단히 잡아. 아마 얌전히 있지는 않을 거야. 놓치면 죽을 줄 알아.”

 

 짧게 숨을 들이 킨 진주홍이 왼손으로 머리핀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유진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상처를 찔렀다.

 

 “읍!!!”

 

 의식을 잃고 있던 유진이 눈을 떴다. 너무나 큰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진주홍의 손은 아프도록 압박해 왔다. 있는 힘껏 몸부림을 치자 테이블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뭐야, 이거? 어떻게 이럴 수 가 있지?”

 

 유진의 힘은 가리아단이 놀랄 만큼 강했다. 심하게 삐걱이던 오른발 쪽의 테이블 다리가 기어코 부러졌다. 균형을 잃은 테이블이 기우뚱하며 진주홍의 집중력을 흔들었다.

 

 “곧 끝나!”

 

 진주홍이 왼손에 힘을 주며 외쳤다. 유진은 온 몸을 다해 고통을 표현했고 가리아단은 필사적으로 버텼다,

 

 ***

 

 지옥 같은 몇 초가 지났다. 힘이 빠져나간 유진은 업혀왔을 때처럼 축 늘어졌다. 불덩이같이 뜨거워졌던 몸도 빠르게 식어갔다.

 

 “수고했어. 이제 놔도 돼.”

 

 진주홍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기진맥진한 가리아단은 그대로 소파에 늘어졌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진주홍이 말했다.

 

 “따뜻한 차가 필요하겠어. 준비해 올 테니까 테이블이나 똑바로 해놔.”

 “그럼 난….”

 “넌 대추차 마실 거잖아. 그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

 

 진주홍이 나간 뒤 스태프룸은 조용해졌다. 유진은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다.

 

 “휴우.”

 

 간신히 여유를 되찾은 가리아단이 한껏 눌러놓았던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만난 진주홍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비록 겉모습뿐이었지만.

 

 ***

 

 컵 세잔을 든 진주홍이 돌아왔다. 가리아단에게는 대추차를, 자신은 커피를 마셨고, 깨어난 유진에게는 따뜻한 우유를 주었다.

 

 “여기요. 우유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유진이 큼지막한 머그컵을 공손하게 받았다. 목이 바짝 말라있던 그녀는 크게 한 입 머금었다.

 

 “정말 좋네요.”

 

 식도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온기를 느끼며 유진이 말했다. 그녀는 감기 환자처럼 코를 훌쩍이며 연신 우유를 홀짝였다.

 

 “우리 처음 만나는 거죠? 반가워요.”

 

 진주홍이 한층 편해진 얼굴로 미소 지었다. 유진은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채유진이라고 합니다.”

 “진주홍이라고해요.”

 

 유진이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는 가리아단을 힐끔거렸다. 가리아단과 진주홍이 어떤 관계인지 묻고 싶었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 때문에 차마 입을 땔 수가 없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진주홍이 물었다. 솔직하게 대답해도 괜찮을까 싶은 유진이 가리아단을 쳐다봤다. 가리아단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 뚱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천하대장군이시라는 얘기는 들었어요.”

 “아, 그런가요.”

 

 진주홍은 의외라는 듯 허리를 세워 반응했다. 그녀는 “벌써 거기까지?” 라고 묻는 듯 눈을 크게 깜박였다.

 

 “그럼 제 정체도 짐작하실 수 있겠네요.”

 

 그 말 그대로였다. 유진은 진주홍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로 대충 느끼고 있었다.

 

 “……혹시 지하여장군이신가요?”

 “전직 지하여장군이죠. 그만둔 지 오래 됐어요.”

 “그만둔 게 아니라 도망친 거잖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가리아단이 말꼬리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까칠한 목소리는 누가 듣더라도 선전포고로 느낄 만큼 거칠었다. 그러나 현명한 진주홍은 싸움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유진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깨의 상처 치료는 잘 끝났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한동안은 조심해야 할 거예요.”

 

 조심해야 한다는 말에 유진이 조금 움츠렸다.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진주홍이 엄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요. 음…,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요. 악귀에게 찔리면서 그 기운이 몸에 흘러들어간 걸 저 멍청이가 제 힘으로 틀어막았어요. 그런데 그 힘 조절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과하게 주입해버린 거예요. 이해가 되나요?”

 “네. 거기까지는요.”

 “그 응급 처치 덕분에 악한 기운은 억눌렀지만 이젠 신의 기운이 문제가 된 거죠. 유진씨의 몸이 버티질 못하고 과부화를 일으킨 거예요. 다행히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절 찾아왔고 깨끗하게 정리했죠.”

 

 진주홍의 설명을 듣고 있던 가리아단이 주둥이를 쭉 내밀며 다시 한 번 불만을 표시했다.

 

 “그래. 다 내 탓이다, 내 탓이야.”

 “알아서 다행이네. 정말로 네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유진씨에게 사과라도 하는 게 어때?”

 

 얄미운 진주홍의 일침에 가리아단이 일어났다. 그는 안절부절하는 유진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실수로 널 위험하게 만들었어.”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그래. 빚은 천천히 갚으면 되지.”

 

 진주홍이 격려의 박수를 날리자 가리아단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들은 말 그대로야. 네가 저지른 사고의 뒤처리는 말끔히 해야지.”

 

 진주홍이 유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손등에 손가락을 슬며시 올렸다. 그리곤 부드럽고 따뜻하게 설명했다.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해요. 지금 유진씨 몸에는 적지 않은 신의 기운이 깃들어있어요. 그건 좋은 의미도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기운이 모두 빠질 때까지 몸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피로도 덜하고, 힘도 더 세진 것 같고, 어쩌면 시력도 좋아졌을 거예요. 예전에는 보지 못하던 잡귀들도 보일 테고요.”

 

 부드럽게 말을 이어가는 진주홍의 표정이 차츰 굳어갔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어요. 유진씨는 모르겠지만 몸에서는 신기가 흘러 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 본체는 평범한 사람이죠. 그러니 그 신기에 끌려오는 자들이 있을 거예요. 밤 낮 가리지 않고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이제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겠어?”

 

 진주홍의 화살이 가리아단에게로 날아갔다. 자신의 실수를 정확히 파악한 가리아단은 턱 빠진 강아지처럼 입을 벌린 채로 굳어있었다.

 

 “그러니까 유진씨가 이전의 평범한 상태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여기 있는 천하대장군이 보디가드처럼 항상 곁에 있을 거예요. 다소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 유진씨는 군침이 흐를 만큼 탐나는 먹이와 마찬가지거든요.”

 

 먹이. 마지막 문장에서 섬뜩함에 유진이 몸서리를 쳤다. 진심이 느껴지는 충고임은 확실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시가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 말 정말이야?”

 

 뒤늦게 가리아단이 물어왔다.

 

 “그래. 너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던 것 아니었어?”

 “하……. 미치겠네. 꼭 그래야 되는거야?”

 “저도 궁금해요. 앞으로 천하대장군님과 같이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요?”

 “네.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때까지요. 최소한 일주일은 지나야 할 거에요.”

 “일주일이나…….”

 

 넋이 나간 유진이 중얼거렸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네요. 나머지 일들은 두 분이서 의논해 보세요.”

 

 상황 정리를 마친 진주홍이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려 봐!”

 

 가리아단이 다급하게 진주홍을 불러 세웠다.

 

 “왜? 이제 가게 정리해야 해.”

 

 진주홍은 이제 가리아단에게서 흥미가 다 떨어진 얼굴이었다.

 

 “네게 물어 볼 것이 있어.”

 

 가리아단이 굳은 얼굴로 진주홍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런 분위기에 유진이 숨을 죽였다. 가리아단의 단호한 눈빛에 진주홍도 긴장한 듯 했다. 건조하기만 하던 그녀 태도도 온화해져 있었다.

 

 그러나 가리아단은 두 여성이 생각하는 것만큼 로맨틱한 남자가 아니었다.

 

 검은 물질을 꺼낸 가리아단이 진주홍에게 내밀었다.

 

 “이것 좀 봐줘.”

 “뭐? 이게 뭔데?”

 “저 녀석을 찌른 악귀가 흘리고 간 거야. 놈의 정체를 알아야 해.”

 

 가리아단은 진지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악귀 밖에 없었다.

 맥이 풀린 진주홍은 허탈함에 고개 저었고 유진은 다시 우유를 들이켰다.

 

 “그럼 그렇지. 너란 놈은 이런 일이 아니면 내게 부탁할 일도 없지.”

 

 거친 손놀림으로 검은 물질을 낚아채며 진주홍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따가운 눈초리로 검은 물질을 쏘아봤다. 조용히 눈을 감고 냄새를 맡은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어떤 모양을 한 악귀였어?”

 “정확한 형체는 알 수 없어. 온 몸을 그런 걸로 감싸고 있었으니까. 아주 잠깐 손가락이 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보지 못했어. 보통은 어둠 속에 있다가 틈을 노리고 공격해오는 기분 나쁜 녀석이었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처도 낼 수 없으니 꽤나 고전 했겠네.”

 

 진주홍의 지적에 가리아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확해.”

 

 검은 물질을 돌려주며 진주홍이 대답했다.

 

 “그슨대야. 어둠 속에 선 자라고도 불리지.”

 “그슨대?”

 

 가리아단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완전히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어딘가에 숨어있는 단어 때문에 머리가 간지러웠다. 혼란에 빠진 가리아단을 위해 진주홍이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었다.

 

 “…그러니까 그 일이 있기 전에, 두 번 정도 상대해 봤어. 강하고 여러모로 골치 아픈 면이 있어서 만만히 볼 악귀는 아니야.”

 “그래! 기억이 나! 그런데 그 때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쪽에서 잘 컨트롤만 한다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니까. 원래 그슨대는…….”

 “아니. 그거면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대처할 수 있어. 고마워. 이제 가도 괜찮아.”

 

 검은 물질을 회수하며 가리아단이 길어지는 설명을 가로막았다. 그슨대 정도는 문제없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모습에 진주홍이 말했다.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구나. 네 머릿속에는 온통 악귀들과 싸우는 것뿐이지?”

 

 철이 덜 든 아들을 바라보듯 진주홍의 눈빛에 씁쓸한 빛이 깃들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 했잖아!”

 

 발끈한 가리아단이 즉각 반응해왔다. 벌써 수 십 번이나 이야기 했지만 진주홍은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진주홍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층 커진 목소리에 진주홍도 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아니긴. 네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때가 언제인 줄 알아? 이렇게 악귀 얘기할 때, 아니면 옛날에 악귀랑 싸워서 이겼을 때 이야기. 아니면 앞으로 싸울 악귀 이야기. 내 말이 틀려? 이 악귀 중독자야!”

 

 이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두 신은 유진이 있다는 것도 잊고 감정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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