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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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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10 20:16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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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찾아온 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하얀색에 가까운 빛을 발하는 달을 응시하고 있자니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가리아단은 경찰서 앞에 서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찢어진 도포를 벗어서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 낀 뒤 일자로 뻗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요란한 스타일에 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걷던 가리아단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섰다. 괜히 오르는 흥에 몸을 들썩이며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데 눈앞으로 검은 물질이 든 봉투가 불쑥 들어왔다.

 

 “이거 위험한 것 맞지?”

 

 가리아단의 옆에 선 서장이 말했다. 그가 내민 봉투를 받으며 가리아단이 대답했다.

 

 “그래. 그것도 상당히. 범인이 사람이 아니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네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정체는 모르는 것 같네. 이거 골치 아파지는데.”

 

 서장이 아랫 입술을 빼물었다. 그런데 까칠까칠하던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늘어졌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고 두 사람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서장이 가리아단이 옆구리에 낀 도포를 빼앗았다.

 

 “뭐하는 거야?”

 “좀 빌려줘. 혹시라도 사람들 놀랄까봐 그런다.”

 

 도포를 펼친 뒤 머리에 뒤집어 쓰며 서장이 불퉁거렸다.

 

 “이게 다 너 도와주려고 한 거 아니야. 정말 귀찮게 여러 가지로 귀찮게 한다니까.”

 “내가 나만 좋자고 이런 일 하는 게 아니잖아.”

 “너 때문에 내 일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잖아. 에휴, 내 신세야.”

 

 횡단보도를 건넌 서장이 도포를 걷어내자 중년의 남자였던 얼굴이 이현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현은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가리아단에게 도포를 쥐어주었다.

 

 “잘 썼어. 너 이 빛은 비싸게 받아낼거야.”

 “알았어, 알았어. 너 그 얘기 몇 번 째인지 알아?”

 “그만큼 네가 들쑤시고 다닌다는 얘기잖아. 이 망할 장승놈아!”

 

 이현이 빽하고 쏘아 부쳤다.

 

 두 사람은 곧장 택시를 잡아타고 장승골로 향했다.

 

 ***

 

 다음 날 저녁 6시 40분

 

 유진은 장승골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잠복 중이었다. 문 닫은 노래방 앞에 차를 받치고 기다린 지 벌써 1시간이 지나 있었다. 유진은 운전대에 기대어 잔뜩 힘이 들어간 눈빛으로 장승골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아직까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방진이 가게 문을 열었고, 6시가 넘어서 이현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나타난 가리아단이 나타났다. 복장은 여전히 요란했고 꼿꼿한 자세도 그대로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젯밤 사건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내가 경고하는데 이 사건에서 손때! 괜히 아까운 시체만 늘리는 꼴이 될 테니까!”

 

 사람을 깔보는 눈빛과 자만심이 흘러넘치는 어조, 오만하기 짝이 없는 대사는 떠올릴 때마다 사람의 속을 뒤집었다.

 

 쾅!

 

 괜스레 울컥한 유진이 운전대를 내리쳤다. 열이 오른 그녀는 창문을 열고 의자를 조금 뒤로 젖혔다.

 

 “그런 괴팍한 남자가 있는데도 손님들은 많네. 이상한 소문 투성이던데.”

 

 수첩을 뒤적이며 유진이 중얼거렸다. 어젯밤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장승골에 대해 여러 가지를 조사한 터였다. SNS에서 심심치 않게 장승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몇몇 방문 후기가 유진의 시선을 끌었고, 이렇게 잠복까지 하게 만들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라……. 이런 게 정말 있을 줄이야. 하긴, 뭐든 화제만 만들면 돈이 되는 세상이니.”

 

 유진의 불평과 동시에 또 한 커플이 장승골 안으로 들어갔다. 팔짱을 끼고 알콩달콩 입술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한층 더 퍼렇게 시들었다.

 

 “누군 애인하고 술 마시러 가는데 누군 차 안에서 외롭게 다 식은 햄버거나 먹고 있고, 오늘이 내 생일인가보다.”

 

 외로움에 애꿎은 운전대만 두드리는데 또 한 사람이 유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 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 장승골 입구에서 쭈뼛거렸다. 제 자리에서 방황하던 그녀가 잠시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유진은 가게 안에서 벌어지는 지 확인하기 위해 가게 입구로 다가갔다. 문에 바짝 붙은 유진은 유리창 너머로 실내를 훔쳐보았다.

 

 가게에 들어간 손님은 이현에게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가리아단이 서빙하고 있었고, 이내 그녀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손님은 가리아단과 짧게 대화를 나눈 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유진의 머릿속에서 그녀의 이동 경로가 그려졌다. 지금쯤이면 구석에 있는 장승 가까이 도달했을 것이었다.

 

 잠시 유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손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 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유진은 문에서 몇 걸음 떨어져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가게 밖으로 나온 여성 손님은 문이 닫히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걱정에 땅이 꺼지는 숨이 아닌, 희망의 끈을 잡은 따뜻한 숨결이었다. 타이밍을 재던 유진이 슬그머니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냈다.

 

 “안녕하세요.”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손짓으로 신분증을 내밀었다.

 

 “실례지만 조금 여쭤볼 게 있는데요. 괜찮을까요?”

 “…네? 무슨 일이시죠?”

 “큰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가게에 대해 여쭤보려고요. 괜찮으실까요?”

 “네. 그런 거라면 상관없지만, 저도 여긴 처음이라서 별로 아는 게 없는데요.”

 

 손님은 처음이라는 대답을 하면서 옷깃을 여몄다. 눈가에 진 잿빛 기미가 그녀의 심리 상태를 대변해주었다.

 

 “술은 안 드신 것 같네요.”

 “네…….”

 

 그녀는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계속해서 쓸어 넘기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그녀의 태도가 유진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

 

 “그럼 다른 목적으로 방문하신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게 조금 말하기가…….”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힘들게 입을 땠다.

 

 ***

 

 가리아단은 새로 준비한 도포가 마음에 들었다. 찢어진 것과 같은 빨간색이었지만 문양은 더욱 화려했다. 일전의 것이 한 나라의 왕의 복장이라면 이번 것은 제국의 황제를 위한 것 같았다. 용과 봉황, 기린 등 고귀한 생물이라면 모조리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네 취향도 정말 못 봐주겠다. 그게 뭐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니는 줄 알겠어. 너무 눈에 띄게 다니는 것 아냐?”

 

 펄럭이는 도포를 보며 이현이 한 마디 거들었다.

 

 “거울이나 보고 얘길 하시지. 오늘 컨셉은 폭포야, 뭐야?”

 

 이현의 푸른빛 머리칼을 보며 가리아단이 받아쳤다. 허리까지 닿는 긴 생머리는 강렬한 색감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화사했다.

 

 “난 눈에 띄게 어울리는 좋은 예. 넌 반대. 알아듣지?”

 “말이나 못하면….”

 

 두 친구의 험악한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방진이 본인의 손바닥만한 빈대떡을 뒤집으며 물었다.

 

 “그래서 일단 가볼 생각이야?”

 “같은 녀석일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꼬리를 잡을 수도 있을지 모르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가리아단이 머리를 더욱 강하게 묶으며 대답했다.

 

 “위험할지도 몰라.”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젠 잘 알잖아?”

 

 말끝을 치켜 올리며 턱에 힘을 주자 굵은 수염이 빳빳하게 일어섰다. 매무새를 정리하는 가리아단은 생기가 넘쳐났다. 신선한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그의 눈동자는 쾌락이 차오르고 있었다. 조금은 위험해 보였지만, 옆사람도 덩달아 웃게 만드는 표정이었다.

 둘의 대화를 아니꼽게 바라보던 이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주 신이 나셨네. 그렇게 즐겁냐?”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즐거우면 좋지. 난 일하러 가는 거야, 그것도 목숨을 건 위험한 일.”

 “그래.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 이 얘기가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가 왜 이 일을 계속하는지 이해가 안 돼.”

 

 옷을 입고 검은 물질까지 확실히 챙긴 가리아단이 대답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 갔다올게.”

 “조심해.”

 “죽지나 말고 돌아와.”

 

 쀼루퉁한 이현과 근심 가득한 방진의 인사를 뒤로 한 채 가리아단은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

 

 여성 손님은 유진에게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털어놓았다.

 

 “인터넷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을 쪽지에 적어 붙이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가게 이야기를 봤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웃어 넘겼죠. 그런데 사람이 절박해지니까 찾아오게 되네요.

  이틀 전, 출근했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핸드폰은 꺼져있고 직장으로 전화를 해도 출근하지 않았다는 얘기뿐이었어요. 직접 찾아가 봤지만 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죠. 경찰에 신고도 해 보았지만 이틀정도 연락이 안 되는 걸로는 실종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데요. 결국 웃어넘겼던 소문에 의지하게 되었네요.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아요.”

 

 그렇게 말을 끝맺은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곤 돌아갔다.

 

 차로 돌아온 유진은 그녀가 남긴 이야기를 곱씹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게 정말이라고?”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믿는 다는 사실이 우스웠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마음도 이해되었다. 그럼에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 믿기 어려웠다.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한 수첩에는 적었다가 지운 흔적이 가득했다. 나름의 정리를 시도 해보았지만 논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 한 가지 뿐이었다.

 

 “그 꽁지머리 자식, 순 사기꾼이잖아!”

 

 유진은 가리아단을 향한 악감정을 쏟아내며 장승골로 눈길을 돌렸다. 털어보면 먼지 안 나올 사람이 없듯, 가리아단에게도 분명 구린 부분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그녀의 가설에 증거를 들이밀 듯 가리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뒷문을 통해 나온 가리아단은 어두운 골목에 숨어 고개만 슬그머니 내밀었다. 유진은 반사적으로 엎드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가리아단은 분명 숨기는 것이 있었고, 이건 그 것을 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진은 눈만 빠끔히 내놓고 가리아단을 찾았다. 어느새 골목을 벗어난 그는 장승골 옆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는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유진은 천천히 시동을 걸고 그를 미행했다.

 

 ***

 

 분명 6층 건물이었다. 어쩌면 7층일 수 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행동을 가리아단은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다.

 

 “어머어머!!”

 

 높은 옥상에서 옆 건물로 뛰어내리는 가리아단을 보며 유진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이 사치라고 놀리 듯 가리아단은 멀쩡히 일어나 곧장 다음 건물 위로 올라갔다.

 

 “아니, 저거 사람 맞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뼈가 강철로 만들어져있나? 아님 내가 꿈을 꾸는 건가?”

 

 가리아단은 마치 바람을 타듯 거침없이 달렸다. 유진은 필사적으로 그의 뒤를 밟았지만 빨간불로 변하는 신호등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젠장!!”

 

 신호에 걸린 유진이 분통을 터트렸다. 건물 옥상 위로 폴짝대며 뛰어다니는 가리아단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보통 사기꾼이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가 있지?”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답답함만 가중될 뿐이었다. 유진은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가리아단의 목적지는 뻔했다. 그가 뛰어가고 있는 방향이 내비게이션에 찍힌 여성의 아버지 직장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쪽지. 아버지가 실종된 여성. 그 아버지의 직장으로 향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아주 작은 조각이었지만 퍼즐이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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