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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천하대장군
작성일 : 19-11-10 20:18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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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입은 악귀는 한층 더 사나워졌다. 그것이 내는 쇳소리는 신경질적이었고 듣는 이에게까지 악의가 전해질 정도였다.

 

 가리아단은 정면에 위치한 창문을 응시하며 침착하게 걸음을 땠다.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유진의 핸드폰은 너무도 멀어보였다. 핸드폰을 향해 몸을 날려 악귀를 향해 비추는 동선은 너무도 길었고 위험했다. 더욱이 위독한 유진까지 얽혀있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은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악귀가 다시 움직였다. 천장을 발판삼아 펄쩍대더니 별안간 쇠뇌처럼 발사되어 날아왔다. 가리아단은 기다렸다는 듯 창을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튕겼다.

 

 핏!

 창날의 혈조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그 밝기가 너무나 약해 악귀의 그림자를 물려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창을 투과해 달라붙은 악귀는 가리아단의 팔을 뜯기 시작했다. 수 십 마리의 거머리에게 물어뜯기는 듯 한 통증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가리아단은 침착했다.

 

 “걸렸구나, 멍청한 자식!”

 

 가리아단은 팔에 악귀를 단 채로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면에 보이는 주유기가 그의 목표였다. 가리아단은 망설이지 않고 창문 밖으로 창을 던졌다. 그리곤 악귀를 방패처럼 들어올리며 시원하게 속삭였다.

 

 “잘가라!!”

 

 일직선으로 날아가 주유기에 꽂힌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그을음으로 얼룩진 손가락이 딱 소리를 내며 튕기자 부서진 주유기에 불꽃이 튀었다.

 

 콰과과과광!!

 “키아아아앗!!”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악귀가 질러대는 괴성이 하늘을 부술 듯 퍼져나갔다. 그 때문에 가리아단의 웃음 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렸다.

 

 ***

 

 눈을 감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정신을 차린 유진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뜨거워졌고 그제야 그녀는 주유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해냈다.

 

 “헉! 으앗!!”

 

 놀란 유진이 정신없이 팔을 휘두르며 깨어났다. 그러나 이내 어깨를 찢는 통증에 다시 쓰러졌다.

 

 “아아아….”

 “이봐, 괜찮아?”

 

 가리아단의 목소리에 유진이 부어오른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여긴 어디죠? …이제 안전한 건가요?”

 “그래, 당분간은.”

 

 얼얼한 통증을 참으며 유진이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어깨는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팔꿈치에도 힘이 들어가질 않았고 손가락은 간신히 감각만 살아있는 것 같았다.

 

 “제 몸이 어떻게 된 거죠? 팔이 말을 듣지 않아요. 어깨도 부서질 것 같고, 우욱…!”

 

 속이 뒤집힌 유진이 하얀 거품을 토해냈다. 가리아단은

 

 “상처를 치료해야 해. 악귀에게 찔린 부분을 중심으로 부패한 기운이 퍼지고 있어.”

 

 몸을 누인 유진은 그제야 불길에 휩싸인 주유소를 발견했다. 지옥의 입구라도 열린 것처럼 시커먼 연기를 하늘로 뿜어내는 모습은 발가락까지 저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그 괴물은 죽은 건가요?”

 “아니, 아쉽지만 도망쳤어. 하지만 당분간은 날뛰지 못하겠지. 지금은 악귀보다 네 몸이 먼저야. 자, 일어나봐.”

 유진은 가리아단에게 의지해 무릎을 세웠다. 어렵게 일어났지만 부들대는 다리는 아직 움직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유진이 다시 쓰러졌다.

 

 “어쩔 수 없군. 내게 업혀.”

 

 도포를 벗은 가리아단이 유진에게 등을 내주며 말했다.

 

 “업히라고요?”

 “그래. 이런 곳에서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어. 내가 치료하기엔 무리야.”

 “차를 타는 게 아니고요? 설마 뛰어갈 생각이에요? 제 차가 저기에 있어요.”

 

 유진이 세워둔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 하지만 가리아단은 막무가내였다.

 

 “난 운전할 줄 몰라. 이렇게 실랑이 할 시간이 없다니까? 결정해. 업히던지, 아니면 안기던지.”

 “…알겠어요. 대신 떨어트리면 안돼요.”

 

 유진이 깊이 들이켰던 숨을 내쉬었다. 말을 조금 했을 뿐인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리아단이 설명보다 몸 상태가 더 심학한 것 같았다.

 

 가리아단의 등은 넓고 단단했다. 그에게서 기름 냄새와 나무 탄 냄새가 났다. 얇은 옷 아래에 숨은 탄탄한 근육이 엠보싱처럼 일렁였다.

 

 “빨리 달릴 거야. 만약 못 참겠으면 어깨를 두드려.”

 “알겠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유진의 불평이 가리아단의 귓가를 지나갔지만 그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는 아이들을 감싸듯 도포를 포대기처럼 두른 뒤 강하게 묶었다.

 

 “출발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

 

 가리아단이 땅을 박차고 뛰었다. 유진은 세차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렸다. 마치 서핑 보드를 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가리아단의 등이 점차 편해졌다.

 

 ***

 

 겨우 5분이나 달려왔을까. 유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내려, 내려주세요…….”

 

 등을 두드리던 유진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남은 힘을 짜내 어깨를 꼬집었다. 신호를 받은 가리아단이 멈췄다. 흐린 구름 뒤에 숨은 달이 어천 저수지 위에 뜬 것이 보였다.

 

 “이봐, 괜찮아?”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가리아단은 황급히 도포를 풀고 유진을 눕혔다. 그녀는 그 사이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입가에는 회색빛 거품이 묻어났고, 어깨를 중심으로 퍼진 검은 얼룩은 목까지 뻗어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제기랄!!”

 

 가리아단이 나무 자루를 꺼냈다. 그의 표정에는 당황함과 비장함이 엉켜있었다. 다시 창을 만든 뒤 천천히 숨을 골랐다. 창끝은 어깨의 상처를 겨냥했다.

 

 “날 원망하지 마.”

 

 이를 악 문 가리아단은 높이 든 창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아아아아악!!!”

 

 유진이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가리아단은 창을 꽂은 그 상태로 힘을 주었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바람이 창을 타고 상처를 파고들었다.

 

 “그만!! ……윽!”

 

 유진이 팔다리를 저으며 버둥거렸지만 가리아단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유진은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까무러쳤다. 가리아단은 필사적으로 바람을 밀어 넣었고 그만큼 빠르게 지쳐갔다.

 

 ***

 

 저수지는 우주처럼 검은색을 머금고 있었다. 잔잔한 바람이 물가를 스쳐 내려온 달그림자가 산산이 부서졌다. 풀벌레들의 노래 소리와 개구리 울음이 밤중의 오케스트라처럼 잔잔하게 들려왔다.

 

 텀벙.

 

 물가를 울리는 소리에 유진이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는 데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유진은 큰 어려움 없이 몸을 일으켰다. 아주 천천히 어깨를 움직여보았다. 여전히 얼얼해 내 것이 아닌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통증은 많이 가셔 있었다.

 

 유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도포가 내려와 팔에 닿았다. 밤공기를 머금은 도포는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저기요?”

 

 가리아단을 찾았지만 그는 주위에 없었다. 뻣뻣하게 굳은 목을 돌리는데 물가에서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물에 비친 달빛이라고 여겼는데 점점 커지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생물 같았다. 반짝인다고 여겼던 것은 하얀색이었고 그것은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움직이는 정체불명의 것이 유진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어어? 저게 뭐야?”

 

 놀란 유진이 몸을 움츠리는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날아온 창이 뭍으로 올라온 그것을 맞췄다. 창에 꿰뚫린 그것은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가리아단이 나타났다. 그는 유진을 매우 착잡한 얼굴로 내려 보았다.

 

 “결국 보이게 됐구나?”

 

 눈을 뜬 것은 놀랍지 않은 표정이었다. 가리아단은 작게 한 숨을 쉬며 유진의 곁에 앉았다.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일단 사과할게.”

 “…보이다니요? 그것보다 뭘 사과한다는 말이죠?”

 

 유진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어렴풋이 가리아단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가리아단이 유진의 어깨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서 다급하게 응급 처치를 해야 했어. 다행히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지만 부작용까지 생긴거야.”

 “부작용이라니요?”

 

 가리아단의 시선이 물가의 그것이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물가에서 다가오던 건 근처에 머무르던 잡귀이었어. 그걸 네가 볼 수 있게 된 거야.”

 

 유진은 온 몸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몸서리를 쳤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뭐라고요?”

 

 놀랄 타이밍을 조금은 놓쳐버린 유진이 엉덩이를 들썩였다. 있는 힘껏 가리아단을 쏘아 부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슨 짓이냐고, 책임질 수 있냐고, 마구 몰아치려던 말들을 제치고 목구멍을 거친 한 마디는 너무도 단순했다.

 

 “…그래서, 전 어떻게 되는 거죠?”

 

 맥 빠진 물음에 가리아단이 픽 웃어버렸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 말고는 걱정할 것 없어. 시간이 지나면 잡귀들은 예전처럼 보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지.”

 “다행이네요.”

 

 유진이 한숨과 함께 상처를 확인했다. 검은 자국이 남았던 구멍이 푸른빛을 띤 드라이 아이스같은 것으로 막혀 있었다. 어설프게 막힌 틈새에서 거미줄보다 더 가는 실오라기가 한 올 한 올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악귀, 이번에는 잡귀. 그리고 그런 것들을 보고 맞설 수 있는 남자라니….”

 

 유진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의 가리아단을 봤다.

 

 “가리아단씨.”

 “고소할 생각이라면 한 가지만 알아둬. 네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난 결국 무혐의로 풀려날 거야. 그리고 똑같은 일이 생긴다면 난 똑같은 일을 할 거야. 난 옳은 행동을 했을 뿐이야.”

 “그런 게 아니에요.”

 

 어처구니없는 주절거림에 유진이 실소를 터트렸다.

 

 “묻고 싶은 게 있을 뿐이에요.”

 “들어봤자 믿지 않을 걸.”

 

 가리아단의 목소리가 다소 진지해졌다. 반면 놀란 유진은 조금 톤이 높아졌다.

 

 “제가 할 질문이 뭔지 알아요?”

 “알지. 뻔하잖아.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묻곤 하지.”

 “당신의 정체가 뭐죠? 라고요?”

 

 미소와 함께 가리아단이 눈을 맞췄다. 유진도 따라 웃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저도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겠지.”

 

 개구리라도 뛰어들었는지 저수지에서 텀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짓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 어느 정도 눈치 챘으니까요.”

 “평범하지 않다고? 하하. ……그렇긴 하지.”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가리아단이 하늘을 올려보며 대답했다.

 

 “난 천하대장군이야.”

 “천하대장군이…?”

 

 천하대장군.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유진의 기억 속을 맴돌았다.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 속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불현 듯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에 보았던 사실도.

 

 “장승골!! 장승골의 장승이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얘기할 때 그 장승이에요?”

 “그럼 뭔 줄 알았어?”

 “그냥 술집이라고 생각했죠. 누가 그걸 보고 천하대장군을 떠올리겠어요?”

 “원래 장승하면 천하대장군이 떠올라야지.”

 “진짜에요? ……정말 천하대장군이라고요?”

 

 동그래진 눈으로 유진이 재차 물었다.

 

 “못 믿겠으면 신분증이라도 보여줘?”

 “그런 것도 있어요?”

 

 연달아 놀라기만 하는 유진을 보며 가리아단이 키득거렸다.

 

 “아니, 있을 리 없잖아. 아! 저기에 내 이름표가 있네.”

 

 가리아단이 거꾸로 꽂혀있는 창을 가리켰다. 창 날에 새겨진 天[천]자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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