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검은 물질
작성일 : 19-11-10 20:07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50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리아단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그의 눈빛에 창준과 유진이 압도되었다. 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창준이 단전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사건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겠죠. 아무것도 찾지 못하셨을 테니까요. 그랬다면 절 찾아와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이유도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제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을까요? 했다면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저기요.”

 “제가 할 말은 다 한 것 같군요.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시죠.”

 

 유진의 말을 끊으며 가리아단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를 유진이 막아섰다.

 

 “방금하신 말, 무슨 의미죠?”

 “야, 채유진. 그만 둬.”

 

 창준이 말렸지만 유진은 막무가내였다. 이상한 옷차림에 알아듣지 못할 말로 사람의 정신을 빼놓는 남자에게 무시당하고 나니 더 이상은 참을 수 가 없었다.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달라질 것이 없다고요.”

 

 가리아단의 대답과 동시에 창준이 유진을 당기며 말을 막았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여쭤볼 게 있으면 찾아오겠습니다.”

 “수고하시죠.”

 

 키가 큰 가리아단이 두 형사를 내려보며 인사했다.

 

 “아니요. 아직 대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리아단씨? 뭘 숨기고 계신 거죠?”

 “채유진!”

 

 창준의 호통이 이어졌지만 그건 유진을 더욱 부채질 할 뿐이었다. 그녀는 가리아단을 쫓아가 다시 길목을 막았다. 붉어진 얼굴로 두 눈을 사납게 뜬 형사가 노려보고 있었지만 가리아단은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자신의 어깨 밖에 오지 않는 앳된 여형사를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내려 보았다.

 

 “채유진 형사님, 그만하시죠.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래봬도 바쁜 몸이거든요.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네요. 정 하실 얘기가 있다면 영장을 들고 오시던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뭔가 잘 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가리아단씨. 지금 가장 의심을 받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걸 모르고 계신 것 같네요. 절대로 여유 부리실 상황이 아니에요.”

 “그 말은 내가 범인이라는 얘기입니까?”

 “최우선 용의자라는 얘기죠.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 사건 발생 시점부터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현장에서 모습이 잡힌 사람은 가리아단씨 밖에 없으니까요.”

 

 유진이 또박또박 말을 끊으며 턱을 치켜 올렸다.

 

 “하…, 참 나. 내가 살다 살다…….”

 

 유진의 도발 한 번에 그토록 침착하던 가리아단이 흔들렸다. 그는 도포를 젖히고는 고개를 계속 흔들며 뜨겁게 올라오는 울분을 뿜어냈다. 그런 변화를 빠르게 눈치 챈 이현이 냉큼 달려와 가리아단을 달랬다.

 

 “야, 가리아단? 진정해. 진정해.”

 “방금 들었어? 나보고 범인이라는 얘기, 나보고! 이해가 돼?”

 “범인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신경 쓰지 마.”

 

 확실히 가리아단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의 약점을 찾은 유진은 조금 더 흔들면 그가 숨기고 있는 것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고, 그래서 더욱 그를 자극했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시네요. 본인이 당당하다면 흥분할 이유도 없지 않나요? 혹시 찔리는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결국 가리아단이 폭발했다. 불호령 같은 그의 외침에 장승골 안의 모두가 굳어버렸다. 침착하게 상황을 관전하던 창준과 한껏 흥분한 유진조차 가리아단의 기세에 눌려 숨을 죽였다. 가리아단의 외침은 주방에서 숨죽이고 있던 방진까지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장승골의 세 사람과 두 형사가 대치하고 섰다.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창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건 설명이 필요하겠는데요.”

 “…그건.”

 

 가리아단은 곧장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굳어진 이현과 방진의 표정만 보아도 일이 안 좋게 흘러가는 건 파악할 수 있었다.

 

 “가리아단씨? 대답해주셔야겠습니다만.”

 “다녀와.”

 

 대답을 망설이는 가리아단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현이 말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꿀밤을 놓을 것처럼 한심한 눈으로 가리아단을 쳐다보았다.

 

 “…진심이야?”

 

 의외의 대답에 가리아단 물었다. 이상하게 흘러가는 대화에 두 형사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 넌 찔릴 것 없잖아. 괜히 가게 시끄럽게 하지 말고 경찰서 가서 말끔하게 해결 짓고 와.”

 

 이현이 눈을 찡긋해보였다. 애교? 비밀 약속? 속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윙크가 험악해진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은 진정한 가리아단이 방진을 보았다. 식칼은 든 방진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리아단은 본인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좋습니다. 자세한 건 자리를 옮겨 얘기하도록 하죠.”

 

 순순히 항복한 그는 창준와 유진을 따라 장승골을 나섰다.

 

 ***

 

 경찰서에 도착한 가리아단은 온 몸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경찰서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주눅이 들거나 조용해질 법도 했지만 가리아단은 달랐다. 그는 심통이 난 아이처럼 뚱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유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난 잘못한 것이 없으니 할 말도 없다. 라는 그의 마음보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기요. 드세요.”

 

 유진이 가리아단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대추차는 없습니까?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죄송하네요. 여긴 커피 밖에 없거든요.”

 

 가리아단은 못 마땅한 듯 시선을 피하며 컵을 받았다. 조심스레 커피 맛을 확인한 그는 온갖 인상을 쓰며 내려놓았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제가 경솔하게 말한 건 사과할게요.”

 

 유진이 먼저 어른스럽게 사과를 건넸다.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말꼬리가 기어들어가듯 작아졌다. 유진이 먼저 저자세로 나오자 가리아단도 마냥 어깃장을 부릴 수 없었다.

 

 “사과는 받아들이죠.”

 “좋아요. 이제 괜찮은 거죠?”

 

 가리아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맛을 다시던 그는 다시 커피를 홀짝였지만 이내 혓바닥을 내두르며 다시 내려놓았다.

 

 “그럼 대답해 주시겠어요?”

 “뭘 말이오?”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얘기하셨잖아요. 그 얘길 해주세요. 오래 붙잡지는 않을게요. 어른스럽게 깔끔하게 정리하도록 하죠.”

 

 유진이 싱긋 웃어보였다. 토끼 같은 미소에 기분이 풀어질 만도 했지만 가리아단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 못합니다.”

 “왜죠? 얘기하지 못할 거라도 보신건가요?”

 

 가리아단이 유진을 비웃듯 말했다.

 

 “아니, 사실을 얘기한다 하더라도 이해시킬 수 없기 때문이죠.”

 

 유진은 혈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침착하게 숨을 고르며 그녀가 물었다.

 

 “제가 들어보고 결정할 테니 얘길 해 주시죠.”

 

 유진의 회유에 가리아단은 침묵으로 답했다.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 답답함에 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방법을 쓰기로 한 그녀가 작은 비닐 봉투를 내밀었다.

 

 “좋아요.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어보도록 할게요. 이 안에 있는 것이 뭔지 아시겠어요?”

 

 비닐 봉투에는 창준이 창틀에서 발견한 검은 물질이 들어있었다. 혹시나 그의 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가 어떤 대답을 하던(아마도 모른다고 할 것이 분명했지만) 유진은 가리아단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보인 반응은 유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걸 어디서 발견했죠?”

 

 갑자기 심각해진 가리아단이 물었다. 덕분에 유진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에서요.”

 “누가 찾은 거요?”

 “그건 왜 물으시죠? 뭔지 아시겠어요?”

 “아니, 그렇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하는지는 알고 있죠.”

 

 가리아단은 봉투를 품에 넣으며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그리고 그건 가져가시면 안돼요.”

 

 유진이 가리아단을 붙잡았다. 하지만 가리아단은 안중에도 없는 듯, 유진을 뿌리쳤다.

 

 “내가 경고하는데 이 사건에서 손때요. 괜히 아까운 시체만 늘리는 꼴이 될 테니까.”

 “뭐라고요?”

 “귀가 먹었어? 더 이상 이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고, 당신 파트너한테도 말하고 더 높은 서장이든 누구에게든 얘기해서 조사하는 걸 멈춰요.”

 “지금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봉투 내놓으세요!”

 

 막무가내로 돌아가려는 가리아단과 그를 붙잡는 유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변 형사들이 유진의 편에 합류하면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유도 선수같은 체격의 경찰이 넷이나 달라붙었지만 가리아단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귀신같은 힘으로 다섯 명을 압도하며 한 발짝씩 걸음을 내딛었다. 강력반 입구가 가까워지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모두의 시선이 쏠린 곳에 창준과 더 나이든 남자가 서 있었다. 까맣게 탄 피부에 반쯤 벗겨진 머리의 그는 짙은 눈썹을 꿀렁이며 두 눈을 부라렸다. 정복을 입은 그의 한 마디에 형사들이 가리아단에게 떨어지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서장님!!”

 

 경찰 서장은 창준을 노려보더니 가리아단에게로 걸어왔다. 몸싸움으로 헝클어진 머리와 너덜너덜해진 도포를 확인한 서장의 시선이 형사들에게로 옮겨갔다.

 

 “채유진, 무슨 일이야?”

 

 바짝 굳은 유진은 서장에게 가리아단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서장은 어이가 없는 지 피식피식 웃어댔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서장이 가리아단에 말했다.

 

 “그 봉투를 볼 수 있겠습니까?”

 

 서장을 위 아래로 훑어보던 가리아단이 코를 훌쩍였다. 그러더니 별 말 없이 봉투를 넘겨주었다. 서장은 형광등에 비춰보며 봉투 속에 든 물질을 유심히 살폈다. 빛도 투과하지 못한 검은 물질에 눈가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봉투를 조몰락대던 그가 유진에게 물었다.

 

 “이게 중요한 증거물이라도 되는 거야?”

 “아, 아니요.”

 

 깜짝 놀란 유진이 대답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네? 그렇지만 아직 아무것도….”

 “야, 지금 이 분 상태 안보여?”

 

 서장이 가리아단의 도포를 흔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런 죄도 없는 분을 영장도 없이 모셔 와서 이런 꼴로 만들고는 그런 소리가 나와?! 채유진, 너 자꾸 이렇게 선 넘는 행동 할 거야? 지금 너희 다 고소당해도 할 말이 없어!”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세차게 혀를 차며 창준에게 명령했다.

 

 “딴말하지 말고 보내드려. 알겠어?”

 

 고개를 떨어뜨린 창준은 조용히 대답했다. 검은 물질을 챙긴 서장은 가리아단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큰 걸음으로 나갔다.

 

 조용해진 강력반에 침울한 바람이 불었다. 유진을 도와주던 형사들은 불퉁거리며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창준은 유진에게 돌아가라는 손짓을 한 뒤 가리아단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가리아단씨.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네. 여러 가지로 고생하셨습니다. 수고들 하세요.”

 

 가리아단은 촉 떨어져 앉아있는 유진을 힐끗 쳐다보곤 가벼운 걸음으로 경찰서를 벗어났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작정상 후퇴 2019 / 11 / 10 200 0 5479   
19 불안한 함정 2019 / 11 / 10 192 0 5408   
18 보고싶다 친구야 2019 / 11 / 10 198 0 5146   
17 작은 충돌 2019 / 11 / 10 206 0 5243   
16 가족의 이야기 2019 / 11 / 10 183 0 5416   
15 신화가 되어라 2019 / 11 / 10 195 0 5072   
14 정말? 국회의원? 2019 / 11 / 10 185 0 5341   
13 죽어가는 숲 2019 / 11 / 10 189 0 5324   
12 꼬리를 찾아봐 2019 / 11 / 10 193 0 5285   
11 불편한 출근길 2019 / 11 / 10 178 0 5080   
10 룸메이트 2019 / 11 / 10 190 0 5320   
9 꽃 향기에 이끌려 온 해충 2019 / 11 / 10 206 0 5187   
8 칼로 물베기 2019 / 11 / 10 198 0 5165   
7 그리고 진주홍 2019 / 11 / 10 199 0 5457   
6 천하대장군 2019 / 11 / 10 190 0 5280   
5 검은 악귀 2019 / 11 / 10 200 0 5288   
4 추적 2019 / 11 / 10 179 0 5397   
3 검은 물질 2019 / 11 / 10 226 0 5074   
2 장승골 2019 / 11 / 10 207 0 5544   
1 수상한 남자 2019 / 11 / 10 334 0 50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