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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10)
작성일 : 19-11-10 16:37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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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찾아 헤맸던 야크가 문을 열고 불쑥 들어와 자신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유진 또한 머리가 멍 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몇 초 정도 지났을까, 유진이 먼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크… 오랜만이네요.”

 유진은 맺혀 있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놀란 눈을 하고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야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오랜만이야, 유진.”

 석실문을 열고 들어온 야크는 이곳에 그녀가 있는 게 놀라웠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으음….”

 

 그때, 야크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에게서 신음이 들려왔다.

 그는 여자의 안색을 급히 살펴보고 급한 듯 석실 안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유진은 석실 안쪽으로 들어오는 그의 옷이 날카로운 뭔 가에 여기저기 찢겨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옷은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온통 시뻘겋게 물들어 원래 빨강색 옷인 줄 착각할 정도였고,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의 옷도 누구 것인지 모르는 피로 인해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재빨리 돌기둥 앞까지 걸어온 그는 품에 안고 있던 여자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 물이 담겨있는 돌접시를 들어 여자의 입에 천천히 물을 흘려 넣어주고나서 자신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이 매우 말랐던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곳엔 어떻게 들어온 거지?”

 어느 정도 목마름이 가신 듯 야크는 들고 있던 접시를 돌기둥 위에 올려 놓고서 유진을 보며 물었다.

 

 “당신 딸이라고 말하는 밀리온이라는 분이 우릴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유진은 야크 앞에 누워있는 젊은 여자의 은빛머리색에 시선을 주며 대답했다.

 

 “밀리온이, 음…그랬군. 그런데 Å(오)에는 왜 와있는 거지?”

 야크는 바위 위에 누워있는 찰스를 바라보며 유진에게 물었다.

 

 “당신을 찾아온 거예요.”

 

 “나를?”

 찰스의 왼팔이 뜯겨져 나간 자리를 본 야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를 살려준 당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

 야크는 고개를 돌려 궁금한 얼굴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유진의 눈을 마주 쳐다봤다.

 

 “당신은 그들과 무슨 관계죠? 그들은 대체 뭐고요?”

 자신을 살려줬지만 유진은 아직 야크가 그들의 편이 아니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진,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고 당신 나라로 떠나. 더 이상 나랑 엮이지 말고.”

 야크는 걱정이 잔뜩 배여있는 목소리로 유진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들 때문에 한번 죽었던 저예요. 그리고 조금 전엔 그들이 찰스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놨어요. 야크, 한국으로 도망친다고 한들 저들이 저를 못 찾을 것 같아요? 아마 세상 끝까지 저를 쫓아올 거예요.”

 

 “음….”

 야크는 유진의 말이 끝나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유진, 그들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야크는 그들이 그녀에게서 돌의 행방을 알아낼 때까지 절대 포기 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그녀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이 여섯 개의 돌이라는 단체의 고위 간부거나 수장 정도 된다는 것 정도예요. 그리고 그 여섯 개의 돌을 이용해 세상으로 무서운 존재를 불러들이려고 한다는 것도 알죠.”

 유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물어보는 야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도를 말해줬다.

 

 “그렇군. 그런데 그 돌은 어디다 숨겼어?”

 

 “그걸 당신에게 말해 주기 전에, 전 그들과 당신의 관계를 알아야겠어요.”

 

 야크는 아직 자신을 믿지 못하는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앞에 누워있는 여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카렌… 나의 아내이자 밀리온의 엄마이자, 은빛 숲의 주인인 실버 엘프지.”

 

 “실버 엘프…”

 유진은 엘프라는 말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유진의 눈에 카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엘프의 모습과 달라 보여 야크를 쳐다봤다.

 

 유진의 생각을 읽은 듯 야크는 카렌의 은빛이 감도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랜 세월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그 시대에 맞게 바뀌기도 하지. 50년전에 처음 그들을 따라 영국의 본거지에 갔을 때였지. 카렌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저들에게 의식을 빼앗긴 채 자신의 능력을 착취당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이 이마 나와 카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거였지. 그들은 내가 돌의 주인인 걸 카렌에게서 듣고 나서 나를 찾기 위해 나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다 내가 그녀와 함께 했던 흔적을 찾았 낸 거였지. 그들은 나에게 돌의 주인이 되어주면 카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돌의 주인들이 필요한 상황이였지. 맞아,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나머지 돌의 주인을 전부 찾으면 그때 풀어준다고 또다시 거짓 약속을 하더군. 난 그들이 돌의 주인을 전부 찾더라도 카렌을 놔주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지. 그래서 난 그들에서 멀어져 그녀를 구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그렇게 50년 가까이를 기다린 끝에 유진을 우연히 만나게 된 거야.”

 잠시 말을 끝은 그는 유진을 고마워하는 얼굴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고맙게도 유진이 그 돌을 훔쳐내는 덕분에 커다란 빈틈이 생겨 카렌을 빼낼 수 있었지.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나를 도와준 처지가 되어버린 유진을 구하러 갔을 때에는 상황이 매우 안 좋았어. 그리고 카렌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들이 눈치채면 안 되었지. 내가 그들의 눈을 피해 유진을 구할 방법은 하나였어. 그건 유진도 이제 알 거야. 사실 운도 필요하긴 했지만, 어쨌든 난 유진이 한국으로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

 

 “쾅-!”

 

 “그랬군요-! 그들이 엄마를 데려간 거였어요-!!”

 언제 돌아왔는지 석실 문이 벌컥 열리며 밀리온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렸다.

 

 “밀리온-!”

 야크는 그녀의 화난 목소리에 불안해졌다.

 

 “야크, 아니 아빠! 그들이 왜 엄마를 데려간 거였죠?! 왜죠?!”

 누워있는 카렌을 보고 그들에게 분노를 느낀 밀리온은 눈 앞의 야크에게 소리쳤다.

 

 “밀리온, 일단 진정하렴. 절대 분노해서는 안 돼.”

 야크는 화가나서 손을 부르르 떠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달랬다.

 

 “분노는 이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그에게 힘을 이 되어 줄 뿐이야.”

 야크는 끌어안은 밀리온에게서 몸을 떼어내며 두려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그라뇨? 그가 누구죠? 혹시 그들이 말한 구원자가 맞나요?”

 유진은 예전에 여섯 개의 돌이라는 단체에서 들었던 구원자가 지금 야크가 말한 그와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야크에게 물었다.

 “맞아. 하지만, 그는 세상을 절대 구원하지 않아. 파멸로 이끌 뿐이지.”

 야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에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크으으윽-! 아-으으으ㅡ윽!”

 

 “대체 그가 누구?!...”

 유진은 찰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에 말을 잊지 못하고 그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찰스가 팔다리를 비틀며 입에 피거품을 물고 있는 게 보였다.

 

 “찰스!! 찰스!! 정신 차려!! 밀리온-! 찰스가 왜 이러죠?!!”

 온몸을 심하게 비틀어대는 찰스를 붙들며 유진은 밀리온을 불렀다.

 

 밀리온은 찰스 곁으로 재빨리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펴봤다.

 흰 동공만 보이는 그의 눈에 실핏줄이 터져나가기 시작하며 눈이 새빨갛게 변해가고 점점 비틀어 대던 그의 몸에서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러지…?, 아빠 대체 왜 이러는 거죠?”

 밀리온은 자신이 좀 전에 치유 주문으로 그를 치유한 거 외에 별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자 옆에서 같이 찰스를 보고 있던 야크에게 물었다.

 

 “이건 아마도 악마의 힘이 그의 몸 안으로 쓰며 들어온 것 같아.”

 

 “네? 악마의 힘이라뇨?”

 유진은 심각한 목소리로 말한 야크에게 물었다.

 

 “그들, 여섯 개의 돌 주인들은 악마의 힘을 사용하지, 어둡고 더러운 그 힘을.”

 야크는 찰스의 상태를 살펴보며 유진에게 대답해줬다.

 

 “세상에!! 아빠 저게 뭐죠?”

 찰스의 팔이 뜯겨져 나간 오른쪽 어깨에서 검은 핏줄이 거미줄처럼 온몸으로 뻗어 나가는 걸 본 밀리온이 그를 향해 다급하게 물었다.

 

 “이거 큰일이군. 아무래도 악마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야.”

 

 “어떻게 하면 되죠?!! 저걸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뭐냐구요?!!!”

 검은 핏줄기가 점점 그의 온몸에 퍼지며 그를 새까맣게 만들어가자 다급해진 유진이 야크를 붙들고 다그쳤다.

 

 “그게, 신의 축복을 받은 자만이 저걸 없앨 수 있어.”

 야크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힘없이 말했다.

 

 “신의 축복… 그게 누구예요? 그게 누구냐구요!!?”

 

 “사제나 신부 같은… 그런 자들.”

 

 “제가 가서 데리고 올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그죠?”

 

 “잠깐, 밀리온 기다려-!”

 밀리온이 순간이동 주문을 읊으려고 하자 야크가 그녀의 팔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밀리온, 소용없어. 그를 살리려면 자신의 생명을 버려야만 된단다.”

 

 “네? 그게 무슨?”

 밀리온은 그의 말뜻을 이해 못한 듯 그의 얼굴만 쳐다봤다.

 

 “사크리파이스(희생),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야만 그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란다.”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있던 카렌이 몸을 일으키며 밀리온에게 말했다.

 

 “엄마…깨어나셨군요.”

 밀리온은 몸을 일으키는 그녀에게 얼른 다가서며 그녀의 팔을 잡고서 일어서는 걸 도와줬다.

 

 “일단, 저 청년부터 살려보자꾸나.”

 일어선 카렌은 밀리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기대에 찬 얼굴로 보고 있는 유진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아가씨는 신의 축복을 받았군요.”

 

 “네? 제가요?”

 유진은 갑자기, 카렌이 자신에게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자 당황하며 놀랬다.

 

 “네. 맞아요. 아가씨는 당신 나라의 신에게 축복을 받았어요.”

 

 “그게…무슨?... 아~!”

 전혀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불연 듯 자신의 할머니가 떠올랐다.

 할머니를 떠올리자 머릿속이 맑아지며 그녀는 그제서야 카렌의 말이 이해됐다.

 그리고 유진은 눈에 빛을 내며 카렌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어렵진 않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을 해야 돼요. 그리고 그 용기가 저 청년을 구할 거예요.”

 

 “엄마! 서둘러야 될 것 같아요. 이 사람의 숨소리가 약해지고 있어요.”

 밀리온은 찰스의 코에서 나오는 숨소리가 작아지며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유진, 그에게 숨결을 불어넣고 그대의 순결한 피를 그가 마시게 해줘야 돼요.”

 

 “그걸 어떻게 해야 되죠?”

 

 “그에게 키스를 해주세요. 그냥 하면 안되요. 그를 꼭 살리겠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해야 돼요.”

 

 “네, 알겠어요.”

 유진은 카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고통스러워하는 찰스에게 다가섰다.

 

 찰스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입에서는 검붉은 색의 피거품이 꾸역꾸역 잔뜩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비피카 메 엣 떼- 인 비타메아 라고 말한 뒤 그에게 키스를 하세요. 그런 다음 손목을 그어 그의 입에 가져다 대면 돼요.”

 카렌은 잔뜩 긴장해 있는 유진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의외로 간단하네요.”

 손목을 긋는다는 말에 살짝 움찔 했지만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웃으며 말하는 카렌의 모습에 긴장이 풀린 유진은 웃으며 찰스의 몸 위로 올라갔다.

 

 “간단하지만 죽음을 각오해야 해요.”

 “…..!”

 유진은 죽음이란 말에 다시 몸이 긴장되며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유진, 그를 위해 희생을 꼭 할 필요 없어요. 찰스도 이해해줄 거예요.”

 카렌의 말에 두려운 듯 머뭇거리는 유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안쓰러워 운 듯 말했다.

 

 그 순간, 유진은 찰스가 이해해줄 거라는 말에 두려움이 사라지며 대신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찰스가 희생해서 이렇게 눈앞에 누워있는데 이제 또 이런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는 말을 들으니 그녀는 마음이 너무 아파졌다.

 그와 동시에 그를 꼭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아뇨, 전 찰스를 꼭 살려낼 거예요. 찰스는 이제 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됐거든요.”

 

 “위비피카 메 엣 떼- 인 비타메아.”

 그녀는 자신의 다짐을 밀리온에게 전하고서 곧바로 주문을 읊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몸을 숙여 찰스에게 키스를 하며 그의 입 안으로 숨을 불어넣고나서 상체를 세웠다.

 몸을 일으켜 세운 그녀의 얼굴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쓰는 그녀의 고운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야크가 건네준 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흘러나오는 피를 찰스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유진은 손목을 찰스의 입에 대는 순간 피가 그의 입안으로 세차게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져 갔고 찰스는 얼굴에서부터 검은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찰스의 얼굴과 몸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며 약해졌던 숨소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면 유진은 죽은 듯이 찰스의 몸 위에 엎드려 꼼짝 않고 있었다.

 

 “엄마… 이게 희생이란 건가요?”

 지난 50년 동안 여러 사람의 장례를 지켜본 밀리온이었지만, 좀 전까지 살아있던 유진이 찰스를 위해 창백하게 변해 죽은 듯한 모습을 보자 그녀의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그럼, 다시 살아난 찰스는 자신을 위해 죽은 유진을 되살리기 위해 또 어떤 희생을 할까 하는 너무나도 슬픈 생각이 들어 그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카렌. 정말 이 방법 밖에 없었을까?”

 야크가 밀리온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카렌에게 물었다.

 “호호호~ 걱정 말아요. 그저 잠이 든 거 뿐이니까. 이렇게 해야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있죠. 저 둘은 이제 절대 못 해어져요.”

 뭔가 성공했다는 표정으로 유진과 찰스를 내려다보는 카렌이었다.

 

 갑자기 웃으며 짓궂은 표정을 짓는 카렌을 본 밀리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

 

 “하~역시 당신…”

 야크는 예전부터 장난기가 많은 카렌이 이번에도 장난친 거라 생각했다.

 

 “엄마. 그럼 유진은 죽은 게 아니에요?!”

 밀리온은 손으로 유진을 가리키며 카렌에게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곧 알게 돼.”

 

 “…..”

 자신을 보며 허리에 손을 올리고서 윙크하는 저 어려 보이는 엄마가 왠지 두려워지는 밀리온이었다.

 

 “으…음…”

 

 곧 찰스가 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밀리온의 예상대로 유진을 끌어안고서 울고 불며 살려낼 방법을 물어보는 찰스였다.

 

 “그녀를 살리려면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악마의 기운을 몰아내야만 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순박한 소의 눈처럼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서 애원하는 찰스였다.

 

 “그건 말이죠.”

 카렌이 찰스에게 묘하게 웃으며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우우웅~!!!!”

 반대편 석실 벽에서 무언가 세게 부딪힌 소리가 울리며 그들이 서있는 석실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쿠우우우우우우웅~!!!!”

 또 한번 같은 소리가 울리며 그들이 서있는 바닥이 크게 출렁이듯 흔들렸다.

 

 “쩌억-! 쩌어어억-! 쩌어어어어억-!!!”

 그러더니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그들에게 들렸다.

 

 “아가레스 자식!! 벌써 이곳을 알아냈어!!.”

 반대편 석실로 들어선 야크는 갈라지고 있는 벽을 노려보며 낮게 소리쳤다.

 

 “야크~! 얼른 와요!! 일단 여길 피해야겠어요.”

 카렌이 문 앞에 서서 다급한 목소리로 야크를 불렀다.

 

 “저 소리는 대체 뭐예요?”

 밀리온이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카렌을 향해 물었다.

 

 “아~ 저거, 그냥 사냥개야”

 그녀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말한 카렌은 유진을 안고 있는 야크와 그의 곁에 서있는 찰스를 한번 돌아보더니 순간이동 주문을 소리 높여 외쳤다.

 “모베오르-!!”

 

 그녀를 중심으로 하얀 광채가 퍼져 나가며 그들을 둘러쌓다.

 

 “쩌어어어어어어억~!!!!! 콰과아아앙~!!! 후두두두둑-!!!”

 

 커다란 반대편 석실 벽이 엄청난 소음과 함께 돌 파편을 내뿜으며 무너져 내렸다.

 

 “캬오오오오오~!!!!!”

 

 광채에 둘러 쌓여 있는 밀리온의 귀로 엄청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찰스와 밀리온의 눈에 엄청난 소리를 내지르는 집채만 한 거대한 악어가 보였다.

 

 “히히히히!!! 저~기 있네.”

 악어의 등에서 늙은 노인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레스-!!”

 야크가 이를 부드득 갈며 낮게 소리쳤다.

 

 악어 못지 않게 커다란 아가레스가 손에 창을 들고 악어의 등에 앉아있었다.

 그들이 도망치려는 걸 눈치챈 아가레스가 발뒤꿈치로 악어의 허리를 툭 차자 악어가 거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그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리고 커질 대로 커진 빛의 구슬을 향해 커다랗게 벌린 입을 콰-악-!!! 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구슬을 입안에 넣은 채 턱을 세게 닫았다.

 

 “끄으으응.”

 하지만 악어는 입안이 허전한듯 입맛만 쩝쩝 다시며 커다란 눈알을 굴려 등에 앉은 아가레스를 올려다봤다.

 

 “그래~그래~, 이번에도 또 도망쳤구나. 히히히히히~.”

 스산하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본 아가레스는 자신이 들어왔던 벽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아가레스의 웃음 소리만이 텅 빈 석실을 울렸다.

 “히히히히히히.”

 

 

 커다란 백색의 빛구슬이 풀이 무성한 언덕위에 나타나더니 이내 팟-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누워있는 카렌의 일행들 모습이 보였다.

 

 “여긴….”

 제일 먼저 일어선 밀리온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숲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밀리온 여기 기억나니?”

 야크가 밀리온에게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요. 여길 어떻게 잊겠어요? 저의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는데.”

 

 “자자. 그러고 서있지 말고. 얼른 집으로 가자구요.”

 카렌이 웃으며 밀리온과 찰스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앞으로 걸어갔다.

 

 야크가 누워있는 유진을 안아 들으며 저 모습에 고개를 흔들며 그들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은빛 나무숲이 마녀의 귀환을 반기듯 반짝반짝 빛을 내며 그들의 길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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