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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저수지의 개들
작가 : Hotsan
작품등록일 : 2019.11.9

복학한 장무영이 이협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벌어지는 일들.

 
돌뿌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
작성일 : 19-11-10 14:16     조회 : 151     추천 : 0     분량 : 1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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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항공 발표 시작은 12시였다. 11시까지는 가서 참가자 전원이 등록해야 했기에 무영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기성항공의 서울지사는 김포공항 근처에 작게 있었다. 본사는 대구에 있었지만, 발표는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무영이 10시 반에 건물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북적이고 있었다. 2층의 입구에는 메인 컬러인 하늘색과 기성항공 특유의 폰트가 크게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입을 풀거나, 자신들의 발표 자료를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거울을 보며 다시 머리를 만지며 외적인 모습 또한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영은 오늘 맡은 바가 크지 않아 긴장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보니 머리가 새하얗게 굳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팀원들이었다.

 “ 무영 오빠 ”

 혜인이었다. 40분이 되었을 때 그녀는 나타났다. 짙은 검은색 H라인 스커트와 위로 올려 묶은 머리가 반듯했다. 그녀 손에는 작은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 오늘 멋있네요. ”

 무영은 멋쩍게 웃음으로 답했다.

 “ 다른 사람들은요? 아직 안 왔어요? ”

 “ 몰라 연락이 안 되네. 사람들 벌써 접수처에서 줄 서고 있는데 ”

 둘은 서로의 긴장을 느낄 정도로 얼어 있었다. 2차까지 온 사람들은 총 15팀이었다. 30장 내외의 슬라이드를 20분 이내에 발표를 끊어야 했다. 20분은 길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욕심에, 첫 연습 때는 35분이 넘기도 했다. 인동은 확실히 달변가였다. 세 명이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부드럽게 넘어갔고, 풍부한 시사지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임기응변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

 11시가 되고 사람들은 접수하기 위해 중앙 리셉션으로 몰려갔다. 30분까지 팀 전원이 오지 않으면 실격이었다. 무영은 긴장을 느끼고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그들은 받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 때, 입구 엘리베이터에서 남자 둘이 내렸다. 인동과 정욱이었다.

 “ 형.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

 “ 일단 등록부터 하자. ”

 정욱은 연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합장하는 두 손을 내밀었고, 인동은 그 들을 지나쳐 리셉션 장소로 이동했다. 무영은 자신을 스쳐가는 인동에게서 희미한 술 냄새를 맡았다.

 넷은 거의 마지막으로 등록했다. 발표는 세 번째로 초반에 위치했다. 그들은 대기 의자에 앉아 지급 받은 명찰을 각자의 오른쪽 가슴에 달았다.

 “미안하다. 어제 일이 있어서 오늘 늦었어. ”

 인동은 이제야 혜인과 무영의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했다. 무영과 혜인 모두 인동이 평소와는 달리 흐트러져 있음을 알아챘다. 평소의 그처럼 깔끔한 향수냄새, 잔머리 하나 없는 머리세팅이었지만, 어딘가 그의 눈동자가 살짝 풀려있었다. 무영은 인동이 평소에도 휘발향이 많이 나는 전형적인 남성 향수를 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나는 것은 술 냄새 같았다.

 “ 한 번만 더 점검할까요?”

 혜인은 무영의 말을 듣고 바로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신속히 몇십 번이고 본 슬라이드 쇼를 실행시켰다. 인동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무영은 다른 팀들도 하는 마지막 연습을 우리도 해보자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점검하고 싶은 건 인동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듯 인동은 연신 대부분의 슬라이드를 패스하며 중요한 부분만 중얼거렸다.

 “ 형 목 상태 안 좋아요?”

 “ 좋아 ”

 인동은 목을 연신 큼큼거렸다.

 “ 담배 하나 필래? ”

 “ 아뇨. 형 끝나고 시원하게 피시죠 ”

 인동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앉았다. 정욱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넷은 침묵을 지키며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긴 통로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명적인 선고를 기다리는 피고들처럼, 주변을 보며 손을 물어뜯거나 억지웃음을 지었다. 12시 가까이 되자 햇볕이 뜨겁게 복도를 내리쬈다. 아직 실내에 에어컨을 가동을 시키지 않는지 조금씩 실내는 더워졌다. 무영은 조심스레 자켓을 벗었다.

 “ 너 옷 좋다? ”

 “ 네. 잠시 빌렸어요. ”

 “ 이거는 빌려도 돈 좀 많이 나갈 텐데 ”

 무영이 자켓을 벗는 순간 인동은 날카롭게 그의 몸 전체를 훑었다. 정욱은 그의 셔츠를 주물거리며 장난을 쳤다. 무영은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 싶었다. 어깨에 힘을 주는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 너 이거 이협이 준거냐? ”

 “ 네?”

 “ 뭐 기대하면서 만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마라 ”

 무영은 그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는 몸속 깊이 올라오는 허기를 느꼈다. 그는 혹여 속이 탈이 날까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 그것도 술 팔아서 산 건가?”

 “ 에이 형 그만해요 ”

 정욱은 인동의 오른팔을 잡고 흔들거렸다. 왜 그래요. 하며 웃는 정욱은 꼭 자신들만의 비밀을 나누는 것 같이 즐거워 보였다.

 “ 이 부분 한번만 더 봐주시면 안 돼요? ”

 제일 왼쪽에 앉은 혜인은 노트북을 중앙으로 주욱 내밀어 다른 소리를 했다.

 “ 말을 좀 조심하세요. ”

 “ 뭐? ”

 인동의 말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몸짓들은 소용이 없었다. 무영은 이미 그의 시선을 강하게 붙잡았다.

 “ 형도 좋아서 만난 거잖아요. 책임을 지셔야죠 ”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은 행동이 퇴화하는 듯했다. 농담도 던지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루틴도 하지 않았다. 특히 첫 번째 순서로 서 있는 사람들은 아주 조용히 자신들 앞에 굳게 닫힌 회의장 문만을 보았다. 다리를 떨던 비쩍 마른 남자는 결국 옆에 있는 사람에 의해 제재당하고 다리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영의 팀뿐이었다.

 “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

 “ 형 그냥 냅둬요 ”

 정욱은 평소의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흘렸지만, 인동의 눈빛에 그는 머쓱하게 눈을 떨어뜨렸다.

 “ 그래. 정욱아 놔둬 봐. 형이 할 말씀 있으신 것 같은데 ”

 통로에 일렬로 있는 나무의자는 아주 좁은 폭을 두고 놓여 있었다. 곁에 앉아 있는 무영과 인동은 서로의 어깨가 닿을 것 같았지만, 아주 박빙의 차이로 틈을 두었다.

 

 “ 내가 재밌는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게. 무영아 잘 들어. 알았지? 이거 선배니까 해주는 거야.”

 인동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선배가 무슨 말이야. 같은 분야에서 나이나 경험, 학위가 앞선 사람을 말하는 거잖아. 먼저 똥인지 된장인지 경험한 사람이 지금 후배한테 피 같은 경험 말해주는 거야. 응? 너 군대가 있을 때, 사람 하나를 사귀었어. 남자 라는 건 말이야. 정복욕이 아주 강한 종이야. 아주 강한 상대를 만나면 만날수록 그게 더 커진다고. 예를 들어 도도한 눈빛 같은 거 말이야. 에베레스트같이 당당히 내뿜는 높이라고 하면 알겠나? 그냥 존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 말이야.

 그래서 사귀었어. 근데 신입생 주제에 엄청 바쁘더라. 항상 비밀도 많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걔가 나한테 선물을 주는 거야. 넥타이였는데, 그게 꽤 비싼 거야. 맨날 검은색 보세 옷만 입고 다니는 애가 줄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어. 이상해 안 이상해? 바로 낌새 이상해서 그만뒀지. 원래 그런 년들은 돈 주고 만나는 거지, 순수하게 만나는 거 아니거든. “

 “ 그만하세요 ”

 혜인은 굳은 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인동의 굵직한 눈썹은 오늘따라 위로 치우쳐 있었다.

 “첫 번째 팀 들어오세요 ”

 인동의 말이 멈추고 긴 통로가 아주 완벽한 침묵에 빠졌을 때, 앞에 있는 회의장 문이 열렸다. 정장을 입은 여자가 사람들을 불렀다. 첫 순서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갔다. 그리고 문은 닫혔다. 닫히는 동시에 사람들은 살짝 웅성거렸다. 무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보다 등을 벽에 기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차례는 빠르게 다가왔다. 회의장 문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맛을 다셨다. 사람들은 아쉬워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해방감을 마음껏 맛보고 있었다. 노력의 감옥에서 풀려난 이들은 서로에게 농담하며 복도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 세 번째 팀 들어오세요 ”

 무영은 눈을 뜨고 넷은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직사각형의 방 안에는 디귿자의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문 반대쪽에는 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나무테이블에는 5명이 앉아 있었다. 상석에 앉은 한 명은 나이가 꽤 많은 중년의 남자였는데, 작은 눈으로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 3팀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

 인동의 말과 함께 발표는 시작되었다. 그는 팀원들의 걱정과 달리 끊김 없이 발표를 해나갔다. 인동의 장점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꼭 끝까지 보여주지 않은 비장의 패를 가진 사람처럼, 그는 당당하게 또는 음험하게 자신들이 준비해온 걸 펼쳤다. 모바일 활용 마케팅 활성화 방안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충성고객 창출을 말하며 그들은 발표를 끝냈다.

 20분은 아주 짧게 흘러갔다. 무영은 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하고 긴장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가 온종일 견뎠던 떨림이 모래처럼 주먹에서 빠져나갔다. PPT 슬라이드가 끝이 나고 어두운 실내는 불이 켜졌다.

 “ 다들 고생했습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

 안경을 쓰고 있는 젊은 남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발표 중 심사위원들은 계속 종이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은 끝이 나도 추가로 적고 있었다.

 “ 아. 김부장. 질문 하나 하고 싶은데. ”

 그들을 멈춰 세운 사람은 상석에 앉은 중년의 남자였다. 그만 유일하게 기록을 멈추고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약간의 웃음에도 그의 눈은 더욱 작아졌다. 인동과 혜인은 표정이 굳어졌다. 기성항공 공모전 2차의 특이점은 질문이 없다는 점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프레젠테이션만을 하고 끝이 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었고, 이미 1차에 수상 순위까지 정해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앞 순서 사람들도 정확히 20분이 지나고 나오는 걸 보고 넷은 질문에 대해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물론 질의시간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변수가 생겼다는 것은 발표자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 훌륭한 발표였습니다. 개중에는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사안도 있었어요. 고생한 것 같더군요. 제가 하나 궁금한 건, 여러분들이 상정한 예비 충성고객들은 누구입니까?”

 “ 저희는 우선….”

 “ 아니요. 발표자는 말 많이 했으니까, 거기 한편에 앉아 계셨던 두 분이 답을 해 볼까요 ”

 정욱은 자신과 무영이 지목됐음을 느끼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심사위원은 그와 무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혜인과 인동의 불안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 아. 그러니까 말이죠 ”

 “ 저희가 상정한 예비충성고객은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를 균형 있게 이용하는 고객들이었습니다. 지금 기성항공은 국제선을 증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그에 맞춰 마케팅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방향과 성장에 맞춰 보았을 때, 해외여행의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사람들을 충성고객으로 잡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무영은 정욱이 주춤거리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적절히 치고 들어와 답변했다. 무영은 아주 침착히 말을 했다. 정욱은 내심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무영의 말솜씨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명확히 자신들이 준비한 걸 내 보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여러분도 짐작하고 있다시피 기성항공의 초창기 고객들은 오직 저렴한 가격만 보고 온 제주도 여행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 아닙니다. 2000년 초 당시 두 개의 대형 항공사가 한국을 양분하고 있었을 때, 기성항공이 저렴한 항공권을 런칭하며 성장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각한 기성의 진짜 무기는 완벽한 가격 대 성능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낮은 질을 구입하고서는 실망하고는 합니다. 기성은 대형항공사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함과 서비스 모두를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프리미엄화 또한 수정을 거친다면, 좀 더 낮은 비용으로도 다른 항공사에 비해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을 서비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가 말을 하는 동안 기록을 하는 심사위원은, 상석에 앉은 중년의 남자뿐이었다. 그는 답변을 듣고 몇 개를 더 묻고서는 조용히 자신의 펜을 움직였다.

 “ 고생했습니다. 나가 보셔도 좋아요 ”

 그들이 회의장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40분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 아 고생했다. 진짜 ”

 정욱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모두를 살펴보았다. 혜인 또한 기분 좋은 듯 자신의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웃고 있었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하며 통로를 빠져나왔다. 정욱은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지 서둘러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콧노래까지 불렀다.

 “ 야. 프리미엄화를 단계를 낮춘다니 그게 뭐냐? ”

 2층을 빠져나왔을 때 인동은 입을 뗐다. 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진지한 얼굴을 하며 답변자인 무영을 보고 있었다.

 “ 프리미엄을 낮춘다? 그것만큼 모순이 어딨어. 너가 이거랑 반대로 준비했어도 그렇지, 그래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발표한 거랑 비슷한 방향으로 갔어야지. 우리 돈 많은 새끼들 고객으로 계속 남기고 싶다고 말했어야지. ”

 “ 에이 오빠. 끝났잖아요. 답변도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잖아요. 맛있게 밥 먹으러 가요 ”

 혜인이 눈치를 보며 인동의 말을 말렸다. 하지만 무영의 얼굴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 질문이 그러했잖아요. 콕 집어서 우리가 배제한 사람들에 관해서 물었잖아요 ”

 “ 그러면 그냥 최대한 배제했다는 식으로 말해야지 왜 그렇게 애매하게 말해? 두 개 다 잡으려다 두 개 다 놓치는 거야. 필요 없으면 버려야지. 너 필요한 거랑 불필요한 거 구별 못 해? 쉽잖아. 어려운 거야 그게? ”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고 넷은 나왔다. 로비는 한산한 모습으로 따뜻한 햇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뭐가 필요한 건데요?”

 “ 야 왜 그래 ”

 정욱은 무영을 말렸지만, 그의 눈은 똑바로 인동을 쳐다보고 있었다.

 “ 형. 저는 필요해요? 아. 공모전 끝났으니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려나 ”

 무영은 눈은 고요한 모습을 견지했다. 목소리에는 과잉된 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아주 일정하게 행동했지만, 그 것이 정욱과 혜인을 더욱 긴장시켰다.

 “ 시발. 너 말 잘한다. 존나 어리바리한 새끼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

 인동은 무영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은 아주 조금의 공간을 두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욱과 혜인이 그들을 말렸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분노는 뿜어져 나왔다.

 “ 욕은 하지 말고. 오늘 발표 때문에 참은 거야. 알아? 한 번만 그딴 식으로 이협 말하면 형이고 뭐고 없어 ”

 무영의 꽉 쥔 주먹은 조금씩 흔들렸다. 그의 몸은 끝까지 당겨진 활처럼 팽팽히 긴장한 상태였다. 그때 그는 인동이 마른 침을 삼키는 걸 보았다.

 ” 정복하고 싶어서 산을 오르는 건 어리석은 사람들뿐이야. “

 “ 야. 장무영. 너 형한테 말이 좀 심하다. 빨리 사과해 임마.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

 정욱은 둘을 말리다 무영에게 말했다. 무영은 그 날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구슬이 대리석으로 떨어지듯, 그의 웃음은 한산한 로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 야. 푸아그라는 거위 간이야. 임마. ”

 정욱은 굳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무영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로비에는 인동의 거친 욕설과 침 뱉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무영은 갑자기 찾아온 여유가 어색했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이 끝나고 무영의 휴대폰에는 정욱과 혜인에게 온 부재중 통화가 몇 개 있었지만, 다음 주가 되자 둘은 그에게 인사 말고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무영은 그저 하루하루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금요일을 기다렸다. 저수지의 개들의 첫 잡지는 하나를 제외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바로 표지였다. 표지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에 있어서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시원히 해답이 되는 건 없었다.

 “ 기다려봐 내가 하나 해 올게 ”

 협의 두루뭉술한 의견 표명에 셋은 그저 그녀를 믿고 놔둘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 멤버들은 두 발로 뛰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협은 갤러리 호수가 알고 있던 인쇄업체를 섭외했고, 부수와 분량, 제본,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 등은 하영과 수훈이 맞았다. 무영은 자신이 한 인터뷰 외에 저수지의 개들 멤버가 한 전시회나 영화 비평을 정리하고, 인맥을 통해 다른 학교 창작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마무리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부분이었다. 자신들이 피 땀 흘려 해 놓은 것을 냉정히 보고 평가를 해야 하는 과정이었기에 넷은 바쁘게 서로의 일을 피드백하며 고쳐 나갔다.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는 과정이었지만 넷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모여서 한 권의 책을 보고 있었다.

 “ 이것 좀 봐 ”

 말갛게 개어 놓은 흰죽 같았다. 흰 표지에는 작은 글씨만 적혀 있었다.

 - 저수지의 개들

 “ 우리 마지막 수정본으로 하나 뽑아 본 거야. 다들 한 번씩 보고 디자인이나 내용, 재질, 부족한 것들 말 좀 해봐 ”

 무영은 이미 보았던 내용이지만 그들 앞에 내려놓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훈은 두꺼운 손으로 잡지를 펼쳤다.

 “ 아. 내 사진 왜 이렇게 별로냐 ”

 하영은 자신의 인터뷰가 나올 때 볼멘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블루문에서의 사건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결말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기균 작가와 하영, 하영의 아버지의 싸움이 공론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녀가 억지를 부리는 것만이 아님을 알아챘다. 애초에 그녀의 ‘ 야생마 ’는 좋든 싫든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온 경쟁작이었다. 수상이 끝난 후 결과를 알리는 블루문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댓글은, 다름이 아니라 ‘ 야생마 ’의 행방이었다. 결정적으로 신생기업인 블루문의 공격적인 마켓팅과 작가 빼오기는 오히려 하영에게 도움이 되었다. 블루문 공모전을 제대로 망쳐 놓은 신예 작가는 경쟁사들의 이목을 끌었다. 수상이 끝난 일주일 후, 다른 사이트에서 그녀에게로 연락이 왔고, 그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재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하영은 자신의 인터뷰를 취소할까도 고민을 했지만, 친구들의 수고를 알고 있었기에 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히 자신이 거머쥔 커리어를 들고 그들의 첫 번째 잡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환한 얼굴로 책을 보았다. 책의 재질은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창업 지원금과 함께 모두 알바를 한 돈을 보탰지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종이는 일반지 보다 좋지 않은 종이였고, 양장본과 코팅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이 좋았다.

 “사진 말고는 거의 다 흑백이라서 아쉽긴 하지만 뭐. 표지만 컬러로 하면 와꾸 나올 것 같은데 ”

 “와꾸가 뭐냐 와꾸가 ”

 수훈을 꾸짖는 하영을 보고 협은 웃음을 터뜨렸다.

 “ 사실 오늘 개시하려고 했거든. ”

 협은 웃음을 멈추고 가방을 열고 있었다.

 “ 협. 그러지마. 나 진짜 마음의 준비 안 됐어 ”

 선물이 무엇인지는 밝히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가장 기다려왔던 것이었다.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괜찮을지 모르겠네 ”

 넷은 모두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휩싸여 있었다. 하영은 그런 흥분을 숨기지 못한 채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빨리빨리. 보여줘 ”

 협은 가죽 상자에서 작은 그림을 하나 꺼냈다. 크기는 8절지밖에 되지 않는 정도였다. 그곳엔 옆 모습만을 보인 채 있는 검은 개가 있었다. 이집트의 벽화같이 개는 평면에 짓눌려 왼쪽을 응시했다. 검은 짐승은 아주 거친 붓 터치로 그려져 있었는데, 붓의 진행 방향이 어느 곳도 일정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개의 몸과 털은 거칠게 뻗쳐 있었다. 하지만 얼굴로 갈수록, 개의 긴 입을 지나 눈으로 갈수록, 형태는 안정되고 매끄러운 윤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수렴되는 마지막 점, 개의 눈은 파란색으로 빛났다. 개의 눈은 통제되지 않는 야수성이 넘쳤지만 거부할 수 있는 매력이 흘렀다. 제련되지 않아 얼룩덜룩한 사파이어 같았다. 셋은 아무 말 없이 그림을 보았다. 표현에 쓰이는 단어들을 다 잊은 듯이 조용했다.

 “ 이걸로 하자. ”

 무영은 한숨을 토하듯 말했다. 검은 짐승의 송곳니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온 사람은 그였다. 이것보다 더 나은 표지를 생각할 수 없었다. 협은 물끄러니 무영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고 작게 몸을 떨었다. 아주 강렬한 무언가가 그의 몸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소름인 것 같았다.

 “ 어때? ”

 협은 조심히 물었다.

 “ 좋은데 ”

 무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영과 수훈도 고개를 들었다.

 “ 그래 불감증인 너가 그 정도면, 이상하다고 느낄 사람들은 없겠다.”

 무영은 불감증이란 단어에 허탈하게 웃었다. 넷은 드디어 가장 필요했던 조각을 손에 쥐게 되었다. 모두 안도의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얘들아 ”

 무영은 곧 진지한 눈빛으로 셋을 보았다.

 “ 잡지 있잖아. 알려지면, 너희도 알려질 것 아니야. 어떻게든 얼굴은 팔릴 거고. 너희 그 다음 생각했어? 어떻게 할지. ”

 누구도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한 채 그를 보았다. 그들의 잡지가 이렇게 완성될지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림을 본 순간,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당연히. 당연히 우리가 새로운 흐름이 되어야지. 창작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우리 잡지 실리고 싶게끔 만들어야지. 쩌는 걸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우리 잡지 한번 나오고 싶어서 안달 나도록 계속하자. ”

 그들은 바닥을 보이는 술을 마저 똑같이 나누어 마셨다.

 

 *

 

 무영은 교양 수업이 끝나자 말자,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건물을 벗어났다. 그는 뒤이어 있는 전공 수업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온갖 노트북과 디자인 인쇄본으로 가득 찬 가방은 흔들거렸다.

 “ 오빠 안녕하세요 ”

 무영은 발을 멈추었다. 혜인이 옆에서 걸어 왔다.

 “ 어. 안녕 ”

 무영은 인사만을 하고 어색한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 오빠 ”

 하지만 혜인은 다시 그를 멈춰 세웠다.

 “협 언니랑 잘 지내고 있어요?”

 “ 응. 가끔 보지 왜 ”

 “ 저 언니 진짜 싫어 했는데 ”

 무영은 갑자기 나온 그녀의 고백에 발을 멈추고 완전히 몸을 돌려 혜인을 보았다.

 “짝사랑 하는 거 엄청 이해 안 되는 듯이 말했거든요. ”

 무영은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이 갔다.

 “ 뭐라고 했는데?‘

 “ 언제까지 그렇게 등신같이 있을래 였나 ”

 그는 그녀답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무영은 혜인과 함께 정문을 향해 같이 걸었다. 무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녀가 협 얘기만 꺼내고 조용 해지는 것이 이상했다. 혜인은 그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짧게 보거나, 머뭇거렸다.

 “ 근데 협 언니가 맞았던 것 같아요. ”

 둘은 그 말과 함께 다시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정문에 왔을 때 혜인은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무영은 이것이 혜인의 사과라고 생각했다. 항공사 이후로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무영은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영이 지하철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인쇄소였다. 마지막 확인차였다. 사실상 모든 과정은 끝이 났고 고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인쇄소에서 마지막 버전을 보고 가라는 연락이 왔고,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겠다고 말을 했다. 그것은 협에게 바치는 고마움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자기 손에 마무리 짓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을지로에 위치한 인쇄소는 꽤 구석에 있었다. 무영은 땀을 닦으며 골목을 헤맸고,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래된 갈색 빵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신문을 접으며 그를 반겼다.

 “ 그 잡지 만든다는 학생이구먼 ”

 무영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 테스트 버전의 잡지를 건네받았다.

 “ 이정도면 진짜 가성비의 끝이야 학생. 내가 호수갤러리만 아니면 진짜 이런 거 안 해주는데. 이 정도로 하면 가격 얼추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표지 말이야. 끝내줘. 내가 특별히 표지는 픽셀 안 뭉개지게 공 좀 들였어 ”

 무영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는 동아리방에서 확인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들을 다시 하나씩 짚어보는 기분으로 그는 토씨와 각주까지 꼼꼼히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는 테스트 본을 가방 안에 넣었다.

 “ 네. 된 것 같아요. 다음 주까지 선입금 넣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50쪽 내외의 분량을 보는데 한 시간 반이 흘렀다. 그는 중년의 남자와 인사를 나눈 후 인쇄소를 빠져나왔다. 좁은 골목 사이로는 그림자가 진해지고 있었다. 수많은 인쇄회사들이 몰려 있는 곳은 짐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로 번잡했다. 무영은 저수지의 개들이 처음을 잘 마무리 지었다는 생각에 만족감을 느끼며 좁은 골목을 걸었다.

 “ 저기요. 지나갑니다 ”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자가 외쳤다. 그가 끌고 있는 파란 짐수레에는 종이 묶음들이 허리까지 쌓여 있었다.

 “ 지나간다고. 이봐 ”

 중년의 남자 앞에 서 있는 무영은 꿈쩍을 안 했다. 뭐에 홀린 듯 휴대폰을 들고 그대로 서 있었다.

 “ 아니..”

 중년의 남자가 입을 다시 열었을 때, 무영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무영은 입을 꽉 물고 빠르게 골목을 헤쳐나갔다.

 

 *

 

 무영은 거칠게 학생회관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3층이 이렇게 높은 곳인지 처음 느꼈다. 벌써 저녁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학생회관의 복도는 어두웠다. 하지만 복도의 제일 끝, 저수지의 개들이 있는 방은 문이 활짝 열린 채 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같이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 잠시….”

 사람들을 해치고 문 앞에 섰다. 그는 땀을 훔쳤다. 방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책과 화집은 책꽂이가 아닌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디자인 도안들은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폐허가 된 중앙에는 수훈과 무영이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바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 무슨 일이야. ”

 “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

 그는 잡지를 보느라 휴대폰을 완전히 무음으로 해 놓았다. 밖에서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에는 이미 몇십 통의 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

 무영은 주위를 둘러 보며 말했다. 방보다 더 엉망인 건 수훈과 하영같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참담한 얼굴이었고, 수훈의 눈은 빨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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