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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별이 흐르는 강
작가 : 윤지산
작품등록일 : 2019.11.10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녀와 열등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소년.
소녀는 돈을 벌기 위해 남자행세를 하고 소년은 안전을 위해 그녀에게 호위를 맡기게 된다. 성별, 신분, 성격, 성장 과정 등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4회
작성일 : 19-11-10 16:16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6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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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이 잦아질수록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가씨의 동태를 살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되는 한숨 소리에 그녀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불릴 것을 대비하여 읽고 있던 책을 제자리에 꽂아두었다. 원래라면 노예는 서재에 들어올 수도 없겠지만 자신이나 벨라를 못 데리고 다니게 하면 누구도 어찌 못 할 정도로 떼를 쓰기 때문에 마님께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나 더는 못 해.”

 

  예상과 다름없이 아가씨의 투정이 시작되었다. 보통 때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았지만 그래도 오래 버텼다면 오래 버텼기에 아무도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

 

 “오늘은 식사를 일찍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자 아가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행동에 따라 저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몸의 긴장을 풀며 불리게 될 것을 준비하였다.

 

 “벨, 이리와.”

 

  책장을 돌아 아가씨께 흔들림 없이 똑바로 걸어갔다. 얼굴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을 것이었다. 이미 몸에 익숙해진 행동들이지만 혼자 있으면 아가씨의 이목이 쏠려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조금 벅차다.

 

 “벨라 보고 싶다.”

 

  아가씨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옆에 있던 시녀가 즉각 대답했다.

 

 “식사 후까지는 준비시킬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준비시키겠습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징그럽잖아. 나을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도 말라고 해.”

 

  아가씨는 손을 낚아채더니 서재를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에 몸이 굳어졌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아가씨를 따라 돌아온 방안에는 소식을 들은 시녀들이 빠르게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가씨는 맞잡은 손을 쉽게 놓아주었고 담당 시녀에 의해 방 밖으로 내보내졌다. 긴장이 풀리자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주저앉을 곳이 있었다면 벌써 주저앉았을 것이다.

  잠시 멍하니 벽에 기대어 서 있는데 복도 끝에서 음식을 운반하는 시녀들이 보였다. 다른 시녀들과 마주쳐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시녀들은 노예 주제에 좋은 옷을 입고 편하게 호의호식한다며 자신이나 벨라를 아니꼽게 여긴다. 처음에는 그녀들의 태도가 차갑다고 느낀 것이 기분 탓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열심히 일할 때 아가씨의 옆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며 수군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히는 들리기를 바라며 크게 숙덕거렸던 거 같았다.

  지금에 와서는 수군덕거리는 일은 없지만 어디에 있든 쏘아지는 시녀들의 눈총이 싫어 형들이 일하고 있을 만한 곳으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시녀 숙소에 있으려나?”

 

  시녀 숙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에이든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혼자서 본관 주변에 있는 일은 드물어서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를 형들의 모습을 찾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다가오는 에이든의 모습은 유심히 살펴보니 두 손을 감싸 쥐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들고 오는 듯, 걸으면서도 시선은 손에 고정하고 있었다.

 

 “에이든?”

 

  에이든의 기행에 그를 의아하게 부르며 다가가자 약간 상기된 얼굴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넘어지겠다. 천천히 와.”

 

  우려의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미끄러져 넘어졌다. 꽤 세게 넘어졌는지 에이든의 옆으로 모래 먼지가 풀썩 일어났다. 혹시라도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급하게 달려갔다.

 

 “괜찮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에이든을 들어 올리는 데 그 와중에도 두 손을 단단히 감싸 쥐고 있었다. 여전히 손을 감싸 쥔 채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까져서 피가 나는 대도 아랑곳 하지 않고 똑바로 서는 모습이 대견했다. 무릎이며 팔꿈치며 까져서 피가 나는 것을 보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상처부터 씻어야겠다.”

 

  모래투성이가 된 에이든의 옷을 털어주고 있는데 대뜸 손을 내밀었다. 코앞까지 내밀어 진 손을 펼쳐 보이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응시해왔다. 귀여운 모습에 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에이든의 손을 살펴보니 작은 열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엄지손톱만 한 작은 열매는 맛있어 보이는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열매를 보는 것이 오랜만이라 구경만 하고 있자 조바심이 났는지 에이든의 투정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먹으라고?”

 

  에이든이 여전히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여러 번 주억였다. 열매 하나를 집어 들자 눈을 빛내며 손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였다.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열매를 입에 물고 맛을 음미하니 약간의 신맛과 단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맛있다. 고마워, 에이든.”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도 소중히 들고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감사를 받은 것이 수줍은지 에이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한 알을 더 집어 들어서 에이든의 입에 가까이 대주자 바로 열매를 입에 물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일단 상처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거 같았다.

 

 “혹시 열매가 더 있니?”

 

  혹시나 하고 던진 질문에 에이든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우리가 다 먹고 더 가지러 갈까?”

 

  다 먹자는 말에 신이 난 에이든이 단조로운 소리를 내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좋게 나눠 먹자 예상대로 빠르게 동이 났다. 열매가 사라진 손에는 붉은 자국이 얼룩덜룩 남아있었다.

 

 “우리 가지러 가기 전에 손이란 무릎 먼저 씻으러 갈까?”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로통한 얼굴을 하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이 손을 뻗어오기에 손을 맞잡고 우물 쪽으로 향했다.

 

 “뭐야, 왜 둘이 같이 있어?”

 

  시녀 숙소를 청소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형들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저기 앞에서 만났어요. 그것보다 에이든이 뛰다가 넘어졌어요.”

 

  노엘 형이 상처를 확인하고는 통을 뒤집어서 에이든이 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길어 놓았던 물을 상처에 조금씩 뿌려서 피와 엉킨 흙먼지를 닦아내 주었다.

 

 “그러게 얌전히 좀 다녀라. 병아리처럼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니까 다치는 거 아니야.”

 

  리암 형의 도발에 뿔이 난 에이든이 물을 뿌렸지만 리암 형은 가뿐하게 피했다. 리암 형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것을 진정시키고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찢어 상처에 살짝 감아주었다.

 

 “에이든이 열매를 찾았어요.”

 “오! 어디서?”

 

  열매라는 말에 동했는지 리암 형뿐만 아니라 노엘 형까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어딘지 기억나?”

 

  에이든이 달려가려고 하는 순간 리암 형이 에이든을 번쩍 들어 올려졌다. 갑자기 들어 올려져 어리둥절해 하는 에이든에게 목말을 태워주고는 말했다.

 

 “또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자빠지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아픈 다리로 걸어 다니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에이든이 아직 뿔이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에이든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형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악! 이 자식, 아파!”

 

  에이든은 있는 힘껏 형의 머리카락을 쥐고 흔들었다. 웃긴 장면이긴 하지만 금방이라도 에이든이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다.

 

 “에이든, 그만해. 그러다 떨어지겠어.”

 

  노엘 형도 걱정되었는지 에이든을 붙잡았다. 노엘 형이 자신을 붙잡아 내리려고 하자 순순히 리암 형에게서 떨어졌다. 노엘 형이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자 꼭 쥐고 있던 손을 펼쳤다. 에이든의 손에 쥐어져 있던 머리카락이 천천히 바닥에 안착했다. 에이든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리암 형에게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악! 저게 진짜!”

 

  결국, 노엘 형에게 업힌 에이든이 손가락으로 길 안내를 해 주기로 하였다. 별관 건물을 크게 돌아 창고에서 숲 속을 가리켰다. 혼자서 숲에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인지 작년에 찾은 유실수와는 다른 곳이었다.

  리암 형이 앞장서서 안으로 걸어갔고 에이든을 업은 노엘 형이 뒤따르며 방향을 말해주었다.

 

 “오늘은 식사 시간을 앞당긴 거니?”

 

  노엘 형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 책 읽는 게 지겨우셨나 봐요.”

 “그럼 일찍 들어가 봐야겠구나.”

 

  앞서 가던 리암 형이 환호성을 질렀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에이든이 들고 왔던 열매가 작은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탐스럽게 열려있던 열매는 넷의 재빠른 손길에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하지만 네 명이 먹기에는 부족한 양에 리암 형과 에이든이 주변에 더 있을지 모를 유실수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형은 안 찾으시나요?”

 

  노엘 형은 고개를 저으며 나무에 기대어 앉았고 저도 더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 형의 옆에 섰다.

 

 “전에 말했던 책은 다 읽은 거니?”

 

  따사로운 햇볕처럼 고요한 물음에 고개를 돌려 형을 내려다봤다. 형이 눈을 감고 햇볕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에 잘못 들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네, 다 읽었어요. 읽다 보니까 궁금한 게 있는 데 물어봐도 되나요?”

 

  물음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무언의 허락을 받고 머릿속에 정리된 질문을 뱉어냈다.

 

 “내전이 일기 전에도 남자는 전문 가정교사를 집에 들여 지식을 습득시키고 여자에게는 보모가 알려주는 것 외에는 따로 지식을 습득시키지 않았던 것이 맞지요?”

 “맞아.”

 

  형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 어째서 굳이 아카데미를 설립한 거죠? 책에서는 지식을 가르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여 개개인의 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뿐이라면 굳이 아카데미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과거의 사건은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주변 상황을 생각해봐야 해. 그렇다면 내전 이후, 아카데미가 설립된 이유가 뭘까?”

 

  돌아온 형의 답변은 예상과는 다르게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물음에 이어진 질문은 더욱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내전 이후에 설립된 이유…… 전쟁에 공을 세운 공로로 작위와 영지를 받은 이들이 늘어났어요. 그렇다면 전쟁으로 인해 후계자를 잃어 양자를 들인 가문이나 새로 작위에 오른 이들은 바로 귀족사회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겠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잠시 형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카데미를 거치는 것으로 사교 문화를 익히고 자연스러운 인맥을 만들기에 적당했을 거 같아요.”

 “또 다른 의견은 없니?”

 

  형의 굳게 닫혀있던 눈을 뜨고 푸른 눈을 빛내며 직시해왔다. 약간의 기대감이 담겨있는 눈과 마주 보자 꼭 재촉하는 것도 같아 조바심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불순분자를 구별할 수도 있겠네요. 난으로 인해 일어난 내전이었으니 모든 반역자를 색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또한, 억울한 이가 생겼을 수 있고요. 어떤 가문이 위험한 사상을 가졌는지는 아카데미에서의 친밀관계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거예요.”

 

  이제는 떠오르는 것이 없어 입을 다물고 형이 내릴 결론을 기다렸다. 둘 사이에 가벼운 침묵이 감돌고 대화 동안에는 들리지 않았던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음, 책에는 에르난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나 보구나.”

 

  에르난이라는 말에 알고 있는 정보들을 조합해 보았다. 에르난은 구(舊)수도이며 수도 안에는 넓은 개천이 흐르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지질이 비옥하여 방벽 너머는 모두 농토로 사용되는 곳이다. 현재는 왕성이었던 건물들을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로 사용하고 있다.

 

 “……아, 에르난이 왕의 직할령이지요. 그렇다면 볼모로 귀족의 자녀들을 묶어놓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귀족도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가문의 후계자는 학교를 졸업해야만 정식으로 작위를 받을 수 있잖아요.”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형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형이 다시 앞을 보며 부족한 대답에 설명을 덧붙였다.

 

 “풋, 볼모라니. ……재미있는 생각이네.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것이 관리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해. 그러므로 장남은 가문을 물려받기 위해, 차남은 관리나 기사 등의 관직을 얻기 위해 학교를 졸업하는 거니까.”

 

  눈이 기분 좋게 호선을 그리는 형을 보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중에 무엇이 정답인 거죠?”

 

  짙은 미소를 띠운 형의 입은 당연한 것을 묻는 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모두 정답일 수도 있고 모두 오답일 수도 있지.”

 

  자신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형의 모습에 조금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게 뭐에요. 형도 모른다는 건가요?”

 “내가 그 법을 재정한 사람도 아니고 아카데미의 교장도 아닌데 무엇이 정답이라고 확답을 할 수 있겠니.”

 

  평소와 다른 불확실한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며 노엘 형을 바라보는 데 리암 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푸하하!”

 

  어쩐 일인지 궁금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니 리암 형이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삿대질까지 해가며 배를 끌어안는 모습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에이든은 바싹 약이 올라서는 그대로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주먹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당연하게도 형의 웃음은 멈출 줄 몰랐다.

 

 “리암, 그만 웃어. 에이든이 싫어하잖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리암 형의 비웃음이 멈추지 않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에이든이 몸을 돌리는 순간 형이 왜 웃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등을 보일 때는 몰랐는데 뒤를 돌아본 에이든의 얼굴이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모습에 자신뿐만 아니라 노엘 형까지 풋! 하고 웃음을 터져 나왔다. 만약 지금 리암 형처럼 크게 웃어버리면 에이든이 창피해 할 것이기에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냈다.

  형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돌려가며 표정을 가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내고는 아직도 웃고 있는 리암 형을 살펴보니 형의 입가에 붉은빛이 감도는 것이 보였다.

 

 “어?”

 

  반사적으로 노엘 형의 얼굴도 살펴보니 입술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확인을 한순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형…… 혹시 제 얼굴에도 묻은 건 아니죠?”

 

  얼굴에 묻어서 티가 난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니 오늘같이 벨라도 없는 날에는 불호령 정도로 끝나지 않을 터였다. 노엘 형은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묻었다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얼른 소매로 얼굴을 문지르려는데 형이 손목을 붙잡았다.

 

 “묻기는 묻었는데 연지 바른 것처럼 예뻐.”

 

  그러는 형의 입술도 붉은빛이 돌아 예쁜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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