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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2. 나를 막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1)
작성일 : 16-10-13 21:05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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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슨 정신으로 나왔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나를 붙잡는 많은 소녀들의 분노어린 손길들을 뿌리치고 스탭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의 측근들도 겨우 따돌렸다. 여자의 몸을 하고 있긴 하지만 키퍼로 활동한 가락이 있어서인지 이런 일에 몸이 대응하는 속도가 빨랐다.

 

 뭐 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일 줄은 몰랐다. 팬텀이라는 기업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끊었던 자가 팬텀의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복수를 꿈꾸지 않는 순간부터 이 새끼는 뭔가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가관이었다.

 

 괜히 팬텀의 존재를 입에 올린 탓에 일이 꼬여버린 기분이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크리스에게 접근해야하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되돌려야 하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방법만 찾던 때보다 더 골치가 아팠다.

 

 스위치가 조금만 편한 위치에 있다면 좋을 텐데. 내 추리가 맞지 않는다면, 사실은 더 찾기 쉬운 곳에 스위치가 있다면.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답은 하나였다. 강제종료를 위한 스위치는 팬텀 본사 내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가장 들어가기 힘든 두 곳에.

 

 꼬여버린 일 탓인지, 아니면 무척이나 느끼한 멘트들을 들으며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앞길이 막막해서인지. 속이 쓰렸다. 위가 팍 꼬여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리얼북의 세계 안에서 부상을 당했던 일은 많다. 작게는 멍이 드는 것부터 피를 보는 것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위가 꼬이는 기분을 받은 적은 없다.

 

 심적으로 불편하기보다 몸이 움직이기 힘든 일이 대부분이었다. 피를 보고 시체를 보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이런 식으로 먼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귀환 안에 갇혀버릴 것 같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한단 말인가. 머릿속이 캄캄했다.

 

 이런저런 리얼북 속 모험담을 늘어놓으며 멘붕했던 순간을 공유하고 주이에게 동의를 구할 때 왜 그가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인자하게 웃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더 오랜 기간 동안 키퍼의 삶을 살았던 주이는 나보다 더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키퍼에게 있어 경력이란 것은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더러운 순간들을 접하고, 그 일들을 교훈삼아 다음번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존재. 아마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교육자의 길로 나갈지도 모르지.

 

 교육자의 길로 나가는 것도 운이 따라줘야 가능할 것 같았다. 키퍼 뫄뫄, 리얼북 안에서 생을 마감하다. 바깥에서는 장례를 치르고 있고 순직에 따른 훈장을 받게 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크리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멀리 벗어났지만 무척이나 높고 웅장한 건물인 탓에 여전히 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전광판에는 크리스가 웃으며 빛나고 있었다.

 

 “쓰읍,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

 

 독자가 이입된 크리스는 느끼했고, 솔직하지 못했으며, 지나치게 가벼웠다. 게다가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크리스를 보기만 해도 골이 지끈지끈 울렸다. 주요 과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해답을 위한 길은 더 멀어졌다.

 

 사실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나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일을 더 크게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다른 누군가의 탓이라 책임을 전가할 존재가 필요했다. 나에게 있어 그 존재는 단연 크리스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뭐야.”

 

 크리스를 비추던 전광판에 낯선 글자들이 떠올랐다. 그 내용은 나에게 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에게 이렇게 까칠하게 군 건 네가 처음이야.」

 

 “미친 새끼.”

 

 그야말로 욕밖에 안 나왔다. 마지막에 나에게 건넸던 말은 그저 골려주기 위한 말이 아니었던 것일까? 이건 뭔가. 여성을 겨냥하는 로맨스에서 많이 본 레퍼토리인 것 같은데. 그렇지만 나는 이런 것에 전혀 심쿵하지 않는다. 심쿵은커녕 토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내 앞에 있었다면 면상에 주먹을 날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기다려, 곧 찾아낼 테니까. 소롤.」

 

 나의 이름이 제대로 떠올랐다. 아, 인생 꼬이려니 이런 식으로도 꼬이는구나. 이제 리얼북 귀환 속 모브캐 소롤은 주인공 크리스의 애정의 주인이 되었다. 아마 많은 팬들은 소롤을 공공의 적으로 생각하면서 무척이나 까대겠지. 기다리다가 크리스의 팬에게 욕을 들어먹을지도 모른다. 아… 싫다.

 

 현실에서는 잘 꼬이지 않던 남자가 리얼북 안에서 꼬였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의 탈을 쓴 변태 독자가. 이것도 존나 싫다.

 

 내가 기필코 이 상황 해결하고 현실로 돌아가고야 만다. 그리고 저 독자의 실물을 확인하고 멱살 한 번 거하게 잡아줄 것이다.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며 전의를 다졌다. 그래, 한 번 나를 찾아봐라. 일단 다시 만나야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으니까.

 

 

 

 * * *

 

 그나마 내 직위가 키퍼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모브캐로 들어왔지만 상거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소롤이라는 이름으로 카드도 있고 통장도 있고 통장 안에는 돈도 있었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도 페이가 충전되어 있었다. 일정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리얼북 시스템이 마련해 둔 배려였다.

 

 이런 배려보다는 일이 꼬였을 경우를 위해 스위치 위치를 편한 곳에 두기를. 그게 아니면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듯이 진상독자를 바로 규제할 수 있는 조치를 해 주기를. 현직에 있는 키퍼에게는 그게 더 좋은 배려가 될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귀환에서 이틀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모브캐에게도 집이 있었다. 나는 귀환 속 소롤의 집을 찾아 들어간 이후 칩거하며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가봐야 이야기가 더 꼬일 것만 같아서 별로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주인공과 얽힌 이상 모브캐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으니. 나 또한 귀환을 삼류 로맨스소설로 만드는 분탕분자가 되어있는 것이다.

 

 작가님, 제가 작가님의 작품을 망치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마음속으로 통곡했다. 내 작가님의 작품을 지키려다가 더한 고통을 셀프로 받고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주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턴을 종료할 것을 그랬다.

 

 귀환에서는 이틀이 지났는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지나있으려나. 부디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근시간 전에는 현실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부질없겠지. 나갈 수나 있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긍정적이고 파이팅한 생각을 해도 모자란데 어떻게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잠깐 켠 컴퓨터를 통해서 나는 크리스가 정식 데뷔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인회를 시작으로 본인을 알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보다 네티즌의 반응도 좋았다. 그래 생긴 것만 본다면 꽤나 반반하고 잘난 편이니까. 게다가 팬이라면 팬서비스 잘 하는 연예인을 좋아하겠지. 나는 팬이 아니어서 그런지 크리스라는 존재가 그저 불편하게만 느껴졌지만.

 

 나 또한 유명인이 되어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팬인가 안티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고도의 작전을 짜고 접근한 사생일까? 소롤,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이딴 제목을 달고 있는 삼류 기사도 돌아다닌다. 팬도 아니고 안티도 아니고 사생은 더더욱 아닙니다만. 저는 그저 이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이키고자 하는 키퍼일 뿐입니다.

 

 “하아…….”

 

 나오는 거라고는 한숨이요, 늘어만 가는 것은 근심이었다. 나를 찾을 거라던 크리스는 능력이 없는 탓인지 나를 찾지 않고 있었다. 찾으면 무슨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크리스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하는지. 깝깝했다.

 

 잠깐 크리스의 표면적 연인이 되는 것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은 없지만 크리스의 연인이 되어 크리스의 생각 자체를 원래의 스토리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팬텀과 얽혔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복수를 꿈꾸게 해서 스토리를 바꾸면 다시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희망적인 생각은 금세 사그라졌다. 크리스의 탈을 쓴 독자는 복수에는 관심이 1그람도 없는 것 같으니까. 그런 이에게 옆에서 열심히 복수라는 말을 떠들어봐야 소귀에 경 읽기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컴컴한 방에서 불도 켜지 않고 귀환, 크리스, 팬텀, 복수에 대한 내용만 머릿속으로 되뇔 때였다. 낯선 기척이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문을 연 흔적도, 소리도 없었는데. 갑자기 가까운 것에서 인기척이 느껴짐에 소름이 확 돋았다.

 

 “누구야!”

 “…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닌가보군요. 이 어둠 속에서 제 기척을 느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키퍼 일을 하면서 는 것은 촉이요,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리얼북에 들어오는 순간 날이 서게 되는데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키퍼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

 

 이런 순간에도 내가 능력 넘치는 키퍼라고 생각하며 우쭐하는 것이 우습다. 능력 넘치는 키퍼는 이번에 제대로 헛물을 켜며 일을 꼬아놨지.

 

 “저는 팬텀에서 왔습니다. 크리스의 의뢰로요.”

 “팬텀이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나의 갑작스런 기세 변화에 상대가 당황한 것인지 방어하는 자세가 어렴풋이 눈에 담겼다. 아마도 저것이 저 사람의 평소 삶이겠지. 팬텀에서 온 자 또한 항상 위험을 마주하며 살고 있기에 작은 변화에도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 게다.

 

 “…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군요.”

 

 좋을 수밖에. 어떻게든 팬텀과 얽힐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팬텀 본사에 가야 했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스위치를 찾아야 했다. 여기서 내가 조금만 현명하게 군다면 크리스와 다시 얽히지 않고도 이 상황을 끝마칠 수 있는 것이다.

 

 좋지만 지금 대놓고 좋다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얼씨구나, 나 팬텀 본사에 가고 싶어요 라고 한다면 분명 이 자는 나를 의심하게 될 테니까.

 

 나는 애써 마음을 감추며 머리를 굴렸다. 팬텀 본사로 가야 한다. 크리스의 앞으로 바로 배달되는 불상사는 피해야 한다.

 

 “좋을 리가요. 크리스의 의뢰로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팬텀의 사람이고 크리스가 보냈다고요? 그걸 어떻게 믿죠? 이미 저는 매체를 통해서 유명해졌고. 그렇다면 저를 노리는 적들도 많아졌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크리스와 통화를.”

 “그건 싫어요. 당신이 팬텀의 사람이라는 증거를 보여요.”

 “…….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 알려주면 되겠습니까?”

 

 좋다. 내가 원하는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주인공은 독자가 개입했기에 본래의 성격을 벗어나 버렸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아니었다. 본래 책이 서술하던 그 성격 그대로인 것 같다.

 

 반갑습니다. 데니씨!

 

 “어떤 식이랄 게 있나요? 나를 팬텀 본사로 데려가요. 그 안에 출입하는 것으로 당신이 팬텀 직원이라는 것은 확실해지니까.”

 

 자! 어떻게 할 텐가. 나를 본사로 데려가겠는가? 아니면 이대로 임무를 실패로 돌릴 것인가? 이 일의 성패는 팬텀의 직원 데니에게 달려있었다.

 

 자, 어서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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