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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양이울음
작가 : beenjin
작품등록일 : 2019.9.7

 
14.길의 끝
작성일 : 19-11-10 16:06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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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길의 끝

 그렇게 나는 소녀와 함께 여관을 나섰다.

 그녀는 밝은 얼굴로 나를 이끌었다.

 우리는 다시 마을을 나와 산 하나를 타고 올라갔다.

 소녀는 마치 건전지의 충전을 한 듯했다.

 어제의 지친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나의 뒤로 걸어와 나를 뒤에서 밀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발의 약간의 땀이 채이고, 이마에 땀이 날 때까지 걸었다.

 그쯤 되니, 차려 입었던 어제의 옷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재킷을 벗어서 땀을 닦는데 썼다.

 그렇게 걸어 올라가다 보니, 점차 눈은 트이기 시작했다.

 늘 바닥만 보던 나의 시야는 점차 위로 올라갔다.

 이 힘든 산행이 적응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힘든 것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약간씩 나의 고개의 각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나무의 중간 가지 즈음, 어느덧, 나무의 울창한 이파리들의 풍경, 어느덧, 푸른 하늘을 뒤 덮고 있는 나무들의 전체 풍경이 보였다.

 그렇게 하늘에서 나의 앞에 걸어가고 있는 소녀로의 시점이 이동했을 때,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을 따라 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이상한 향수를 느꼈다.

 매우 익숙한 뒷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상한 괴리감 또한 향수의 뒷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 소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저 소녀는 진짜 그 여인의 아이가 맞을까?

 꿈의 내용이 현실에 왜 영향을 미치는가?

 아직도 꿈인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나의 뇌리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그런 의문심으로 가득 차고 있을 때, 소녀는 입을 땠다.

 “아저씨 여기에요.”

 그녀는 손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 끝으로 시선을 옮겨 그 손의 끝을 바라보았다.

 그 끝에는 헛간 하나와 약간 낡은 집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집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집의 허름한 외관 과는 달리 그 집의 느낌은 방금까지 누가 살다가 간 듯했다.

 하지만, 그 외관으로 그 흔적을 지우고 있는 듯했다.

 집 주위로는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나오듯 길 하나가 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집이 나의 탈출구 인 것인가?

 그녀는 일단 이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그녀는 나의 손을 다정히 이끌어, 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매우 헤집어 놓은 살림살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런 곳을 피해 지나다녔다.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진 턴 테이블에 발이 걸렸다.

 턴 테이블의 디자인이 유독 나의 눈에 띄었다.

 턴 테이블 뒤를 뒤 짚어 보았다.

 익숙한 이니셜이었다.

 나의 형의 이니셜이 그 턴 테이블에 박혀 있었다.

 나의 형이 디자인한 제품을 이런 곳에서 보다니 감회는 새로웠다.

 그렇게 나는 턴 테이블을 적당한 곳에 놓아두고는, 소녀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2층에 있었다.

 자신의 몸 만한 자그마한 탁자에 앉아, 어디서 나온 건지를 모르겠는 연필 하나를 손에 꼭 쥐어 그 노트에 글을 적고 있었다.

 노트의 페이지는 얼마 넘겨져 있지 않았다.

 이제 막 쓰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녀는 이윽고 글 쓰기를 끝내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부터 쭉 본 듯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노트를 나의 품에 쥐어 주었다.

 그러고 그녀는 그 소녀는 나의 손을 이끌어, 밑의 층으로 내려갔다.

 현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현관의 앞에 언제부터 놓여있는지 모를 기름통 하나를 들었다.

 그러고서 헛간의 주위를 둘러 그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다 돌고는 나에게 다시 왔다.

 “아저씨 라이터 있어요?”

 “저기에 불을 붙이려는 거니?”

 “네.”

 그녀는 저 큰 헛간을 통째로 태우려 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할 행동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잘 구슬려서, 그런 행동을 못하게 하려 했다.

 그녀는 완강했다.

 “가끔은 뒤틀린 것을 고치려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해요. 어찌 보면 이건 예전부터 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몰라요.”

 나는 그녀의 말에 홀리듯, 나의 담뱃갑 안에서 라이터를 꺼내어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는 그 라이터를 손에 들고는 낙엽 하나에 불을 붙여, 기름의 주위로 던졌다.

 불을 타올랐다.

 나는 정신이 홀린 듯 그 불을 보고만 있었다.

 그 여자아이가 어디로 사라진지도 모른 채.

 그 여자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것은 그 헛간이 재로 변했을 때였다.

 나는 그녀를 찾았다.

 이제 밤이 오는데, 그녀가 이런 숲 속에 돌아다니면 위험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숲 속은 어딘가 무섭다.

 그녀는 혼자 있으면 아마 무서울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다.

 나는 그녀를 찾아 필사적으로 숲 속을 헤 짚고 다녔다.

 나는 그녀를 끝내 찾지 못하였다.

 나는 그러고서 끝내, 그리고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남겨졌다.

 어릴 때 이런 곳에 남겨진 적이 있다.

 그는 원래 일본인이셨다.

 나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우리 형제를 데리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셨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한국에 남겨둔 채 우리를 언어도 안 통하는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그는 자신의 길을 따라 걷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나의 형에게 그 길을 강요했다.

 형은 어릴 적 문학대회에서 자주 탈락하곤 했다.

 그럴 때 마다 형은 산 깊은 곳 아버지가 지어 놓으신 오두막에 갇히곤 했다.

 형은 그 미친 짓에 결국 집을 나갔다.

 그러고서 그 짐은 나에게 왔다.

 그 짐은 아버지의 형에 대한 원망이 추가되어 더욱 무거웠고, 나 또한 문학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 그 곳에 갇히곤 했다.

 그럴 때 마다 형은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밤은 무척 기니, 그 동안 읽을 책들과 만화책 등을 몰래 싸오더니, 이윽고 마음을 안정시킬 차 들 또한 나에게 가져 다 주었다.

 그러고 형이 디자이너로 성공을 거두자, 자신의 디자인이 입혀진 가구들로 나의 오두막을 채워주었다.

 혼자 있을 나를 생각하며, 그리고 그 집에 갇혔던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아버지께서는 먹을 것들은 냉장고가 없어 상했기에, 최대한 좋은 통조림들로 선반을 채워 놓으셨다.

 아버지는 필시 그럴 때 마다 형의 흔적을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가구가 이뻐서, 올 때 마다 너에게 미안했다고.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 두 문장이었다.

 나는 그렇게 아버지가 가져오신 통조림들로 밥을 해먹고는, 밤에는 형이 가져온 차들로 마음을 낮추었다.

 그런 숲 속의 밤은 나의 마음을 붕 띄우기에 충분했다.

 무서운 밤들과 외로운 낯들의 연속 속 어떤 소녀가 나의 오두막을 찾아왔다.

 그 소녀는 첫 날에는 나의 집에 무턱대고 들어오더니, 두번째 날에는 나에게 요리를 해주었다.

 그 이틀은 나에게 그 숲이 처음으로 안정되게 느껴진 두 날이었다.

 하지만, 그 이틀이 지나자 아버지께서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나는 다음 문학 대회에서 그 소녀와 숲에 대한 시로 대상을 받았다.

 그 뒤로는 문학계에서 그저 이름을 날렸다.

 그 숲에 다시 갈 일은 없었다.

 그러고 내가 한국에서 작가생활을 할 동안 일본에 갈 일도 없었다.

 잊고 살아왔다.

 그 기억을 그저 잊고 싶은 기억이기에, 사실 이번에 일본을 온 것 또한 이런 기억이 밑바탕이 된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지치듯 걷던 나는 나의 눈 앞에 그 오두막을 발견했다.

 기억은 희미했지만, 나의 눈 앞에 있는 그 오두막을 보자 마자 나는 어릴 적 내가 갇혔던 그 곳임을 깨 달았다.

 그때 나는 그 어릴 적 소녀가 말했던 첫 말을 기억해냈다.

 “그저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그러했다.

 그저 그 곳으로 들어 가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 안에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그 소녀에게서 마침내 향수의 이유를 찾아냈다.

 그 소녀였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소녀는 소녀가 아니었다.

 그 노트를 넘겨줄 때 그녀는 소녀를 벗어났다.

 나는 이제 노트를 들고 있다.

 그 소녀는 이제 어느덧 30대의 아리따운 여성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숲속에서 다시 한번.

 그러고는 그 소녀는 나의 품에서 노트를 조심스럽게 빼내어, 그 노트를 펼쳤다.

 그러고 나는 다시 한 번 잠에 들었다.

 그 소녀와 나는 어른이 되어 다시 한 번 만났다.

 내가 등단을 했을 때 그때였다.

 그 소녀는 일본의 취재진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 소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 소녀 또한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 노트속의 내용과 그 노트의 앞머리에 쓰인 이름은 나의 머리속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왔고, 나는 그 순간 그 이름과 노트의 내용을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마침내, 붉은 줄의 매듭을 이었다.

 오래 전 끊긴

 그리고, 그저 허상의 메타포 에서만 이루어지던 일을 우리 둘은 해냈다.

 나는 잠에서 깨어 그 소녀를 찾았다.

 하지만, 소녀도 그 여자도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곳은 산의 밑이었다.

 오두막이 있던 산의 밑이었다.

 나의 차는 이 곳에 있었고, 그 차 속 조수석에는 일기장이 놓여있었다.

 나는 그 일기장의 첫 머리를 보았다.

 주소가 적혀 있었고, 나는 그 주소를 번역해본 결과 그리고 그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찍어 본 결과 이 곳이 그 여자가 사는 곳임을 알았다.

 그렇게, 우리 둘의 거리는 이제 멀지 않다.

 

 “아저씨, 둘이 만나도 돼요?”

 소년이 말했다.

 “어떻게 만났는지가 중요하지, 이건 계약 위반이야.”

 “그 여자요?”

 “그래 그 여자 계약을 위반했어 자기 딸은 어떻게든 본인같이 되지 않기를 빌었던 모양이군. 꽤나 화가 나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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